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신야황(賭神夜皇)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퓨전

새글

좋은하루입니다
작품등록일 :
2024.09.23 19:28
최근연재일 :
2024.09.24 00:03
연재수 :
2 회
조회수 :
11
추천수 :
0
글자수 :
9,927

작성
24.09.23 20:06
조회
10
추천
0
글자
11쪽

태평무관

DUMMY

“무결(無缺)아, 좀 쉬엄쉬엄하거라”

섬서성 산양현에 있는 작은 무관인 태평무관의 뒤뜰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청년을 보고 중년인이 안쓰러운 어조로 말했다. 이제 완연한 봄인지라 웃통을 벗은 청년의 구릿빛 상체는 온통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짙은 눈썹과 서글서글한 눈매는 단번에 시선을 끌어당겼고 우뚝 솟은 콧날은 시원함을 느끼게 했으며 날렵하면서도 강인한 턱선은 남자다운 매력이 물씬 풍겼다. 키는 일반 성인보다 머리통 하나만큼은 더 컸고 벗은 상체는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 몸매였다.

이윽고 한 시진이 넘는 수련을 마친 강무결(姜無缺)은 얼굴과 상체에 흘러내리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뒤뜰에 놓인 의자에 편안히 앉아 따뜻한 봄날의 햇살을 즐기는 아버지에게 말을 건넸다.

“아버지, 제가 금강불괴신공을 수련을 시작한 지가 벌써 5년이 넘었는데 왜 어떤 진전도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 말에 아버지 강기풍(姜氣豊)은 얼굴을 찌푸리고 혀를 차며 말했다.

“아들아, 너의 그 끈기와 집념은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나는 금강불괴신공을 익히고 1년도 되지 않아 포기했다. 금강불괴신공을 수련할 때 금강심법의 진기 흐름에 맞추어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 가문은 대대로 단전 형성을 못해 내공을 쌓지 못하는데 반쪽만 수련한다고 해서 금강불괴를 이룰 수 있겠느냐?”

태평무관을 운영하고 있는 강씨 집안은 어찌 된 일인지 대대로 단전을 형성하지 못했다. 가문 내력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대로 강호에 발을 딛고 무를 추구하는 것이 참으로 특이했다. 그런 이유로 태평무관에서 가르치는 광풍쾌검(光風快劍)도 내공심법이 없는 외공검법이었다. 외공검법은 입문이 쉽고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상승의 경지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상승의 무학은 아무나 배우고 싶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태평무관에는 표사가 되기를 원하거나 관아의 병졸이 되려고 준비하는 청년들이 제법 많았고 먹고살 만한 집 아이들도 나와서 수련을 했다.

관장인 강기풍의 무공 수위가 강호에서 이류 상위 수준은 된다는 평도 한몫했을 것이다. 강무결은 저 낙천적이고 게으른 아버지가 그 정도 수준까지 어떻게 올라갔는지 궁금하고 실력을 의심하기도 했으나 동네 왈패 놈들은 감히 아버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슬슬 피해 다녔고 지역의 흑도 무리들도 쓸데없이 시빗거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강무결은 아버지 옆 땅바닥에 털썩 앉으면서 말했다.

“집안의 상승무학은 금강불괴신공 하나뿐이고 또 이 무공을 전수해 주신 분이 신선 같은 분이셨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 제가 어찌 이 무공을 포기하겠습니까?”

금강불괴신공은 가문의 5대 선조인 강상봉으로부터 전해졌다. 강상봉은 성도(省都)인 서안(西安)에 다녀오다가 산속에 쓰러져 다 죽어가는 도인을 발견했다고 한다. 너무 늦은 감이 있어서 포기할까 하다가 속세를 초탈한 듯한 도인의 모습에 서둘러 집으로 모셔 와 극진히 간호했다 한다.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도인은 아무 말 없이 식객처럼 3개월 정도 머물다가 이 무공을 전수해 주고는 표홀히 떠났다고 한다.

무공을 전수해 줄 때 내공심법과 같이 수련해야 하지만 행공만으로도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쓸만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강 씨 집안에서는 아무도 그 경지를 이루어낸 사람도 없고 그런 끈기를 갖고 연공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들아, 우리 가문의 절기인 광풍쾌검을 무시하는 말이냐? 광풍쾌검을 극성으로만 익혀도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광풍쾌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쾌검술이었는데 무공의 연원에 대해서는 전해진 것이 없었다. 간결하면서 실전적인 무공이었는데 강호의 일반적인 쾌검술과는 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집 남자들은 때가 되면 힘이 아주 세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하하, 아버지 제 나이가 이미 20살이고 몸은 성장할 대로 다 성장했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힘이 세지겠습니까?”

그 말에 강기풍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우리 집안은 대대로 무공 욕심이 없었는데 너는 죽은 네 엄마를 닮은 것 같다. 네 엄마는 선녀처럼 아름다웠고 무공도 나보다 훨씬 강했다.”

“그런 어머니가 왜 아버지를 좋아했을까요?”

“아들아, 아직 네가 남녀관계를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다. 남자는 얼굴이 생명이다. 젊은 시절 아빠의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않은 소녀들이 없었다. 너의 엄마도 그런 소녀 중의 한 명이었고 나의 선택을 받아서 너를 낳은 것이다.”

강기풍은 오만하게 턱을 치켜세우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중년의 나이였지만 짙은 눈썹과 남자다운 콧날 듬직한 턱선까지 정말 잘생긴 미중년의 모습이었다.

“하하, 아버지 예전에 엄마와 비무를 자주 했고 할 때마다 엄청 맞으셨다고 들었는데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

“내가 이기려고 마음먹고 독하게 싸웠으면 쉽게 지지는 않았을 것인데 사랑하는 너의 엄마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겠느냐?”

“아버지 방어만 한 것이 아니고 공격할 틈이 없었다고 전에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어허, 다 과거의 사랑싸움이고 추억인데 너무 따져 들지 말거라. 아빠는 네가 걱정이다. 아마 네가 강호출도를 하면 강호가 한바탕 출렁거릴 것이다.”

강무결은 아버지인 강기풍을 많이 닮아 있었으나 엄마의 영향인지 더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있었다. 거기에다가 외공 수련으로 단련된 탄탄한 몸과 떡 벌어진 어깨는 시장에 나가기라도 하면 지나가는 여자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어휴~, 아버지 수련이나 마저 하렵니다.”

강무결은 다시 일어나서 금강불괴신공을 수련하려고 했는데 강기풍이 말했다.

“무결아, 너의 광풍쾌검을 보고 싶구나. 한번 펼쳐 보거라.”

강무결은 무슨 이유가 있는지 눈으로 물어보다가 강기풍이 웃고만 있자 벽에 기대어 세워 두었던 검을 집어 들었다.

“네, 아버지. 요즘 제가 경지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강무결은 태평무관 뒤뜰 중앙에 서서 검을 들고 서서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더니 천천히 초식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초식을 전개해서 ‘이 검법이 어찌 광풍쾌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라고 생각할 무렵 갑자기 초식이 급해지고 빨라지며 태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쾌도는 빠름이 생명이었기에 체격과 힘에 비해 조금 가벼운 검을 들고 초식을 펼쳐냈다. 단련된 신체에서 나오는 외공검법은 무서운 바람 소리를 내며 빠르고 부드럽게 초식을 쏟아냈다. 이를 보는 강기풍은 자기도 모르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정말 아깝구나. 애써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터득해 가며 저런 아름다운 경지를 이루어 내다니... 공격 초식, 방어 초식 그리고 거기에 따른 보법의 운용까지 흠잡을 데가 없구나. 내공 수련만 할 수 있었다면 정말 절정고수도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느덧 초식을 다 펼쳐내고 검을 들고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강무결이 말했다.

“하하, 아버지 이 정도면 아버지 수준을 뛰어넘은 것 아닙니까?”

“실전 경험만 좀 쌓고 나면 아무도 너를 쉽게 보지 못할 것이다. 그놈의 내공이 문제구나.”

“아버지,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외공으로도 대단한 성취를 이룬 고수들도 많지 않습니까? 천하제일인은 힘들지 몰라도 천하백대고수 안에는 들 수 있을 겁니다.”

둘이 웃으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다수의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문은 태평무관 뒤뜰에 있는 안채 쪽으로 난 뒷문이었는데 보통 일상생활을 할 때 이 뒷문을 더 자주 이용했다.

“강기풍 대협, 안에 계십니까?”

“아버지,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강무결은 칼을 내려놓고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외쳤다.

“아버지 안에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강무결은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문을 열어 주었다. 문을 열고 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천하제일표국’이라는 깃발을 말에 꼽고 있는 10명 정도 표사들이 말을 타고 서 있었고, 문 앞에는 방금 말에서 내린 듯한 사내 한 명이 서 있다가 포권하며 말했다.

“저는 천하제일표국의 표사 장량이라고 합니다. 강기풍 대협께 전달할 표물이 있어 이렇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강무결은 난생처음 표사의 방문을 받고 아버지 쪽을 돌아보다가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네,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아버지는 안에 계십니다.”

장량은 말을 나무에 묶고 말 등에서 나무 상자 하나를 내려서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강기풍 대협, 말씀은 많이 들었는데 오늘 처음 뵙습니다. 저희 표국에도 태평무관 출신이 조금 있는데 그들은 항상 존경심을 갖고 대협에 대해서 말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 과찬 이십니다. 그저 시골 무관 입니다. 그나저나 저한테 온 표물이라니요? 처음 있는 일이라 좀 당황스럽습니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대협, 저는 그저 심부름하는 사람인지라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표물을 받아 직접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표물은 표두급으로 구성된 천하제일표국의 비룡단에게 직접 의뢰된 표물이라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이렇게 말하며 표물을 건넨 표사는 서류를 꺼내 수결을 받고 포권을 취하고는 물러갔다.

두 부자는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무관에 딸린 안채로 들어갔다. 식탁으로 쓰는 탁자에 나무상자를 올려놓고 마주 앉은 부자는 궁금한 마음에 앉자마자 상자를 개봉해서 안에 있는 물건을 확인했다.

나무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다시 금속 상자 하나가 들어있었는데 무슨 공예품처럼 기품이 있고 상자 뚜껑에는 눈 내리는 설산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금박과 은박으로 만들어진 남녀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설산 위에 붙어 있었다.

작은 보석들도 촘촘히 박혀 있어 상자만 팔아도 어마어마한 가격이 될 것 같았다. 강무결이 깜짝 놀라서 아버지를 바라보자 아버지의 얼굴이 굳어 있는 것이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기를 잠시 아버지는 이윽고 금속 상자를 꺼내고 나무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금속 상자는 휘황찬란한 아름다운 빛을 뿜어냈고 강무결은 생전 처음 보는 아름다운 물건에 넋을 잃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신야황(賭神夜皇)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 빙혼검 NEW 29분 전 1 0 11쪽
» 태평무관 NEW 4시간 전 11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