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속 드래곤을 숨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포더엠
작품등록일 :
2024.09.10 19:28
최근연재일 :
2024.09.19 14: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674
추천수 :
111
글자수 :
64,140

작성
24.09.19 14:20
조회
112
추천
11
글자
12쪽

11화

DUMMY

레트로 마을이야 알지. 아주 잘 알아서 문제지.


수도에서 온 행정관이라니. 입은 옷을 보니, 깔끔하고 실밥하나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보지 못한 고급스러운 원단을 사용했다.


기를 느껴보자, 주변에 강력한 기사도 여럿 데리고 온 걸 보면 보통 신분이 아니다. 겨우 개척촌 하나 때문에 이곳으로 왔다니.


'무슨 일이지?'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건가. 단순히 궁금했다면 아랫사람을 보냈을 것이다.


시간이 남아돌아 북부. 그것도 마물의 숲이 있는 개척촌까지 올 리 없다.


그들을 안내해 주는 것이야 어려운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거절할 명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제가 안내하지요."


말들이 가기 힘든 험지라 그런지 다들 말을 마을에 맡겨두었다. 빨리 가고 싶은데 걸어가니 조금 답답하다.


딱히 북부에서 기를 숨기고 다닐 필요가 없었는데, 하필이면 제3 기사단장이라는 자를 만나게 될 줄이야.


최근 마물을 잡으며 급속도로 강해져 자신도 모르게 기운이 발산된 것인가. 숨기려면 숨길 수 있었는데 반응이 늦었다.


너무 평화에 익숙해진 것일까.


어느덧 걸어가니 해가 질 무렵에 레트로 마을에 당도했다. 수도에서 온 행정가라는 양반은 다른 기사에게 업히고서야 간신히 당도할 수 있었다.


"이봐, 케인."


횃불을 들고 경계서는 케인이 보이기에 그의 이름을 불렀다.


"형씨! 무슨 일..."


평소같이 맞이하려던 케인은 뒤에 보이는 기사들을 보고 말을 멈췄다.


"갈리온에서 높은 분께서 오셨으니, 촌장님께 얼른 알리고 문을 열어드려라."


자경단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어디까지 그들은 개척민이라는 이름 하의 범죄자로 낙인찍힌 자들.


이런 곳에서 높은 자라니. 괜히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떻게 이런 곳에 살 수가 있지?'


엘리스는 마물의 숲에서 느껴지는 짙은 어둠의 마나가 불쾌해. 신경이 예민해졌다.


'이자는 아무렇지 않은가?'


예민해진 엘리스의 표정이 톡 쏘아보는 표정이라 그 모습에 이안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뭐가 문제야?'


곧장 문이 열리고 마을을 살펴본 글라코는 깜짝 놀랐다. 땅은 기름졌고 누구 하나를 봐도 굶어서 마른 이들이 없었다.


귀족과 상류층도 아닌 일개 자영농의 자식. 그것도 소작농에서 여기와서 자영농이 되었을 이들이다.


포동포동 살이 오른 아이들을 여기서 쉽게 볼 줄이야. 이게 가능한 일인가.


거기다 한쪽 구석에 마을의 크기를 늘리려고 제법 큰 공사를 진행 중으로 보인다.


서류에서 보았던 증가하는 인구수. 그걸 생각하면 여기가 곧 좁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미리 넓혀야 할 것 같긴 하다.


누구지? 촌장이 이런 일에 직접 나서서 공사를 벌이지 않을 것인데.


거리도 깨끗해 보이고 어디서나 보이는 배설물 흔적조차 없다. 그것은 기본적인 교육이 잡혀 있다는 뜻이 아닌가.


갈리온에 자신이 길에서 배설하는 자를 처벌한다는 명령서를 내렸지만 결국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은 뭐란 말인가. 알 수가 없다. 이내 빠르게 촌장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막상 마주한 촌장은 글라코가 아는 인물이었다.


"누가 이런 곳을 만들었는지 궁금했었는데, 여기서 말년을 보내고 계셨군요. 선배님."


과거 자신의 상관과 마주한 글라코는 촌장과 말을 주고 나눴다.


"끌끌. 글라코 자네가 찾아오다니. 변방 마을 촌장을 하니 보기 힘든 얼굴도 찾아오는구먼."


한편으로 이곳에 자신이 왜 앉아 있는지 이안은 이해가지 않았다. 굳이 있을 필요가 있나.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데려다줬으면 할 일은 끝이지. 어쩌다 보니 차를 마시는 자리에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딱히 할 말도 없어서 시선은 거실에 놓인 탐스러운 도끼를 보았다. 언젠가는 가지고 말 것이다.


"대단하군요.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마을을 만들게 된 것입니까?"


촌장은 이안을 힐끗 봤다. 뭐긴 뭐야. 저 젊은 놈이 맨날 고기를 가져다 바치니까 그렇게 된 거지.


땅이 기름지고 행패 부리는 놈들을 깡그리 잡아다 박살 내버리니, 더 이상 함부로 구는 놈들이 없었다.


무슨 청결을 유지해야 된다고 손 씻기를 장려하고 대소변을 아무 곳이나 누지 않게 했다.


그가 가진 힘에 두려워 앞다투어 실천해 갔으니, 촌장이 한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됐다.


촌장은 그런 말을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특히 당사자가 옆에 있는데 허락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나.


정작 당사자는 딱 봐도 도끼를 바라보고 군침을 흘리고 있다.


촌장은 뭐라고 설명할지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그렇게 됐네. 어차피 마물이 나타나면 없어질 마을을 왜 그렇게 신경을 쓰나. 굳이 먼 곳에서 힘들게 와서 직접 보는 건가."


이안은 촌장을 응원했다. 왜 쓸데없이 이곳을 방문해서 신경 쓰이게 하는지.


"여기에 상주하는 기사들을 배치하고 거대한 곡창지대를 만들면 북부는 몇 년만 지나도 막강해질 것입니다."


촌장은 고개를 젓더니 혀를 찼다.


"기사 놈들이 위험한 이곳을 지키고 싶을까? 기껏 농사나 짓는 평민을 위해서? 불만이 나올 것이네. 또한 거대한 곡창지대를 만들려면 도대체 지켜야 하는 기사의 숫자가 몇이나 필요하겠는가?"


점점 길어지는 이야기에 하품이 나오는 걸 참았다. 옆을 보니 엘리스도 슬슬 졸리는지 눈을 부릅뜨고 참고 있다.


애초에 언제 나갈 타이밍을 보고 있다. 아직 치열하게 논쟁 중이라 차마 못 가는 중이다.


검술이나 좀 더 연습하고 싶었건만. 이제 검에 오러를 주입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무슨 행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끝이 없다.


"제가 대공님을 설득해서 여기에 시범적으로 기사들을 보내고 그 효과를 입증할 것입니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먼. 그냥 조용히 내버려두게나. 마물의 숲을 향해서 소변도 함부로 누지 말라는 소리는 못 들어보았나? 근처에 인간들이 몰리면 마물들도 어떤 식으로라도 반응이 나올걸세."


촌장을 응원했다. 수도에서 온 저자는 평화로운 마물의 숲을 어지럽히려는 악당이다.


감히 자신이 사는 땅에 무단으로 경작을 시도하려고 하다니. 평화롭고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존재.


"하지만 갈수록 대륙의 정세가 이상해지고 있습니다. 황제의 사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여기가 그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둘 다 그 말을 끝으로 침묵이 길어지며 차를 마시자, 이때다 싶어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갔다.


이안의 집이야 마을과 제법 떨어져 있지만, 이 주위에 거대한 농작지를 형성한다면 언젠가 닿거나 발견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도 어지간하면 오지 않겠지. 마물의 숲 코앞에 있는 이안의 땅이었으니.


엘리스도 지루했는지 같이 나와서 하품하며 이안을 쳐다보았다.


"북부에서 머문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그래도 북부의 제3기사단장이란 자가 물어보니 괜히 조심스러워진다.


"14살인가 15살인가 아마 그때 와서 지금 한 8년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환생한 뒤 길거리에서 떠돌아다녔는데 나이를 어떻게 알겠냐. 대충 그 정도 되었겠거니 짐작했다.


"그럼 검은 여기 와서 배우신 것입니까?"


깜짝 놀란 엘리스의 눈이 이안을 향했다. 매우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것인가.


뭐야 이 여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


그러나 엘리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마물의 숲에 사는 사냥꾼이라 하면 충분히 궁금할 만 했다.


아무에게도 못 배웠다고 하면 너무 이상하겠지. 몬스터를 죽이고 강해졌다고 할 수 없으니.


"스승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그분께 사사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돌아가셨지요."


괜히 눈물이 글썽한 채로 먼 곳을 바라본다. 완벽하다. 더 이상 스승님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차단함과 동시에 강해진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그렇군요."


어느새 이야기를 마쳤는지 글라코가 밖으로 나왔다.


"이야기는 끝나셨습니까?"


엘리스는 한결 밝아진 얼굴로 물었다. 드디어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네. 끝났습니다. 확실히 제가 너무 성급하게 온 것 같습니다."


잘 해결된 것 같군. 이제 이안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마물이 사는 슾의 생태계를 건드리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어리석었습니다.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숲에 얼마나 있을 모를 놈들이 숲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오게 된다면 큰 재앙이 되겠지요."


그 말을 들은 이안은 사냥했던 마물이 떠올랐다. 생태계를 건드리고 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아니지. 검은 손가락인가 하는 마법사 놈들이 이미 건드리고 있었잖아. 뭐 문제없겠지.'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마음을 편히 가졌다. 무슨 일이 있겠어. 그리고 글라코는 마을에서 며칠간 머무르는 것 같다.


그의 표정은 생각대로 되지 않자, 매우 굳어 있었다. 이안은 그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



"어서 와라. 드디어 5서클에 이르렀다. 고블."


돌아가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5서클이라면 이제 괜찮은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겠지.


"그런데..."


괜히 불안한 생각이 든다.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무슨 일인데."

"원하는 욕조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다. 5서클 마도서를 구해준다면 더 멋진 것을 계속 만들어 줄 수 있다. 고블."


이놈. 거래 좀 할 줄 아는 놈인가.


고블린치고는 너무 똑똑하다. 이안이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


"좋아. 계약은 성립되었다."


앞으로, 두고두고 도구로 써먹어야 하는데 그 정도 투자는 해줘야지.


그런데 도대체 5서클 마법서를 어디서 구하지?


일단 약속부터 하고 봐야지.


"곧장 물을 데우는 욕조를 만들어보겠다. 고블."


곳곳에서 고블린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온다. 인간들의 인사법을 따라 하는 건가. 예의 바른 고블린들이 되어버렸다.


뭔가 귀엽긴 하다. 그사이 못 보던 건축물들이 올라가 있다.


어디까지 뭘 만드나 두고 보고 있다. 땅굴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군.


엉성하긴 하지만 제법 그럴싸하다. 카론이 알려주고 만들고 있는 것인가.


이내 이안의 표정이 싸하게 굳는다. 마물의 숲에서 강력한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이곳을 지나쳐 마을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하필이면 비행형 마물이다. 느껴본 것 중에 상위권에 해당할 정도로 강력한 기운.


수도에서 온 관리와 기사들이 왔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덕분에 글라코의 생각이 많이 바뀌겠군.


문제는 마을을 지키려고 용용이를 보여줄 수 없다. 그러면 자신의 힘으로 싸워야 하는데.


"너희들은 땅굴에 숨어 있어라. 내가 놈을 잡고 오겠다."


일단 카론에게 말해놓았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알아서 잘 숨겠지만.


"믿겠다. 고블."


카론도 느꼈는지 벌벌 떨며 말한다.


땅을 밟자 깊은 고랑이 생기며 앞으로 쑥쑥 나아갔다.


과연 용용이를 꺼내지 않고 마물을 잡을 수 있을까. 오랜만에 긴장으로 몸이 달아오른다.



***



허공을 가르는 마물의 눈에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주변의 마물들이 사라지자 먹을만한 놈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강한 냄새의 이끌림에 진득한 어둠의 마나가 있는 숲을 벗어났다.


보인다. 수많은 인간의 모습이. 그중에서도 검을 들고 힘을 가진 자들이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알렌은 경계를 서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다가 거대한 어둠의 기운을 느꼈다.


더 생각할 틈도 없이 비상시에 가동되는 종을 울렸다. 드디어 위기가 왔다.


댕! 댕! 댕!


만약을 위해 각 집마다 따로 굴을 파두었으니, 그곳으로 들어갈 것이다.


이안은 어느새 마을 앞에 도착했다.


"형씨 큰일 났소!"

"알고 있다. 케인! 촌장네 집으로 가서 도끼를 받아와라! 촌장에게 내가 쓸 거라 하면 알아서 줄 것이다!"

"아, 알겠소."


허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마물. 무엇을 찾는지 고개가 휙휙 돌아간다.


그리고 놈의 목표는 다름 아닌 기사단장인 엘리스였다.


곧장 하강하기 시작하는 마물. 내려오면서 공기를 가르는 소음이 고막을 때린다.


'용용이 없이 잡을 수 있을까?'


고민은 짧았다. 곧장 다리에 힘을 주자 꿈틀거리는 근육.


수축과 함께 빠르게 뛰어올랐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공간 속 드래곤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1화 NEW 17시간 전 113 11 12쪽
10 10화 24.09.18 169 14 13쪽
9 9화 24.09.17 182 7 12쪽
8 8화 24.09.16 221 9 13쪽
7 7화 24.09.15 229 9 12쪽
6 6화 +1 24.09.14 238 8 13쪽
5 5화 24.09.13 260 9 13쪽
4 4화 24.09.12 269 9 12쪽
3 3화 24.09.11 286 12 14쪽
2 2화 24.09.10 296 10 14쪽
1 1화 24.09.10 412 1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