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했더니 쇼타가 고백해온 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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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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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DUMMY

그날은 늘 있는 평범한 하루였었다. 아침에 여관에서 눈을 뜨고 그곳에서 주는 20록(한화 약 2천원)짜리 식사를 마치면 길드 건물로 들어간다. 게시판에서 의뢰서를 찾아보았지만 약초 채집이나 6급 이하 마물 토벌 의뢰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 지난번에 2급 마물 토벌 이후 금전적 여유도 있고, 하급 마물 처리는 신인 모험가의 일을 뺏을 수 없으니 미궁이나 가봐야겠다.’


모드릭 인근에는 여러 미궁이 있지만 내가 주로 가는 곳은 35호 미궁 모블, 중급 미궁이며 다양한 형태의 마물이 나온다. 답파가 어려울 것 같은 미궁은 아니지만 계층이 많고 각 층이 지나치게 넓다. 뭐 금등급인 내가 진심으로 도전하면 답파가 가능하겠지만 최소 반년은 소요될 것이다. 다른 모험가 파티가 언젠가 답파하겠지.


‘그러고 보니 발광 마도구의 광물이 다떨어졌었지, 6계층에 있을 테니 조금 채굴해가야겠군.’


모블의 1~3층은 슬라임과 혼래빗, 4~6층은 고블린과 코볼트가 나온다. 미궁 안으로 들어가 [마력감지]를 사용하고 걷다 보니 슬라임을 발견했다.


최약이라고 불리는 슬라임이지만 신인한테는 토벌하기 꽤나 어려운 녀석이다. 공격해오는 촉수를 자르고 몸통을 베어도 금방 재생한다. 내부에 핵을 파괴하기 전까지는 불사다.


“[화구]”


그럼에도 최약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급 적마법 [화구]만으로 몸 전체가 증발하여 핵만 남는다. 물론 그 상태로 두면 재생하지만 슬라임의 핵은 유리처럼 간단히 파괴된다.


게다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슬라임은 겉에서 핵의 위치가 눈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으로도 몸통과 핵을 같이 베면 토벌된다.


그렇게 미궁을 계속 들어가다가 3층에서 슬라임 토벌을 끝냈을 무렵 비명소리가 들렸다.


“끄아악”


갑자기 내 쪽으로 달려 나오는 모험가 3명, 아 지난주에 새로 모험가가 된 신인 파티이다. 겁에 질렸는지 내가 있는 것도 못 보고 지나쳐 출구 방향으로 뛰어갔다.


‘근데 저 파티 4명 아니었나?.. 설마!’


황급히 그곳으로 가보니 복부에 상처를 입고 쓰러진 채로 피와 눈물을 흘리며 떨고 있는 수인 소녀 1명과 도끼를 들고 공격하려는 홉고블린이 있었다.


‘홉고블린이면 검으로 충분하겠군’


“[마력강화]”


홉고블린이 도끼를 내려치기 전 강화한 검으로 재빨리 목을 베어버렸다. 뒤를 돌아 소녀를 보니 긴장이 풀렸는지 기절해 버렸다.


‘이거 지금 치료 안 하면 과다출혈로 쓰러지겠는데? 주특기는 아니지만 별수 없군.’


“[힐]”


회복마법을 걸고 나서 상처를 붕대로 감은 뒤 소녀를 엎고 미궁을 나왔다.


아마 그 홉고블린은 미궁 4층의 고블린이 변이한 후 3층으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변이된 마물은 다른 마물과 다르게 1~2계층을 오갈 수 있다.


‘신인 녀석들 운이 없었구먼. 변이는 정말 드물게 발견되는 일인데 하필이면 거기에 휘말리다니... 미궁 도전은 이번이 처음일 텐데 모험가 관두는 거 아닌지 몰라.’


지금 모드릭의 길드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미궁이나 마물한테 죽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 신인들은 겁이 많다. 주로 받는 의뢰는 약초 채집, 조사, 호위 등으로 마물이나 도적 토벌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아... 이걸로 그 신인 파티도 모험가를 계속한다고 한들 마물 토벌은 안 하겠구먼.’


마물의 등급은 1~9급으로 나뉜다. 금등급인 나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2~5급의 마물을 잡아야 할 터인데 최근에는 가끔씩 9급인 최하급 슬라임 토벌까지 의뢰를 수행하고 있다.


길드의 요청으로 별수 없이 하곤 있지만 상급 모험가인 내가 그런 일까지 해야 하나...


모드릭으로 돌아온 뒤 곧바로 치료원으로 향했다.


“이봐 핀 손님이다.”


이 치료원의 주인은 핀, 과거 모험가로 같은 파티에서 활동하던 친구다. 지금은 결혼해서 치료원을 차렸다.


“오랜만이야. 응? 그 친구 제법 심하게 다친 거 같은데? 여기 눕혀”


“응급처치는 해놨으니 문제없을 거다.”


“정말이네. 이 정도 흉터의 크기를 봐선 까딱하면 죽었을 거야. 그리고 몇 번 말하지만 네가 하는 건 응급처치가 아니라 치료 그 자체다. 이번에도 겉에 흉터를 빼곤 완치되어 있어. 난 흉터만 지우면 되겠는데.”


“이번에도 흉터는 못 지웠군. 역시 난 회복마법은 미숙하네.”


“그거 기만이야 이 재능충 자식아. 마도사이면서 회복술사만큼 회복마법이 뛰어난 건 사기 아니냐고.”


“닥치고 돈이나 받아. 그리고 어려 보이지만 그 녀석도 여자니까 흉터는 제대로 지워. 나중에 치료 똑바로 못했다고 위자료 청구된다.”


“응 뭔 소리야? 패트릭 이 친구는... 벌써 갔네.”


핀의 치료원에 500록을 놔두고 길드로 향했다. 모험가를 관뒀지만 핀은 일류 회복술사다. 아마 그 녀석도 별 탈 없이 깨어나겠지.


길드 건물로 들어가니 헤린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패트릭씨.”


“어. 오늘은 오후 근무인가 보군”


“네 남편의 일을 도와주느라고요.”


윽.. 난 헤린이 껄끄럽다. 과거에 좀 가슴 아픈 경험을 해본 이후로 이 여자를 대하기가 어렵다.


“부길드장은 2층에 있나?”


“네 올라가시면 왼쪽 사무실에 있을 겁니다.”


2층으로 올라가 좌측 사무실 문을 열어보니 부길드장 밴이 머리를 싸매며 펜을 굴리고 있었다.


“끄응 길드 예산이... 이번에 국가지원금이 줄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밴 잘 지냈나?”


“음? 패트릭 언제 왔어? 것보다 노크 좀 하고 들어와 기본 매너야 매너.”


“잘 지내는 것 같네.”


밴한테 오늘 미궁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놈들 아무리 무서워도 말이야 동료를 버리고 도망 가다니.. 네가 아니었음 그 신인은 죽었을 거야.”


“그러니까 신인 교육 좀 잘 시켜놔. 안 그래도 인력 부족이잖아.”


“야 너 내가 지금 얼마나 바쁜 줄 알아? 길드 예산이 부족해서 매일 돈과 씨름하고, 의뢰 주는 귀족 놈들 비위 맞추고, 맨날 놀러 다니는 길드장 놈 뒤처리까지 한다. 몸이 2개였으면 좋겠어. 신혼인 헤린이 휴가 낸다는 것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빌고 있다.”


“그걸 어떻게든 하는 게 네 일이잖아. 바쁘면 사람이라도 구해.”


“사람 구하는 건 어려운 게 아니야. 길드에서 일하고 싶은 녀석들은 얼마든지 있어. 다만 길드에 인건비가 없다. 그리고 채용한다고 한들 헤린의 절반 아니 3할도 못 한다고.”


“그 친구 얘긴 좀 그만하고 방법이라도 찾아봐. 아님 우리 아버지한테 빌리던가. 돈은 넘쳐나게 많은 사람이니까.”


“네 아버지가 고리대금업자인 걸 누가 모르냐. 그리고 아직 헤린하고 사이가 어렵나 보네. 금등급 모험가란 녀석이 말이야 원하는 여자 뺏겼다고 뒤끝이 길구만 길어.”


“닥쳐!”


“... 미안하다.”


밴이 화제를 돌렸다.


“근데 네가 구한 그 신인 백랑족 아니냐?”


“확실히 수인인데다 머리, 귀, 꼬리가 은색이었던 거 같은데.”


“흐음 분명 이름이 유실이라고 했는데, 그 친구 외견은 그래도 남자다. 나이도 14세라고 거의 성인이지. 백랑족은 원래 외견이 어려 보인다고 하더라.”


“나이는 미궁 토벌 의뢰를 했으니 그럴 거 같았는데 그 얼굴로 남자라고? 세상은 넓고 이종족은 많네.”


모험가는 12세부터 할 수 있다. 나 또한 그 나이부터 시작했다. 다만 이 세계의 성인 기준은 15세로 미성년자는 토벌 의뢰를 수행할 수 없으며, 14세의 경우 성인 파티에 소속될 경우만 토벌 의뢰를 파티 단위로 수행할 수 있다.


밴과 이야기를 마치고 길드 건물을 나서니 해가 지고 있었다. 식당이라고 갈까 하다가 혼자 외식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기에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에서 판매하는 5록짜리 딱딱한 빵 하나를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겉이 단단해서 사 가는 사람이 없지만 먹어보면 의외로 맛있다. 빵을 베어 물으려는 찰나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모블에서 구해주었던 소녀, 아니 소년인 유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 모험가인 패트릭 에번스님이시죠?”


“그렇다만.”


“전 유실이라고 합니다. 오늘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뭘, 상처는 다 아물었나?”


“네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뭐 핀의 솜씨는 일류니까.”


방 테이블 위에 컵을 2잔 놓고 홍차를 끓였다.


“여기 앉아. 홍차 마시지?”


“네 감사합니다.”


홍차를 컵에 따르고 따끔하게 혼낼 생각으로 유실한테 말을 걸었다.


“너네 파티 그날 미궁 탐험 처음이지?”


“네 그렇습니다.”


“보아하니 홉고블린이 다가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은데 맞냐?”


“네”


“마물을 탐지해야 할 전위는 뭐 했어?”


“그게 다들 1~3층까지는 약한 마물만 나오니까 감지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이봐, 아무리 약한 마물이라도 기습당하면 사람은 죽을 수도 있다고!”


“죄송합니다.”


어리게 보이는 소년이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 무섭게 훈계하려던 마음이 사라졌다. 오늘 죽을 고비도 넘겼는데 강하게 혼낼 필요는 없겠지. 이미 많은 것을 깨달았으리라 생각된다.


“난 말이지 지금은 금등급이지만 12세에 처음으로 모험가를 시작할 땐 석등급이었어. 마물을 무서워하는 평범한 꼬맹이였지. 매일 약초 채집만 했어.”


“네? 그렇게 강한 패트릭님이요?”


“나도 처음에는 겁쟁이였다. 근데 그건 지금도 그럴지 모르지. 모험가가 되고 난 후 1개월 즈음 뒤에 약초 채집을 하다가 마물을 만났어. 잿빛 2각 늑대였다.”


“잿빛 2각 늑대면 그 위험종인 3급 마물?..”


“잘 알고 있구나. 모험가로서 기본은 되어 있네. 아무튼 죽기 직전이었던 그때 날 구해준 사람이 있었지. 은등급 모험가였던 폴릭, 그가 날 구해주었지.”


“그랬군요. 저하고 똑같네요. 근데 폴릭이라면...”


“어. 미궁에서 실종된 모험가지. 돌아온 파티의 얘기에 따르면 전위였던 폴릭은 실력을 과신해서 평상시보다 [마력감지]의 반경을 줄였어. 마력을 많이 소비하면 피곤하니까 그랬던 거 같아. 그 때문에 대형 전이마법진을 발견하지 못했다. 중앙의 마석으로 발동되는 방식이었는데 마법진의 반경이 상당히 넓었다고 해. 그런 경우에는 중앙의 마석을 감지하지 못하면 마법진을 감지할 수 없거든.”


“그러면 설마..”


“그래 마법진이 발동해서 그를 딴 곳으로 보내버렸다. 아마 미궁 심부로 떨어졌을 거야. 그 뒤로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했지.”


“그래도 찾아보면..”


“그 뒤로도 탐색대를 몇 번이나 보냈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 후로 5년, 아마 죽었을 거야.”


얘기를 듣던 유실은 눈물을 훌쩍이기 시작했다.


“왜 울어.. 울라고 한 이야기는 아닌데..”


“그렇지만, 은인인 사람이 그렇게 되었으니 패트릭님의 마음이 아플 거 같아서요.”


‘이 녀석 마음씨가 곱네. 착한 애구나.’


무심결에 유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여운 소녀처럼 생긴 쇼타 자식, 에휴.. 신인 데리고 내가 뭘 하는 건지.’


“유실 그러니까 알겠지. 미궁에서는 겁쟁이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 초인이라는 백금등급 모험가라도 죽을 수 있어. 그러니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가야지. 전위가 [마력감지]조차 안 하는 파티라니.. 내일 만나서 너하고 같이 교육 좀 시켜야겠구나.”


“네? 괜찮아요. 저 파티 나갔거든요. 저를 버리고 도망간 사람들과 같은 파티에 있고 싶지 않아서요.”


“음 그렇군. 확실히, 다시는 같이 모험하고 싶지 않겠어.”


유실하고 대화를 나눈 이후에 빗 찻잔을 치웠다.


“잘 마셨습니다.”


“언제든 오면 차 한잔 정도는 내줄게.”


“감사합니다.”


“그러면 밤이고 늦었으니 돌아가 봐.”


“저.. 그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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