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하는 하남자는 아포칼립스의 국가권력급 환생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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뮨피아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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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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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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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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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

DUMMY

“아이론.”

“네...”

“목소리가 작다. 다시.”

“넵.”

“작은 게 뭔지 몰라?”

“넵!”

“마지막 기회야.”

“넵!!”

“좋아, 앞으로 호명할 때 이 정도 소리는 내야 한다. 펠미나, 브라우스, 바톤, 키엘, 루블랙 너희도 마찬가지야. 알겠나?”

“네에에!!!”


신임 십인대장이 부임한 뒤로 불 속성 마법사 십인대는 하루도 거루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다. 마침 마키아 호가 대형 선박인 덕에 각 십인대에 할당된 연무장이 있었고, 힐데온의 십인대도 한창 애용하는 중이었다.


항구 도시 르네를 떠나 망망대해를 항해한 지도 어언 일주일. 며칠만 더 있으면 마키아 호는 연방의 영해를 떠나 마물의 영향권에 있는 바다에 들어서게 된다.


‘그 때는 매일이 전쟁이야.’


힐데온은 한창 마력 호흡 훈련 중인 십인대원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과연 이들을 데리고 마물과 싸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 그였지만.


모처럼 후배들의 지휘를 맡게 되었으니, 적어도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겠다고 힐데온은 다짐했다.


‘시간이 좀 더 주어져있다면 좋을텐데.’


그러나, 불평을 늘어놓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승선 적격 심사를 통과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힐데온 휘하 여섯 명 대원들은 마법 실력은 둘째치고 전투 기본기 습득조차 안 되어있었다.


녀석들에게 미안하지만, 목숨이라도 건지려면 갈구는 게 답이었다.


“펠미나.”

“네! 나리!”

“나리가 아니라 대장이다. 이상한 말투는 관두도록.”

“네 알겠습니다. 나리!”

“대장.”

“죄송합니다. 대장!”


힐데온은 입맛을 다셨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소녀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힐데온이 이 십인대에서 그나마 기대하고 있는 마법사였다.


‘펠미나, 나이는 열아홉으로 나랑 동갑. 성취는 3성 초반 정도. 이상한 말투를 쓰지만, 마법에는 재능이 있음. 공격에 특화.’


힐데온은 요 며칠 동안 펠미나를 관찰한 결과를 적은 노트를 속으로 읽어내려갔다. 50년 전 아카데미 학생들의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아쉬운 대로 쓸만 했다.


“펠미나, 질문이다. 주문 영창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지?”

“호흡입니다!”

“무슨 호흡?”

“어... 마법 호흡? 마술 호흡? 아! 마력 호흡입니다!”

“...잘 대답했다.”

“이유는?”

“그 이유는 마력이 실린 호흡에서 마법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좋아.”


좋아라고 말했지만, 힐데온의 표정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애초에 이건 힐데온이 가르칠 내용이 아니었다. 마법사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이치 중의 이치였으니까.


에이스급은 아니더라도 연방 기준에서 최소한 중간은 되기에, 자레딘이 이들을 이번 원정에 데리고 왔을 터였다. 준척급이 이 수준이면 나머지는 볼 것도 없었다.


‘제길, 자존심 상하게 불이 제일 개판이야.’


50년 전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그 사건을 떠올려보면, 불의 저변이 약해진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불 속성 마법사로서 오랜 시간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 힐데온으로서는 착잡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펠미나가 얘기한 걸 절대로 잊지 마라. 기본이 튼튼해야 그 다음의 것도 할 수 있다."


힐데온의 말에 십인대원들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내가 어떤 마법을 쓰고 어떤 주문을 영창하는지 보다 중요한 건 호흡에 마력이 제대로 실리고 있는 지다."


힐데온은 잠시 뜸을 들였다. 다음 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단전에서 시작된 마력이 회로를 타고 호흡 기관으로 넘어와 날숨과 함께 나오고 있는지 느끼고 또 느껴라.”


흡사 모르는 이가 보면, 요가라도 하는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힐데온의 십인대원들은 수 시간 동안 일체의 미동 없이 가부좌를 틀고 마력 호흡 훈련을 하고 있었다.


첫날에는 10분도 안 돼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자세가 무너졌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 꽤 그럴 듯한 여섯 명의 모습에 한시름 놓은 힐데온이었다.


‘구색은 대충 맞출 수 있겠는데.’


연방과 제국의 군대가 십인대를 기본 단위로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절정고수가 아닌 이상 다수의 적을 상대하면서 혼자 싸우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실력은 팀워크로 메꿀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데, 힐데온은 이 부분은 자신있었다.


‘전쟁 짬밥만 몇 년인데, 십인대도 못 이끌면 안 되지.’


“힐데온, 오늘도 불 속성 마법사 십인대는 훈련에 매진하고 있구만.”

“자레딘님? 여긴 어쩐 일로?”

“한 번 궁금해서 찾아왔다네, 요즘 마키아 호가 자네 십인대 얘기로 시끌벅적하다는 걸 알고 있나?”

“...몰랐습니다. 무슨 얘기인가요?”


‘모르긴 뭘 몰라, 다 알고 있지.’


갑작스런 자레딘의 방문이었지만, 힐데온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진작 그가 수십 분 전부터 연무장 안을 힐끗힐끗 바라보는 걸 눈치 챘으니까.


자레딘이 꺼낸 불 속성 마법사에 대한 소문도 마찬가지였다. 알고보니 이 십인대는 구성 당시부터 허접하기로 원정대 내에서도 이미 유명했다.


출항 당시까지 십인대장도 없던 부대가 별안간 어디서 굴러먹다가 온 지도 모르는 용병을 대장으로 앉혔다.


게다가, 연무장에서는 매일 곡소리가 끊기지 않으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영감도 호기심을 못 참고 온 거네.’


“불 속성 마법사 십인대가 맹훈련을 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네.”

“아, 그렇습니까.”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군?”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 아니겠습니까.”

“푸하핫!”


힐데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레딘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제 딴에는 자레딘에게 점수나 따려는 생각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자레딘이 박장대소를 하자 힐데온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생각해도 오글거리는 말이긴 했는데... 너무 과했나.’


“아이고, 힐데온 미안하네. 자네한테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어. 비웃으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니, 노인네의 무례를 용서해주게.”

“하하, 괜찮습니다. 용병이라고 애국심이 없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 말대로네. 편견을 갖고 있었구만. 자네가 용병이기도 하고 제국에 정착한다는 말에 철저히 이익만 쫓는 줄 알았더니, 내 생각이 짧았어.”

“아닙니다. 제 설명이 부족했네요. 당연히 제국에서 마법 공부를 마치면 연방으로 돌아가 나라에 보탬이 될 생각이었습니다.”

“제국에 눌러앉겠다는 말이 그 뜻이었어. 허허.”


자레딘이 힐데온을 인자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노마법사는 원래도 선한 인상이었지만, 어린 십인대장을 향한 그의 시선에는 어느 때보다 따뜻함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용병답지 않게, 어린 사람답지 않게, 투철한 애국심과 군인 정신이 자레딘을 감복시킨 모양이었다. 물론, 힐데온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한 거였지만.


‘뭐라도 콩고물 안 떨어지나.’


자레딘의 호탕한 웃음에도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컨셉을 유지한 힐데온이었다. 상관에게 온갖 사탕발림을 한 목적이 있었다.


“흠흠.”

‘드디어.’


별안간 자레딘이 괜한 헛기침을 하며 연무장 밖으로 나갔다. 그의 허리 뒤로 따라오라는 손짓이 보였다. 신호였다. 이를 놓칠 힐데온이 아니었다.


“받아두게.”

“이건...”

“마력석이네. 2성급 5개, 3성급 1개.”

“......!”


마력석이란 말에 힐데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마력석은 성급에 관계 없이 귀했기 때문이다.


마력석은 말 그대로 마력을 머금고 있는 고체의 물질이었다. 마력을 사용하는 전사나 마법사는 마력석에 저장된 마력을 흡수해 체내 마력 함유량을 높일 수 있었다.


전투력이 마력의 양에 꼭 비례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상관 관계는 존재했다. 상당분의 마력은 위력적인 공격을 가능케 했다.


‘어디서 난 거지. 설마 연방이 50년 새에 마력광업이라도 발전했나.’


습득 경로는 크게 두 가지였다. 광산에서 채굴하거나 마물에서 채취하거나.


“이거 표정을 보니 내가 선물을 제대로 준비한 모양이군.”

“자레딘님, 이렇게 귀한 걸! 정말 감사합니다!”


마력석이 어디서 난 건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힐데온의 십인대가 금보다 귀하다는 마력석을 얻었다는 사실이었다.


힐데온의 허리가 저절로 숙여졌다. 이것으로 저 문제아들의 성취는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다.


어쩔 줄 모르고 머리를 조아리는 힐데온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자레딘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수염을 매만졌다. 그의 포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네 것도 주지 않으면 섭섭하겠지. 4성 마력석이네. 요긴하게 쓰길 바라.”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주는 걸세. 앞으로도 부탁하지.”

“넷!”

“아. 그리고 소문 좀 꼭 내주게. 그래야 다른 십인대도 마력석을 받으려고 분발할 거야.”

“알겠습니다!”


기대를 상회하는 후한 보상에 힐데온의 목소리가 자연스레 씩씩해졌다. 원래 남에게 아부 떠는 것과는 거리가 먼 전생의 그였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알랑거리는 것도 생각보다 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리엔트 시절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4성 마력석이었으나, 지금은 감지덕지였다. 힐데온의 성취가 6성인 관계로 마력석의 효과가 크진 않겠지만, 이게 어딘가.


‘좀 더 빨리 7성에 도달할 수 있겠어.’


힐데온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앞으로도 자레딘에게 알랑방귀를 잘 뀌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또, 어떤 콩고물이 떨어질 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럼, 나는 이제 가보겠네. 모쪼록 십인대를 잘 부탁하네. 인원은 매우 적지만, 어떻게든 부대를 꾸린 이유를 자네는 알지 않는가.”

“네! 백인대장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건투를 비네.”


말을 마친 자레딘은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처음에 그의 기척을 느꼈을 때는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심기가 불편했던 힐데온이었지만. 자레딘이 남기고 간 선물에 체증이 내려간 듯 속이 후련해졌다.


상관이 돌아갔으니, 다시 십인대의 훈련에 매진할 때.


“자세 제대로 안 해!”


평소와 달리 잔뜩 기합이 들어간 힐데온이었다.


***


“결국 올 것이 왔군.”

“그렇습니다.”

“선장, 앞으로 마물 로드 ‘스킬라’의 둥지까지 얼마나 남았지?”

“하루 정도입니다.”

“...날이 밝으면 전군을 갑판으로 집합시키게. 작전 명령을 하달하겠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님.”

“알겠소, 총사령관.”


야심한 시각, 선장실에는 원정대의 책임자들이 모여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앞으로 12시간 후면, 마키아 호는 연방의 영해를 떠나 이른바 ‘마왕해’에 도달한다.


마왕해에는 별의별 마물들이 우글거리는 것은 물론, 마물의 우두머리인 마물 로드도 다수 서식하고 있었다.


마왕해를 통과하여 제국의 연안으로 향하는 여러 가지 루트가 연방 국무회의에서 제안되었지만, 이 중에서도 마왕해에서 가장 강한 마물 로드로 알려진 스킬라의 둥지를 관통하는 경로가 채택된 건 이유가 있었다.


-스킬라의 성격은 포악하오. 그 덕에 스킬라의 둥지 근처에는 녀석의 분신을 제외하면 마물이 전무하지.

-또한, 놈이 덩치는 크지만 뱀 머리가 여섯 달린 마물인지라 한 번에 여섯 명까지만 공격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여섯 명을 뽑아 스킬라에게 먹이로 던지고 배를 쫓아오지 못하도록 이들이 괴물의 몸 안에서 공격하면, 마키아 호의 속도로는 따라잡히지 않을 걸세.

-묘안이군, 채택하겠다.

-각하, 부디 재고해주십시오! 스킬라에게 산 제물로 바쳐질 여섯 명도 연방의 인민이지 않습니까.

-자레딘 경! 총사령관은 나일세! 게다가 이미 각하께서 결정하신 사항에 어찌 왈가왈부하려는가!

-음... 괜찮네, 발타자르 경. 대마법사 자레딘 경, 그러면 자네는 이보다 더 좋은 안이 있는가?

-그건...

-연방의 인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네의 마음은 잘 아네. 허나, 연방에겐 시간이 없어. 엘피네움 장성이 무너지는 건 금방이야.

-......

-더는 이견이 없다면, 본 안으로 확정하지.


자레딘의 표정은 어두웠다. 출정 전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국무회의에서 자신은 집정관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이상론이 앞설 때가 아니었다. 지금도 동부 전선에서는 수 많은 장병들이 마물들에게 목숨을 잃고 있었으니까.


자레딘이 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를 꺼냈다. 이번 원정에 참여한 이들의 인적사항이 적힌 명단이었다. 위에서부터 쭉 읽어내려가던 그의 시선이 중간에서 멈춰섰다.


[불 속성 마법사 십인대]

: 대장 - 힐데온

: 대원 - 펠미나, 브라우스, 바톤, 키엘, 루블랙, 아이론


묵묵히 이들의 이름을 바라보던 노마법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펠미나, 브라우스, 바톤, 키엘, 루블랙, 아이론. 손자, 손녀뻘에 불과한 어린 생명이었다. 자레딘은 속으로 이 이름들을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그는 맹세했다. 이 아이들의 이름을 결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고.


스킬라의 산 제물이 될 이들을.


“자레딘, 스킬라에게 줄 먹이를 준비시키게.”

“...불 속성 마법사 십인대 말씀이십니까?”

“그랬나? 여튼 여섯 명으로 이뤄진 부대 말이야.”

“......알겠습니다.”


‘씨발, 좆같은 것들.’


그리고 이 광경을 줄곧 지켜보던 힐데온은 욕지거리를 뱉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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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출항 24.09.17 15 1 12쪽
2 각성 24.09.16 2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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