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김에 무림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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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부
작품등록일 :
2024.09.10 10:46
최근연재일 :
2024.09.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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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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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검을 몸으로 막으려고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냐? 그동안 뭘 배웠냐?” 


어느새 진덕의 등 뒤로 관장이 나타나 있었다.


자신은 신경도 쓰지 않고 진덕을 구박하는 관장의 태도에 울컥했지만, 다시 검을 휘두르기에는 마음이 걸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를 던져 막아낸 인물이라면 자신보다 뛰어난 고수이기에, 말없이 그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애꾸와는 달리 구박받으면서 재차 공격해 오지 않을까 눈치 보기 바쁜 진덕도 관장의 구박에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가만히 멈춰버린 사내들과 진덕 사이에 움직이는 건 쉴 새 없이 나불대는 관장의 입술뿐.


“칼이 들어오면 파고들던지 피하든지 해야지 그걸 왜 막고 있냐? 니가 금강불괴야? 발은 뒀다 국 끓여 먹을래? 어휴, 한심한 새끼. 이딴 것도 제자라고 도와주는 내가 불쌍하다. 때려쳐 이 새끼야.”


자신의 감정에 점점 더 격해져 구박하기 바쁜 관장의 말에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듣기만 하던 진덕의 눈꼬리가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아오 씨, 생각보다 빠른 걸 어쩌라고요!!!”


“빠르긴 이 새끼야!! 내가 휘두른 거에 비하면 지렁이 기어가는 속도구만!!”


사실 그렇다. 어느 정도 실력을 쌓고 난 후에는 관장의 몽둥이에 맞고 지낸 날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무기를 든 자를 상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명목이었지만, 단순히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개처럼 두들겨 맞았던 세월들.


그런 관장의 몽둥이와 비교해 본다면 빠르지 않다.


오히려 느리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날이 없는 몽둥이와 달리 한 번이라도 베인다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날카로운 날을 가진 검이다. 


그것을 경험하는 것이 처음이라면 긴장을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덩치만 있지 허접했던 수하들과는 달리 위압적이었던 애꾸의 기세는 진덕을 한층 더 긴장시키기에 충분했기도 했고.


약간의 긴장은 몸을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지만, 과도한 긴장은 오히려 몸을 굳히는 법.


이미 기세에서부터 밀려버린 진덕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몰랐다.


제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팔 하나, 운이 없었다면 목숨까지도 잃었을 터였다.


“됐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네···.”


“누구 마음대로 여기까지 하자는 거요?”


스승과 제자의 투닥거림을 지켜보던 애꾸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어버리는 관장.


“걱정마라, 니들은 오늘 다 죽을테니까.”


“우리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러는 거요?”


“최근에 대장간 도 영감 딸내미가 실종된 거 알고 있지? 며칠 전에 산속에서 시체로 발견됐고.”


도 영감이라면 진덕도 알고 있었다.


마을에서 유일한 대장간을 운영하는 대장장이.


관장과 함께 바둑을 두며 술을 나누던 사이인지라 자주 볼 수 있었다.


가끔씩 푸짐한 먹거리를 가득 들고 와 자주 오기를 빌었는데, 최근에 도통 나타나질 않더니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도 영감이 누구요? 그 영감 딸이 실종된 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오?”


생전 처음 듣는 얘기인지, 억울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애꾸의 모습에 관장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개방으로부터 들은 정보다. 도 영감 딸이 사라진 날, 네놈들이 대장간을 기웃거렸다지? 그리고 시체가 발견된 장소가 네놈들이 산채로 쓰던 곳과 가깝다더군. 더 할 말 있나?”


“오해요!! 우리가 범인이라면 시체를 그렇게 가깝게 버릴 리가 없잖소!!”


애꾸의 말을 끊고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관장.


애꾸의 하나뿐인 눈이 관장의 손을 따라갔다.


“아, 시체 근처에서 이게 발견되었는데 뭔지 아나?”


관장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작은 수실.


“수실 아니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요?”


“네 놈이 찝쩍거리면서 준 거라는 거 알고 있다. 상인들에게 강제로 탈취한 물건으로.”


“······”


“네 놈이 꼬시려고 했던 여자가 그 대장장이의 딸이다. 거기에 칼 들고 다니는 놈이 대장간의 도 영감을 모른다고?”


“그건 억지요!! 정황만으로 범인으로 몰···.”


퍼억-.


“컥···.”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가는 주먹.


제대로 자세를 잡고 때린 것도 아닌데, 애꾸의 몸이 반으로 접혀졌다.


숨쉬기도 힘든 듯 꺽꺽대며 고개를 들어 올리는 애꾸의 귀에 얼음보다 더 차가운 관장의 말이 파고들었다.


“네 놈이 범인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내가 그렇게 믿고, 개방이 널 범인으로 지목했으니까.”


“나··· 날 죽이면···. 너도··· 죽는다···.”


실력차이를 여실히 느꼈음에도, 오히려 독기를 품고 말하지만 관장은 개의치 않았다.


“알아, 네 놈의 혈룡문주의 둘째 놈이라는 거. 초경단(超境丹)을 받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도 알고 있지.”


애상치 못한 말에 휘둥그레진 애꾸의 눈이 관장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혈룡문(血龍門).


무림 전체로 보자면 보잘것없는, 흔하디 흔한 문파였지만 적어도 이 근방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문파였다.


무력으로는 손색이 있어도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그마저도 위협적이었다. 


거기에 기루와 도박장 등을 운영하며 축적해 온 재산으로 알음알음 주변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문파였다.


특히나 혈룡문주의 혈룡검법은 일절이라 불리기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혈룡문을 가볍게 취급하는 관장의 모습은 마치 절대고수의 여유를 느끼게 할 정도였다.


“고귀한 혈룡문주의 자제가 이런 뒷골목에 처박혀 있어야 하니 몸이 근질근질했겠지. 그까짓 단약 받으려고 머무르니 얼마나 좀이 쑤시겠어? 그래도 적당히 숨죽이고 지냈어야지.”


“잠··· 잠깐···.”


“네 놈을 빌미로 혈룡문은 멸문할 거다. 어차피 혈룡문주는 조사 대상이었지만.”


퍼억-.


가벼운 주먹질이었지만 한방으로 애꾸의 눈에서 생명의 빛이 사라졌다.


살려달라는 절박함만 가득한 채로.







체육관을 나올 때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태양은 어느새 저물고 푸르스름한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말없이 걸어가는 두 명의 인영.


무슨 생각에 잠기었는지 말이 없는 관장과 너무나도 쉽게 사람을 죽이는 관장의 모습에 놀란 진덕이었다.


무림에 환생하여 살아간 지 어느덧 삼 년이 지났지만, 살인과는 거리가 멀었던 진덕이었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기에 쉽게 생명을 앗아가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무림에 오기 전까지 평범한 사회인이었던 진덕에게 살인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 왔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 마냥 걷던 진덕을 나지막한 목소리가 일깨웠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의 외곽지역.


체육관에 들어온 뒤로 마을은 나서본 게 몇 번 안 되는 진덕에게는 낯선 장소였다.


“여기가 혈룡문이예요?”


“충격적이라는 거 알고 있다.”


???


“무림인으로 사는 게 쉽지 않을 거다. 나 역시도 그랬고. 살인을 보는 것도 어려울 테지.”


진덕이 무엇 때문에 말이 없었는지 알고 있는 관장이었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면 무림을 떠나거라. 그게 아니라면 살인에 익숙해져야 한다. 오늘이 아마 너에게는 분기점이 될 터이니 잘 지켜보도록 해라.”


콰앙-.


대답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말을 마치자마자 대문을 부숴버리고는 품 안에서 책 한권과 단약을 꺼내 들었다.


“기습이다!!!”


“비상!!!”


나름 인근에서는 이름 있는 문파답게 대문이 부서지자마자 수십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죽고 싶어 미친게냐 늙은이!!”


온갖 욕설이 난무했지만, 관장은 담담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어? 저 영감, 권투체육관 관장아냐?”


“맞는 거 같은데? 이런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죽고 싶어 환장했나!!”


“휴, 흑호문 새끼들이 습격한 줄 알았잖아.”


“쫄았네 이 새끼.”


습격을 맞아 긴장한 상태가 역력했던 사내들이 관장을 알아보고는 이내 긴장을 풀고 비웃기 시작했다.


관장은 그런 사내들은 무시한 채 있어야할 인물이 보이지 않았는지 물었다.


“강소해는 어디 있나?”


“이 빌어먹을 늙은이가 감히 문주님을 함부로 불러?”


“그만.”


나직하지만, 혈룡문 전체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저벅저벅.


갈라지는 무리들 사이로 담담하게 걸어오는 중년인.


무리의 앞으로 나와 공손하게 포권을 취하는 모습은 진덕이 무협지를 통해 상상하던 정파의 문주 그 자체였다.


“제가 혈룡문주 강소해입니다. 고인께서는 뉘신···.”


혈룡문주 강소해.


평범한 표사였던 그는 표행 도중, 동료와 함께 발견한 혈룡검법의 비급지를 들고 사라졌다.


혈룡검법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동료 표사를 죽인 뒤에.


혈룡검법이 절정 이상을 꿈꿀 수 있는 고절한 무공은 아니었지만, 일류무공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누구보다 무공에 집착했지만, 이류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없었던 강소해에게 일류의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있는 혈룡검법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그렇기에 동료의 목숨을 취하면서까지 혈룡검법을 손에 쥐려고 한 것이다.


표국의 추적을 피해 깊숙한 산속으로 숨은 강소해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 정도로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세상에 다시 나왔다.


하지만 양지로 나간다면 동료를 죽여가며 독점한, 비겁하게 얻은 무공이라는 게 알려질 거라는 것을 알기에 주로 음지에서 자신의 세력을 넓혀나갔다.


강소해로 성과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말이다.


허나 음지에서는 언제나 배신과 배반이 넘쳐나는 법.


누가 언제 자신을 배신할지 모른다는 강박에 불안해진 강소해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초경단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해서 믿을 수 있는 자신의 아들에게 뒷골목에서 초경단의 중간책으로 받을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친아들이라 해도 전부 믿을 수는 없었기에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범위 밖에는 두지 않았고.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방문객의 손에 쥐어져 있는 초경단과 비급 사본을 보았으니 차마 말을 끝맺을 수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건···. 혈룡검법 사본과 문파의 단약이 아니오? 그게 왜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오?”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버릴 듯한 기세를 내뿜고 있지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참아내는 혈룡문주였다.


“문파의 단약이라···. 후후후. 왜긴, 이걸 가지고 있던 인물이 나에게 주었으니까.”


죽은 시체의 품을 뒤져 찾은 것도 주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예상보다 뻔뻔한 대답에 어이가 없었다.


“이익!!! 원하는 게 뭐요?”


자세한 내막을 듣지 않아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한 혈룡문주가 분노를 삼키며 묻자, 그를 향해 혈룡검법의 비급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무슨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찢어버리기 시작했다.


찌이익-.


비록 사본이긴 하지만, 내용은 진본과 다르지 않다.


혈룡문의 상징이 어느덧 수없이 많은 종이쪼가리가 되어 눈처럼 흩날려지는 것이다.


그것도 혈룡문 안에서.


“이 개 같은 늙은이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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