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검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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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고리
작품등록일 :
2024.09.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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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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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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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신에게 버림받은 아이, 신에게 선택받은 아이

DUMMY


소년은 바다가 좋았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갈매기의 소리가,

항구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항상 해변을 적시는 부드러운 파도가,

불어오는 짠내나는 바닷 바람이,

바다 위에 푸르게 펼쳐진 하늘이,

그 하늘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몽글몽글한 구름이,

늘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절벽 위의 소년의 집이,

소년은 순수하게 그것들이 좋았다.

'테이 마누스 왕국', 그곳에서 소년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오늘도 평화롭게 절벽위에 누워서 부드럽게

흔들리는 흑발을 쓸어내리며 하늘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평화는 그 이상 유지되지 못했다.

"형! 아버지가 일 도와달라고 마을로 내려오래!"

순진한 미소를 입가에 한껏 품은 작은 소년이

검푸른 머리카락을 자랑하며 소리쳤다.

"아, 또? 또 내가 가야하니? 프라코?..."

흑발의 소년이 지친다는 듯이 '프라코'라고 불린 소년을 쳐다봤다.

"왜? 형 일하는거 좋아하잖아."

프라코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왼쪽 손에 들고 있던 통신용 수정구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야, 난 오늘 오전에 이미 일을 도와드리러

갔다 왔으니까... 아냐, 됐다. 지금 내려갈게."

흑발의 소년은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절벽 위의 집으로 향했다.

"그럴 줄 알았어. 형!"

프라코가 헤실거리며 웃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항구와 바로 맞닿아 있는 '테이 마누스 왕국'의 대도시, '크나블라'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소년은 절벽 위의 집에서 작업용 옷을 입고 빠져나와 크나블라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섰다.

이름 모를 꽃들이 바람에 맞아 부드럽게 흔들거리며 길을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소년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바람을 즐기며 걷다보니 어느새 저 멀리 거대한 성이 보였다.

그 성을 중심으로 2층에서 3층정도의 붉은 지붕의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성당이나 시계탑 따위가 중간중간 하늘 높이 솟아있었다.

항구가 가장 저지대에 위치하고 있고, 성이 가장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건물들이 계단식으로 들어서 있었다. 성 옆에는 유일하게 평평한 땅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크나블라가 자랑하는 거대한 대로와 상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이, 소년이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크나블라로 이어지는 큰 길목으로 들어서 있었다. 이제 몇 분만 더 걸으면 대도시 크나블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워낙 평화로운 나라였기에 방문 목적 확인 후 바로 도시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테이 마누스 왕국은 관광 산업과 수산업이 굉장히 발달한 나라였다. 그래서인지 이 도시에선 여러 인종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동물의 피가 섞인 '수인', 숲의 정령들의 후손이라 불리는 '엘프', 바다 밑에 보금자리를 잡고 번영한

'어인' 등 여러 종족들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도시 전체에 활력이 가득했다.

역시, 활력의 도시다운 모습이었다.


돌을 놓아 평평하게 다듬은 대로를 중심으로 상가가 번영했는데, 대도시답게 흥정하는 소리, 웃는소리, 싸우는 소리, 아이가 칭얼거리는 소리, 배가 출항하는 소리, 성당에서 들리는 맑은 종소리 등이 섞여 조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대로 옆 작은 골목 끝, 그곳에는 바다가 보이는, 소년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횟집이 있었다.


소년이 횟집에 들어갔다.

"아버지, 저 왔어요."

주방으로 들어서며 소년이 말했다.

"할 일이 또 생겼다면서요?"

소년이 엄청난 집중력으로 회를 뜨고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물고기 하나에 신경을 과하게 쓰니까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점심시간이 지난지 좀 됐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으로 붐볐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회 뜨기를 끝낸 소년의 아버지가 소년이 온 것을 그제서야 보았다.

"오, 왔느냐. 우리 아들!!"

소년의 아버지가 반갑게 소리쳤다.

갑작스럽게 들린 큰 소리에 손님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소년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부끄러움을 참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년에게 다가가며 소년의 아버지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점심시간에 손님이 안 오시길래 한적할 줄 알고 널 집으로 보냈지 않느냐? 그게 잘못된 판단일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하하하!"

소년이 가까이 붙은 아버지를 밀어내며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면 되는거죠?"

소년의 눈알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음! 주문이 5개정도 밀렸다!"

이 말을 들은 소년이 한숨을 쉬머 말했다.

"그럼 전 회뜨는 걸 맡을게요..."

소년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를 콕 집어 말했다.

"좋지! 나도 그걸 시키려고 했단다."

하하하하

웃음소리 때문에 귀가 먹먹해질 것 같았다.

"그럼 시작할까!"

정신없이 일하기 시작한 부자였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해가 성 뒤로 숨으려 하고 있었다. 하늘이 붉게 물들며 해가 지고 있었고, 소년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횟집도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집이 도시에 있는 것이 아닌 도시 밖에 있었기에 저녁 장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부자는 가게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대로로 나왔다.

이 시간만 되면 도시 입구에는 여러대의 마차가 대기하고 있는데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는 늘 그 마차를 이용해 집으로 향했다.

붉은 하늘이 검푸른 색으로 변해갈 때 즈음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는 집에 도착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프라코와 소년의 어머니가 마중나와 있었다.

소년의 어머니가 웃으며 인사했다.

"어서 와요."

천진난만하게 두손을 머리 위까지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한 프라코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밥먹자!"

소년의 아버지가 그들을 따라 집안에 들어갔고 소년은 마부에게 돈을 쥐어주었다.

소년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

소년의 등 뒤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리고, 소년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소년은 그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것은 명백한 '살기'였다.

소년은 급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꽃 밭의 중앙에 있는 거목의 옆에 삐쩍마른 사람이 보였다.

아니, 그것은 사람이 아니였다.

그것은 검붉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홀로 서있는 옆의 나무보다 키가 컸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두 팔을 힘없이 떨어뜨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손톱이 어찌나 길고 거대한지 손톱이 모두 바닥에 박혀 있었다.

전체적으로 삐쩍 마른 체형이었는데 허리와 팔,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얇아서 불쾌감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에 눈이 없었다.

그저 구렛나루가 있어야 할 자리까지 찢어올라간 입과 그 안의 날카로운 하얀 이빨만이 얼굴에 자리잡고 있었다.

씨익-

놈이

소년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리졌다.

눈을 그것에게서 한 순간도 떼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것은 사라져있었다.

동시에 소년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공포가 거짓말처럼 가셨다.

소년은 집에 도망치듯 뛰어서 들어갔다.

식은땀에 젖은 소년이 식사준비 중인 가족들에게 소리쳤다.

"당장 여기서 도망쳐야 해요!"

갑작스러운 말에 가족들이 어리둥절해 했다.

"방금 집 앞 평야에서 '괴물'을 봤어요!!"

소년의 아버지가 침착하게 하던 일을 맘추고 소년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것은 장난이 아닌 거겠지?"

소년이 강하게 소리쳤다.

"네!!! 빨리 여기서 나가야... 어...?"

어느새 창밖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분명히 집에 들어올 때만 해도 붉었던 하늘은 한밤 중의 하늘이 되어 있었다.

구름이 꼈는지 별도, 달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이상현상.

그때

끼이이이이이익

방금까지 열려 있었던 문이 스스로 닫혔다.

그리고




천천히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공포스러운 정적이 집안에 감돌았다.

소년의 뇌가 공포에 절여져 잔뜩 굳어졌다.

"누구냐!!"

벌컥

아버지가 달려가서 문을 강하게 열었다.

"..."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안심하긴 일렀다.

프라코와 어머니에게 빨리 나가자고 소리치려던 소년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이미 '그것'의 몸으로 집안이 가득채워져 있었다.

긴 다리를 구부려 거실안에 비집고 들어간 자세였다. 긴 왼팔은 벽을, 긴 오른팔은 천장을 짚고 있었다. 커다란 손톱이 벽과 천장을 뚫고 나가 있었다.

후두둑

손톱으로 뚫린 지붕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털썩

누군가가 쓰러졌다.

아직 동생과 어머니는 제자리에 서 있었다.

소년은 눈알만 굴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가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머리가 없었다.

목에서 피가 미친듯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년은 눈물을 참으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힘겹게 천천히 다시 집안을 바라보았다.

후웅

그것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콰득

그것이 가볍게 휘저은 손에 두 사람이 갈렸다.

그리고, 후폭풍, 거대한 후폭풍이 집을 덮쳤다.

집의 거실과 주방이 날아갔다. 소년이 서 있는 현관만이 외롭게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소년에게 검지를 뻗었다.

그것의 손톱 하나가 떨어져 나가더니

그것의 긴 손가락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가락이 소년의 머리를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소년의 의식이 다른 세상으로 빨려들어갔다.

검은 세상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은 것인지

뜬 것인지

알 수 조차 없는 어둠의 세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소년은 그곳에서 하나의 '사물'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검의 형상을 띄고 있는 '검붉은 안개'였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그 뒤로 검붉은 고리가 보이더니

번쩍-

소년은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되었다.

보고 싶지 않은 참혹한 모습

그 모습을 외면하기 위해

소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다 문뜩 궁금증 하나가 머릿속을 채웠다.

'나는 왜 살아있는 거지?'

'나만 왜 살아남은 거지?'

'대체 왜...?'

후회

죄책감

두려움

슬픔

상실감

허무함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미친듯이 밀려들어왔다.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상황속에서 소년은 눈을 떴다.

그러나

소년의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은 참혹했던 그 모습이 아니였다.

공터

그래.

절벽의 집은 소멸한 것 처럼 없어져 있었다.

소년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저 멀리 크나블라의 모습이 보였다.

그곳은 더 이상 활력의 도시라고 할 수 없었다.

모든 집과 길, 심지어 성마저 검은 불꽃에 휩싸인 채 불타고 있었다.

몸에 검은 불이 옮겨 붙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들의 몸을 태웠다.

지옥이 존재한다면 이런 광경일 것이리라.

소년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며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 순간

쩌저적

소년이 바라보던 하늘에

유리가 깨지듯 금이 갔다.

이젠 더 이상 놀랄 기력이 없는 소년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쩌저저저저적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검은 손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테이 마누스 왕국이 괴멸하는 순간이었다.


:::


이로부터 12일 후

칼 마그나 대륙의 모든 신문에는 하나의 사건이

대서특필되었다.

'테이 마누스 왕국, 하룻밤 사이에 괴멸하다...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추정'

이후 이 사건은 칼 마그나 대륙 제 8대 불가사의 중 하나가 된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소설'이라는 것을 처음 써본 파릇파릇한 신인 작가 '검붉은 고리'입니다.

많이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고, 또 관심을 가져주시고 제 작품을 클릭해 주신 것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습니다...ㅠㅠ

비록 취미생활이지만 열심히 써서 여러분들의 인정을 받아내보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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