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떨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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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글쓴이
작품등록일 :
2024.09.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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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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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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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1)

DUMMY

코 끝에 매화 향기가 스쳐 지나가고 손에 들고 있는 검에서는 자줏빛의 검강이 그 빛을 발산하고 있다. 나는 고개를 들고 반으로 갈라져 무너지고 있는 돌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30년, 이 경지에 도달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2019년 가을, 정확한 날짜는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기념일도 공휴일도 아닌 그냥 가을날의 평범한 하루였을거다. 당시 난 21살의 나이로 대학도 군대도 가지 않은채 집안에 틀어박혀 한 게임만을 집요하게 플레이했다. 내가 빠져 있었던 게임은 [매화 이야기]라는 게임으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나타난 의문의 게임회사 ‘스토리 게임즈’에서 발매한 게임이었다.

‘스토리 게임즈’는 첫 작품 [용사 이야기]를 시작으로 새로운 게임들을 엄청난 속도로 발매했다. 플레이 방식은 헬멧 모양의 컨트롤러를 쓰고 게임에 접속을 하면 현실과 구분이 안될 정도의 정교한 VR 세상이 펼쳐지고 그 VR 세상에서 게임을 즐기면 됐다. PC 게임과 콘솔 게임만이 있던 당시 이런 ‘스토리 게임즈’는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렇게 1000개가 넘어가는 ‘스토리 게임즈’의 게임 중에서 내가 플레이했던 게임이 [매화 이야기]였다. 플레이는 단순했다. 무림에 있는 화산파에 입문을 하고 화산파의 장문인이 되면 클리어하는 게임, 내용으로만 보면 무협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재밌어 보이는 게임이지만 이 게임에는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 바로 화산파가 있는 화산의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거였다. 오로지 화산파에서 수련만 하는 게임, 그래서 게임 발매 초반에는 유저가 조금이나마 있었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매화 이야기]의 플레이어는 나 혼자 남게 됐다.

난 어려서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 나만의 이 공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검을 휘두르고 있으면 잡생각이 없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매화 이야기]의 마지막 유저로 남아 매일매일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러던 가을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평소처럼 눈을 떴을 때 내 눈앞에 푸른색의 메시지 창이 떠 있었다.

[ 축하드립니다. 신의 게임 튜토리얼에 참가하실 자격을 얻으셨습니다.! ]

[ 당신이 플레이할 이야기는 [매화 이야기]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

처음에는 게임을 너무 많이 해 헛것이 보이나 했지만 이내 내가 본 게 헛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메시지 창이 보이고 나서 몇 초 뒤에 갑자기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주위가 어둠으로 천천히 물들더니 다시 앞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눈앞에는 몇백 년은 되어 보이는 화산파가 적혀 있는 붉은색의 현판이 보였다. 게임에서는 화산파의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게 불가능 했다. 그래서 화산파 정문에 있는 이 현판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한번뿐이었다. 게임을 시작할 때, 그 후에는 장문인이 나와 말을 걸 거다.

현판 아래 정문에서 조금 기다리자 장문인이 문을 열고 나와 나에게 말을 했다.

“화산파에 입문을 하러 왔느냐?”

게임을 시작할 때와 똑같은 멘트와 상황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하게 달랐다. 상태창의 아래 로그아웃이 없어져 있었다. 그렇게 그날 난 게임 [매화 이야기]에 갇히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점은 내가 갇힌 이 세계가 게임보단 현실에 가까웠다는 거다. 매일 말을 걸어도 똑같은 대답만 돌아오던 게임 속과는 다르게 이 세계에서는 다들 확실한 자아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화산파 밖으로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일을 겪으며 이 세계에서 지낸 지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검 하나로 산을 벨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슬슬 내 스승님인 장문인께서 나에게 장문인 자리를 넘긴다는 소문이 화산파 내에서 돌고 있었다. 분명 [매화 이야기]에서 클리어 조건은 화산파의 장문인이 되는 거였다. 아마 내가 장문인이 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다.

“송진영 사형! 장문인께서 찾으십니다. 다른 장로분들도 다 오셨어요.” 생각에 빠져 있던 나에게 사제 한 명이 다가와 말을 했다.

“오늘이구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가 말을 했다.

“저 큰 돌산을 벨 정도의 실력이니, 하루빨리 장문인의 자리를 넘기시려는 거겠죠.”

“그래, 가볼까.”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스승님의 처소로 향했다.

스승님의 처소에 들어가자 침대 주위로 장로들이 서 있었고 스승님은 침대에 힘 없이 누워있으셨다.

10년 전 내가 이십사수매화검법을 다 익혔을 무렵 장문인이 날 찾아와 자신의 제자가 되는 것을 권했던 적이 있었다. 장문인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곧 다음 장문인이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처음에 난 망설였다. 이 세계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 장문인의 권유를 거절했었다. 그렇게 내가 장문인의 제자가 되는 것을 거절하고 나서 갑자기 장문인의 건강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져 갔다. 소문난 명의도 다들 장문인의 건강이 나빠져 가는 이유를 밝혀 내지 못했다. 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장문인의 건강이 나빠져 가는 것은 내가 클리어하는 것을 주저했기 때문에 그런 날 강제로 클리어하게 하려는 시스템의 의지였다는 것을.

그 후 난 장문인의 대제자가 되어 자하신공을 전수받으며 차기 장문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이어 나갔다. 점점 안 좋아지는 몸으로 자하신공을 전수해주신 장문인, 나의 스승님은 이제 와선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하셨다. 그런 스승님을 볼 때면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진영아, 왔느냐.” 스승님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내게 말했다.

“예, 못난 제자가 스승님을 뵙습니다.” 두 손을 올리고 한 손으로는 주먹을 다른 한 손으로는 그 주먹을 감싸 쥐며 고개를 떨구고 내가 인사를 올렸다.

“진영아 넌 자랑스러운 내 제자다. 고개를 들거라. 오늘 부른 이유는 진영이 너에게 장문인의 자리를 맡기고자 한다.”

“예, 스승님”

“내가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화산파를 부탁해도 되겠니?”

스승님의 얼굴을 보자 눈물이 차오르더니 이내 한두 방을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클리어하는 것을 주저했기 때문에 그 벌로 스승님은 걷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생명을 태워가며 가르친 제자는 장문인이 되자마자 이 세계에서 사라 질거다. 내가 사라진 세상은 어떻게 될까, 시간이 멈추게 될까 아니면 계속 흐를까, 만약 내가 사라져도 이 세계의 시간이 그대로 간다면 내가 없어진 후 화산파는 어떻게 될까. 여러 생각과 그 생각에서 비롯된 죄책감들이 나를 덮쳐온다.

“제가 장문인을 잇겠습니다. 그동안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부디,,,부디,,건강하게 무탈하십시오, 스승님.” 내가 말을 끝내자 눈 앞에 푸른색의 안내창이 생겨놨다.

[ 축하드립니다! 신의 게임 튜토리얼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

[ 매화 이야기 클리어 인물 : 송진영 ]

[ 클리어 특전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

[ 잠시 후 원래 세계로 귀환이 시작됩니다. ]

안내창이 보임과 동시에 내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 후 이 세계에 올 때처럼 주위가 점점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때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너에게 너무 많은 것을 맡겨 미안하구나, 뒷 일을 부탁한다.”

스승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위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 후 다시 천천이 빛이 보이기 시작하며 주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높은 빌딩 건물들과 4차로의 대로변이 보였고 흙바닥이 아닌 아스팔트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돌아왔다. 원래 세계로 다행히 변한건 없었다. 평범한 한국의 길가였다. 천천히 눈 앞의 풍경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소리치는게 들렸다.

“거기 이상한 옷 입고 계신 분!!!! 도와주세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뒤를 돌아보니 깜짝 놀랄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4차선 차로 가운데에 세 살 정도의 아이를 앉아서 안고 있는 스무살 정도의 여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 두 사람에게 한 무리의 괴물들이 날아서 오고 있었다. 악마같은 날개와 손에는 삼지창을 들고 머리에는 작은 뿔 두 개가 있는 맞아, 가고일, 예전에 영화에서 보았던 가고일의 모습과 똑같았다.

어림잡아 30마리는 족히 넘어 보이는 무리가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분명 차도인데 차도 한 대 없었고 길가에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여긴 어디죠. 한국 맞나요?” 내가 말했다.

“일단 저것들좀 어떻게 해봐요!”

가고일들은 빠른속도로 강하하고 있었다. 아마 물러날 생각이 없는듯했다. 허리츰에 차고 있는 검을 검집에서 빼 손에 들었다. 가고일들이 가까이 오니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온 몸이 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약점은 따로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돌이라면 산산조각 내면 끝이니.

자세를 고쳐 잡고 검에 기운을 집어 넣었다. 이내 분홍색의 검강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검을 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검의 끝이 바닥을 향하고 칼날이 하늘을 향하도록 했다. 정신을 집중하자 내 몸 주위로 매화 잎이 물결을 그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초식을 그려내고 검을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며 초식을 읊조렸다.

매화의 향기가 물결을 이루고 그 물결은 이윽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파도가 된다.

‘이십사수매화검법 제 19 초식 매화성류’

매화의 거대한 파도가 아래에서 위로 치솟으며 하늘의 가고일들을 덮쳤다. 파도의 휩쓸려 산산조각 난 가고일들의 파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에게 다가가 떨어지는 파편들을 쳐내면서 어린 소년을 앉아서 안고 있는 여자를 내려다보며 말을 했다.

“제가 입고 있는 옷은 이상한 옷이 아니라, 화산의 정수가 담긴 옷입니다. 아시겠어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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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프롤로그(3) 24.09.16 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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