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천재가 복싱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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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리무진
작품등록일 :
2024.09.21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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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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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1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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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이른 아침.


양키스 구단의 프런트 직원인 슈마엘이 내 호텔방에 나타났다.


그가 미국인 특유의 쾌활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를 발견했거든. 네가 원한다면 부동산 중개업체를 연결해줄게."

"아파트 가격이 얼만데?"

"미화로 600만 달러(84억)."


적당한 가격 같았다.

금년에 내가 받을 800만 달러의 연봉 중에서 주택 구입으로 600만 달러를 사용할 경우, 나는 100만 달러 정도의 세금만 내면 그만이었다.

효율적인 절세 시스템이었다.


"지금 볼 수 있을까?"

"당연하지. 그래서 내가 차를 끌고 직접 브로를 찾아왔잖아."


미국 친구들은 걸핏하면 '브로(브라더의 준말)'라는 단어를 남발했다.

언제 봤다고 형제 타령을 하는 건지, 가식의 끝판왕들 같았다.


청바지와 가죽 자켓 차림으로 호텔방을 나섰다.

그 후, 녀석이 몰고온 세단에 몸을 싣고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회사를 방문했다.


중개회사 직원은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로 나를 이끌었다.


평수는 50평 남짓이었고, 방은 마스터룸과 게스트룸 2개였다.

대신 거실이 넓었다.

나에게 안성맞춤인 집이었다.


곧바로 내 의중을 슈마엘에게 전달했다.


"이 집을 구입하고 싶으니까 알아서 집을 계약해줘."

"오케이. 그건 걱정하지마라. 우리 구단의 법무팀에서 알아서 대리로 계약을 해줄게."

"고맙다. 그럼 나머지 절차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줘."


그말을 끝으로 나 홀로 장내를 빠져나왔다.

나머지 일은 녀석의 몫이었다.

그러라고 구단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는 나를 정성껏 케어해줄 책임이 있었다.


발길 가는 대로 무작정 그냥 걸었다.

그러기를 얼마 후.

그리니치 빌리지 인근의 조용한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의 창가에서 그리니치 빌리지를 오가는 뉴요커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확실히 이 동네는 전 세계의 부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라 그런지, 옷 차림새가 대다수 예사롭지 않았다.


고풍스러움과 세련됨이 공존하는 패션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창밖에 쉴 새 없이 드러났다.


나는 그들이 몸에 걸치고 있는 패션 아이템들이 한화로 수억대에 달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초고가 명품들이었다.


확실히 억만장자들이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동네였다.

한국의 강남 졸부 따위는 명함도 못내미는 레벨이었다.


속으로 그같은 생각을 할 찰나.

갑자기 내 앞에 40대의 백인 아저씨가 나타났다.

그는 나를 유심히 보더니, 사인지를 조용히 내밀었다.


"뉴스에서 너를 봤어. 우리 양키팀과 스포츠 역사상 최고 연봉으로 계약을 체결했더라."


그는 양키 저지를 입고 있었다.

전통의 양키 팬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건네준 만년필로 사인지에 사인을 했다.

그런 탓일까.

그가 흡족한 얼굴로 나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아저씨는 카페를 나선 후, 굴강한 생김새의 슈퍼카에 여유롭게 몸을 실었다.

그 뒤, 운전석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저 멀리 사라져갔다.


뉴욕은 돈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우연히 만난 양키팬조차 억만장자였다.

이래서 나에게 초고액 연봉을 안겨준 모양이었다.


*


조브론 제임스는 농구계의 슈퍼스타였다.

허나 그는 요즘 불만이 한가득이었다.

미국 나이로 18세에 불과한 한국 소년이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인 8억 달러 짜리 계약을 체결한 탓이다.


조브론은 그래서 분통이 터졌다.

그는 18세 나이에 고작 수백만 달러의 돈을 받고 NBA 무대에 데뷔했다.


반면 한국 출신의 박야천은 8억 달러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예정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메이저리그가 흑인을 천대하고 아시안을 우대한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말도 안되는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조브론은 자신의 SNS에 메이저리그를 격렬하게 성토하는 글을 게시했다.


[메이저리그는 스포츠가 아니다. 단지 돈 많은 백인 아저씨와 아줌마들의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 만들어진 레저 스포츠에 불과하다.]


[백인 아저씨와 아줌마들은 아시아 소년들을 좋아한다. 그런 이유로 18세에 불과한 박야천이라는 놈에게 무려 8억 달러에 달하는 초고액 연봉을 선물했다.]


[운동 신경이 압도적인 흑인들을 노골적으로 엿먹이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나는 묻고 싶다. 왜, 우리 흑인들에게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인가?]


[당신들 백인들의 니즈에 우리 흑인 소년과 청년들이 부합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우리 흑인 소년들에게도 8억 달러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조브론 제임스의 말도 안되는 궤변은 미국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야구팬들과 언론들은 조브론 제임스를 향해 연일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고.

아시아 단체들 역시 조브론을 맹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조브론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기 위해, 야천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그가 게시한 글이 한국인과 아시아인을 대상으로한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 까닭이었다.


*


양키스 경기장에서 투타 훈련에 매진할 무렵.

NBA의 슈퍼스타인 조브론 제임스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의 옆에는 프론트 직원인 슈마엘이 서 있었다.


슈마엘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전했다.


"조브론이 너에게 사과를 하고 싶데. 그래서 너를 찾아온거라고."


나 역시 그가 게시한 SNS 글을 봤다.

허나 그에게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어차피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조브론은 나를 대상으로한 인종차별적인 글을 SNS에 게시한 덕분에 아시아 인권 단체와 야구팬들에게 연일 쌍욕을 먹고 있었다.

그런 탓으로 나에게 사과를 전하기 위해 양키스 구장에 몸소 왕림한 모양새였다.


그의 주변에는 카메라맨들이 잔뜩 진을 치고 있었다.

나에게 사과하는 장면을 촬영하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조브론과 촬영맨들이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조브론과 악수를 교환하자마자 어서 나가라는 손짓을 보냈다.


"훈련에 방해되니까 어서 나가 주세요."


그제야 조브론과 카메라맨들이 장내에서 썰물처럼 사라졌다.

속이 후련해지는 순간이었다.


훈련을 끝내고 경기장 인근의 로컬 식당에서 에그 샌드위치와 우유로 배를 채울 찰나.

면전에 슈마엘이 나타났다.


"아파트 계약이 끝났어. 잔금은 연봉에서 우리가 자동적으로 차감할 거니까 그런줄 알라고."

"집 구입 대금을 연봉에서 자동적으로 차감하는 거야?"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집의 마스터 키를 나에게 내밀었다.


"소파와 침대, 붙박이장, 냉장고, TV, 세탁기, 주방 기구를 모두 들여놓았으니까 내일부터 그곳에서 생활하면 될 거야."

"오케이. 고맙다. 슈마엘."

"어차피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다지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그럼 내일 보자. 브로."


녀석은 그말을 끝으로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


보스턴 팬웨이파크 경기장 지하에 위치한 전력 분석실에, 보스턴 레드삭스의 야수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뉴욕 양키스의 개막전 선발 투수로 예정된 야천의 투구를 분석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여들었다.


톰 베린저 투수 코치가 전면에 펼쳐진 화이트 스크린을 손짓했다.


스크린에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칸호세를 상대로 200킬로에 달하는 구속을 자랑하는 야천의 압도적인 투구가 무한 반복되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의 우측 상단에는 야천의 분당 RPM(회전수)이 실시간으로 표기되었다.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보스턴 야수들의 얼굴에 하나같이 경악과 공포에 휩싸인 표정이 번져갔다.


그들은 200킬로에 육박하는 구속과 분당 13,000 RPM을 상회하는 야천의 경이적인 투구를 목격하자,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떠억 벌렸다.


인간같지 않은 야천의 투구에 진정으로 놀란 모습이었다.


얼마 뒤.


톰 베린저가 장내에 운집한 보스턴의 야수들을 향해 나직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제군들도 봤다시피 녀석의 구종은 아주 단순하다. 놈은 포심 패스트볼만 던진다. 그것도 스트라익존 한복판에."


"하지만 녀석의 공을 공략하는 건,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수준이다."


"놈은 200킬로를 넘나드는 미친 구속과 13,000 RPM을 상회하는 가공할 공끝 무브먼트를 자랑한다."


"메이저리그 에이스급 투수보다 구속은 40퍼센트 이상 더 빠르고, 분당 회전수는 무려 5배 이상 더 많은 수준이다."


"솔직히 말해서 놈이 구속을 줄이지 않는 한, 우리가 공략할 수 있는 기회는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홈에서 열리는 개막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상대팀이 더러운 양키스이기 때문이다."


베린저의 말이 끝나자마자, 팀의 주장인 알렉스 모라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야천이란 놈은 제구력이 컴퓨터처럼 정교합니다. 스트라익존을 벗어난 공을 던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무슨 수로 그놈을 공략할 수 있겠습니까?"


좌중의 시선이 베린저의 입에 모아졌다.

직후 그의 입에서 냉정한 어조가 흘러나왔다.


"그놈도 인간이다. 분명 경기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구속이 떨어질 게 자명한 사실이지. 그러니 우리는 경기 막판 놈의 구속이 떨어질 때를 노려야 한다."


말은 그럴듯 했지만,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야수들은 한명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레드삭스 최고의 강타자인 오르티즈가 반론을 제기했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야천이란 놈은 괴물같은 강속구 연투 능력을 자랑한다고 하던데...? 코치님은 그점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에도 베린저는 막힘 없이 즉답했다.


"좋은 질문이다. 나도 그런 기사를 많이 접했다. 하지만 그놈은 올림픽 야구 경기에서 16일 동안 무려 61이닝을 소화했다."


"어깨를 갈아넣은 것이나 진배 없는 일을 한 것이다. 분명 그놈은 어깨에 무리가 왔을 거다. 매디컬 테스트는 운좋게 통과했을지는 몰라도 내 눈을 절대 속일 수 없다."


그의 나름 근거있는 확신에 찬 발언이었다.

그런 때문일까.

보스턴의 야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베린저의 의견에 찬동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 즈음, 옆에 붙어있는 또 다른 전력 분석실에 보스턴의 투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또한 전면에 펼쳐진 화이트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야천의 신들린 듯한 장외홈런 퍼레이드에 홀린 듯이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장내가 밝아지며 스크린이 꺼졌다.


잠시 뒤.


피터슨 타격 코치가 투수들을 상대로 야천의 타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놈은 일정한 배팅 폼이 없다.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배팅폼을 변화시키며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는 타법을 사용한다."


"낮은 공은 골프 스윙으로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고, 높은 공은 레벨(수평) 스윙 타법으로 공략한다."


"그리고 놈의 배트 스피드는 평균 250킬로를 상회하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그리고 포심과 변화구 공략 역시 전 세계에서 최고로 잘 친다고 생각하면 된다."


"투수 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그의 말이 끝나자, 보스턴의 에이스인 마르티네스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야천이란 놈은 약점이 없는 건가요?"

"미안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놈의 약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 매 타석마다 고의사구로 걸러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피터슨이 냉정한 태도로 대꾸했다.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는 고의사구로 거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라."


마르티네스가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양키스와의 개막전에서 선발 투수로 예정된 상태였다.


"물론 마르티네스는 우리팀의 에이스니까 고의사구 사인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재량껏 알아서 해라."

"알겠습니다. 코치님."


중간 계투진도 암담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시합이 중후반에 접어들면 야천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탓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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