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하는 하남자는 아포칼립스의 국가권력급 환생 마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뮨피아조아
작품등록일 :
2024.09.16 19:20
최근연재일 :
2024.09.19 15:5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09
추천수 :
7
글자수 :
31,213

작성
24.09.16 21:47
조회
26
추천
2
글자
12쪽

각성

DUMMY

소년이 눈을 떴다. 그게 내 전생이었군. 그는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왜 이제서야 기억했는지 원망스런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기억할 수 있는게 어딘가. 소년은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윤회한다. 환생은 당연한 것이며,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었다. 물론, 전생에 인간이었다고 해서 이생에도 인간이란 법은 없다. 드워프가 될 수도 있고 고블린이 될 수도 있었다.


환생한 생명의 대부분은 전생의 기억을 망각한다. 기억은 고통의 원인이었다. 새로운 출발을 하길 바라는 신의 축복이었다. 그런 점에서 소년은 아주 드문 케이스였다.


‘나한테 새로운 출발은 필요하지 않아.’


소년은 평범한 남자아이였다. 그러나, 전생의 원한이 너무 강했던 걸까. 화마가 덮친 마을에 홀로 남은 장발 사내의 집념은 소년에게 이어졌다.


“힐데온 거기서 뭐해! 농땡이 피우고 있는거냐?”

“예예 갑니다.”


평범한가? 난 고아인데. 평화로운 세상에선 평범하지 않은 존재였지만, 전란의 시대에는 흔한 일이었다. 당장 이 일터에도 전쟁 고아 출신의 아이들이 많았다.


“힐데온, 저쪽에 사람이 부족하니 가서 도와라.”

“알겠습니다.”


소년, 힐데온은 고아원에서 자라 19살이 되던 올해 초에 나왔다. 정확히는 쫓겨났다.


전쟁 고아를 포함해서 각양각색의 사연으로 생긴 고아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19살이나 된 힐데온이 고아원에 있을 자리는 없었다.


‘이 정도도 고맙지 뭐.’


고아원은 고아가 20세가 될 때까지 맡을 의무가 있었다. 연방법에도 명시된 사항이었다. 힐데온은 1년 일찍 나온 셈이었지만, 고아원을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려운 시국에 갈 곳 없는 자신을 18년 동안 먹고 재워준 곳이었다. 그만하면 충분했다.


“다들 게으름 필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해라! 이 벽 무너지면 너네도 끝장이야!”

“예 알겠심더.”

“넷!”


소년은 여러 개의 봉우리가 높게 솟은 엘피네움 산맥을 보며 숨을 들이켰다. 엘피네움 산맥은 천혜의 요새였다. 엘피네움 산맥이 없었다면 연방은 진작 마물들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으리라.


산맥 너머에는 마물들이 드글거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산맥 동쪽 초입에서 어슬렁거리는 마물 떼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마물들은 경계 근무라도 하는 듯이 산맥을 따라 세워진 엘피네움 장성과 나란히 움직이면서 알 수 없는 괴성을 질러댔다. 밤낮할 것 없이 내지르는 마물의 괴성에 두려움을 느끼고 엘피네움을 떠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에게 마물 따위가 무슨 대수란 말인가. 힐데온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돈 되는 일이면 뭐든 해야된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최근 한 달 간 마물의 공세는 50년 전 대공세의 위력을 상회했다. 연방은 마물의 침입으로 무너진 장성을 보수하기 위해 부랴부랴 인력을 끌어모았다. 힐데온도 그 중 하나였다.


‘오늘 일당만 받고 떠나야겠어.’


다음 행선지는 정해져있었다. 연방의 정반대편에 있을, 아니 있어야만 하는 제국이었다. 제국은 전생의 고향이었다. 힐데온은 제국으로 건너가 전생의 흔적을 쫓아 힘을 기를 계획이었다.


다행히 전생의 그가 죽은 지 50년 밖에 안 되었기에, 다는 아니더라도 전생의 인연들이 몇 명은 살아있을 것이다.


문제는 제국의 존재 여부였다. 50년 전 마물의 대공세로 대륙 중부가 마왕의 세력에게 침식 당하면서 서쪽의 연방과 동쪽의 제국 사이의 교류는 끊겼다.


육로와 해로 모두 마물들에 의해 장악되어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없게 되었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마력 통신마저 두절된 상황이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고생하셨습니다!”

“일당 받을 사람들은 여기로 오슈!”


힐데온은 서둘러 감독관에게 뛰어가 일당을 받았다. 50크로네였다. 하루 식비는 해결할 수 있는 돈이었다. 각성 전에는 일당을 받고 펄쩍 뛰며 좋아라 했겠지만, 이젠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야, 힐데온 어디가! 밥 안 먹어?”

“저 자식 오늘 왜 저래? 녀석답지 않게 멍도 때리더니.”


힐데온은 그를 부르는 동료의 목소리에 대꾸도 하지 않고 떠났다. 인적이 드문 공터로 가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이 곳이면 괜찮겠지.’


힐데온이 도착한 장소는 엘피네움 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산이었다. 흔히 뒷산이라고 부르는 아담한 높이의 이 산은 그가 혼자 있고 싶으면 찾던 곳이었다.


힐데온은 크게 심호흡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몸 속에서 꿈틀거리는 여러 기운을 느꼈다. 그는 이 중에서 불의 기운을 골랐다.


아아악!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었을, 마력과는 거리가 먼 신체였다. 단전에서 나온 불의 기운이 꽉 막힌 마력 회로를 뚫을 때마다 힐데온의 입가에서 피가 한 움큼씩 튀어나왔다.


‘시발, 이러다 죽는 거 아냐?’


겉으로 드러난 힐데온의 신체는 허약과 거리가 멀었다. 환경이 나름 괜찮은 고아원에서 자라서 영양실조 없이 자랐고, 올해 들어와선 각종 노가다로 신체가 다부져졌다.


그러나, 신체의 튼튼함과 마력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튼튼함은 별개였다. 힐데온의 겉모습은 멀쩡했지만 속은 잔뜩 상한 상태였다. 곧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온전히 정신력만으로 버텼다.


“허억... 허억...”


힐데온이 거친 숨을 연거푸 몰아내쉬었다. 탁한 색의 핏물이 그의 입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는 핏자국을 닦아내면서 자신의 상태를 진단했다.


‘겨우 6성.’


힐데온은 전생에 9성 마법사였다. 6성 역시 마법사로서 높은 성취를 거둔 것이었지만, 힐데온은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앞으로 상대해야할 마족과 마왕은 검술이든 마법이든 최소 7성 이상의 경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전성기를 뛰어넘는 경지에 이룰 자신이 있지만.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있는 지 알 수 없다.’


힐데온은 고개를 저었다. 사념에 빠져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그가 나약한 몸에 불의 기운을 일깨운 건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를 부르기 위함이었다.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 계약자 발리엔트 지 파르타니아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낼 것을 요청한다.”


힐데온의 영창이 끝나기 무섭게 불의 기운이 지면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했다. 미지근했던 열은 금새 몸이 타는 듯한 작열로 변했다.


힐데온의 피부에 하나둘씩 화상이 생기는 순간, 근엄한 목소리가 대기 중에 울려퍼졌다.


“어떤 고얀놈이 감히 두 분의 이름을 언급한단 말이냐!”


힐데온이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날개를 활짝 펼친 유니콘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니콘의 몸은 새빨간 불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정령왕자 아도니스?”

“엥?”

“나다. 발리엔트.”

“뭐?”


힐데온은 유니콘을 본 순간 그가 누군지 단 번에 알았다. 정령왕 이그니스의 제3왕자 아도니스였다. 그러나 정령왕을 불렀는데 아도니스가 소환된 것에 힐데온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미친. 진짜 발리엔트잖아?”

“그래, 나다. 환생했다. 알아보겠어?”

“나를 뭘로 보는거야. 정령이 영혼 냄새도 맡지 못하면 나가 죽어야지.”

“말이 험한 건 여전하군.”

“너만 할까. 욕쟁이 발리엔트.”


힐데온은 아도니스와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 받으면서 오랜만의 해후를 나눴다. 반가움도 잠시, 그는 아도니스에게 궁금한 게 많았다.


“그나저나 아도니스. 나는 이그니스를 불렀는데 왜 네가 나왔지?”

“흠... 그래, 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것도 모르겠군. 쉽게 말해 우린 좆된 상황이다.”

“그래보이긴 하다만. 뜸 들이지 말고 얼른 설명해.”

“성미가 불 같은 건 여전하네. 아버지... 정령왕 이그니스는 마왕의 꼭두각시가 됐다.”

“...뭐?”

“저항하는 과정에서 형들도 죽었고 나만 겨우 살아남았다. 그 결과, 유일한 후계자가 된 내가 정령왕위를 계승했고 네 부름에 나타나게 된 거지.”


아도니스는 구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겉으론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솟구치는 슬픔을 겨우 억누르고 있는 듯 했다. 힐데온 역시 착잡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아도니스가 입을 열었다.


“힐데온,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시간이 없다. 네 마력이 부족해서 소환이 곧 끝날거야. 제국에서 네 옛 동료, 악타이르를 찾아 도움을 청해.”

“악타이르... 살아있었군... 잘 알겠다.”

“그럼... 행운을 빌지.”


정령왕자 아니, 이젠 정령왕이 된 아도니스는 우렁찬 말 울음소리를 내며 힐데온에게 작별을 고했다. 아도니스의 몸이 신기루처럼 서서히 흩어지면서 둘의 짧은 만남이 끝났다.


아도니스가 사라지고 한참 동안 그가 있던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힐데온은 끝내 앞으로 고꾸라졌다. 정령왕의 말대로 아도니스를 소환하느라 체력과 마력을 모두 소진한 탓이었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힐데온은 의식을 잃었다.


***


“야야! 힐데온 눈 떴다!”

“이 자식아 사람 걱정 좀 시키지 말라고!”

“아야...”


힐데온이 눈을 떴을 때는 노가다판에서 안면을 튼 동료들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전술도시 엘피네움의 여관이었다. 힐데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마물에게 잡아먹히지 않은 게 천운이었다.


“다들 고마워. 나 얼마나 오래 누워있었던 거야?”

“너 꼬박 삼일을 그러고 있었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하하... 그러게...”


동료들의 걱정어린 목소리에 힐데온이 겸연쩍게 웃었다. 달리 설명할 방법도, 이유도 없었다. 아쉽지만 이들과 이별할 시간이었다. 힐데온은 가볍게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약간의 통증이 전해졌지만, 움직이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힐데온은 한시라도 빨리 엘피네움을 벗어나고 싶었다. 악타이르를 만나야했다.


“야, 어디가! 의사가 너 일주일은 쉬어야 한다고 했어!”

“미안, 가봐야할 곳이 있어.”

“저거 머리 다친 거 아니야?”


평소와는 다른 힐데온의 모습에 동료들이 그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힐데온은 반응하지 않았다. 아도니스가 전해준 비보는 힐데온의 복수심을 한층 더 타오르게 했다.


‘이대로 한가롭게 있는 건 먼저 간 사람들의 얼굴을 볼 낯이 없어.’


힐데온은 지난 1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의 손을 뿌리치고 출입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얘들아, 그동안 고마웠다. 감독관한테 나 일 그만둔다고 전해줘.”

“...그래 새꺄. 뭔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기회되면 또 보자고!”


단호한 힐데온의 모습에 잠시 당황하던 동료들도 이내 그의 앞날에 축복을 기원했다. 힐데온은 대답 대신 오른손을 어깨 위로 높이 흔들었다.


***


짠내 가득한 바다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힐데온의 입가가 슬며시 호선을 그렸다. 엘피네움을 떠나 그가 다다른 곳은 연방의 최동단이자 힐데온이 나고 자란 고아원이 있는 항구 도시 르네였다.


그가 1년 만에 고향을 찾은 것은 고작 향수병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자네도 이 배를 타려고?”

“네.”

“직업은?”

“4성 불 속성 마법사입니다.”

“뭐? 당장 승선하게!”


연방에서 내로라하는 모험가들이 작은 항구 도시 르네에 집결했다. 연방 마력공학의 총체라 할 수 있는 대형 마력선박 마키아 호에 승선하기 위함이었다.


마키아 호의 목적지는 대륙 동쪽에 위치한 제국의 수도 레벨리카였다. 제국으로 넘어갈 방도를 고심하던 힐데온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쌀먹하는 하남자는 아포칼립스의 국가권력급 환생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바다뱀 사냥(1) NEW 8시간 전 8 1 14쪽
5 마물 로드 스킬라 24.09.18 10 1 14쪽
4 미끼 24.09.17 17 1 14쪽
3 출항 24.09.17 15 1 12쪽
» 각성 24.09.16 27 2 12쪽
1 프롤로그 24.09.16 33 1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