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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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내기
작품등록일 :
2016.03.15 00:05
최근연재일 :
2016.04.10 07: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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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4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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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3,678

작성
16.03.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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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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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7쪽

감금-7

DUMMY

그 후로 그녀는 다시 오랫동안 오지 않았다.

그녀가 은향을 두고 간 후, 그에게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것이 꺼지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다시 주리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그녀에게 그럴 이유가 없었다.

빛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굉장히 컸다. 빛이 없을 때에도 부족한 물이나마 위생을 지키려 하던 그였다. 그러나 빛이 있으니 정확히 더러운 곳이 어디인가를 확실히 알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빛이 있다는 것 자체였다. 안팎이 보이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철창 안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절망적이라면 절망적인 상태다.

하지만 눈이 보였다.


그녀가 다시 나타난 것은 불빛에 완전히 익숙해졌을 무렵이었다.

당연히 금을 가지고 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녀는 턱에 손을 괴고 한참 동안, 그저 그를 지긋이 바라보기만 했다. 대체 무슨 수작일까 싶어 자세히 보니 손에 어떤 병을 들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요?”

그녀는 그를 향해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지었다.

“내 마음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마음이오?”

그가 곁눈질로 말하자, 그녀는 철창 밖에 쭈그려 앉았다.

“내 소리꾼이 되지 않겠느냐.”

듣던 중 가장 황당한 이야기였다.

“주변에 인재가 그리도 없소?”

“금을 잘 타는 이야 많지. 나는, 그저 네게 물었다.”

그는 말을 듣자마자 대답했다.

“택도 없는 소리.”

“소리꾼이라고 하찮은 자리가 아니다. 소리에 대해서라면, 나와 동급으로 대해줄 수도 있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너만 있으면 된다.”

“그 금이 그렇게 중요하오.”

그녀는 쭈그려 앉은 그대로 그를 쏘아보았다.

“금만이 아니다.”

“그런가. 하지만 조건이 있잖소? 내가 결코 들어주지 않을 조건이.”

“.......천랑비급.”

그녀가 샐쭉하게 말했다. 그녀의 입이 세모꼴이 된 것을 본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겹지도 않나 보구려.”

“너야말로 질리지도 않나 보구나. 그토록 나불대면서 비급의 비자만 들으면 경기를 일으키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소.”

“사람이란 변하기 마련이다.”

“평생 변치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소. 그걸 신념이라고 하지.”

그가 뚱하게 내뱉자 그녀가 웃었다.

“신념이라. 재미있구나.”

그리고 그녀는 창살 너머로 병을 던졌다. 작은 병이었다. 돌바닥에 부딪혔는데 깨지지도 않았다. 그가 그것에 눈길을 주자 그녀가 말했다.

“마셔라. 독하지만, 정말 귀한 술이니라.”

“안에 뭘 탔소.”

그가 의심을 버리지 못하자 그녀가 다시 웃었다.

“이제 보니 의심만 많은 것이 너로구나. 귀엽다. 왜, 약이라도 들어 있을 것 같느냐.”

그는 뚱한 표정으로 그녀가 자신에게 그 때까지 무슨 짓을 했는가, 그리고 자신이 왜 그녀를 믿지 못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했다.

“당연한 생각이지 않소.”

“그런 약이 있으면 진작 네게 시험해 보았을 게 뻔하지 않겠느냐. 비급을 술술 털어놓게 하는 약이라. 그런 약이라도 있으면 정말 좋겠구나.”

그는 그녀가 이상한 소릴 한다고 생각했다. 자해 시도를 할 때에도 약에 푹 절여 놓던 그들이었는데, 약물이라면 마교에서 일가견이 있을 것 아닌가.

“왜 모른척하시오. 그런 약이라면 소저가 전문 아니오? 이제껏 숱한 사람을 홀렸다고 들었소만. 내가 그 많은 소문을 모를 줄 아시오?”

“그런 하찮은 술수라도 있으면 일이 수월했을지도 모르건만. 사람의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약은 있을지 몰라도, 그런 편리한 약은 세상에 없다.”

“조금만 먹어도 중독되어 그 약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약도 있다 들었소.”

공랑도 확실히 아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풍문으로 들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자 천화가 조금 멈칫했다.

“그런 약이 있기는 하지만.......네게 쓸 만큼 흔한 약은 아니니라.”

찍어 맞춘 것이 맞았다. 하나도 기쁘지 않았지만.

“그럼 소저의 말을 믿는다면,”

그는 잠시 생각했다.

“이건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약이겠구려.”

“그럼 술이 사람 정신을 혼란시키지 무엇이 혼란시키겠느냐?”

그는 물끄러미 술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굳이 도박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완전히 소저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되오.”

천화의 표정은 알 듯 모를 듯 했다. 가소롭다는 것 같기도 했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놀리느라 퍽 즐거워 보인 것 같았는데. 공랑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내 자비를 무시하는 것이냐?”

이제 와서 더 친절히 대하겠다는 것일까. 공랑의 의구심이 더 커져갔다.

“그렇다면 더더욱 먹지 않겠소.”

그녀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의심병이 중증이로구나.”

“애초에, 왜 주는 것이오? 지난 연주에 대한 보답이오?”

어쩌면 철저한 주고 받기일지도 모르지. 그는 그녀에 대한 의심은 열 번 더 해도 모자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은향으로 그것을 갚았다. 이건 그저 내 변덕이다.”

고문하는 것도, 그를 압박하는 것도, 친절을 베푸는 것도 변덕일까?

“더 믿기 힘드오. 안에 약을 탄 것이 분명하니.”

“그래, 약이라.”

천화가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그런 약이 있으면 좋겠구나. 사람을 홀리는 약. 홀려서 내 것으로 만드는 약. 그렇다면 너도 손쉽게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텐데.”

속이 뻔히 보이는 말이었다. 공랑은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홀려서 술술 비급을 털어놓게 말이오?”

“간만에 영특한 말을 하는구나.”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녀의 눈은 다른 곳을 보는 듯 허공에 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있더니, 그녀는 일어섰다.

“되었다. 내 성의니만큼 먹든 먹지 않든 네 자유다. 행여나 그 병으로 이상한 짓을 하지는 말거라. 내가 돌아가면 다시 감시가 붙을 테니.”

그녀가 돌아갔다.


그는 오래도록 술병을 바라보았다.

지난날이 생각났다. 어른들을 따라가서 마셔보았던 술. 그 맛. 맛보다는 그 흥에 취해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었다. 그것의 향보다는 잔치의 향에 이끌려 행복한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술에 취해 서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잊어버리고, 때론 서먹했던 사이가 가까워지고.

그렇게, 그렇게.


그는 마시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자주, 그것을 만지작거렸다.


작가의말

오전 12시 37분.

간신히 완료...



추천해주신 한 분 정말 감사합니다. 제 인생 첫 추천이에요.

이왕이면 댓글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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