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특성이 너무 사기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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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바지
작품등록일 :
2024.09.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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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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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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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미친놈으로 빙의함

DUMMY

“유진님. 들어가실게요.”

“아, 네!”


‘후우. 긴장하지 말자. 웃으면서!’


수십 번의 탈락 끝에 드디어 최종면접의 순간이 찾아왔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 그러니까 왜 요새 취업도 힘든 사학과를 나와가지고... 학점이라도 잘 받아 놓을걸.


‘방긋방긋! 밝은 인상! 좋아. 들어가자.’


이번에는 붙어보자 좀!


-똑똑


“네 들어오세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인상.


“안녕하십니까! 상은기업에 지원한 유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앉으세요.”


나를 힐끗 보고는 무표정하게 지원서를 뒤적거리는 면접관들.


꿀꺽


“예. 유진 지원자··· 사학과를 나오셨네요?”


짬이 꽤나 높아 보이는 면접관이 볼펜을 굴리며 질문한다.


사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별거 없다. 예전부터 유일한 취미였던 소설 읽기.


그 속에서 자주 나오는 신화 속 신들에 관한 내용이 단순히 재밌었기에, 진학할 수 있는 과 중에 가장 밀접했던 사학과에 진학한 것뿐. 특별한 사명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나 자신을 철저하게 포장해야 할 때. 멘트는 준비됐다.


“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 사회를 주도하는 능···”

“됐고.”


‘저 싸가지 봐라. 저렇게 싸가지가 없어야 저 자리까지 올라가는 건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꿀꺽 삼켰다.


면접관이 지원서를 휙휙 넘겨가며 질문을 던진다.


“뭐 사학과에 나와서 이 직무에 기여할 건 없을 거 같고··· 그거나 물어봅시다. 혹시라도 합격하게 되면, 돈을 못 받더라도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어요? 일요일 출근은? 요즘 애들 열정, 패기 그런 거 있잖아?”


미친놈인가. 열정페이로 하라고? 머리통을 발로 차···


아니야. 이런 건 붙고 나서 생각해도 되잖아? 어디 보자··· 신입사원으로서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좋아. 멘트도 좋네.


“저는 신입사원으로서...”


더 이상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하. 모르겠다.


“그거 불법 아닌가요?”


***


“하··· 이놈의 주둥아리. 제발 적당히 좀 타협하면서 살자 유진아. 몇 번째냐 이게.”


아마 이번 회사와의 인연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 말이 끝나자마자 얼굴을 찰흙 구기듯이 찌푸리던 면접관이 떠오르네.


“응?”


자취방으로 터덜터덜 향하던 익숙한 길 속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건물 하나가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마고 책 대여점]


“책 대여점? 요새도 이런 게 있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는 소설도 진짜 많이 봤는데.”


예전 기억들이 떠오르며 무의식적으로 대여점으로 들어갔다.


-띠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문에 달린 종소리와 함께 들어간 대여점 안은 예상과는 달리 수많은 책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와! 이 책도 진짜 재밌게 봤었는데.”


어릴 때는 판타지 소설 매니아였던 만큼 눈에 익은 책 표지도 간간이 보인다.


“후훔. 찾으시는 책이 있는겐가?”

“엄마 깜짝이야!”


인기척 하나 없어서 주인이 자리를 비운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뒤를 돌아보니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하나가 말을 걸어온다.


“아니요. 그냥 오랜만에 대여점이 보이길래 반가워서 들어왔어요. 뭐 읽을 시간도 없고···”

“손님이 온 것도 오랜만인데 책 하나 추천해 줘도 되겠나?”


주인 할머니는 뭐가 그리 반가운지 내 말을 무시한 채 책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적거리던 할머니는 먼지가 이곳저곳 묻어 있는 갈색 책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읏차. 이 책은 어떤가. 자네가 읽기에 딱 맞는 책인 것 같은데?”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갈색 책의 중앙에는 「아르탄 연대기」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요즘은 망하기 딱 좋은 제목인데.’


“오랜만에 온 손님이니 대여비는 받지 않겠네. 그저 재밌게 읽어주면 고맙겠구먼.”

“으음... 그러면 잘 읽을게요.”


요근래 진짜 고생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얼떨결에 양손 한가득 책을 쥐어진 후 대여점을 나오려는데 손님 하나 없는 휑한 공간이 눈에 띈다.


‘에이 집에 가서 라면이나 거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저기 할머니.”

“으음?”


'그런데 요즘은 대여료가 얼마나 하지?'


주머니에 있는 구겨진 지폐와 동전을 전부 꺼낸 뒤 할머니에게 건네줬다.


그런데 무언가 복잡해 보이는 할머니의 표정.


‘뭐야.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장사도 잘 안되는 거 같은데, 이렇게 공짜로 주면 가게 망해요. 다 읽고 드릴게요 저는 이만!”

“4300원. 잘 받았네. 재밌게 읽게나. 후기를 기다리겠네.”


그렇게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책을 꺼내 들었다.


오늘은 좀 쉬어볼까?


“아르탄 연대기라···”


아르탄 연대기라는 소설은 예상보다 재미있었다.


마왕과 마족의 침입에 대항하여 신에게 선택받은 주인공이 여러 고난을 헤쳐 나가며 인류를 구원하는 전형적인 이야기


면접에서 진이 빠진 상태라 조금만 읽다가 잠에 들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재밌네? 그렇게 푹 빠져 밤을 새며 책을 보던 나는 슬며시 잠에 들게 되었고···


[부디 성공하기를···]


‘어?’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련한 소리와 함께 깨어나 보니,


-띠링!


[축하합니다! 아르탄연대기에 초대받으셨습니다!]

[신화상점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X됐네···”


중반까지만 읽은 소설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흐음···”


좋아. 다 좋다 이거야. 우연히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던 대여점에 들어갈 수도 있고, 거기서 읽던 책으로 우연히 빠질 수도 있지. 다 좋은데···


거울 앞에는 유진, 아니 이안 아스데일이 잘생긴 얼굴을 한껏 구기고 있다.


“대체 왜 4권에서 죽어버리는 등장인물로 빙의되냐고!”


내가 빙의한 등장인물은 이안 아스데일. 아스데일 백작가의 장남이다. 이렇게 들었을 때는 꽤나 괜찮은 스타트인데... 문제는 이거다. 이놈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마족과 결탁해 용사를 죽이려다 거꾸로 뒤지고 만다는 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놈은 미친놈이다. 정말 말 그대로 미친놈.


「아르탄 연대기」는 전형적인 판타지 배경.


그리고 이 소설 속 인류 중 소수는 특성이라는 자신만의 고유 스킬을 갖는다. 이안 또한 특성을 가진 인물이니 좋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놈의 특성은 죽기 전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하늘을 보며 혼잣말을 하지 않나. 소리를 지르질 않나. 영지 내에서 온갖 민폐를 부리다가 끝내는 마족이랑 결탁해 목을 댕강 잘리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 되는 거냐고···’


하지만 내가 누군가. 유진. 한다면 하는 남자.


일단 살자. 개똥밭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


그렇게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 방 안을 둘러보니 백작가답게 고풍스러워 보이는 여러 책들이 책장에 꽂혀있다.


“우선 정보수집부터 하자. 소설 속에는 나오지 않은 지식들이 있을 거야.”


나는 비장한 눈빛으로 손을 뻗어 책을 펼쳤다.


“으흠··· 그러니까···”


쾅!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다.


“아오 XX 진짜!”


[ कैरॉन राज्य का अतीत और भविष्य ]


기본적으로 언어 같은 건 좀 알아서 해줘야 는 거 아니야? 돌아버리겠네 진짜.


그렇게 씩씩거리며 침대로 다이빙하자 천장에 아직 없어지지 않은 메시지창이 눈에 들어온다.


[축하합니다! 아르탄연대기에 초대받으셨습니다!]

[신화상점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신화상점?”


-띠링!


[신화 상점을 열람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그러고 보니 이 메시지창은,


“한국어다··· 한국어야!”


해외여행 도중 길을 잃은 사람이 모국어로 된 표지판을 발견했을 때 기분이 이런 걸까, 속이 뻥 뚫리는 느낌.


“열람!”


-우웅


내 말이 끝나자마자 몸속에서 푸른색의 빛들이 뻗어나가며 만들어진 메시지창들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지구에 존재하는 신화 속 신, 영웅들의 힘과 물건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수많은 아이템 또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보다 원활한 이용은 검색창을 활용하세요!]


“신,신화? 영웅?”


-띠링!


연이어 게임에서 봤을 법한 상점창이 나타났다.


[신화 상점]

1. 세트의 창 (S) : 240,000P

2. 헤라클레스의 속옷: 3000P

3. 로키의 환영(S) : 200,000P

···

···

검색창:

현재 신화력: 430,000P


푸른색으로 일렁이는 상점창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거 완전···”


두 눈을 반짝이며 검색창으로 천천히 손을 뻗어본다.


“내 전공이잖아?”


멍하니 신화상점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


“설마 이놈이 미친 건 이거 때문이었나?”


합리적인 추론이다. 특성은 분명 소수에게만 발현되는 특수한 능력. 그런데.


원래 이 몸의 주인이었던 이안에게도 특성이 한국어로만 보였다면, 이놈은 충분히 미칠만하다.


그렇지 않은가. 알아듣지도 못할 외계어로 점칠되어 있는 특성을 평생 쓰지도 못하게 된다면, 충분히 그럴만하다. 내가 방금 전까지 그러했으니.


“그래서 소설에서도 혼잣말을 그렇게 했던 거구나.”


뭐 나한테 중요한 건 아니지. 한국어로 되어 있다는 건 나한테는 기회니까.


그런데··· 430,000P?


맨 밑에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는 신화력.


[신화 상점]

1. 세트의 창 (S) : 240,000P

2. 헤라클레스의 속옷: 3000P

3. 로키의 환영(S) : 200,000P

•••

•••

검색창:

현재 신화력: 430,000P


보통 S급 스킬이라고 하면 최상위 등급일 텐데 그것도 24만인 걸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신화력의 양.


430,000... 어딘가 낯설지 않은데? 음, 모르겠다.


-똑똑


그렇게 상점을 둘러보던 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 मैं रॉबर्ट हूँ. क् या मैं अंदर आ सकता हूँ? “


저 빌어먹을 외계어... 아니야. 신화상점만 있으면... 어디 보자, 떠올려라 유진아.


머리를 최대한 굴리며 허공에 떠 있는 검색창에 글자를 써재꼈다.


[신화 상점]

1. 토트의 지식 (SS) : 460,000P

2. 토트의 문자(B) : 23,000P

...

...

검색창: 토트

현재 신화력: 430,000P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지식의 신 토트. 이집트의 신성 문자를 인류에게 준 일화가 있는 신이라면?


토트의 문자로 손을 가까이 내밀자 신화상점이 확대되며 설명이 이어졌다.


[토트의 문자(B) : 지식과 기록의 신인 토트가 인류를 위해 남긴 문자.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해석해 인지할 수 있다.]


- 토트의 문자를 구매하시겠습니까? (y/n)


역시! 신화력도 빵빵하니 바로 클릭해 토트의 문자를 구입했다.


된 건가? 뭔가 달라진 기분은 안 드는데···


“누구... 세요?”


조심스럽게 문밖에 인물에게 말을 건네본다.


“도련님! 로버트입니다.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식당으로 오시지요.”


‘된다!’


외계어나 다름없었던 언어들이 귀에 들리자마자 한국어로 번역되어 들려온다.


문밖의 주인공은 로버트. 소설에 따르면 이안이 태어난 순간부터 여태 시중을 들고 있는 유능한 집사다.


로버트가 유능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집사로서의 능력도 있겠지만, 미친놈인 이안을 포기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 그래. 금방 갈 테니 돌아가.”

“예?”


내 말이 끝나자마자 로버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투로 묻는다.


‘아, 내 딕션이 안 좋았나?’


“돌아가라고. 깼다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도련님.”


로버트는 혼자 고개를 갸웃하더니 생각했다.


'도련님이 갑자기 왜 저러시지? 평소 같았으면 분명,'


“XX 못 알아듣겠다고! 빌어먹을 눈앞에 창들 좀 치워!” 라고 하셨을 텐데···


‘잠이 덜 깨셨나 보다. 불똥 튀기 전에 어서 돌아가야지.’


로버트는 그렇게 결론짓고는 자신의 업무를 보러 돌아갔다.


‘좋아. 긴장하지 말자. 지금 내 모습은 분명 이안 아스데일. 아스데일 가문은 분명히...’


나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식당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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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놈으로 빙의함 24.09.15 40 0 13쪽
1 프롤로그 24.09.15 38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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