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쩌는 남주들에게서 벗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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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0922
그림/삽화
흐이언
작품등록일 :
2024.09.22 02:54
최근연재일 :
2024.09.22 02:58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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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5

작성
24.09.22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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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이런 설정은 넣은 적 없었다.

DUMMY

"너 진짜로 일반부를 가겠다는 거야?"


아카데미의 복도에서 흑발의 소년이 머리 뒤로 손깍지를 낀 한껏 건방진 자세로 나의 뒤를 졸졸 따르며 쪼아댔다.


"그만 무시하고, 말해봐. 지금 그 마력량을 가지고 고작 일반부에서 책 따위를 읽겠다고?"


핏!


아무리 말 걸어봐도 셀레아로가 철저히 무시하자, 검은색 머리의 소년이 그만 대답하라는 의미로 손가락을 휘둘러 마법으로 그녀의 발을 묶었다.


"··· ···하아."


얼음같이 투명한 고체의 무언가에 의해 발이 둘러싸인 나는 한숨을 푸욱 깊게 내쉬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머리의 소년이 말 한 것처럼 입학 시험에서 말도 안 되게 높은 마력량이 측정 되어버린 탓이었다.


소설 속에서 셀리아로는 마력 측정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카데미는 다니지 않았고, 마법은 언제나 펠라드가 있었기 때문에 셀리아로는 굳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셀리아로는 엄청난 마력량을 가지고 있다'라는 설정 따윈 전혀 넣은 적이 없었다.


아카데미는 크게 마법부와 일반부로 나뉘어져 있었다. 일반부는 주로 평범한 귀족 자제들이 기초 학문을 다지며 다른 귀족들과 친분을 쌓는 예비 사교계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한편, 마법부는 마법에 재능이 있는, 그러니까 마력량이 일정 수준 이상인 학생들만 지원서를 받았고, 그로 인해 종종 마법에 재능 있는 평민들도 적지만 아카데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마법부를 무사히 졸업하면 마탑에서 일할 자격을 얻게 되니, 평민이 마법부에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횡재였다.


그러나 셀리아로는 '집착 쩌는 남자 주인공들'중에서도 가장 마법을 잘 쓰는 펠라드가 있는 마법부로 갈 수는 없었다.


펠라드는 전형적인 마법 계열 남자 주인공답게 찰랑거리는 긴 은발에, 깊은 바다 같은 푸른 눈, 그리고 선해 보이는 분위기를 풍기는 그런 외모를 지녔다.


한 번쯤은 그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봐보고 싶었지만, 마주치는 것조차 위험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셀리아로에게 첫 눈에 반해버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확실히 빙의한 지 3개월이나 지난 지금도 거울을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돼서 최소 5분 이상은 거울을 보며 셀리아로의 외모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겨울에 종종 '일반부는 너무 쉽다'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으니 일반부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은 분명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니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마법부에 가고 싶은 마음은 안 들었다.


'후··· ···.'


셀리아로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저는 무조건 일반부로 갈 거에요. 그리고 그쪽이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따라오세요."


그 검은 머리 소년은 셀리아로의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곤 눈을 꿈뻑였다.


"허··· 마법부로 가기 싫다는 건 알겠어, 근데 내가 누군지 몰라?"


"··· ···?"


그는 검은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 올리고 셀리아로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결을 타고 내려오는 머리카락에선 은은한 꽃향기와 포근한 좋은 향이 풍겼다.


그녀는 그를 정말로 알지 못했다. 확실하게 조연은 아니었고, 당연히 '집착 쩌는 남자주인공들'도 아니었다. 그녀는 검은 머리카락에 회색 눈은 남자 주인공이기엔 너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해, 남자 주인공들의 머리카락은 은색, 금색, 라벤더색으로 휘황찬란하게 설정해 놓았으니까.


'잘생기긴 했는데··· ···.'


아직 소년임에도 이런 잘생긴 외모라면 확실히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 했다. 셀리아로에게 전혀 꿇리지 않는 외모였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완벽하게 그녀의 취향이었다.


그는 셀리아로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잠시 그녀의 어깨 너머를 보더니 손가락을 '딱'하고 한 번 튕겨 발에 걸어 놓았던 마법을 풀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휙 돌아서 가버렸다.


실제 마법을 눈으로 보는 건 이 세계에 들어와서 처음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재미있어 보였고, 배워보고 싶었다.


'하지만 잔인하게 굴려지는 걸 감인할 정도는 아니지.'


귀찮은 방해꾼이 사라진 셀리아로는 다시 고개를 돌려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을 가는 동안, 주변 학생들이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나쳤다.


"쟤가 걔야? 그 엄청난 마력량 소유자!"

"근데 일반부로 간다던데? 그래서 아까 ··· ···가 마법부로 오라고 설득하더라."

"정말? 그럼 당연히 마법부로 가겠지?"

"와··· ··· 진짜 예쁘다. 꼭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아."


한껏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걸은 그녀는 여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끼며,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온몸으로 확인했다.


7할은 '엄청난 마력의 소유자'에 대한 이야기였고, 3할은 '왕국 제일 미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둘 다 셀리아로의 이야기였다.


셀리아로는 수많은 시선들로부터 도망치듯 기숙사로 들어가 짐을 내팽개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까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던 검은 머리 소년에게서 벗어나려 같은 복도를 몇 번이고 걸었던 탓에 피곤했다.


오늘부터 3일간은 아카데미 적응 기간으로, 첫날과 두 번째 날은 각각 능력 시험과 티파티 날이었고, 마지막 날엔 무도회를 열어서 귀족 자제들을 환영했다.


무도회는 신입생 뿐만 아니라 많은 재학생들도 참여하는 행사였다. 엄청나게 성대하고 화려했고, 그러므로 그녀는 절대 참석할 수 없었다. 펠라드를 마주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지금 생각보다 더 많이 주목 받아 버렸고, 무도회장에 가면 엄청나게 이목이 쏠릴 것이다.


펠라드를 이토록 기피하는 이유는 그가 셀리아로의 앞에서는 순진한 척하며 뒤에서는 집착에 눈이 멀어 이런 저런 공작을 펼쳐놓는 전형적인 집착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그가 나에게 반했다고 해도 나는 눈치채기도 힘들 것이고, 서서히 고립되어서 그에게 기대게 만들겠지.


누워서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어느샌가 창문을 통과한 달빛이 은은하게 그녀를 비추었고, 달빛에게 감싸진 그녀는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몸이 나른해졌다.


'짐은 내일 마저 정리해야겠다.'


그녀는 밀려오는 졸음에 잠을 청했다.


* * *


'슉'하는 소리와 노란 빛과 함께 한 남자가 나타났다.


"왜 불렀어, 할배."


검은 머리의 남자는 투명한 결정이 묻은 구두코를 바닥에 툭툭 치고 마법진을 그리던 노인에게 다가갔다. 노인은 마법진을 그리던 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스카델, 무언가 발견한 게 있나?"


아스카델이 퉁명스럽게 답했다.


"어떻게 하루만에 알아내? 아직 확실하지도 않잖아. 그나저나, 그 꼬맹이를 마법부에 넣으면 이번엔 진짜 빼주는 거지?"


노인이 허허 웃었다.


아스카델은 무언가 못마땅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꼭 그 꼬맹이가 있어야 해? 내가 있잖아."


노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로만은 안 돼."


"뭐? 나만한 마력량이 어디있다고? 뭐··· 그 꼬맹이도 마력량이 좀 많긴 하더라. 근데, 나만큼은 아니잖아? 나만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아스카델은 계속해서 질문공세를 이어갔다.


노인은 답을 알려주는 대신 허허 웃으며 '나중에 다 알게 될거다.'라는 답만 내놓았다.


어떤 질문을 하든 계속 같은 대답만 돌아오니 짜증이 난 아스카델은 고개를 돌려 책상 위에 있던 무언가를 챙기곤 손가락을 튕겨 마법을 써 순간이동했다.


그 꼬맹이를 어떻게든 마법부에 들어오게 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는 '큭큭'하고 웃곤 일을 실행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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