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쩌는 남주들에게서 벗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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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0922
그림/삽화
흐이언
작품등록일 :
2024.09.22 02:54
최근연재일 :
2024.09.22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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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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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2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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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마법부에서 보자!

DUMMY

창문을 통과해 들어오는 쨍한 햇빛에 절로 앓는 소리가 났다.


"으으···."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일어나서 외출할 준비를 하였다. 내가 지낼 일반부 건물이 궁금하기도 했고, 사실은 내가 창작한 세계를 구경하고 싶었다.


아카데미는 그저 어린 마탑주와 펠라드가 서로 알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지만, 어쨌든 내가 만들어 낸 서계의 일부분이었다.


오늘은 적응 기간의 마지막 날인 무도회 날이었다. 원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가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알고보니 가면 무도회가 아니던가!


솔직히 무도회는 당연히 참가해보고 싶었고, 비록 원작자라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새학기가 다가온다는 사실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길 순 없었다.


그러므로 오늘은 꼭 무도회에 참석해 펠라드를 구경해야겠다.


'정말 잘생겼겠지?"


아카데미를 오는 길에 만났던 황태자도 말도 안 되게 아름다웠다. 정말 누가 봐도 '나 남자 주인공이다!'를 뽐내고 있지 않았나.


티파티가 열렸던 어제는 내 마력량이 잘못 측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와 다시 마력량 검사를 받고 교수님들에게 마법부에 대한 홍보를 듣느라 하루가 지났다.


아쉽게도 첫날 검사했던 마력량 그대로였다. 소문을 듣고 직접 나의 마력량을 보러 온 마법부와 일반부 교수님들의 놀란 표정도 생생했다.


"이정도면 아스카델 니오드랑 비슷하군요."

"분명 마탑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마법부 교수들은 눈을 반짝이며 그렇게 말 했었지. 물론 일반부로 갈 거라는 나의 말을 듣고 굉장히 당황했지만.


··· ···아스카델 니오드.


내가 이 아카데미를 만든 이유인 차기 마탑주.


아카데미에서 펠라드의 친구였던 아스카델은 나중에 셀리아로 때문에 금기 마법을 펑펑 써대는 펠라드와, 본인들의 집착으로 인해 마탑을 종처럼 부리던 다른 남주들에게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결국 전쟁을 선포한다.


이 사건의 중심 인물이 셀리아로라는 사실을 안 아스카델이 '집착 쩌는 남자 주인공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마탑에서 보호하지만, 결국 마탑의 꼭대기에서 임시 동맹을 한 남주들에게 마지막 전투에서 패배해 죽고, 여주는 다시 '집착 쩌는 남자 주인공들'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명색이 마탑주라지만 먼치킨으로 만든 세 명에겐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 드레스 이쁘다.'


나의 머리색과 비슷한 드레스를 입고 빙그르르 돌았다. 회전에 맞춰 접혔다가 다시 풍성하게 펴진 드레스는 마치 벚꽃같았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흥얼거리던 나는 책상 위에 있던 가면을 쓰고 무도회로 향했다.


무도회는 중앙 홀에서 펼쳐졌고, 학교와 중앙 홀을 잇는 길목에는 광활한 정원이 펼쳐졌다.


분홍색, 노란색, 하늘색을 띈 꽃들이 바람에 아름다운 향기를 날렸다.


대체 중앙홀이 어디야··· ···!


여러가지의 건물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른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나를 보고있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라.


바람과 함께 휘날리며 은색 빛을 내는 마치 비단같은 머리카락에, 나를 바라보고 있는 깊은 바다같은 푸른 눈.


저 멀리 있는 아름다운 남자는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나는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펠라드잖아··· ···!'


나와 계속해서 눈을 맞추던 그는 나에게 다가왔다.


'왜 다가오는 거야···!'


몸이 굳어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는 눈알만 굴려댔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은 나도 지금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체감상 코 앞까지 다가온 펠라드가 나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고요하게 깔린 눈에서 부드러운 분위기가 흘렀다.


잠시동안 나를 보던 그는 따라오라는 듯 미소지으며 몸을 돌려 가장 큰 건물 쪽을 향해 걸었다.


홀린 듯 그를 따라가던 나는 어느샌가 도착한 건물을 보며 감탄했다.


'우와··· ···.'


가까이에서 본 건물은 정말이지 왕궁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땐 이미 그는 사라지고 난 뒤였다.


* * *


'피곤해.'


넓은 무도회장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아스카델은 피곤한 기색을 내비췄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있어도 감출 수 없던 특이한 검은색 머리카락 탓이었다.


잘난 외모에 잘난 신분과 더불어 차기 마탑주라는 타이틀 덕에 그와 친해지려는 사람들은 셀 수도 없었다.


잠시 뒤 신입생들의 환영을 위해 직접 행차한 황태자가 나타나 시선을 독점하자, 그 틈을 놓칠 리 없던 아스카델은 무도회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곧이어 펠라드가 무도회장에 들어가고, 몇 분 뒤 무도회장에 앞에 있는 분홍색 머리를 발견한 아스카델은 마법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슈욱—.


"꺅!"


영문도 모른 채 몸이 절로 움직여져 외마디 비명을 낸 셀리아로는 기겁하며 꽤 웃긴 얼굴을 했다.


속으로 큭큭 웃은 그는 고개를 들어 뒤에 있는 본인을 바라본 셀리아로에게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 전에 마법부에 안 오겠다는 이유를 못 들어서 말이야."


표정을 일그러뜨린 셀리아로가 대답했다.


"제가 그걸 왜 말해야 하죠?


아스카델은 차갑게 대답한 것치곤 꽤 귀여운 얼굴을 한 셀리아로가 되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아마도 그는 자신에게 이런 표정을 한 사람을 굉장히 오랜만에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들 한 번이라도 저의 눈에 들어보려 안달이었으니까.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셀리아로의 구겨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톡 쳤다.


"흐응, 표정 풀어. 너 어차피 마법부야."


셀리아로의 미간이 더 심하게 구겨졌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는 일반부로 갈 거라니까요?"


어이없어하며 대답한 셀리아로가 몸을 돌려 그에게서 멀어졌다.


슉—.


다시 마법으로 그녀를 끌어당긴 아스카델이 그녀의 눈 앞에 한 종이를 들이밀며 말했다.


"너, 낙제더라?"


'푸흡'하고 웃는 그의 웃음소리가 시험 결과와 '셀리아로 발란데.'의 이름이 적힌 종이 뒤에서 들려왔다.


니로스의 역사 : D

브렌의 역사 : E

살론의 역사 : C

성학 : E

음악 : C


낙제였다.


어느샌가 종이를 쥔 셀리아로는 손에 힘이 들어가 덜덜 떨리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렇게 된다면 아카데미에 남기 위해선 마법부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믿겨지지 않는 점수를 몇 번이고 확인하던 셀리아로는, 일단 종이를 접어 손에 쥐고 무도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만히 셀리아로를 쳐다보던 아스카델은 무도회장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마법부에서 보자!'라며 놀려댔다.


짜증이 팍 나버린 셀리아로는 더 빠르게 무도회장 안쪽으로 걸었다.


* * *


일단 내 손에 있는 종이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현재는 무도회에 집중하고 싶었다.


점점 중앙에 가까워지던 그녀는 제일 중앙에 있는 얼굴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황태자잖아!'


정말이지, 가면을 써도 누가 누군지 다 알 수 있는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이럴 거면 왜 가면을 쓰는 걸까.


무엇보다도 황태자가 지금 여기 있다는 사실이 제일 불만족스러웠다.


황태자는 중앙에서 많은 귀족들을 상대하느라 바빠보였다.


나는 다시 몸을 돌려 테라스 쪽으로 향했다. 예상하지 못한 황태자 때문에 더 무도회를 즐기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아카데미에 오는 길에 마주쳤던 이유가 황태자도 아카데미에 오고 있어서였다니.


'아카데미를 다니는 걸까?'


그렇다면 차라리 마법부가 나았다. 마법부에 있는 펠라드는 아직까진 큰 권력이 없었지만, 황태자는 황태자니까.


테라스에 들어온 그녀는 고개를 숙여 숨을 골랐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땐, 정말이지 운도 지지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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