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김에 무림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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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부
작품등록일 :
2024.09.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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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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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너 돈은 있냐?”


······씨발?


있긴 있다.


정가장주께서 여비에 보태쓰라고 주셔서 넉넉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대놓고 물어보는 건 아니지 않나?


아니, 상담을 하고 금액이 얼마쯤이고 설명을 해줘야지 무턱대고 돈 있냐고?


아무리 내가 돈이 없어 보이는 꼬맹이라지만. 아오, 개빡치네.


“얼만데요?”


“······우선 들어와라.”


아니 이 양반이 진짜?


자기 할 말만 하고 쏙 들어가 버리는 대머리가 짜증 나지만, 아쉬운 놈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지.


“우선 앉아봐라. 상담 먼저 해야지.”


마루에 대충 걸터앉은 대머리를 마주하며 앉으니 태양권도 쓸 수 있을 거같이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머리, 주독이 올라 제철을 맞은 거 같은 딸기코, 지저분하게 자란 수염이 눈에 들어왔다.


겉보기에도 야매가 따로 없다. 하... 뭣 때문에 여길 왔을까...


"권투가 뭔지는 아냐?”


“주먹질 아닙니까? 갑자기 그건 왜···.”


“아니다 됐다. 그보다 권투를 배우러 왔다고?”


“예.”


“왜?”


“달리 갈 데도 없고, 할 것도 없고. 권투라도 배워서 표사나 하려고요.”


“표사?”


“네.”


“풉! 푸하하하하.”


잔뜩 침을 튀기며 웃는 대머리.


아 더러워 죽겠네.


한동안 집이 떠나가라 실컷 웃더니 이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실실 웃으며 되물어본다.


“너 표사가 뭐 하는 건지는 아냐?”


아 진짜 짜증 나네. 그냥 알려주면 되지 뭘 자꾸 물어봐. 표사가 호송경비원이지 뭐 별거냐?


“운반하는 물건 지키는 사람요.”


“그래, 지키는 사람이지. 표물을 운반하다 보면 산에는 산적, 강에는 수적, 바다에는 해적. 그뿐이랴? 각종 사파 새끼들도 만나지. 대부분 통행료로 좋게 좋게 넘어가지만 가끔씩 한탕 노리는 놈들은 통행료로 나발이고 싹 다 먹으려고 한단 말이지? 그럼 표사들이 처리해야 하는데...”


“고작 권투배워서 칼 든 놈을 이기겠냐구요?”


아 그놈의 대머리 혓바닥 더럽게 기네. 뒤에 무슨 말을 할지 뻔하니 자를 수밖에.


“그래, 여기가 무관이라고는 하지만, 생활체육 수준이다. 끽해야 뒷골목에서 목에 힘주고 다닐 정도지. 아무리 도적 놈들의 무공수준이 개판이라지만, 표사가 되겠다고? 낄낄낄. 고놈 참 꿈도 야무지다.”


기분 참 더럽네.


눈앞의 대머리한테 놀림 받는 건 문제가 아니다.


무공? 시부럴.


설마 설마 했지만 깨어난 곳이 진짜 무림일 줄이야···.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해 봤지만, 머리는 알고 있다.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정가장주는 이런 말 안 해줬는데···. 그 양반은 관리 출신이라 잘 모르는 건가?’


점소이는 취한 무림인에게 맞아 죽고, 쟁자수나 객잔 일꾼은 음모에 휘말려서 죽고, 어디 시골 화전민은 마교도로 몰려 죽고.


무공도 없으면서 무림에서 일하는 일반인들은 눈에 거슬리면 사라지는 엑스트라일 뿐이다.


주인공 잘 만나 인생 피는 인간들도 있지만, 그건 잘 사는 상단주나 객잔 주인같이 돈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살 뿐이다.


‘시부럴!! 남들은 잘만 전생해서 기연 만나, 미녀 만나, 흘러가다 보면 천하제일인이 되는데, 왜 내 인생은 이 모양 이 꼴이냐고!!!’


화가 나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어 하늘을 올려보는데, 먹구름 가득한 진덕의 마음과는 달리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하다.


당황스럽기는 대머리도 마찬가지.


꼬맹이가 뭘 모르는 거 같아서 현실을 알려주려 강하게 얘기하니, 반응이 영 이상하다.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충격 먹었나···?’


뭔가 위로를 해줘야 할 거 같은데, 마땅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가만히 두어서는 정신을 못 차릴 거 같아 흔들어 깨우려는데 진덕의 입술이 움직였다.


“인생 개 같이 꼬였네···. 플랜 비도 없는데···.”


‘!!!’


“···야.”


“······”


“야, 꼬맹아!!!”


아오 깜짝이야. 이 양반이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큰소리에 놀란 진덕이 짜증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대머리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왜 그러지?


“왜요?”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방금? 뭐라고 했더라?


“······인생 개 같이 꼬였다고요?”


“아니, 그거 말고 그 뒤에 말.”


하 씨, 꼰대들은 꼭 되묻더라. 분명 들었을 거면서.


뭐라고 했지? 인생이 개 같이 꼬였네 그다음이···.


“아!! 플랜 ㅂ···."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이내 말을 흐렸다.


‘여기서 쓰면 안 되는 말인가? 아니면 영어니까 색목인이 쓰는 말이라? 설마 마교도로 몰리는 거 아냐? 시부럴 아니겠지?’


진덕이 말을 흐리자 대머리가 얼굴을 들이밀며 심문하듯 되묻는다.


“너 방금 플랜 비라고 했지?”


“아, 아뇨,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그게 뭐예요?”


억지로 미소를 띄우며 말하지만, 진덕의 얼굴은 누가 봐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굳어졌다.


‘전생하자마자 마교도로 몰려서 쓱싹 당한다고? 그럼 너무 비참하잖아!! 그냥 모른 척 넘어가다오. 제발···.’


“지랄. 플랜 비라··· 너 혹시 환생했냐?”


!!!


대머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금붕어처럼 뻐끔거리기만 했다.


‘이 양반이 지금 무슨 말을 한거야? 환생?’


“···환생요? 그게 뭔데요?”


태연한 척 가장하고 있지만,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진덕을 보며 대머리는 확신했다.


“맞네, 맞아. 모르는 척하기는. 너 혹시 한국인이냐?”


한국이라··· 이 양반 멍청하게 생겨서는 눈치가 보통이 아니다.


지금이 정확히 어느 시대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한국은 고려나 조선으로 불리고 있겠지. 그 전이라면 신라거나.


확실한 건 한국이라는 국호(國號)를 쓰진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을 말한다는 것은 이 양반도 나랑 같은 처지의 사람이라는 거다.


오케이, 추리 완료.


‘휴우... 마교도로 몰려 죽는 줄 알았네.’


“어··· 네. 한국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 나도 한국인이거든!! 환생자를 만나다니 기가 막힌 우연이구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좋아하는 대머리.


당신이 체육관 이름을 그렇게 해놓았으니 호기심에 찾아온 거지 우연은 니미.


“뭐, 그렇네요. 아하하, 반갑습니다.”


환생자를 만나다니.


대머리의 말을 전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주어진 선택지가 없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받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가능성이 높았다.


“못 믿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해서 몇 가지 좀 물어보자. 서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냐?”


그래, 차라리 이게 편하다.


한국을 알긴 하지만 여기서는 다른 의미일 수도 있고, 확인을 해보는 게 서로에게도 좋겠지.


“네, 물어보세요.”


“한국이 월드컵 우승한 게 언제냐?”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이천이년에 사강 진출한 게 최고성적인데 우승이라뇨.”


어이없어하며 말하는 진덕의 모습에 대머리가 웃음을 터트렸다.


“낄낄낄. 그렇지. 한국이 우승한 적 없지. 환생한 게 확실하구만?”


아, 찍기라도 할까 봐 그런 건가. 하긴 언제를 말해도 오답 뿐일 테니.


무식하게 생겨서는 제법 머리가 돌아간다. 대머리라 햇빛을 많이 받아서 두뇌가 활성화 된 건가?


“말했다시피 나도 환생자다. 보아하니 이곳엔 아는 게 별로 없어 보이는데, 환생한 지 얼마 안 된 거 같구만?”


생각을 정리한 진덕이 자신의 솔직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깨어난 지는 며칠 안 됐습니다. 깨어나서 우연히 관장님 얘기를 듣게 되어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체육관에 오기까지를 과정을 설명하고는 닫혀있는 대머리의 입술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음···. 그러니까 복싱대회 나갔다가 기절했더니 여기에 왔다?”


와, 나름 충격적인 과거인데 그걸 한 줄로 요약을 해버리네.


“예.”


“그래서 여기 와서 다시 권투를 배워서 표사해서 먹고 살려고?”


“여기가 무림인줄은 몰랐죠. 설마 설마 했는데···. 뭐 안 되면 노가다라도 뛰어야 하지 않겠어요?”


의욕 없이 말하는 진덕을 보며 대머리가 씨익 웃었다.


“나를 찾아온 게 행운인 줄 알아. 환생자가 아니었으면 생활체육 정도로만 가르쳤겠지만, 네놈한테는 무공을 알려줄 테니깐.”


“무공을 알려준다고요?”


“그래, 고마운 줄 알아라. 환생자니까 이런 기여···.”


“왜요?”


기연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너무나 좋게만 흘러가는 상황에 오히려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무공을 알려준다고? 가족에게도 쉽사리 전수하지 않는 게 무공인데, 단지 환생자라는 이유만으로?’


말을 끊고 불신의 눈빛으로 대답을 재촉하는 진덕의 눈빛에 대머리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무공을 알려주는 이유라... 그건 네놈이 환생자고 권투를 조금이나마 배웠기 때문이지. 너라면 무공을 전부 전수받을 수 있을 테니까. 죽고 나면 잊혀질 무공인데 너로 인해 이어진다면 그것 또한 좋겠지.”


회한이 어린 표정으로 말하는 대머리의 모습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 됐든 너에겐 좋은 기회 아니냐? 너도 배워봤으니 제대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있을 테고. 정 마음에 안 들면 떠나면 되지. 우선은 배워봐라. 못해도 신체 단련은 될 테니 나중에 다른 일을 하기에도 좋지 않겠냐?”


“...뭐, 그렇긴 하죠.”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진덕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단지, 너무 순조로워서 의구심이 들었을 뿐.


‘그래, 배우다 이상하면 도망가면 되지. 어차피 할 것도 없잖아?’


잠시 고민하던 진덕의 입에서 원하는 대답이 나왔다.


“알겠어요. 한번 배워보죠.”


진덕의 대답에 대머리가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잘 생각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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