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마스터의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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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
작품등록일 :
2024.09.10 12:15
최근연재일 :
2024.09.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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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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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004화






“말해준 것들, 기억하지?”

“몇 번이나 묻냐.”


다음 날 아침.

직장 대신 선우의 집으로 출근한 현성이 캡슐을 툭툭 두드렸다.


“모르는 거 있으면 어제처럼 허공에 대고 물어. 오늘 로그아웃할 때까진 여기서 보고 있을 거니까.”

“방송으로?”

“말했잖아, 이렇게는 대화밖에 못 나눈다고.”


대강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선우가 캡슐에 들어섰다.

문이 닫히기 전, 현성이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플랫폼 아이디는 캡슐에 등록해놨으니까, 들어가서 방송 버튼만 눌러.”

“땡큐.”

“인터페이스 보면 있을 거야. 그리고 홍보는 오늘 방송 끝마치고 회사에서 여러 가지 파악하···, 야, 야!”


길어지는 말을 무시한 채, 선우가 캡슐을 닫았다.

홍보나 편집 같은 건 알아서 해줄 테니, 들어봤자 시간 낭비였다.


“자, 들어가 볼까.”


이내 깜깜해진 캡슐 안에서.

길게 심호흡한 선우가 전원 버튼을 눌렀다.


『하선우, 당신을 새로운 현실로 초대합니다.』


어제와 같은 알림창과 함께 약간의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이어서 눈앞에 펼쳐진 캡슐 로비.

지금은 텅 빈 방이지만, 현성의 말을 들어보면 개인 공간처럼 꾸밀 수 있다고 했다.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건 나중에 하자, 나중에.’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로열 에픽을 터치한 선우가 꾹 눈을 감았다.

이어서 느껴지는 똑같은 감각.

빙글빙글 도는 듯한 정신을 부여잡은 그는,


『로열 에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안내문과 함께 눈을 떴다.


“후우.”


접속을 확인한 카일이 짧은 한숨을 뱉었다.

서 있는 곳은 블레드 마을 입구.

분명 자신의 동상 앞에서 로그아웃했던 것 같은데, 달리 뭔가 지정하지 않으면 여기가 세이브 포인트인 듯했다.


‘하긴, 로그아웃한 장소에서 그대로 접속할 수 있으면 악용할 수도 있으니까.’


새벽에 가게를 털거나 중요 시설에 잠입하는 등.

당장 떠오르는 것들만 따져도 지정된 장소에서 접속되는 게 맞았다.


“아, 아.”


주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기에, 마을 밖으로 나온 카일이 목을 다듬었다.

아무래도 첫 스트리밍이기에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신인이기에 시청자는 적을 테니, 그나마 부담은 덜했다.


“이건가.”


손을 내저어 시스템창을 띄운 카일이 재생 아이콘 같은 걸 터치했다.

그러자 송출 화면과 채팅창을 포함한 대시보드가 따로 허공에 생성됐다.


“오.”


이렇게 간단히 되는 거라니.

새로운 문물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침음을 흘리며 대시보드를 살피던 카일의 시야에 방송하기 버튼이 들어왔다.


‘누르면 바로 시작인가.’


누르기 전에 다시 한번 체크.

카메라도 알아서 잡아주는지, 다섯 개의 구도로 몸 상태를 확인한 카일은,


‘가자.’


조심스럽게 방송하기 버튼을 눌렀다.


“······.”


그로부터 5분 정도.

인내심 있게 기다려도 시청자는 단 한 명이었다.

카일이라는 닉네임 옆에 왕관 아이콘이 붙은.


“뭐, 이게 당연한 거겠지.”


그리 혼잣말하던 카일은 순간 어깨를 움츠렸다.


[방송 켰네?]

“···깜짝이야. 말하기 전에 신호 좀 보내라.”

[어차피 이것만 말하고 관여 안 할 거야. 시청자들은 누가 끼어드는 거 싫어하니까.]


그것도 그랬다.

시청자에게 방송은 스트리머와의 소통 창구.

그 관계에 타인이 끼어드는 것에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지금 카테고리가 채팅이거든? 이거 바꿔야 해.]

“어디서 바꾸는데.”

[대시보드 보면 있을 거야. 로열 에픽 검색해서 바꾸면 돼. 나 그럼 이제 입 다문다.]


수긍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 카일이 대시보드를 살폈다.

어차피 친구 놈은 방송 화면으로 보고 있을 테니, 정 헤매면 채팅으로 알려줄 터.


‘이거구나.’


그래도 수많은 게임에서 랭커였던 몸.

이런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로얄···, 에픽.’


익숙지 않은 가상 키보드로 알파벳을 하나하나 누른 카일이 엔터를 눌렀다.

이로써 방송 준비는 끝.

남은 건 시청자라고는 친구밖에 없는 방송에서 혼자 뭘 할지 고민하는 것뿐이었다.

준비해뒀던 건 사람이 많이 모였을 때 시도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카일의 걱정도 무색하게,


-뭐야, 뉴비임?

-들어본 적 없는 스트리먼데

-ㅎㅇ

-와, 게임 하나 하려고 신상 캡슐 산 흑우가 또 있네

-오늘 방송 첨인가요


급격하게 올라가는 시청자 수와 함께 채팅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왜 갑자기 사람이···.”


-지금 여기 어디지? 블레드 마을?

-1일 차면 가르치는 맛이 있겠네

-스포 ㄴㄴ

-게임 해보지도 않고 타스 방송 본 놈들은 입 털지 마라

-지도 똑같으면서 ㅋㅋ


1이었던 숫자가 백을 너머, 이제는 천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 몰려드는 건가.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카일의 뇌리가 번뜩였다.


카테고리.

국내에서 가장 큰 방송 플랫폼일지라도, 신규 게임 하나를 위해 오천만 원을 태우는 방송인은 적었다.

로열 에픽이 돌아가는 건 신상 캡슐밖에 없으니.

마음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간을 보다가 구매하든가 할 터였다.


희소성.

그 때문이었다.


-멍때리지 말고 뭐라도 말 좀 해라

-아예 방송 처음 하나 본데?

-엥? 신입이 첫 게임으로 로열 에픽을 한다고?

-새끼 돈 오지게 많나 보네 ㅋㅋㅋ

-응 방송 망하면 중고로 팔면 돼~


조금이라도 굳어 있자, 민심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도파민을 위해 방송을 클릭한 것.

지루함은 그야말로 대역죄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제가 오늘 방송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네요.”


-말할 줄 아네? 성대에 밴 먹은 줄

-혹시 지금 진행 어디임?

-성대 밴은 나가랔ㅋㅋㅋㅋㅋ

-블레드 마을이면 극초반 아님?

-방장아, 일단 슬라임부터 잡자

-사냥보다 채집이 렙업 빠른데 무슨 소리냐


지금껏 많은 방송을 보았던 카일은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다.

역시 시청자들은 자기 할 말만 한다고.


“일단 오신 분들은 팔로우 한 번씩 눌러주시고요, 슬슬 진행하도록 할게요.”


어디선가 자주 들었던 멘트를 친 카일이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곳은 야생.

빠르게 저들이 원하는 걸 파악한 뒤, 판단을 내려야 했다.


“혹시 다른 방송 보고 오신 분들 있으신가요?”


-저요

-손

-여기 다 그럴걸요

-벌써 훈수 받는 거임? 끈기 쥰내 없네

-일단 채집부터 하라고 렙업 가장 빠르니까

-저 채집무새 밴 좀 때려라


대강 다들 로열 에픽 방송을 본듯하니, 카일은 바로 작전에 돌입했다.


“제가 가상현실 게임도 아예 처음 하는 거라서, 대부분 처음에는 뭐부터 하죠?”


-퀘스트 받으셈

-여관이나 마을 안내판에 의뢰 달아놔요

-꼭 채집 퀘스트 받아라

-사냥퀘 받으면 무기 지원해 줄 거임

-ㅇㅇ 이 겜도 지원 시스템 있더라


‘이야, 편하네.’


훌쩍훌쩍 올라오는 채팅에 카일은 감탄했다.

한마디만 물어도 이렇게 정보가 터져 나오다니.

어째서 스트리머들이 항상 앞질러 가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럼, 일단 여관부터 둘러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




후웅-


이가 너덜너덜한 롱소드가 사선을 그었다.

이에 슬라임이 나가떨어지더니, 조그마한 젤리를 남기고는 사라졌다.


『말랑한 액체』


세 번째 눈으로 보이는 정보.

자세한 것까지 파악하려면 특성을 올리거나 해야 할 터였다.


‘그나저나, 진짜네.’


여관에서 NPC에게 들은 바로, 마왕이 격퇴된 뒤 이상 현상이 생겨났다고 했다.

게이트라는 게 곳곳에서 생기고, 거기서 몬스터가 나온다는.

전생에는 끽해야 동물이 변이를 일으킨 마물뿐이었는데, 이런 게임적 요소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얘 왜 슬라임 잘 잡음?

-칼 들고 저걸 못 잡으면 사람새끼냐

-가상현실 게임 처음이라는데 재능충이지

-ㄹㅇ 대부분 첫 경험이면 허우적대다 죽음

-첫 경험이라는 고급진 표현은 삼가주세요


고작 슬라임을 잡은 것만으로도 채팅창에 칭찬이 가득했다.

물론 별거 아니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그 정도인가?’


카일이 느끼기에는 후자였다.

영웅으로 불렸을 적에 맞섰던 마물들에 비하면 어린애들 장난 수준.

솔직히 주먹으로도 쉽게 잡을 자신 있었다.


‘···계획을 당길까.’


벌써 800이라는 숫자가 찍힌 시청자 수.

플레이하는 게임 자체가 홍보나 다름없었기에, 성장세가 워낙 빨랐다.

이 정도라면 계획했던 걸 실행하기에 적절할 터.


“이거 몇 개 모아오라고 했죠?”


-열 개요

-스무 개 아님?

-낚시 ㄴ


답을 얻은 카일이 여관에서 롱소드와 함께 받은 주머니를 살폈다.

아홉 개의 액체.

금방이라도 섞일 것 같으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각각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 한 마리 더 잡고 빠르게 진행할게요.”


-빠르게?

-어차피 선발대들 죄다 마을에서 하루 이상은 보냈음

-걔넨 미리 팀 짜고 모여서 한 거니까, 방장은 최소 이틀 잡아야지


“아뇨, 괜찮아요.”


속속히 나오는 훈수에 카일이 머리를 저었다.


“가볼 곳이 있거든요. 퀘스트는 이것까지만 할게요.”


덤덤하게 말한 카일이 롱소드를 꽉 쥐었다.

앞에 열린 게이트에서 떨어진 슬라임.

놈이 주변을 둘러볼 틈도 주지 않은 채,


서걱-


재빨리 접근한 카일이 검을 내리찍었다.


-시간 버리지 말고 퀘나 깨지

-근데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네

-칼 내리찍는 게 뭐 대단하다고 ㅋㅋㅋ

-약간 고인물 무빙이 있는 것 같기도 함


고인물 무빙이 대체 뭔지.

전생의 감각대로 움직일 뿐인 카일은 마저 액체를 주운 뒤 주머니에 넣었다.


“돌아갑시다.”


퀘스트 완료 조건을 달성한 카일이 마을로 향했다.

퀘스트라고 해봤자, 그냥 부탁한 걸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따로 창이 있거나 하지 않은, 평범한 의뢰.

그럼에도 유저들은 익숙한 게임 표현을 사용했다.


그렇게 조금 걸어 마을에 복귀한 카일은 곧바로 여관으로 발을 옮겼다.

그간 유입이 있었는지, 마을 풍경을 유심이 둘러보는 사람이 보이기도 했다.


끼익-


마을의 규모에 맞게 아담한 여관.

‘황금빛 들판’의 문을 연 카일이 내부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 아, 모험가님이시군요.”


카일에겐 익숙한 곳이었다.

전생에도 자주 들렸으니.

마을을 경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는 이백 년이 넘어도 그대로였다.


단 하나, 주인장이 대머리 아저씨로 바뀌었다는 것 빼고.


“슬라임 액체, 가져왔어요.”

“호오, 엄청 빠르신데요?”


주머니를 건네받은 여관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열 마리, 확인했습니다.”


곧 서랍을 뒤진 그는 의뢰비로 걸었던 동전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10코퍼입니다.”


동화 열 닢.

따로 모험가를 위한 화폐 단위가 있는 건지, 카일은 코퍼라는 말이 생소하기만 했다.


솔직히 게임으로만 보면 낯선 건 아니었다.


금화는 골드.

은화는 실버.

주인장이 테이블에 올린 동화는 코퍼.


하지만 본래 대륙 주민이었던 카일이었기에, 동화라는 표현이 더 익숙할 뿐이었다.


“아뇨, 괜찮아요.”

“예? 보수를 안 받으시겠다고요?”

“그건 아니고, 혹시 동전 대신,”


카일이 옆에 세워둔 롱소드를 톡톡 건드렸다.


“이걸로 받을 수 있을까요?”

“으음···.”


여관 주인이 당황한 듯한 얼굴로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당황한 건 그만이 아니었다.


-차라리 돈 좀 더 모아서 새 걸로 사셈

-다음 마을에 대장간 있을 텐데?

-중고를, 그것도 다 망가져 가는 걸 보수로 왜 받아


한순간에 불붙은 채팅창.

카일은 일부러 외면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10코퍼 대신 그 검을 드리는 건 양심에 찔립니다. 마을을 경유하는 용병들이 버려두고 간 것 중 하나거든요.”

“아니면 잔금을 치러주시던가요.”

“잔금이라 해도, 남이 버린 것에 가치를 매기기엔···.”


얘기가 길어질 것 같자, 카일이 테이블 위의 동화 중 다섯 닢을 챙겼다.


“5코퍼, 이 정도로 합의합시다.”

“···그러시지요.”


지금 난리 난 채팅창처럼 손해라고?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득 볼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쪽에서 금화를 줘도 모자랄 터였다.


“아, 그리고 여쭤볼 게 있는데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서기 전.

카일은 대시보드를 열어 송출 마이크를 껐다.


-아니, 방장 뭐함?

-여관 주인이랑 은밀한 거래라도 하나

-대머리 취향, 메모

-이 새끼 진짜 감 다 뒤졌네

-애초에 감 살았던 적 없으니까 뒤졌다는 건 잘못된 표현임


어차피 곧 찬사로 뒤바뀔 걸 알기에.

애써 채팅창을 무시한 카일이 여관 주인에게 물었다.


“인근에 봉인된 마족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알고 계신 게 있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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