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김에 무림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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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부
작품등록일 :
2024.09.10 10:46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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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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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휙휙휙.


잡초가 무성한 마당에서 줄넘기를 넘고 있는 소년.


서른세 살의 정신을 가지고 환생한 진덕이었다.


‘아오, 힘들어 죽겠네.’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한 달이 넘는 동안, 대머리가 진덕에게 시킨 건 줄넘기와 스텝, 그리고 달리기뿐.


아직 어린 소년의 몸이기에 기초체력부터 키워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줄넘기와 스텝만 반복하니 지루해 죽을 지경이었다.


팔자 좋게 마루에 드러누워 낮술이나 즐기는 대머리를 보자니 속에서 천불이 났지만.


띵-.


안주로 먹던 뼈다귀를 던져 종을 울려주는 대머리.


종소리가 들리자마자 기계처럼 물을 마시러 가는 진덕.


“크아 시원하다!!”


나뭇잎이 붉게 물들고,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높은 계절이 되었지만,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물을 들이켠 진덕에게는 아직도 여름과 다름이 없었다.


“언제까지 이것만 해야 합니까? 한 달이면 못 해도 원투는 배워...”


띵-.


맑은 하늘은 바라보다 휙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려 대머리를 바라보며 불만을 표했지만, 중간에 들려오는 종소리에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에라이 씨앙.’


속으로는 오만 욕을 다하지만, 체념한 듯 걸어가 자연스럽게 줄넘기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줄넘기 소리.


휙휙휙.




퍽퍽-.


샌드백주위를 돌면서 열심히 주먹질을 하는 소년.


소년이라 부르기엔 어색하고, 청년이라 부르기엔 아직 앳된 얼굴.


사포를 두드리는 진덕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권투를 배운 티가 났다.


훅훅-.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내뿜는 주먹질에 사포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네, 관장님.”


‘이 양반이 웬일이래?’


평소엔 해뜨기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운동만 시키던 양반이 갑자기 쉬라고 하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지만, 별수 있나 시키는 대로 해야지.


“오늘은 어쩐 일이래요? 이것밖에 안 시키고.”


“너 운동한 지 얼마나 됐지?”


“······일 년 정도 됐죠?”


손가락을 꼽으며 대답하는 진덕에게 날아든 책 한 권.


무의식적으로 쳐버리려 했지만, 책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얌전히 받아들었다.


“이게 뭡니까?”


“뭐긴 뭐냐, 무공비급이지.”


‘호오~ 드디어 무공수련인가.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고 제엔장~!!’


반짝이는 눈으로 비급을 바라보던 진덕은 이내 뒷장인 걸 깨닫고 책을 돌려 제목을 확인했다.


제목을 확인하자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진덕의 눈동자.


무공을 배운다는 기대로 반짝이던 눈동자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분노만이 가득 담겼다.


비급을 잡은 손을 덜덜 떨며 쥐어짜 내듯 외쳤다.


“이··· 이건··· 무위공이자나요!!!”


무위공(無爲空).


없을 무(無) 할 위(爲) 빌 공(空).


아무리 노력해도 내공이 모이지 않아, 무림에서는 삼재심법보다 못하다고 평가받는 최악의 무공.


대신 기를 느끼기에는 탁월한 효능이 있어, 대문파에서도 처음 제자를 들였을 때 기를 빨리 느끼게 하기 위해서 가르친다는 얘기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무공인지라, 기를 느낀다면 문파 내의 기초심법으로 바로 넘어가서 버려지는 무공이었다.


‘이걸로 무공을 전수하겠다고 꼬셨다고? 이런 시발놈이!!’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수십, 수백을 죽였을 정도로 강렬한 진덕의 눈빛을 받으면서도 관장은 뭐가 재밌는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맞다, 무위공. 그래도 제법 귀동냥은 했구나? 낄낄낄,”


사기당한 피해자들의 마음이 이러할까.


죽이고 싶은데 죽일 수도 없다.


보상이라도 받고 싶지만, 흘러가는 세월을 어찌 보상받으랴.


똥 밟았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그동안의 시간이 아까워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었다.


“하···. 엿같네 진짜··· 그딴 허접스레기 무공을 알려주겠다고 한 겁니까? 인성 참··· 그 동안 고맙긴 했수다.”


분노가 극에 달하자 오히려 허탈해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에 당해서 일 년 동안 고생한 자신이 한심해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착잡한 발걸음을 떼는 진덕에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얌마!! 일단 설명이나 듣고 나가던지 해라!!”


관장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듣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무런 반응도 없고 걸어가는 진덕에게 다급하게 달려와 붙잡고 억지로 마루에 앉혔다.


그러고 시작되는 지루한 설명.


자괴감에 빠져 들리지 않던 진덕이지만,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관장의 모습에 한 번 더 속는 셈으로 들어보기 시작했다.


“···라는거다. 이해했냐?”


“그러니까, 기를 단전에 모으는 게 아니라, 온몸에 모으는 거라고요?”


“그렇다니까. 대충 근섬유에 모은다고 생각하면 된다. 즉, 근육을 쓰며 사용하는 힘이 곧 기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솔직히 말하면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익혔기에 그럴 거라고 추측만 할 뿐이지.”


“그렇게 쉬운데 왜 대문파들은 왜 그걸 몰랐대요?”


‘온몸에 모으는 내공심법이라면 단전이 파괴당해 무공을 잃을 걱정도 없는데, 대문파가 이걸 몰랐다고? 그게 말이 되나?’


관장의 설명에도 의심을 거두지 않는 진덕이었다.


“왜 모르긴!! 그 새끼들이야 맨날 앉아서 졸기만 하니까 그렇지!!”


진덕의 당연한 의문에 발작하듯 흥분하는 관장.


“나무 그늘에 앉아서 멍때리는 새끼들이 그걸 알겠냐? 기를 느끼면 뭐 하냐? 단전에 쌓으려고 삽질이나 해대는데! 무위공의 효능을 알겠냐? 무위공은 동공이야. 육체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기를 느끼고 사용하는 거지. 의식적으로 단전에 있는 기운을 뽑아서 쓰는 게 아니라 힘을 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쓰는 거라고!!”


흥분해서 침까지 튀겨가며 설명하는 관장의 모습에 뭔가 이상하지만, 납득이 되는 진덕이었다.


“아니, 흥분하지 말고요. 대문파에서도 체력도 쌓고 그 뭐냐, 초식도 익히고 하잖아요? 그런데도 무위공의 효능을 모른다고요?”


“하, 체력? 걔네들이 어떻게 체력을 쌓는지는 아냐? 주구장창 마보만 한다 마보만. 그 상태로 백날 무위공 돌려봐라 제대로 된 무위공을 익힐 수 있나. 거기에 무위공을 익히는 건 이제 막 문파에 들어온 꼬맹이들이다. 문파에서 고르고 고른 자질 좋은 인재겠지만 그래봤자 병아리들이다. 자신이 무엇을 익히는 건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병아리들. 무위공을 느꼈다 하더라도 기를 느끼면 강제적으로 문파의 기초심법으로 넘어간다. 왜? 그게 선배들이 밟아온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길이니까.”


쉴 새 없이 움직이던 관장의 입술이 지쳤는지 잠시 닫혔다. 이내 물을 연거푸 들이켜고는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대문파에서는 무위공의 효능이 알려질 수가 없는 시스템이다. 차라리 중소 문파라면 몰라도. 아직도 무위공이 삼재심법보다도 못하다는 말이 돌아다니는 걸 보면, 제대로 된 무위공의 효능은 아무도 모른다고 봐야겠지.”


설득력이 있다. 뭔가 반박하고 싶긴 한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알고 보니 이 대머리 아니, 관장님이 은둔 고수인 거 아냐?


갑자기 존경심이 무럭무럭 샘솟는다.


이게 기연이로구나!!


몇 년 구르다가 절정고수가 돼서 무림에 나간다면···.


나 혼자만 강해져서 천하제일인?


re:제로부터 시작하는 무림 생활?


아무튼 미녀들 끼고 다니면서 이러쿵저러쿵도 하고, 천마도 몇 대 쥐어박아 때려잡고서 무림맹주도 하고.


캬~ 죽인다.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행복사하기 직전에 현실로 돌아와 반짝이는 눈동자로 관장을 바라본다.


“그럼, 이거 익히면 절정고수가 될 수 있어요?”


“절정고수?”


“네!! 절정고수요!!”


“절정고수되면 뭐 하게?”


“뭐하긴요!! 삼화나 삼봉 같은 미녀들 끼고 다니다 천마나 때려잡고 무림맹주 해야죠!!”


“꼴값떤다···.”


“네?”


작지만 나지막하게 말하는 관장의 목소리는 망상 속에서 헤엄치던 진덕을 깨우기에는 충분했다.


“꼴값 떤다고 이 새끼야!! 천마? 처어어어언마아아아~? 야 이 새끼야, 천마가 뉘 집 개 이름이냐? 너 같은 놈이 천마를 때려잡게? 하여튼 개나 소나 천마 잡는다고 깝죽대다가 대가리 날아가 봐야 정신 차리지. 넌 새끼야, 천마가 코 파다가 나온 코딱지에 맞아도 바로 저승행이야!!”


‘비교를 해도 더럽게 코딱지에 비교하냐···.’


멍청한 망상에 화가 치밀어 내뱉는 분노로 인해 민망해졌지만, 관장은 그런 진덕을 개의치 않고 끊임없이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뭐? 삼봉 삼화? 양심이 있으면 거울이나 봐라. 걔네들이 너를 쳐다나 볼 거 같냐? 생긴 건 비루먹은 망아지처럼 생긴 놈이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가지고. 어휴, 정신 나간 새끼. 이딴 새끼한테 전수해 준다고 고생하는 내가 불쌍하다 불쌍해.”


아니면 말지 겁나 뭐라 하네.


그래도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은 되는데.


대머리라 자격지심이 있는 건가.


딴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갈구며 귀를 울리는 통에 짜증이 솟구쳤다.


“아니, 그럼 어느 정도인데요!!”


“어느 정도긴 새끼야!! 잘해봐야 일류지!!”


대문파의 일대 제자급 또는 중소 문파의 장로급이 바로 일류다.


어디 가서도 무시당할 실력은 아니지만, 수없이 많은 문파들.


그중에서도 대문파의 일대 제자급이라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그리고 전쟁 시에는 추풍낙엽처럼 죽어버리는 이름 없는 엑스트라일 뿐이고.


‘그럼 그렇지···. 은둔고수는 개뿔···. 생긴 것부터 알아봤다.’


무럭무럭 샘솟던 존경심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말린 동태눈깔처럼 퀭해졌다.


“이놈 보게요? 일류 무시하냐? 어디 가서도 무시 안 당하는 게 일류야 임마.”


‘에휴 그래, 일류라도 그게 어디냐? 무협지에서 현경 화경만 나와서 그렇지, 일류고수만 되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겠지. 무림에 엮이지 않고 살면 되겠지 뭐.’


“휴~ 알겠어요. 쩝···. 얌전하게만 살면 일류라도 편안하게 먹고살 순 있겠죠. 그래서 뭐 어떻게 익혀야 하는 건데요?”


“어떻게 익히긴. 무위공만 수련하고 나머지는 반복이지.”


···어쩐지 재수가 없더라니.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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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4.09.18 12:43
    No. 1

    와 주인공... 입혀줘. 재워줘. 먹여줘 . 무공 가르쳐줘~
    환생자라는 이유하나로 모든것을 아낌없이 주는데 ;;;
    건필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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