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신야황(賭神夜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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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하루입니다
작품등록일 :
2024.09.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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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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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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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혼검

DUMMY

강기풍이 조심스럽게 금속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노란 비단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 단검 하나와 작은 옥패가 놓여 있었다. 단검을 보자 강기풍 깜짝 놀라며 얼른 단검을 들고 자세히 바라보았다. 단검은 특별한 장식 없이 검은색 칼집에 꽂혀 있었다. 강기풍이 칼을 빼자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검날은 눈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강무결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보검이다!”

강무결은 진짜 보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나 그 단검을 보는 순간 보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서늘한 예기에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검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금속 상자는 비싼 공예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단검이야말로 보물이었다. 그때 강기풍이 나직이 읊조렸다.

“빙혼검(氷魂劍)!”

강무결은 아버지께서 검의 이름을 말하자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버지 이 검을 아세요?”

강기풍은 격동에 찬 표정으로 검을 바라보다 눈을 감고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마치 아련한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잠시 후 눈을 뜬 강기풍은 강무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검은 생전에 너의 엄마가 항상 지니고 다니던 검이었다?”

“네? 어머니의 검이라고요?”

강무결은 평생을 살면서 어머니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흔적도 보지 못하고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 자신의 어머니가 쓰던 보검이 눈앞에 나타나자 차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어머니께서 쓰던 검이라나! 나의 어머니께서......’

강무결은 아버지의 손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단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저도 한번 만져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강기풍은 칼을 다시 검집에 넣고 아들에게 건네주었다.

강무결은 단검을 받아 들자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왜 나는 엄마가 없냐고 수없이 물어봤고 그때마다 엄마는 먼 곳으로 떠났다고 말하시며 어린 자신을 조용히 안아주시곤 했다. 철이 든 이후로 한 번도 엄마에 대해서 얘기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의 유품이 등장한 것이다. 강무결은 단검을 매만지다가 천천히 뽑아 보았다. 청아한 느낌의 서늘한 한기가 뻗어 나왔고 몸이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빙혼검은 만년한옥(萬年寒玉)과 만년한철(萬年寒鐵)에 빙정(氷精)을 녹여 넣어 만든 보물이다. 만년한옥과 만년한철 모두 그 자체만으로도 보물인데 빙정에 비할 바는 아니다. 빙정은 천지의 차가운 정기가 응축되어 형성되는데 만년한옥이나 만년한철이 발견되는 곳에서 아주 가끔 극소량만 발견되기 때문에 인연이 없이는 구할 수 없는 보물이다. 또 재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냉기로 가득 찬 보물들을 가공해서 기물(奇物)로 만드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빙혼검은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빙공을 수련하는 사람한테는 세상에 다시 없는 보물이다. 단검을 이용해 빙공을 출수하면 그 위력이 엄청나게 증폭되고, 몸에 지니기만 해도 내공 수련 속도를 높여준다고 한다. 또 그 자체의 날카로움은 쇠도 단숨에 잘라 버릴 정도이니 신병이기임에 틀림없다.“

강무결은 그 말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어떤 분이셨기에 이런 보물을 들고 다니셨단 말인가? 항상 아버지는 어머니에 대한 말을 아끼셨기 때문에 강무결은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아버지께서 어머니에 대해 하는 말은 엄청난 미인이셨다는 말과 자신이 어머니와 닮았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보다 무공이 고강해서 툭하면 비무를 하자고 해서 많이 맞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이런 보물을 들고 다니는 미모의 신비한 여고수였다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궁금증이 더욱 커져만 갔다.

아버지는 이때 상자에서 옥패를 꺼내어 들고 바라보고 계셨다. 옥패의 크기는 여자아이 손바닥 정도였고 옥패에는 빙(氷)이라고 한 글자만 새겨져 있는 동그란 모양의 옥패였다. 말없이 한참을 바라보시던 아버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시더니 어떤 결심을 하신 듯이 말씀하셨다.

”내 아들 무결아, 이제 나는 확인해 볼 것이 있어서 먼 길을 떠나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으니 태평무관은 일단 폐관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다녀올 동안 너는 강호를 주유하며 검술을 좀 더 수련하고 세상 경험을 쌓도록 해라.“

”아버지 어디를 가시길래 혼자 가신다고 합니까? 제가 아직 실력이 미천하오나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으니 저도 데리고 가십시오.“

”아들아, 위험한 길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고 너에게는 지금 수련과 경험이 더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드니 세상을 배우며 기다려 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너에게 강호출도를 시키려고 했었다.“

강무결은 말없이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다가 그 눈빛의 굳건한 의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버지.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그리고 빙혼검은 엄마의 물건이니 네가 소지하고 있도록 해라. 보물보다 중요한 것은 목숨이니 보물에 너무 연연해 하지는 말도록 해라.“

강무결은 단검을 손에 쥐고 가만히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네 아버지, 소중히 다루겠으나 목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겠습니다. 아버지도 아시다시피 저는 그냥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하하, 그래 바로 그거다. 그 생각은 이 아비와 똑같구나!“

강기풍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강무결에게 말했다.

”아들아, 우리 둘 다 이곳을 떠날 것 같으니 이 무관을 폐관하는 것보다 장사범에게 물려주는 것이 어떻겠느냐?“

장사범은 표사가 되려고 십여 년 전에 태평무관에 찾아왔다가 검술에 대한 약간의 재능과 차분한 인품을 보고 강기풍이 사범으로 채용했고 십 년 넘도록 사범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해 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동네에서의 평판이 좋았다.

”좋은 생각입니다. 장사범님은 아버지보다 실력은 조금 못해도 무관 운영은 더 잘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둘은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가 강무결이 물었다.

”아버지 그런데 그 옥패는 어떤 물건입니까?“

”이것은 아마 북해빙궁과 관련된 물건일 것이다.“

북해빙궁은 중원에서 북쪽으로 서역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혹한의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신비의 문파이다. 주로 빙공 계열의 무공을 구사하고 있어 가끔 중원에 등장해서 세상을 놀래키고는 했다.

강무결은 단검을 매만지며 아버지의 말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북해빙궁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이런 단검을 만들 수 있겠는가? 각자의 생각에 잠겨 한동안 침묵이 흐르다가 강기풍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지인들과 만나서 술 한잔해야겠다. 너도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저녁을 먹든지 술 한잔하든지 하거라! 그리고 저 보물 상자는 일단 내 방 침대 밑에 감춰두거라.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 나중에 보석상에 가서 팔도록 하자.“

강기풍은 품속 전낭에서 은자 3냥을 꺼내 강무결에게 건네주고 밖으로 나갔다. 강무결은 돈은 챙겼으나 집을 나갈 생각은 없었다. 어머니께서 생전에 쓰던 보검이 누구에 의해 보내져서 지금 자신의 손에 있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했다.

‘왜 아버지께서는 어머니에 대해 속 시원히 얘기해 주지 않는 것일까? 어머니는 어떤 분 이셨을까? 혹시 어머니께서 아직 살아계신 것은 아닐까? 아버지께서는 어디를 가려고 하시는 걸까?’

한동안 잊고 있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왔다.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복잡해져서 강무결은 일단 보석 상자를 아버지 침대 밑에 잘 감추어 두고 단검을 들고 안채 앞의 뜰에 나갔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탐낼 보검을 갖게 되었으니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안채 앞뜰의 중앙에 서서 강무결은 단검의 활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자신은 장검만 수련해 왔기 때문에 단검을 활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또 섣불리 들고 싸우다가 감당할 수 없는 고수를 만난다면 보물을 지킬 힘도 없었다. 능력이 안되는 자에게 보물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내공이라도 있었으면 내공 수련할 때 도움을 받기라고 했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웠다. 강무결은 어머니의 유품으로 품고 다니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하자고 생각했다.

강무결은 보검의 예리함과 단단함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쪽에 세워져 있는 연습용 검을 하나 뽑아와서 세워 놓고 빙혼검으로 가볍게 내리쳤다. 그랬더니 연습용 검이 ’쨍‘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가볍게 잘려 나갔다. 연습용 검의 단면을 보니 칼로 두부를 베어낸 것처럼 깔끔한 단면으로 잘려있었다. 이 정도면 장검 대신 들고 싸워도 강하고 날카로움 만으로도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강무결은 이번에는 빙혼검으로 광풍쾌검의 초식을 펼쳐 보았다. 의외로 광풍쾌검은 단검과 조화가 잘 이루어졌고 단검만의 묘용을 살릴만한 초식이 발견되기도 하여 공격과 수비초식에 변화를 주면서 가상의 적과 대결을 펼쳤다. 적의 검과 부딪히면 상대의 검을 부러뜨리고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면 자신보다 한 두수 위의 고수를 만나더라도 비장의 한수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초식을 마무리한 후 호흡을 가다듬던 강무결은 빙혼검을 담장 옆에 서 있는 감나무를 향해 가볍게 던졌다. 그러자 소리도 없이 칼날 전체가 나무 깊숙이 박혔다. 나무로 다가가서 손잡이를 잡고 빼자 부드럽게 빠졌다.

강무결이 이렇게 빙혼검에 빠져 있을 때 집에서 십 여장 떨어진 커다란 나무 위에서 흰 무복을 입은 여인이 강무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높은 나무 위에서 얇은 나뭇가지를 밟고 있는데 부는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나뭇가지 위에서 부드럽게 흔들리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 여인은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정말 잘 생겼구나. 강호에 나가면 시끄럽겠어. 무공은 기초가 잘 다져지기는 했으나 나이에 비해 성취가 아쉽구나.“

그렇게 한동안 주시하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가볍게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고양이처럼 부드럽게 착지한 여인은 조용히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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