유전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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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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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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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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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3 지온 그룹

DUMMY

“지온 그룹이라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그룹이 이렇게 외진 곳에 사택을 지어놨단 말이지?”

“예!”


이렇게 시 외곽에 거대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놀랐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지온그룹에 더욱 놀라웠다.

맥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온그룹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거대 그룹 중 하나였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10대기업 안에 들어가며, 군사무기, 생명공학, 우주개발 등에서 선두에 있는 기업이기도 했다.

지온 같은 대기업이라면 필연적으로 정계와 유착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사건을 둘러보기도 전에 머리부터 아파왔다.


“통제시설? 연구동 같은 건가?”

“아뇨, 일종의 기숙사 같은 곳인데, 지온에서 관리하는 진(gene)들의 기숙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들의 기숙사라, 이런 곳에서 살인사건이라고?”


과거의 몇 가지 사건들로 인해 EIC에서는 네오진들을 일정 지역 내에 거주시키기를 권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집단의 주거지를 이루는 것이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자유롭게 사는 네오진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네오진들은 편의성으로나 안전성으로나 그들만의 공간에 모여 사는 것을 거북스러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로서는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며 홀로 떨어져 사는 것보다 동류끼리 함께 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네오진들에 대한 반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강력 사건들은 없었다고 하지만, 사회적으로 반감을 가진 호미니드들이 폭력을 가하거나 네오진의 주택을 침입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맥스도 이런 건물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네오진들의 성향을 아는 그로서는 이런 시설에서 살인 사건이 났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닌은 자신의 품속에서 태블릿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


“필요한 자료를 우선 정리해 두었습니다.”


맥스는 태블릿을 받아 건물 안으로 진입하면서 닌이 정리해 둔 자료들을 훑어 봤다. 초유의 일로 인해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자료 속에는 특이한 점은 없었다.

지온 같은 거대 기업은 이런 시설을 설계할 때 일반 개인 시설이나 공동 시설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인공지능 센터의 통제를 받게 한다. 실제로 이런 건물에는 출입구부터 각층의 승강기는 물론, 각방의 도어락까지 유전자 정보를 입력해야 통과가 가능하다. 게다가 유전자 스캐너가 수시로 동작해 건물 내부에 거주자들의 위치와 행적을 기록한다.


“각 방마다 유전자 정보 스캐너가 작동하고 있고, 복도며, 공용공간에까지 스캐너는 오작동 하나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건물 출입구와 승강기에는 폐쇄회로 TV까지 있어 실지로 완벽하게 통제되는 감옥과 같았다.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르고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닌에게 받은 태블릿을 통해 사건발생 시각에 각 층별로 거주했던 사람들의 동선과 함께 승강기와 출입구의 영상을 돌려봤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중, 한 남자가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었다.


“피해자의 동선은 파악되었습니다. 사건이 벌어지기 30분 전쯤 피해자가 승강기를 통해 사건 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이 자가 피해자인가?”

“그렇습니다.”

“인공지능 센터의 데이터와 연결된 건가?”

“예! 혹시 몰라, 사건발생 추정시각 전후 3시간의 건물 내 모든 기록을 다운로드 해 놨습니다. 이곳의 모든 영상과 보안데이터는 인공지능 센터에 직접 기록됩니다.”


맥스는 그 기록들을 살피며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사건 현장은...?”


닌은 앞장서며 말했다.


“G34-1입니다.”

“G동 34층 1호?”

“예!”


중간층이었다.

맥스는 승강기에 올라타면서 다시 파일들을 예리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문제는 특이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유전자 정보 스캐너에 따르면 34층 1호에 두 명의 유전자 정보가 입력되어 있었고, 그 유전자 정보에 의하면 일정 시간 동안 그 둘은 한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유전자 정보 스캐너는 3분에 한번 꼴로 기록하게 되어 있었고, 피해자와 용의자 두 사람의 유전자 정보 외에는 다른 유전자 정보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둘 중 하나가 살해당했다? 누가 봐도 살아남은 나머지 하나가 살인자일 수밖에 없었다.

맥스는 닌이 정리해 놓은 것들을 모조리 확인하고 물었다.


“자네, 이렇게 보안이 철저한 곳을 우리 경찰 병력으로 뚫으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예?”

“아! 궁금해서 말야! 자네가 정리해 놓은 것만 훑어봐도 군대나 동원해야 이 정도 경비를 무력화시키고 뚫고 들어올 것 같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인력이 없다 뿐이지, 동작감지 자동화무기며, 중앙 집중 전자제어 경비시스템, 그 외에도 야간투시 장비나 열화상 체크 장비 등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 건물에 숨어 들려는 호미니드나 테러조직 따위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도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다는 말이지...!”


닌은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이 눈을 껌뻑 거리며 맥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맥스는 태블릿을 보여 주며 말했다.


“이 자가 피해자라고..?”

“예! 뭐가 잘못 되었습니까?”


화면에는 사내의 사진이 있었고, 그의 이력이 빼곡하게 옆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리오(李悟)라는 자 말이야. 현재 GIP 수배3급을 받은 자라고, 이스트 킬(east kill)라는 반 네오진 조직의 간부이고 말이야.”

“이스트 킬(yeast kill)입니다.”

“동쪽이나 효모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리오라는 자가 3급 수배 인물이긴 하지만, 대충 이력을 훑어봐도 시위에 나서서 과격하게 굴거나, 약한 자들을 조금 괴롭힐 정도의 인물 밖에는 안 된다는 말이지...! 굳이 말하자면 어디 행동대장이나 할 정도의 인물이지. 이런 보안이 완벽한 곳을 뚫고 들어올 능력은 없어 보인단 말이야.”

“그럼 누군가가 이 안으로 이 자를 들여보냈다는 뜻인가요?”

“아마도, 이걸 보라고...!”


리오라는 자가 승강기를 타고 올라와 34층에서 내려 승강기를 나오는 장면이 보였다.


“뭐가 이상하십니까? 이 자는 혼자 이동했습니다만,”

“생각해 봐! 자네는 처음 오는 건물에 들어가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거야! 처음 건물에 들어서면 승강기나 계단의 위치... 아!”


닌은 뭐가 이상한지 그제야 떠오른 나머지 당황스러워 했다.


“그렇군요. 이 자는 승강기의 위치며, 용의자의 방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 이렇게 폐쇄적인 건물인데 한 번도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망설임 없이 승강기를 바로 찾아가느냔 말이야. 게다가 이 자는 저 많은 방들의 호수조차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지, 전혀 망설임 없이 G34-1호 방으로 걸어 들어갔어!”


닌은 할 말이 없는 듯 입을 다물고 맥스의 뒤를 쫓아 들어왔다.

승강기에서 내리자 한 방문 앞에는 긴장한 표정으로 사건 현장을 통제 중인 수사관들이 보였다.

사건 현장이 수사관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제법 소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곳에는 그 흔한 구경꾼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맥스를 발견한 수사관들이 일제히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했다. 맥스는 가볍게 목례하며 지나쳤다. 맥스는 거추장스러운 예법 따위를 반기지는 않는다.

아무리 국가의 개념이 사라져도 그 지역의 문화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쪽은 동양권이었고 이 지역에서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처음 이 지역으로 발령받아 왔을 때 이들의 이런 딱딱한 자세가 거슬렸지만, 시간이 지나 이제는 익숙해졌고 한편으로는 뭔가 저들에게 대접받는 기분까지도 들었다.


맥스가 현장인 G34-1호에 들어섰다.

방 안은 이미 과학수사대가 고화질 영상장비로 입체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방 안에 존재하는 모든 유전자 정보의 스캔까지 끝낸 후였다.

맥스 정도 되는 중간 관리자는 사무실에서 편안하게 영상을 통해 사건을 보고 받고, 부검 결과나 검토하면 된다. 직접 현장에 나와 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맥스는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형사였던 아버지로부터 형사는 발로 뛰어야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을 수 없이 들었다.

그도 아버지의 원칙에 동의했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사건현장에서는 발견할 수가 있다. 현장에서 눈으로 직접 보고, 피 냄새를 맡고,영감을 통해 마치 범죄자들이 느끼는 감정 같은 것을 피부로 느껴야 좀 더 사건의 실체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았다.

맥스의 실적은 항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그렇게 남들 보다 뛰어난 영감을 이용해 많은 사건들을 해결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맥스의 성향을 가장 잘 아는 닌은 방 안의 모든 증거를 치우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맥스는 방 안으로 들어서자 방 안의 풍경을 훑어보고, 손에 들려 있는 태블릿에서 한 여인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봤다.

맥스는 방 중앙에 널브러져 있는 육중한 시체와 그 사진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1m 60cm정도의 키에 100파운드도 안 되는 여인이 어떻게 하면, 2m에 260파운드나 되는 거구를 죽일 수 있는 거지?”


맥스의 육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거대한 감옥과 같은 건물, 폐쇄되고 24시간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에, 테러리스트라고 불릴 정도로 과격한 사내의 침입, 밀실에 가까운 사건 현장과 살인 사건이라.

여기에 거대 기업까지 등장한다면 한편의 미스터리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이 사건 뒤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같은 시각,

야침몽지구(Yau Tsim Mong District), GIP 홍콩 지역 분서(分署) 정문에 트럭 한 대가 멈춰 섰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고, 이 시각에 트럭이 드나드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경비실에 앉아 졸고 있던 경비병이 밖으로 나왔다.

경비병은 차량에 다가서며 창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렇게 이른 시각에...?”


창문이 열리고 트럭에 타고 있던 두 사람 중 운전사가 배송 이력이 담겨있는 칩을 건넸다.


“출근 전에 배송을 완료해야 한다고 해서...!”


경비병이 손에 들고 있는 작은 태블릿에 칩을 끼웠다. 홍콩 남부 지역에서 배송되어온 에어컨 박스였다. 칩 안에는 에어컨 본체와 더불어 몇 가지 부속들이 넘버 별로 적혀 있었다.


“에어컨?”

“저희는 모릅니다. 그저 주문 받은 시각에 배송할 뿐이니까.”

“15층에 에어컨 교체한다는 소식을 받은 일이 없는데..”

“출근 전에 교체하려는 것이겠죠? 날씨가 더워졌으니까.”


스캐너를 이용해 차량을 검사했다. 경비병이 조작하자 정문 양 옆에서 스캐너가 차량 전체를 훑었다. 차량과 물품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였다.

이 정밀 스캐너는 5g이상의 폭발물이나, 마약, 총기, 혹은 세균성 무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찾아 낼 수가 있다. 차량 내를 스캔하여 엑스레이 기능까지 더해 훑어 봤지만 아무 이상도 없어 보였다.

배송 중인 물품 외에는 다른 물건도 적재되어 있지 않았다.

경비병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새벽부터 고생하는군, 안에 들어가면 안내할 사람이 나와 있을 거야.”


경비병은 특유의 으스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15층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경비병이 문을 열자, 차량은 서서히 분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박스를 친절한 또 다른 야간 경비의 도움으로 15층으로 옮겨 놓았다.

배송자들은 불과 30분만에 배송을 마치고 유유히 분서의 정문을 다시 빠져 나왔다.

그렇게 새벽은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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