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특성이 너무 사기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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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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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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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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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이 막말로

DUMMY

“왔느냐.”


'하일즈 아스데일.'


식당에 도착해 앉으니 곧이어 이안의 아버지인 아스데일 백작이 식당에 들어섰다. 이안과 같은 연보라색의 머리에 남성적인 이목구비가 눈에 띄는, 척 보기에도 강인해 보이는 인물.


“예.”


의도하진 않았지만 아들의 몸을 빼앗은 셈이니 들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기억을 되살려보자. 하일즈는 분명.


하일즈 아스데일은 현재 이안이 살고 있는 케이론 왕국의 평민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십 년 전 있었던 조르단 왕국과의 전쟁에서 엄청난 공을 세운 전쟁영웅으로 파격적으로 백작의 지위를 받게 된 인물.


뒤이어 중앙대륙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흑발의, 중년이라기에는 너무나 수려한 외모의 여성이 식당에 들어선다. 하일즈의 부인인 리오네. 즉 내 어머니다.


“이안아. 일찍 왔구나.”


흠칫-


난 전쟁영웅이라는 하일즈보다도 리오네가 더 무섭다. 내가 읽은 소설 분량에서는 끝내 그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리오네의 정체는 아르탄 행성의 남쪽 끝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대륙에서 온 무녀. 현재 백작가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나뿐일 거다.


“아, 예. 어머니. 좋은 아침입니다.”

“뭐라고?”


‘이 아이가 왜 이러지?’


리오네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자신이 낳은 자식이지만 누가봐도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이안. 그런 아들이 아침 인사를 한다고? 원래라면 얼굴을 구길 수 있을 만큼 구긴 채로 허공에 손가락질을 했을텐데?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아들이 정상적인 행동을 한다는 건 어머니로서는 기쁜 일. 리오네의 입가에 조그맣게 미소가 깃들었다.


‘그리고 쟤는 에드였나?’


아까부터 무언가 불편한지 연신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는 앳된 얼굴의 아이. 내 동생이다.


아 얘는 나를 무서워했지? 귀신 들렸다고.


“식사를 시작하지.”

“예. 맛있게 드세요.”


그렇게 조용하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닭고기. 생각보다 맛있는데? 뭐로 만들었는데 이렇게 부드러워?


식사를 이어가던 중 하일즈는 평소와 다른 이안의 모습을 보며 말을 걸었다.


“이안.”

“예?”


뭐야. 화났나? 아무리 백작가라도 닭다리 두 개 집는 건 선 넘은 건가? 식탁 밑으로 보이지 않는 다리가 덜덜 떨렸다.


“오늘은 무엇을 할 셈이냐?”


표정 변화 없이 물어보는 하일즈의 모습. 역시나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듯하네.


‘식당으로 향하면서 대충 계획은 구상해 뒀지.’


“도서관에 가려고 합니다.”


흠칫


하일즈의 눈이 미세하게 떨린다. 저 아저씨가 철분이 부족한가 눈을 왜 떨어?


“그래.”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 도서관에 가기 위해 일어났다.


“에드”

“예,예?”


“밥 맛있지?”

“예?”


“많이 먹어라. 먼저 간다.”

“···”


어린이는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게 최고지. 좋을 때다.


적당히 걸려있는 옷으로 갈아입은 뒤 나갈 준비를 마치자 로버트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두드린다.


“도련님. 준비가 끝나셨으면 도서관으로 가시지요.”

“그래.”

“언제나처럼 호위 기사는...”

“필요 없어.”


하일즈는 평민 출신답게 귀족스러운 예법과 규율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다. 백작가답지 않게 시중을 드는 사람도 거의 존재하지 않고. 하지만 그런 하일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가족.


그니까 적어도 영지 내에선 나를 위협하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지. 괴물이 사는 곳에서 괴물 아들을 건드릴 리가 있나.


그렇게 나는 집사인 로버트만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마을 구석구석을 아는 로버트가 안내했기에 어려움 없이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서오세...요?”


벌떡!


“어라? 어서 오십쇼 공자님!”


도서관으로 들어가자 반쯤 눈을 감고 졸고 있던 사서가 나를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보아하니 이 놈. 도서관에 한 번도 온 적이 없구나?


“책을 좀 보려고 하는데.”

“무,무엇이든 편하게 보시면 됩니다. 지금 바로 사람들을 내보내겠습니다.”

“필요 없다.”


가만히 책 보고 있는 사람들을 왜 내쫓아?


아 맞다. 이놈은 수틀리면 뭐든지 집어 던지는 놈이었지.


“조용히 책만 보다 갈 테니, 소란 피우지 말지?”

“옛!”


사서는 군기가 바짝 든 병사같이 대답한 후 자리에 앉아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별로 개의치 않고 책을 집을 수 있을 만큼 가득 집어 읽기 시작했다.


과연 토트의 문자의 성능은 대단했다. 케이론 왕국의 언어뿐만 아니라 가끔씩 나오는 먼 왕국의 언어들까지 손쉽게 번역되어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평소보다 더 조용한 도서관의 분위기 속에서 이안이 마지막 책을 덮었다.


‘좋아.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아.’


현재 시점은 소설의 주인공인 용사 엘린이 여정을 떠나기 전 초반 부분. 소설의 1권 내용이다. 역사 또한 크게 달라진 모습은 없어 보인다.


그렇게 책을 덮은 후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니 소설 속으로 들어간 내가 해야 할 것.


‘나는 완결은 아니지만 중반부까지 소설을 읽은 상태. 즉, 앞으로 흘러갈 미래를 알고 있다.’


연보라색의 눈이 일렁였다. 위대한 여정을 떠나는 기사와 같은 단호한 표정.


그렇게 결심을 한 채 나는 서서히 눈을 떳다.


‘쥐 죽은 듯이 있자. 뭐 뒤지지 않고 살다 보면 집에 갈 방법이 생기겠지?’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 소설에 따르면 아르탄 행성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대륙 단위로 이곳저곳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마족이 침범하기 시작하고 왕국과 제국 간의 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전란의 시대.


아스데일 가문은 결코 약하지 않은 가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난 죽기 싫거든.


그러기 위한 첫 번째는 바로 나를 지켜줄 사람들과 돈을 얻는 것. 내가 싸우는 건 너무 무섭잖아?


목표에 아주 적합한 스킬이 아스데일 영지 근처에 숨어 있다는 걸 알고 있지.


“로버트.”

“예 도련님.”


이안이 일말의 표정 변화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라펠드 산맥으로 간다.”

“제정신이세요? 아 죄송합니다.”


로버트는 이안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아아. 도련님이 제정신일 리가 없지. 제대로 미치셨구나. 이제 죽으려고 그러시나 보다!’


로버트는 변하지 않은 도련님의 미친 모습에 보이지 않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르탄 행성은 중앙대륙과 그 외 세 개의 대륙으로 이루어진 행성이다. 그중에서도 케이론 왕국은 중앙대륙의 서쪽에 위치한 왕국.


아스데일 영지는 그런 케이론 왕국에서도 극서쪽에 위치해 있다. 왜냐고?


케이론 왕국의 서쪽 끝을 길게 잇고 있는 이 라펠드 산맥. 이곳에서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니까.


그러니 아스데일 영지는 하일즈를 필두로 라펠드 산맥을 막는 강력한 방파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도련님. 제가 미치셨다는 건 알고, 아니, 별나신 건 알고 있지만, 이건 그 궤가 다릅니다!”

“시끄러.”


나는 지금 옆에서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로버트를 뒤로하고 짐을 후다닥 싸고 있다.


나도 알고 있긴 하다. 라펠드 산맥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몇 년 뒤 있을 전란의 시대에 라펠드 산맥에서 튀어나오는 온갖 몬스터들은 우리 가문을 통째로 삼켜버리니까.


하지만 나는 걱정 없다. 몬스터를 마주치지 않고 스킬을 가져올 루트를 알고 있으니까.


“로버트.”

“예?”


“지금 꽃가게에 가서 로즈리엘 꽃을 사와. 여성용 의복들도 최고급으로 사 오고.”

“그런 취향이셨어요?”

“오랜만에 다 부술까?”

“다녀오겠습니다!”


눈을 반쯤 뒤집어주자 로버트가 헐레벌떡 뛰어갔다. 미친놈이 되는 것도 나름 편한데?


아, 참고로 로즈리엘 꽃은 라펠드 산맥에서도 극히 드물게 발견되는 꽃이다. 가격이 한 송이당 2골드가 넘는 가격이지만 그 희귀성과 아름다운 외관으로 인해 일부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고 있다.


다행히 아스데일 가문은 라펠드 산맥을 지키며 몬스터들의 사체들을 처분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돈 걱정은 안 해도 돼서 좋네.


지금 내가 얻으려 하는 것은 소설 속 고대의 신이 숨겨놓은 스킬.


아, 아르탄 행성도 지구와 같이 수많은 신들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소설을 반쯤 읽은 나는 알 수 있다는 거지. 그 신들이 행성 곳곳에 숨겨 놓은 스킬을.


‘일단 이 스킬은 무조건 얻어야 해.’


아르탄 연대기에는 수많은 속임수와 함정들이 존재한다. 평생을 사랑했던 여인이 죽기 전에 알고 보니 마족이라든가,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품이 알고 보니 생명을 갉아먹는 아이템이라든가 하는.


이 스킬만 얻는다면 적어도 내가 소설 속에서 허무하게 죽을 일은 없을 거다. 물건의 가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스킬이니까.


로버트를 기다리며 방에 앉아 있자 전신거울로 보이는 이안의 모습이 눈에 띈다.


“잘생긴 거 하나는 맘에 드네.”


미친놈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안은 귀족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얼굴이다. 하얀 피부에 붓으로 칠한 듯 차분히 내려오는 연보라색 머리. 조화롭게 위치한 이목구비까지.


콰앙!


거울을 무심히 바라보며 자기만족을 하고 있자 로버트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이건 다 뭐냐?”

“허억. 허억. 저도 갑니다.”


로버트가 사람만 한 크기의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난 혼자 가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

“도련님이 막말로!”


로버트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여관을 잡아보길 했습니까, 물건을 사보기를 했습니까? 아스데일 영지 안에서는 도련님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지만, 밖은 아닙니다. 우리 불쌍한 도련님 싸가지 때문에 혼자 갔다가는 분명히 칼침을 다섯 번은 더 맞고···”

“그만! 알았다고!”


소설 속 아스데일 가문의 스토리는 나름 중요한 에피소드였지만, 그 가문의 집사의 성격까지 세세히 다루지는 않았다.


'나만큼 미친놈인데? 나 백작 아들인데?'


거절은 거절한다는 로버트의 비장한 눈빛에 차마 혼자 가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알았다고, 짐이나 싸야지."


로버트는 투덜대며 짐을 마저 싸고 있는 이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도련님은 내가 지켜야 돼.’


사실 로버트가 꼭 이안의 시중을 들 필요는 없었다. 로버트는 아스데일 가문이 생겼을 때부터 함께 해온 유능한 집사.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 다른 업무를 볼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 로버트가 영지의 미친놈으로 불리며 누구도 가까이하기를 원하지 않는 이안을 평생 지켜온 이유는 단 하나.


‘도련님은 반드시 예전으로 돌아오신다.


“흐음. 참 잘생겼단 말이야.”


짐을 싸다 말고 거울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 이안을 곁에서 바라보던 로버트가 생각에 잠겼다.


도련님이 10살이나 되었을까, 적대국인 조르단 왕국의 첩자들이 아스데일 영지에 침입한 일이 있었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작님한테 모조리 목이 잘려 나갔지만. 오히려 치안은 더욱 강화됐고.


그 당시의 도련님은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영특하고 사려 깊어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지.


야심한 밤. 유난히 더운 날씨에 잠이 오지 않아 산책을 나갔던 그날. 침입자들과 우연히 맞닥뜨리게 됐고 목이 달아날 뻔한 그 순간,


“귀찮게 됐군. 처리해라.”

“히이익!!”


그때,


“네 이놈들!”


분명 그리 특별한 것 없는 집사중 하나였을 텐데.


“로버트! 어서 아버님을 모셔오거라!”


그 조막만 한 손으로 평생 쥐어본 적 없던 진검을 움켜쥔 채 내 앞을 가로막은 도련님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다. 분명 두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음에도 목소리만큼은 누구보다 강인했지.


‘그때 내 목숨은 도련님께 맡겨뒀다.’


생각을 마친 로버트가 옛 기억에 희미하게 미소를 띄우며 배낭을 조여 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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