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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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내기
작품등록일 :
2016.03.15 00:05
최근연재일 :
2016.04.10 07: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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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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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감금-3

DUMMY

공랑은 수수께끼의 인물이 가고 난 뒤 며칠 동안 그 연주만을 생각했다. 꿈에서도 악기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 일이 있은 지 사흘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아니, 일주일이었나. 그는 시간을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가 여전히 연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지난번의 그 발소리가 들렸다.

공랑은 대호가 날뛰는 것 같은 속도로 창살로 향했다.

“잠깐!”그는 쇠창살을 부술 각오로 움켜잡았다. 창살 밖의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랑은 그 인물이 저번과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문 밖에서의 느낌이 전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체 누구시오! 도대체 누구기에.......”

순간 연주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 연주를 잘 듣기 위해서라도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다시, 황홀한 연주였다. 요 전에 들었던 것보다 훨씬 나아진 솜씨 같았다. 어느새 익숙해진 그는 그것을 품평하고 있었다. 어느 부분에서 실수했고, 어느 곳이 잘했는지. 또 왜 연주가 아름다운지 까지.......

그리고 연주가 멈추자 그는 다시 중독자처럼 매달렸다.

“또 해주시오!”

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또 가버리는 것인가 생각하던 그는 황급히 말했다.

“안 돼! 가지 마시오! 제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더욱 다급하게 말했다.

“누구든 가지 마시오. 제발....... 제발 한 번만 더 연주해주시오. 제발! 해달라는 건 다 해주겠소.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 제발 한 번만 더 연주해주시오. 제발.......”

그 순간만은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공랑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눌러 버렸다.

그러자 발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누군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공랑은 반색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정말.......어억?”

갑자기 불빛이 보였다.

불을 본 공랑은 뒤로 멀찍이 물러나야 했다. 너무 오랜만에 본 빛이었다. 눈을 감아도 밝아서 눈이 멀 지경이었다. 창살 뒤에서 실눈을 뜨고 빛을 본 공랑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했느냐.”

그 여인이었다.

유천화.

그의 가문을 멸문시키고, 자신을 그 때까지 그 곳에 가둔 여인이었다. 공랑은 자신의 혀를 자르고 싶었다.

“헛소리요.”

“아니. 내 귀로 분명히 들었다. 착한 아이야. 네 입으로 분명히 말하지 않았느냐. 내 연주를 들려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어쩌면 연주한 사람이 천화가 아니었다면 정말 그래버렸을 지도 몰랐다. 오히려 그녀이기에 더욱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잠깐이라도 그렇게 생각한 자신을 책망하고, 또 책망해야 했다.

“아니. 아니오.”

“연주뿐이겠느냐. 당장 이 곳에서 내보내주고 네 청을 모두 들어주마.”

놀랍도록 따스한 목소리였다. 그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안다면 바로 믿었을 것이다.

“아니야!”

밝은 빛 때문인지 그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서서히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

수심이 가득해보였으나, 그는 결코 속지 않았다.

“.......아직도 마음이 없는가 보구나.”

걱정해주는 목소리였지만 공랑은 지지 않고 응수했다.

“당연하오. 소저 같은 독사에게 무엇을 말하겠소?”

“이곳에서....... 많이 괴로웠을 텐데.”

순간 공랑의 머릿속이 분노로 폭발할 것 같았다.

“나를 여기 처넣은 게 누구요? 그 꼴이 우습소? 그 불여우 같은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소? 나를 비웃고 있소?”

그가 펄펄 날뛰자 천화가 뒤로 조금 물러났다. 그녀는 그런 공랑의 반응을 미처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이었다.

“아니다. 나는 네가 진심으로 가엽다.”

“그럼 여기서 내보내주시오!”

“말하지 않았느냐.”

천화가 부드럽게 타이르는 어조로 말했다.

“한마디면 된다. 그냥 한마디면 돼. 그럼 이런 수난을 당할 이유가 전혀 없다. 가여운 아이야.”

“천랑비급을....... 내놓으라는 것이오?”

“꼭 그렇게 대놓고 말을 해야 겠느냐.”

“소저의 목을 내어준다면 생각해보지.”

“...네가 철창 안에 있는 걸 다행으로 여기거라.”

그러나 그녀는 당장 그를 체벌할 기세는 아니었다. 오히려 나약한 강아지를 보듯, 진심으로 불쌍해하는 것 같았다.

“그게 그렇게도 어려우냐.”

그녀가 혀를 차는 어조로 말했다. 그는 더욱 분노했다.

“나는 믿지 못하오. 설령 믿더라도 유소저에겐 절대로 줄 수 없소. 다른 이라면 몰라도 소저는 안 되오. 그 힘을 도대체 어디에 쓸 생각이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타오르는 불빛 앞에 터질 듯한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 여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독한 것. 독기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이리 해도 안 되고 저리 해도 안 된다는 것이냐? 간특한 놈. 지금이라도 너를 찢어발기고 싶구나.”

공랑은 가면을 벗은 듯 싹 바뀌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아주 조금이나마 들었던 그녀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버렸다.

“본색을 드러내셨군. 고문이 안 되니까 그런 수법으로 나오셨다 이거요? 치졸하군. 과연 천하제일의 불여우요.”

그러자 그녀가 높은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꽤 효과적이었나 보구나.”

만족스러운 듯한 말에 공랑은 다시 치를 떨었다.

“그런 수에는 절대로 넘어가지 않소.”

“그런데 이거 어쩐다. 그런 연유로 금을 탄 것이 아니다. 난 그저 마음 편하게 연주하고 싶었을 뿐. 여기라면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 소리가 밖으로 새지도 않을 것이고.”

공랑의 입장에서는 기가 차는 이야기였다.

“가문의 문주가 연주할 곳이 없어서 소자를 가둬놓은 방 앞에서 연주를 해야겠소?”

“너는 진지하게 들어주었지 않느냐.”

천화가 말했다.

“아무도 내 금을 그저 연주로 들어주지 않는다. 나는 악녀요, 어린 불여우다. 강호의 숱한 사내들이 내 앞에서는 의심하기 바쁘지.”

공랑은 기가 찼다.

“그 연주로 남자를 홀리기라도 했소? 아니, 애초에 한 짓이 있으니 그런 의심을 받는 게 합당한 거 아니오? 소저의 인성이 평범한 사람 정도만 되었어도 그렇진 않았을 거야. 말 잘했소. 나 역시 소저 앞에선 의심하기 바쁘니.”

“소문이 생각보다 나쁘게 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네 얘기만 들으면 내가 무슨 천하대역죄인 같구나.”

그러자 공랑이 내뱉었다.

“아니 땐 부뚜막에 연기 날까. 그것보다 더한 죄인 같은데.”

“하아.”

그녀가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이제 나도 네 말은 면역이 되어서 별 감정도 안 생기는구나.”

“악담을 하도 많이 들으시니 내 말은 관심도 없을 줄 알았소.”

그녀는 더 공랑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팔짱을 꼈다.

“관심이야 많지. 네가 처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만.”

“내가 변할 일은 없을 테니 이럴 거면 다시는 오지 마시오.”

“싫다.”

그녀가 말했다.

“너는 어쩔 수 없이 들을 수밖에 없는 처지 아니냐. 나는 그걸 마음껏 이용할 수 있고. 그거면 널 찾아올 이유야 충분하지.”

“다음엔 귀를 막겠소.”

공랑이 표독스럽게 응수하자 천화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럼 손발을 묶어버릴 것이다. 잊지 마라. 너는 죄수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는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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