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마스터의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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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
작품등록일 :
2024.09.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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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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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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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001화






죽을 것이라고.

카일은 생각했다.


각색의 빛을 내리쬐는 스테인드글라스 아래로.

마왕은, 마왕이었던 것은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가 통솔했던 마족들이 맞이한 최후처럼.


[···훌륭하군.]


마치 머리에 직접 때리는 듯한 목소리에 카일이 인상을 찌푸렸다.

며칠을 싸우며 지겹도록 들은 소리였지만, 전혀 적응되지 않았다.


“지랄. 빨리 사라지기나 해.”

[그간 쌓인 정이 있는데, 너무 매몰찬 것 아닌가?]


반쯤 사라진 얼굴이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뭐가 저리 즐거운 건지.

죽어가는 상황마저 놈에겐 쾌락인 듯했다.


“잔말 말고, 지옥에나 떨어져.”

[있다면 말이지.]


이제는 입마저 전부 사라졌는데, 여전히 불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난 운명이란 걸 믿어서 말이야. 지금은 이리 사라져도, 언젠가 다시 만날 것 같군.]

“너 같은 말종이 뱉을 만한 감상이 아닌 것 같은데.”

[하하, 그런가.]


쾌활한 웃음이 터졌다.


[본좌는 즐거웠다. 검이든 창이든, 마법이라는 너희 인간의 잔재주든 전부 다루는 네가 마지막이라서 말이다.]


마지막 한 톨까지.

가루가 되어 사라지던 마왕의 유언이 들렸다.


[또 보자고.]


그를 끝으로.

마왕성에 침묵이 드리웠다.


“······.”


카일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았다.

왼손으로 오른 어깨를 잡아보려던 그는, 있어야 할 신체 부위 대신 손에 피만 적신 뒤 숨을 몰아쉬었다.


성한 곳이 없다.

팔이든, 다리든, 복부든.

당장 쓰러져 호흡이 끊겨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는 중이었다.


‘이 새끼와 같은 곳에서 죽을 수는 없지.’


마왕의 최후를 확인하는 것.

대륙의 영웅으로서 역할을 다한 그는 뒤를 돌아 몸을 질질 끌다시피 성문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여러 꽃으로 이루어진 정원을 가꾸는 게 꿈이야.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건, 결코 평범한 게 아니거든.


아이린의 지팡이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그녀의 시체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단말마를 끝으로, 영원히 추억에 잠겼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대륙을 위해 마족의 목숨을 훔치는 것 또한 정의로운 도둑질이 아니겠나?


힘없는 발길질에 차인, 푸르스름한 펜던트가 시야에 잡혔다.

정의를 추구하던 도적, 캐네스가 걸고 다녔던 것.

당장 주워 그가 속했던 길드에 보내고 싶었지만, 허리를 굽힐 힘도 없었다.


-인생이란 술과 도박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한데, 가끔 이런 사소함이 가미되는 것도 좋겠죠.


성문 쪽에서 불어온 바람에 종이 하나가 흩날렸다.

에드워드가 항상 들고 다녔던 교단의 책에서 찢겨 나온 것일 터.

거의 내쫓기다시피 여정에 합류한 그는 동료들로 인해 사소한 행복을 깨달았다고 했다.


“하아···, 하아···.”


점차 가늘어지는 숨을 억지로 몰아쉬며 카일은 성문에 다다랐다.

마왕과의 전투에서 열리기라도 한 건지, 다행히 닫힌 문에 좌절해 죽음을 맞이할 일은 없었다.


“아.”


이내 밖으로 나온 카일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황혼.

주홍빛의 물결이 저편에서부터 세상을 적셔오고 있었다.

어둠에 휩싸여 있던 성 내부와는 달리, 대륙은 새로운 희망에 물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일은 벅차오르는 이 감정이 무엇 때문인 건지 알 수 없었다.


“아이린.”


성벽에 기댄 체 털썩 주저앉은 카일이 혼잣말을 읊었다.


“캐네스, 에드워드···.”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답하는 이가 없었다.

분명 지금까지는 어떤 반응이 나왔었는데.

들려오는 건 바람 소리와 그를 타고 전해져 오는 새의 지저귐뿐이었다.


-마왕과 함께 동귀어진한다면,


언젠가 모닥불에 의지한 채 잡담을 나누었을 때.

그런 얘기가 오간 적이 있었다.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까.


피가 돌지 않아서 머리가 굳은 건지.

아니면 너무 오래전이라서 그런 건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만족할 거라는 결론이 났던 것 같았다.


네 명은 대륙의 영웅이었으니까.


“···만족은 개뿔.”


카일이 헛웃음을 뱉었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몸은 고장 나 있었다.

이젠 아예 망막에 무언가를 씌운 듯, 시야도 흐려지고 있었으니.


‘남는 게 뭐가 있다고.’


대륙에 평화가 깃든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목숨을 바쳐 마왕을 쓰러뜨린 동료의 넋을 위로할 수도, 죽어가는 자신의 시신을 수습해줄 사람도 없었다.


결국 네 영웅은 죽는다.

역사에는 적히겠지만.

피부에 닿는 햇볕을 느끼고, 바람의 냄새를 맡고, 세상의 고요를 듣는 감각은 사라지는 것이다.


어쩌면 영웅이라는 게.

일종의 저주는 아닐까 하며.


카일은 무거운 눈을 감았다.




*



따르르르르릉―


갑작스레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소리가 들렸다.

이에 눈을 번쩍 뜬 남성은 그대로 천장을 뚫어지게 보더니, 오만상을 찌푸리며 팔을 뻗었다.


턱.


신경질적으로 손바닥이 내리치자, 알람 시계는 다시 침묵을 고수했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믿음직한 녀석이었지만, 달콤한 잠에서 깨어나는 건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흐아아아암···.”


길게 하품을 뿜은 남성, 하선우가 기지개를 켰다.

딱히 일을 다니고 있지는 않지만,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건 그의 고집이자 버릇이었다.


‘또 이 꿈이네.’


상체를 일으킨 뒤 눈을 비비적거리던 선우가 숨을 푹 내쉬었다.

영웅으로서의 마지막.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즈음부터 서서히 떠오른 전생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질어져만 갔다.


물론 전생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한창 소설 같은 허구의 이야기에 매몰됐을 때 다들 겪는 것처럼, 그저 유치한 상상일 확률이 높으니.

하지만 그렇기에는 머리가 커질수록 점점 더 선명해졌기에, 선우는 전생이라고 치부하기에 이르렀다.


덜컥.


침대에서 나와 간단하게 몸을 푼 선우는 세수하기 위해 거실로 나왔다가, 식탁 위에 놓인 편지를 발견했다.


-반찬 만들어놨으니 챙겨 먹으렴. 그리고 이번 주 주말에 같이 테니스장 가는 거, 알지?


언제나처럼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주시고 집을 나선 부모님.

이에 선우가 두 손을 공손히 모았다.


“잘 먹겠습니다.”


그러고는 재차 화장실로 몸을 돌려, 차가운 물로 정신을 깨웠다.


그래도 영웅으로서 대륙을 귀한 보상을 받은 걸까.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난 선우는 요즘 말로 간단히 말해 금수저였다.

그에 더해 단순히 돈만 많은 게 아니라, 부모님은 자식에게 어떠한 것도 바라지 않으셨다.


-고생은 우리가 다 했으니까, 넌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거라. 나쁜 짓만 말고.


공장만 다섯 개를 운영하는 아버지께서 주기적으로 하시는 말씀이었다.

어려서부터 강제로 책상에 앉히는 일도, 훈계를 위해 매를 드는 일도 없었다.

물론 학생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성적 상위권을 유지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작은 사고에 연루된 적도 없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었지만.


일단 선우의 두 번째 삶은 그야말로 행복만 가득했다.


“그럼 뭘 할까.”


냉장고에서 잘라놓은 사과를 꺼낸 뒤.

제 방으로 복귀한 선우가 엄지로 컴퓨터 전원을 켰다.


그의 나이, 27.

전역한 친구들이 각자 진로를 정해갈 때, 선우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등을 떠밀리다시피 전장에 나선 전생의 기억 때문일까.

좀처럼 제 의지로 하고 싶은걸, 해야 할 걸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선우에게 유일한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건 게임 방송 시청.

마우스 커서가 ‘한량TV’의 프로필을 클릭했다.


“오, 어제 영상 바로 올라왔네?”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게 컨텐츠인 방송인.

선한 얼굴을 한 중년 남성의 다시 보기에는 금일 새벽에 했던 방송이 업로드되어 있었다.


선우도 방송해볼까 했던 적이 있었다.

한때 게임에 미쳐 있던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열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발걸음 하나, 손짓 하나에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지냈던 과거.

반사신경은 인간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해졌고, 그 감각은 다시 태어난 지금도 유효했다.


손만 댔다 하면 랭커.

FPS든 AOS든, 하물며 MMORPG까지 섭렵한 이후에는 흥미가 급감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매번 반복되는 장소와 활동에 지치는 것이었다.

그나마 최근 사회에 보급되는 캡슐로 가상현실 게임이 대두되고 있긴 하지만,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다.


딸깍.


방금 선우가 영상을 클릭한 것처럼.

손가락 움직임 한 번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직접 플레이하는 것과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은 이편이 더 효율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방송한다는 건, 솔직히 자신 없었다.

시청자를 즐겁게 하려면 방송인부터 게임을 즐겨야 하니까.


[오늘 할 게임은 로열 에픽인데요. 그동안 목 빠지게 기다렸던 게임, 기억하시죠?]


한량이 운을 띄우자, 만 명이 넘는 시청자의 채팅이 주르륵 올라갔다.


-이게 드디어 나오네

-쓰읍, 캡슐 사려면 월급 세 번은 더 받아야 하는데

-ㅋㅋㅋ 기존 거 말고 새로 사시라잖아

-방장님은 캡슐 설치 다 끝냈나요?

-오늘 켠왕 맞냐


역류하는 폭포처럼 올라가는 채팅에 한량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 일단 설치는 낮에 다 끝냈고요. 뭐, 금액은 홈페이지에 적혀 있던 그대롭니다. 많이 비싸죠? 그래도 전 여러분한테 보여드려야 하니까···.]


빠르게 답해주는 한량에 선우가 달력을 살폈다.

9월 중순.

뭔가 이쯤 큰 게 온다고 했던 것 같긴 했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런 선우의 감상과 다르게, 가상현실 게임의 퀄리티는 대단했다.

말 그대로 현실과 다를 게 없다는 평이 대부분.

국가와 기업에서 캡슐 검수도 확실히 하는지, 지금까지는 사고가 일어난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선우의 식어버린 흥미를 다시 불태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 일단 다들 기다리는 것 같으니까, 캡슐 들어가서 방송 다시 켤게요. 아, 커마는 끝내놨습니다. 또 그걸로 두 시간 세 시간 잡아먹으면 채팅창 불탈 게 뻔하니.]


그 말을 끝으로, 영상이 암전됐다.

아마도 방장이 캡슐에서 게임에 들어서고 있을 시간.

포크로 찍은 사과를 베어문 선우가 오른쪽 방향키를 세 번 정도 누르자, 새로운 장면이 화면에 가득 담겼다.


[다들 보이세요? 아, 아. 연결 잘 됐나?]


한적한 들판.

저편에 꽤 규모가 있는 중세 마을을 배경으로 둔 젊은 남성이 화면을 이리저리 쳐다보고 있었다.


-보여요

-얼마만의 중세 판타지냐

-난 안 보이는데

-보인다는 놈들 낚시냐?

-안 보인다는 사람들 새로고침 누르셈

-아니, 커마 해왔다더니 잘생기게 만든 거 양심 ㅇㄷ?

-게임 때깔 쥐기네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며 선우가 풋 웃었다.

확실히 방장도 방장이지만, 방송의 묘미는 채팅창이었다.

다시 보기여서 채팅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보여? 보여요? 다행이네, 시간 안 뺏겨서. 그리고 커마 말씀하시는데, 이거 그거예요, 프리셋. 만약 진심으로 했으면 방송 시간 못 맞췄다니까.]


입담으로 간단하게 상황을 정리한 한량이 주변을 둘러봤다.


[일단 여기가 스타트 지점이거든요? 저기, 저 마을이 시작하는 곳 같은데. 잠깐만요.]


이내 그가 허공에 손짓하자, 푸른 창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걸 한동안 조작하던 한량은 기다리는 채팅창이 점차 과열될 즈음에 입을 열었다.


[아, 찾았다. 인터페이스 왜 이렇게 복잡하냐? 배려가 없어, 배려가.]


푸념에 채팅창 반응은 차가웠다.


-늙어서 눈이 안 보이는 거 아님?

-틀

-10년 전 한량이었으면 벌써 상태창 다 파악하고 보스 잡으러 갔다

-팩트는 10년 더 젊었어도 똑같았을 거란 거임


공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채팅에 선우가 끅끅대며 웃었다.

그리고선 포크로 찍은 사과를 입에 가져갈 때,


[저 마을 이름이 블레드인데, 저기로 먼저 이동해볼게요.]


자세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뭐?’


블레드.

절대 잊을 수 없는 지명.


전생의 자신이 태어났던 고향과 똑같은 이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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