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김에 무림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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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부
작품등록일 :
2024.09.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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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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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와아아-.


“야, 진덕아!! 구석에서 나와!! 돌아!! 돌아서 빠져나오라고!!


관장님의 외침이 들리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말이야 쉽지, 나보다 리치도 긴 상대에게 구석까지 몰렸는데 어떻게 빠져나가냐···.


퍽퍽퍽!!!


가드 위로 박히는 상대의 주먹을 버티기도 힘에 부친다.


‘씨발··· 못해먹겠네···.’


점점 내려가는 가드를 바라보는 관장의 마음만 더 급해질 뿐이다.


“진덕, 이 새끼야!! 붙어서 클린치를 하던가, 돌던가!!! 좀 빠져나오라고!!!”


절규와도 같은 관장님의 외침에 정신이 살짝 돌아왔다.


‘그래, 우선 붙어서 한숨 돌리자.’


스슥-


가볍게 내미는 잽이었지만, 멈춰있던 인간 샌드백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상대방의 공격이 조금 늦춰진다.


‘지금!’


한숨 돌리기 위해 클린치를 하려 상대방의 목을 감싸려는 순간, 아래에서 올라오는 상대 선수의 어퍼.


퍼억-.


‘하... 씨발...’


클린치를 잡으려고 하는 걸 눈치채고 있었던 건가.


정통으로 맞은 어퍼컷에 허공으로 날아가는 마우스피스가 보인다.


의지와는 관계없이 허물어져 버리는 하체, 이내 보이는 링바닥.


링바닥에 부딪힘과 동시에 정신을 잃었다.


* * *


짹짹짹-.


짹짹거리며 지저귀는 참새소리에 눈이 떠졌다.


“크으, 온몸이 쑤시네. 하루종일 기절한 건가?”


턱을 정통으로 맞고 나서 맥없이 쓰러졌던 장면이 떠올랐다.


‘어우, 관장님 헛바람에 괜히 나갔다가 죽을 뻔했네...’


영업직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보려 서른셋의 늦은 나이에 취미로 시작한 복싱이었지만,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실적만 얘기하며 쪼아대는 상사, 굽실거리는 자신을 향해 거들먹거리는 거래처 사장들을 생각하며 주먹을 휘두르면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체육관내 스파링에서도 곧잘 이길 수 있었다.하지만 관장님의 헛바람에 넘어가 도전한 대회의 벽은 높았다.


아마추어 대회라지만 일 년도 채 배우지 않은 햇병아리 진덕과는 급이 달랐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처음부터 수세에 몰리다 카운터 한 방에 끝나버렸다고 생각하니 허탈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까불지 말고 건강이나 챙기자. 까불지 말고···.’


마음을 추스르고, 힘겹게 상체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낯선 방이었다.


방 안에는 사극에서나 볼법한 탁자와 침대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근처 한약방으로 온 건가? 관장님은 어디 가셨지?’


일어나려고 몸에 힘을 주니 온몸의 관절에서 비명을 질렀다.


“크으, 얼마나 기절한 거야... 쪽팔려 죽겠네.”


마침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열 댓살 남짓의 소녀.


“아, 저기···.”


말을 거는 진덕을 본 소녀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붙잡을 새도 없이 이내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거 참, 말이라도 붙여주면 어디가 덧나나.”


비명을 지르는 몸을 일으켜 등을 기대앉아있는데, 다시 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어온 노인과 아까 그 소녀.


“자네, 괜찮은가? 송장 치루나 했더니 일어나서 다행이구만.”


에이 그 정도는 아닌데... 오버가 심하네.


근데 이 양반 옷이 왜 이래?


개량한복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희한하네.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죠?” 


“호산의 정가장(正家墻)이라고 한다네”


정가장? 한약방이름이 뭐 이래? 호산은 또 어디고?


“아, 네. 혹시 저희 관장님은 어디 계시는지···?”


“관장님? 아 혹시 옆 동네 체육관의 관장을 말하는 건가?”


옆 동네? 아 그래서 낯설었나 보다.


하긴 우리 동네에 이런 한약방이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야.


그런데 동네 주변에 호산이라는 데가 있었나?


당장 떠올린다고 떠오르는 것도 아니라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는 연락이 우선이지.


“네, 죄송한데 관장님께 전화 한 통 할 수 있을까요?”


“전화? 전화가 무엇인가?”


아···. 아재개그 쩌네. 이런 걸 맞춰주면 분명 계속 드립 친다.


무안할 정도로 단호하게 잘라야 안 하지.


“핸드폰 좀 빌려주시겠어요?”


“···한두포온? 그게 뭔가?”


슬슬 짜증 나네. 적당히 좀 하지.


“삐리리 하는 거 있자나요. 손에 들고 다니는 거.”


“음···. 방울을 말하는 겐가?”


짜증 섞인 눈빛을 보더니 정답이 아닌 걸 알았는지 중년인이 말을 이었다.


“아닌가 보구만. 나로서는 자네가 말하는 게 뭔지 모르겠으니 몸이 낫는 대로 관장에게 가보는 게 좋겠네. 자네 몸조리할 때까지는 돌봐줄 수 있으니 걱정 말고 푹 쉬도록 하게.”


“저···.”


정신없는 진덕을 배려해 자리를 피해 주는 노인을 보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그래, 우선 쉬자. 쉬고 나서 생각해 보자.


짜증이 난 진덕이 거칠게 자리에 드러누워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지 며칠이 지나자, 진덕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첫째로 서른세 살의 성인이 아니라, 열대여섯 살 남짓의 꼬맹이라는 거.


두 번째로는 며칠 전에 이 동네에 와 지나가던 왈패들과 시비가 붙어 죽도록 밟히고 있는 걸 정가장주가 발견하여 데리고 왔다는 것.


마지막으로 너무 자연스럽게 얘기가 통해서 몰랐지만,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 중국. 그것도 현재 중국이 아닌, 과거의 중국이라는 것이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소설을 많이 봐서 그런 걸까.


‘남들은 이세계로 가서 마법으로 용도 잡고 마왕도 잡고 하던데, 나는 왜 하필 중국으로 떨어지냐, 재수도 없지. 나도 엘프랑 연애라고 싶었는데···.’


여기가 무협지 속 무림이라면, 상황은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


남들은 환생해서 미리 기연도 알고, 최강의 무공도 알지만, 진덕에게는 쥐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머리를 쥐어 뜯어봐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도 권투 하던 가닥이 있으니 운동 좀 하면 삼류는 면하겠지?’


마루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던 중, 노인의 말이 들려왔다.


“자네, 몸이 생각보다 튼튼하구만? 며칠은 더 요양할 줄 알았더니 벌써 밖에까지 나오는 겐가? 허허허.”


정가장주 정효.


본래 고위 관리였으나 권력다툼에 밀려 반강제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낙향했다고 한다.


조그마한 장원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몇몇의 사람들만 거느리고 사는 것도 그런 상처 때문이겠지.


“생각보다 금방 좋아졌습니다. 내일쯤이면 다시 떠나볼까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은 힘들 터인데···. 갈 곳은 있나?”


사실 갈 곳은 없다. 하지만 몸도 좋아졌는데, 마냥 있기에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


어디 표국에 가서 쟁자수가 되든, 기루나 객잔에 가서 잡일꾼이 되든, 뭐라도 하면 먹고 살아남겠지.


“아직 갈 곳은 없습니다만···. 우선 표국에 가서 일을 구해볼까 합니다”


“음... 자네 옆 동네 체육관장과 아는 사이 아닌가? 표국보다는 관장을 만나보는 게 어떤가?”


아 잊고 있었다. 체육관 관장.


사실 아는 사이는 아니지, 내가 아는 관장님은 필승체육관장님이니까.


그런데 이름이 뭔가 이질적이다.


무협지에서 보면 청룡관, 백호문 뭐 이런 식인데 권투체육관(拳鬪體育館)?


거기에 관주(館主)가 아니라 관장(館長)이라고?


현대인인 나한테는 너무 익숙하지만, 이곳이 무림이라면 체육관은 너무나도 이질적인 이름이다.


‘급한 것도 없으니 한번 가보기나 하자. 어차피 표국도 옆 동네를 거쳐가야 하니 겸사겸사 들리는 게 좋겠지’


“잊고 있었군요. 우선 관장님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허허, 아닐세. 더 도와줄 게 없어서 그저 미안할 뿐일세.”


“아닙니다. 지금까지 챙겨주신 것만 해도 감사할 뿐입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우신 분.


이 분이 아니었다면, 깨어나지 못하고 저승으로 갔겠지.


······아니면 이세계에서 다시 깨어났으려나? 까비.




‘헉헉헉, 힘들어 죽겠네.’


옆 동네라고 해서 가까울 줄 알았는데, 여기 사람들은 현대인과는 기준이 다른 것이 분명했다.


걸어온 시간만 족히 서너 시간은 될 텐데 이게 옆 동네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출발할 때 막 떠오르던 해가 어느덧 머리 위에서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권투체육관(拳鬪體育關).


언제라도 곧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현판은 중국느낌 그대로지만, 적혀있는 건 동네에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이다.


어찌됐든 자신이 알고 있던 무협지에서의 그 느낌이 아닌 건 분명하다.


똑똑똑.


“계십니까!!”


···아무도 없나?


쾅쾅쾅!!


“아무도 없어요!!!!”


시끄럽게 문을 두들겼으니 사람이 있다면 알아챘을텐데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망했나···? 사람이 하나도 없네’


“에이 빌어먹을. 사람 궁금하게만 만들고, 아무것도 없네.”


등을 빌려 나가려는 순간 작지만 명확한 소리가 귀로 들려온다.


“뭐가 궁금한데?”


휙-.


소름이 돋아 급히 뒤를 돌아봤지만, 보이는 건 굳게 닫힌 대문과 너덜너덜하게 걸려있는 현판.


뒤돌기 전과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하게 들었다. 들었으면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


“아, 저 운동 좀 배워보려고 하는데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분명 뭔가 들었는데? 환청인가? 몸이 허해서 그런가?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끼이익.


오랫동안 제대로 연 적이 없었는지 대문이 비명을 지르며 열린다.


그리고 불쑥 튀어나오는 대머리.


“운동을 배우러 왔다고?”


대문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대머리가 묻는다. 아주 띠껍다는 표정으로.


얼굴이 불그스름한 게 술도 한 잔 걸친 거 같은데?


“예? 예.”


“왜?”


가관이다. 왜 배우러 왔냐니.


“그냥요.”


질문이 띠꺼우니 대답도 띠꺼울수밖에 없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해 보던 대머리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


“너 돈은 있냐?”


······씨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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