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하는 하남자는 아포칼립스의 국가권력급 환생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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뮨피아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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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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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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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 로드 스킬라

DUMMY

힐데온은 눈을 감았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 어중이떠중이들로 부대를 급조한 이유가 있었군.


십인대장을 맡아 짭짤하게 보수를 챙기면서 편안한 승차감으로 제국에 넘어가려 했던 그였다.


힐데온은 아무런 의심 없이 자레딘의 제안을 수락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힐데온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계략을 알아채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은 마법을 일곱 가지 속성, 불, 물, 땅, 바람, 신성, 암흑, 무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마물과 마족을 상대로 가장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속성은 불이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마물을 상대할 때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만든 부대인 줄 알았건만.’


연방이 엘피네움 장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도 불 속성 마법사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원래도 연방의 마법사는 극소수였지만, 그중에서도 불 속성 마법사의 수가 가장 적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힐데온이 전생에서 생을 마감한 날, 숨을 거둔 장소에서 전 세계 불 속성 마법사의 9할이 목숨을 잃었다. 마왕을 위시한 마족과 마물의 기습이 빚은 비극이었다.


마왕군은 불의 도시, 제국령 부유섬 안티오크를 철저히 파괴하고 짓밟았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 자체를 남기지 않으려는 듯했다.


그들은 진정 두려워했다. 암흑을 멸하는 불의 힘을.


그렇기에 전성기 시절 발리엔트의 몸이라면, 7성의 스킬라를 죽이는 것 정도야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6성의 성취 밖에 이루지 못한 힐데온의 신체로는 목숨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아도니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무리야. 마력이 부족해.’


힐데온이 선실 밖으로 난 창문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 동이 트고 있었다. 아침이었다.


이대로 해가 동쪽 하늘에 완연하게 떠오르면, 총사령관의 작전 명령 하달과 함께 불 속성 마법사 십인대는 영문도 모른 채 사지로 내몰릴 것이다.


‘이제는 결정해야 해.’


간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던 힐데온은 오랜 고민 끝에 생각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을 박차고 나온 힐데온이 향한 곳은 자레딘의 집무실이었다. 이대로면 꼼짝 없이 스킬라와 함께 수장될 게 분명했다. 그가 선택한 건 정면 돌파였다.


똑똑.


“누군가?”

“자레딘님, 불 속성 마법사 십인대장 힐데온입니다. 말씀드릴 게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들어오게.”


힐데온이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자레딘의 때아닌 쉰 목소리가 들렸다. 곡이라도 했는지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있었다. 힐데온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무슨 일인가?”

“외람된 말씀이지만, 스킬라를 토벌할 수 있는 훌륭한 작전이 생각나 자레딘님께 제안하고자 이른 시각에 급히 알현을 청했습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괜찮네. 어디 한 번 들어보도록 하지.”


힐데온의 입에서 스킬라라는 이름이 나오자 자레딘의 동공이 일순간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그의 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다.


“백인대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스킬라의 둥지 인근 북쪽 해상에 카리브디스 해협이 있습니다.”

“알고 있네.”

“그리고 그 해협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찢어버리는 거대한 소용돌이이자 또 다른 마물 로드 ‘카리브디스’의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자레딘이 힐데온의 말에 눈을 가늘게 떴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솔직한 반응에 힐데온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스킬라 하나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카리브디스라는 다른 마물 로드를 고려할 정도로 원정대의 상황은 넉넉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수뇌부는 힐데온의 작전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자레딘의 물음에 힐데온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그의 입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자레딘은 애간장이 녹을 것처럼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노마법사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려는 순간, 마른침을 꿀꺽 삼킨 힐데온이 천천히 힘주어 말하기 시작했다.


“저희 십인대가 스킬라를 카리브디스 해협까지 유인하겠습니다.”

“뭐?”

“아무리 스킬라가 강하다 한들, 카리브디스가 만들어내는 소용돌이를 벗어나진 못할 겁니다.”


힐데온은 숨을 고르며 자레딘의 눈치를 봤다. 다음에 할 말이 작전의 핵심이었다.


“해협의 양쪽에 위치한 작은 섬에 원정대를 둘로 나눠 매복시키고, 유인된 스킬라가 해협에 들어와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이때를 노려 일제 공격하는 작전입니다.”

“......”


힐데온의 말에 자레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당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린 십인대장을 노려봤다.


“힐데온, 자네. 누가 알려준 건가?”

“무슨 말씀인지...”

“시치미 떼지 말게. 불 속성 마법사 십인대에게 주어진 임무를 모른다면 이 상황이 말이 안 돼.”

“백인대장님, 죄송합니다! 정말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벌을 내려주십시오!”


애초에 원정대 책임자가 나눈 밀담을 엿듣고 진실을 알게 된 힐데온이었다. 군법상, 군사 기밀에 대한 도청은 극형에 처할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굳이 실토할 이유는 없었다.


“정녕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단 말인가!”

“정말입니다! 믿어주십쇼!”


자레딘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힐데온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응수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결백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자레딘은 의문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는군. 작전 명령을 하달하기 전인데,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마음 같아선 힐데온을 추궁하고 싶은 자레딘이었지만, 물증도 없고 시간도 없었다.


더군다나, 선장실에서 논의되는 군사 기밀은 소리 차단 마법으로 새어 나가는 걸 막고 있었다. 자신보다 성취가 높은 마법사가 아니라면 엿듣는 건 불가능했다.


자레딘으로선 마법의 불모지인 연방에서 6성 이상의 마법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알겠네, 힐데온. 자네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겠어.”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네의 전략은 검토해 보겠네. 다만, 이 안이 채택될 경우, 불 속성 마법사 십인대의 생환은 장담하기 어려울 터. 그래도 괜찮겠는가.”

“누군가는 미끼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꼭 자네 부대일 필요는 없어.”


자레딘의 말에 힐데온은 꼭지가 돌기 일보 직전이었다. 힐데온은 연방 국무회의에서 십인대를 비호한 유일한 이가 자레딘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힐데온은 자레딘이 맘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인다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어올랐지만 애써 참았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필요는 없었다.


이제 자레딘의 물음에 대답할 차례였다. 힐데온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자레딘을 향해 결연한 눈빛을 내비치며 입을 열었다.


“다른 십인대와 달리 저희 십인대원은 전투 경험이 전무한 자가 다수고, 전투 능력 또한 함량 미달입니다. 따라서, 할 수 있는 게 도망치는 것 말곤 없습니다.”

“......”

“괜히 전투에 나서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바에는 미끼 역할이라도 제대로 해서 모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합당하지 않겠습니까.”


자레딘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찬찬히 힐데온을 응시했다. 힐데온도 백인대장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지금의 그는 누구보다 조국을 사랑하고 연방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있는 이 난세의 보기 드문 용병이자 십인대장이었다.


‘이 청년의 진심을 외면한다면, 길버트를 볼 낯이 없다.’


자레딘의 오랜 친우, 공정한 길버트. 그는 용병 차별을 반대하는 한편, 용병들을 대상으로 윤리 교육을 실시하여, 내부적으로도 자정 작용에 힘썼다.


예전에는 걸핏하면 만만한 의뢰인들을 등쳐먹거나 연방의 군인으로 고용되었음에도 태업하는 등 지탄받아 마땅한 용병들이 많았으나, 길버트의 노력으로 그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힐데온은 길버트의 유산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용병이 이 정도 충성을 바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자레딘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힐데온.”

“네, 백인대장님.”


여전히 굳건한 의지가 충만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용병을 향해, 백인대장은 어떤 말을 고르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이윽고, 그의 입이 떨어졌다.


“자네의 충정에 깊은 감사를 표하네.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해주겠네.”


힐데온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


세찬 밤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넘어간다. 바다 특유의 짠내와 비린내가 한 데 섞여 코를 찔렀지만, 표정을 찡그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모두가 결연한 눈빛으로 전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조타수, 배를 암초 뒤에 엄폐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조타수의 우렁찬 대답과 함께 배가 수면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갔다. 머지않아 배는 선장이 말한 암초에 다다랐다. 조타수는 능숙한 손놀림과 함께 좌현으로 선회한 후 선박을 암초 뒤에 정박시켰다.


키릭키릭. 끼리릭. 키르르르릭.


암초 너머로 기이하고 께름칙한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콕콕 찌르는 듯한 이 괴음의 정체는 뱀의 혓바닥이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였다.


“진정해라.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한, 녀석은 우리를 찾아낼 수 없다. 마키아 호의 신호가 있을 때까지 대기한다.”

“네!”


달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밤, 대해의 한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고속선에 힐데온과 불 속성 마법사 십인대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힐데온은 말없이 고개를 돌려가며 십인대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봤다. 너나할것 없이, 전원이 긴장감으로 역력했다.


‘펠미나, 브라우스, 바톤, 키엘, 루블랙, 아이론.’


힐데온은 속으로 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모두 살아서 돌아갈 것이다. 반드시 그리될 것이다. 힐데온은 되뇌고 또 되뇌었다.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마키아 호에 딸린 고속선에 승선해 스킬라의 둥지에 이르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놀랍게도 자레딘이었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긴 한 거 같다만, 꼭 그렇게 해야겠는가?

-총사령관님, 스킬라는 마물 로드입니다. 쓰러트린다면, 일반적인 마물에게 채취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방대한 크기의 마력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게 누구의 것이겠습니까?

-호오, 자레딘. 자네답지 않게 싹싹하구만. 좋아, 그리하지.


자레딘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은 힐데온은 그에 대한 오해는 풀었지만, 분노마저 가신 건 아니었다. 게다가, 자레딘의 말을 선뜻 전부 믿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총사령관을 알현한 자리에서 그의 무능과 탐욕을 확인한 힐데온은 머리끝까지 차올라 있던 분노와 의심을 거두었다.


-자네만큼은 어떻게든 살릴 생각이었는데, 내가 잘못 판단했네. 십인대원들 역시 죽어도 되는 목숨은 아니야.

-재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인대장님. 믿고 맡겨주셨으니, 이번 작전은 꼭 성공하겠습니다.

-...이 늙은이를 용서해 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어쩔 수 없었다는 점 이해합니다.


‘자레딘, 늙은 구렁이라고 생각했는데, 고고한 학이었군.’


이번 일을 계기로 자레딘에 대한 평가가 올라간 힐데온이었다. 나중에 하는 걸 봐서 좀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한동안 제국에 눌러앉겠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레딘과 같은 연방의 고위 인사와 끈을 만들어서 나쁠 건 없었다.


또 하나, 다행인 건 알렉시오스가 이번 일과 무관하다는 점이었다. 처음에 힐데온은 ‘고얀 놈, 길버트가 그리 가르치더냐!’라며 족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자레딘의 설명을 들은 후 ‘그럼, 그렇지. 길버트의 아들이 그럴 리가 없지. 암.’이라며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언젠가 알렉시오스도 힐데온에게 도움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길버트에 관한 기억으로 적당히 구워삶으면 필요할 때 써먹을 수 있으리라.


치리릭. 치릭.


“...힐데온, 들리나. 백인대장 자레딘이네.”

“네, 잘 들립니다. 백인대장님. 이제 작전을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아니야. 미안하네, 우린 틀렸어. 자네들만이라도 꼭 살아서 돌아가길 바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키아 호가 스킬라의 분신과 백병전을 벌이다가 암초에 의해 좌초되었어. 지금 침몰 중이야.”

“......”

“...힐데온?”

“좌표를 보내주십시오. 스킬라를 쓰러트리고 구하러 가겠습니다.”

“그게 무슨!”

“이만 끊겠습니다. 좌표 부탁드립니다.”

“힐데온!...”


힐데온은 자레딘의 마지막 말을 다 듣지 않고 마력 통신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잠시간 배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여섯 명의 십인대원들은 조용히 숨죽이며 대장의 지시를 기다렸다.


“출항한다. 목표는 스킬라. 저 기고만장한 바다뱀을 죽이고 마키아 호를 구출하러 간다.”

“넷!”

“네에에!”

“넵!”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힐데온이 작전 명령을 하달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십인대원들도 저마다 기합을 내지르며 힘껏 소리쳤다.


“죽지 마라.”


힐데온의 단전에서 불의 마력이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스킬라를 사냥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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