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빌런의 이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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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소
작품등록일 :
2024.09.16 17:52
최근연재일 :
2024.09.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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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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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삶과 죽음의 경계

DUMMY

크르르릉-


소리는 지천을 흔드는 듯했고,


‘저게 뭐지? 호랑이? 아니 그보다 나, 난, 이제 어떡하지?’


귀를 자극하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악취는 그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암벽으로부터 뒷걸음질 치는 유한.


‘침착해야 해. 최대한 침착···.’


그러면서 도망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그래··· 저 정도 높이에 있는데 뭘 어쩌겠어? 일단 도망가자. 하나둘 셋 하면 뛰는 거야.’


그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하나, 둘···’



“······!”


마음속으로 셋을 세는 순간, 소리의 주인은 빠르게 지면으로 내려왔다.


그 높은 암벽 위를 내려왔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자기 발을 핥는 녀석.


“흐아아아악!”


순식간에 내려온 녀석을 본 유한은 경기를 일으켰다.


호랑이라고 짐작했던 것은 자신의 착각이었다.


동물원에서 보던 호랑이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체구, 흑색의 털, 흰자 없이 검은자로만 이루어져 있는 눈. 그리고 호랑이에게선 맡을 수 없었던 굉장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크르르릉-


가까이서 퍼지는 울음소리에 두려운 감정을 넘어 미친 듯이 오금이 저려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몸이 떨리는 유한.


‘이건 꿈이야. 꿈일 거야.’


하지만 미친 듯이 예민해져 있는 오감. 특히나 당장이라도 막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후각은 이것이 현실이라고 소리치는 듯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곧 다가올 죽음을 인지시켰다.


억울했다.


‘이런 곳에서 이런 괴물한테 죽는다고···?’


삶에 대한 집착일까, 순식간에 생각을 전환한 그는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려 애쓰며 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입고 있던 외투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시선은 괴물에게 유지된 채.


녀석이 조금만 자신 쪽으로 움직임을 보이면 도망가겠다고 되뇌고 또 되뇄다. 다행히도 녀석은 잠시 유한을 바라보다 다시 자기 발을 핥는데 신경을 집중하는 듯 보였다. 그사이 빠르게 외투를 벗어 손으로 움켜쥐었다.


‘어차피 이대로면 죽음뿐이야.’


몇 번 다리를 때리고 꼬집은 뒤 땅 쪽으로 힘을 주며 연신 감각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번엔 거꾸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셋, 둘··· 하나.'


'······.'


‘지금!’


외투를 괴물에게 던져 버렸다. 그 후 있는 힘껏 반대편을 향해 달렸다.


‘제발, 제발 신이시여 제발!!’


풀리려는 다리를 때려가며 달리고 또 달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참을 미친 듯이 달리니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뛸 힘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달리던 자신의 앞에 어느새 녀석이 서 있었다.


‘어, 언제 여기에?’


침으로 젖은 녀석의 입 주변으로 그의 외투 조각으로 보이는 것이 붙어있었고,


놀란 유한의 표정을 바라보는 녀석의 입꼬리가 크게 올라갔다.


‘설마 나를 갖고 노는 건가···?’


이내 표정이 사라진 녀석은 크게 포효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이전의 소리에 비해 훨씬 큰 소리. 그로 인한 오금의 저림은 전과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아···.’


방금의 포효로 살아야겠다는 자신의 일념이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죽는 건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서 이런 괴물한테? 만약 지브롤터를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까?’


머릿속에서 지금까지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만약 꿈이라면 누가 나 좀 깨워줘···.’


녀석은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왔고 곧장 앞발을 크게 들었다.


거기에 맞춰 유한은 눈을 질끈 감았다.


몇 초가 지났을까.


펑-


쿠오오오-


"······."



예상대로라면 이미 자신은 죽어야 했을 시점에 다시금 포효하는 녀석.


소리의 분위기가 이전과는 달랐다.


“이 더러운 새끼.”


이상함에 천천히 눈을 뜨자 낯선 사람이 유한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흑갈색의 곱슬머리, 그에 대비되는 눈이 부실 정도의 하얀 갑옷을 입고 있는 이가 뒤를 돌아봤다. 사납게 생긴 남자의 큰 눈에선 상당히 불편한 심기가 엿보였다.


“뭐냐? 너.”


그의 말을 들은 후 생긴 첫 번째 의문은 ‘이 사람이 날 구해 준 건가?’였고, 두 번째 의문은 ‘한국말을 하네?’였다. 전체적인 외형으로 봤을 때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기 때문이다.


“됐고··· 멀쩡하지, 너?”


유한은 멍하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남자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야! 일어나 빨리!”


남자는 들고 있던 긴 초승달 모양의 물건으로 녀석을 가리켰다.


쿠오오오-


말을 알아들은 건지 땅에서 배를 뒤집고 포효하던 녀석이 일어났다. 눈에서 검은색 액체가 흐르고 있는 녀석은 빠른 속도로 남자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어딜 가.”


질세라 남자 역시 순식간에 괴물을 따라가 들고 있는 것으로 목을 찔렀다.

아니, 그렇게 예측할 수밖에 없었다. 유한의 눈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겨우 따라갔을 땐 이미 녀석의 목을 관통한 상태였으니.


쿠오오오-


“뒤져 그냥.”


관통한 것을 빼자 붉은 피가 터져 나왔고 이내 붉은 피는 순식간에 검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더욱 심해진 악취에 코를 부여잡는 유한. 태산과 같이 보였던 녀석의 몸은 목이 잘리자, 순식간에 가루처럼 갈리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괴물이 있던 곳엔 가루들과 먹물과 유사해 보이는 색의 피. 그리고 뼈로 추정되는 하얀 것들만이 남아 있었다.


“······.”


녀석을 그렇게 만든 남자는 갑옷 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전신을 향해 뿌려 댔다.


“아, 냄새 웩!”


손을 휘젓는 남자의 시선은 이내 유한에게 향했다.


“용케 다친 곳이 없군.”


“네? 아, 네, 가 감사해요. 덕분에 살았어요.”


“감사할 거 없어. 난 녀석의 힘이 필요해서 죽인 것뿐이니까. ···그런데 너 어떻게 아틀란티스 어를 사용하는 거지?”


유한 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오는 남자.


“이곳 사람이 아닌 거 같은데?”


“네? 그게 무슨···.”


남자는 얼굴을 구겼다.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인지···아무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명의 은인이에요.”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은 좀 그런데.”


“으, 은인이죠. 도와주지 않았다면 전 죽었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는 어디···”


“왜 지금은 살거라 생각하지?”


남자는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와 유한을 바라봤다.


“······?!”


“가까이서 다시 보니 더 확실하군. 너 이계에서 왔지?”


그는 질문의 대답을 듣는 대신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컥!”


그대로 멀리 날아 땅에 고꾸라지는 유한.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야. 엄살떨지 말고 능력 있으면 사용이나 해봐.”


다시 가까이 와 복부를 밟기 시작했다.


“저, 저한테 왜··· 컥!”


“뭐? 내가 너 같은 놈 생명의 은인?”


표정은 어느새 좀 전의 괴물만큼이나 사납게 변해 있었다.


“그래도 이방인 주제에 이곳까지 왔다는 건 이능력을 갖고 있다는 거잖아. 그렇지? 응?”


“으악!!”


“역시 난 운이 좋다니까.”


남자는 유한의 목을 응시했다.


“난 말이야. 지금 작은 힘이라도 필요하거든?”


들고 있는 초승달 모양의 물건이 푸르게 반짝인다.


“이런 와중에 이방인 이능력자라니··· 고맙다.”


반짝이던 것의 끝이 가까이 향하는 순간 유한은 신에게 기도했고,


푹-


그 기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목은 아주 부드럽고 빠르게 관통되었다.


주르륵-


목에 생긴 구멍과 입에서 넘쳐흐르는 피. 피의 양으로 봤을 때 당장 죽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렇게 몇 초가 흐르고 유한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입에서 흐르는 대량의 피.


그런데.


‘왜 아직 멀쩡하지···?’


이상함을 감지한 건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너 왜? 왜··· 큭. 이, 이게 왜, 왜 이래!”


당황하는 목소리와 함께 목을 관통한 것이 청록빛을 내며 발광하더니 이내 그것은 작은 빛의 점으로 응축되었고 순식간에 구멍이 난 목으로 들어갔다.


‘뭐지 이 느낌은?’


충만한 기분과 함께 빛은 사라지며 뚫려있던 유한의 목이 순식간에 메워졌다.

뭐라 표현할 수는 없지만, 온몸에 커다란 활기가 도는 느낌.


그런데 변화가 생긴 건 유한뿐만이 아니었다.


“······!”


자신을 공격한 남자의 머리가 백발이 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온몸이 방금과는 다르게 앙상해졌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마치 급격히 노화가 진행된 것처럼 보였다.


“흐··· 하··· 너.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어?!”


남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쉰 목소리를 내었다.


밟고 있는 발도 힘이 빠진 듯 가볍게 느껴졌고,


놀란 유한은 몸을 크게 움직여 남자를 뿌리쳤다.


“으악-”


남자는 조금 전 유한이 그랬던 것처럼 그대로 먼 거리를 날아가 땅으로 고꾸라졌다.


‘대체 이게 뭐가 어떻게···’


“이, 이 미천한 이방인이 감히···.”


깔보는 듯한 말투와는 달리 남자는 도망이라도 가듯 유한의 반대편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허···억?!”


그런데 기어가던 남자의 동작이 이내 멈춰 버렸다.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한 상태였다.


“에, 에테르···?”


시선이 향한 곳은 그가 기어간 방향에 있는 암벽 꼭대기.


그곳엔 키가 큰 사람과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 이렇게 두 명이 서 있는 듯했다. 남자의 시선은 전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장신의 사람이 암벽에서 내려와 남자의 앞에 섰다.


‘녀석의 보스인가?’


내려온 이를 본 유한이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한 이유는 외형 때문이었다.



2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키, 그것과 대조되는 마른 몸, 금발의 장발을 한 모습, 거기에 자신을 공격한 남자와 같은 순백의 갑옷을 입은 모습에서 오는 위압감과 압도감이 상당했다.


그는 유한을 향해 잠깐의 시선을 주고는 엎드려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쥬라스, 아직도 이 지역에 있었군요? 드디어 찾았네요.”


‘역시 동료구나.’


만약 그렇다면 유한에게 희망은 없었다.


“당신의 잘못은 알고 있겠죠?”


얼굴과 어울리는 상당히 차가운 말투.


“그, 그게 아닙니다 에테르님···”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어떤 짓을 했는지 아주 잘 말이죠.”


엎드려 있던 남자는 무릎을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에테르란 남자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러자 갑옷으로 감싸져 있는 그의 다리에 피가 묻었다. 그것은 좀 전 유한이 흘린 것이었다.


“에, 에테르님. 하, 한 번만···”


“그럼요. 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장신의 남자는 자세를 낮춰 쥬라스의 등을 토닥였다.


“그런데 그 몰골은 뭔가요?”


“에···?”


“지켜보면서 설마 했는데 정말 저자에게 생체력을 뺏겨 버린 건가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컥!"


거기에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에테르라는 이의 손이 쥬라스의 목을 그대로 관통한 것.


“전 당신을 믿어요. 아니, 믿었었죠. 반역을 일으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요.”


목을 깊게 뚫어 버린 채로 팔을 휘두르자 꽂혀 있던 녀석이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날아가는 녀석을 바라보는 에테르의 표정은 모순되게도 슬퍼 보였다.


“······.”


멍하니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유한은 또다시 불안함에 휩싸였다. 이제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할지 짐작되었기에.


사실 그는 두 사람이 대화할 때 진작에 도망갈 생각이었다. 설령 그러다 붙잡히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잠시 남자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했을 뿐인데 엄청난 살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당신 정체가 뭐죠? 평범한 이방인은 아닌 거 같은데. 아차, 잠깐만요. 아일라!”


남자가 누군가를 부르며 손짓하자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또 한 명이 내려왔다.


그 사람 역시 순백의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키는 유한과 비슷해 보였다.


“네. 에테르님. ”


은발의 머리와 하얀 피부. 외형과 목소리를 보아하니 여성으로 보였다.


그런데.


“너?!”


유한은 가까이서 여자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삿대질했다.


“왜 여기 있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레, 레이첼?!”


레이첼과 똑 닮은 얼굴.


그녀는 유한과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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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의 경계 24.09.16 22 2 12쪽
1 미친 여행의 시작 24.09.16 2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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