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습
힘없는 여자들이 새로운 힘을 얻었을때 변할수 있는 모습....... 또 그렇게 만들어가는 과정..... 뭔가 기존질서와 틀린 것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나지문 역시 공융부의 옆에 서서 일꾼들이 전해주는 물을 찻잎이 쌓여있는 불구덩이 속으로 끼얹었지만 파죽지세로 타들어가는 화마의 기세는 점점 창고의 안쪽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도저히 불길이 잡히지 않습니다. 점점 안쪽으로 불길이 번져가는데 안쪽으로는 물을 끼얹을 수 없으니 찻잎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왕대유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어 맥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일을 어찌하면 좋은가? 어떻게 해야 된단 말이냐?”
공융부와 나지문 역시 더 이상 불을 끄는 것을 그만두고 멍하니 쳐다보다 휘하의 무사들을 소집했다.
이십여명의 무사들이 다 모이자 나지문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세 명이 한 조를 이뤄 녕해지부 전체를 수색한다. 만약 침입자를 발견하거나 낯선 사람을 발견하면 무조건 크게 소리를 질러라.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베어도 좋다.”
나지문의 말을 듣고 무사들이 세 명씩 한 조를 이뤄 녕해지부의 수색에 나섰다.
한편 대호상단 녕해지부의 창고에 불이 나서 하늘로 불길이 점점 더 거세게 치솟는 것을 보고 있는 소무룡은 단삼도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단형님! 지하에서라도 지켜봐 주시오. 대호상단의 종말을!”
낭화는 창고에 불을 지르고 나서 소무룡과 함께 나무위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불 끄기를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아우!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저들이 불을 끄길 포기하는 것 같네. 내가 보기엔 이곳에 있는 무사들이라고 해봐야 이류 무사들뿐인데 구태여 다 죽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네.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제가 뭘 알겠습니까?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내려가 저들을 다 죽여버리고 싶지만 생각해보면 저 사람들은 형님의 죽음과는 무관하니 망설여지긴 합니다.”
낭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오늘 대호상단에 큰 피해를 입혔으니 이만 돌아가세. 자네의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히는 걸 말리고 싶군.”
소무룡이 말없이 낭화를 따라 움직일 채비를 하자 낭화는 한줄기 연기처럼 몸을 뽑아올리더니 담장 밖으로 신형을 날렸다.
소무룡도 이미 신법이 많이 익숙해져서 낭화의 뒤를 쫓아 몸을 날렸다.
밤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녕해의 밤공기를 가르면서 두 개의 신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항주를 향했다.
조방방은 항주에 도착하자마자 조왕부로 돌아가 양화진과 함께 차분히 상처를 치료했다.
“사부님! 소소협이 잘하고 오겠지요?”
그녀의 마음속에는 소무룡에 대한 믿음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부상이나 입지 않을까 걱정되어 양화진에게 물었다.
“그의 무공은 이미 우리들을 넘어섰어. 아마도 큰 어려움 없이 잘하고 올 것이다. 우리의 상처가 아물면 서호의 산장으로 가보자꾸나.”
조방방과 양화진은 처음으로 실전을 경험하고 나서 얻은 것이 많았다.
양화진의 암기 실력을 보고 조방방은 암기 연습을 죽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검술에 더욱 매진하니 그녀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었다.
양화진 역시 이전과는 달리 무공에 더욱 정진해서 그녀의 검법과 권법 역시 잘 벼른 칼날처럼 독이 바짝 올랐다.
그녀들은 상처가 아물자 서호의 장원을 찾아갔다.
마침 백설아가 장원에 있어서 그녀들이 장원안으로 들어가자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와, 방방! 양사부님도 같이 오셨군요.”
그녀가 미소를 머금고 말을 건네자 방방이 소리내어 웃었다.
“언니는 언제봐도 예쁘군요. 고마워요. 그 사람은 왔나요?”
“아니, 녕해에서 오려면 이삼일 더 걸리지 않을까?”
그녀는 조방방과 양화진의 앞에서 먼저 안으로 들어가 탁자밑에서 의자를 꺼내어 그녀들에게 권하고는 얼른 차를 내왔다.
“지난번 입은 상처는 다 치료가 됐어? ”
조방방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외상을 조금 입었는데 상처랄게 있나요? 대호상단의 움직임에 대해 소식을 들은 것이 있어요?”
“대호상단에서 사해방을 찾아가 전공장로를 만난 모양이야. 사해방에서 대호상단을 크게 지원하기로 했대. 아무래도 상황이 만만하게 전개될 것 같지 않아.”
“잘됐군요. 이제 싸움다운 싸움을 해볼 수 있으니 말예요. 이왕이면 사해방 놈들하고 제대로 붙어봐야죠. 암기도 많이 준비해서 한방씩 먹여줘야 되겠어요.”
백설아가 한숨을 쉬었다.
“동생은 왜 험난한 일에 뛰어들려 하는지 모르겠구나. 대호상단에서 잔뜩 약이 올라 사해방 고수들을 불렀으니 대호상단의 무사들과는 차원이 틀리다는 걸 알아야지.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데......”
“험난한 강호가 내겐 어울리나 봐요.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강호인이니 나도 강호인인 될 수 밖에요. 호호호!”
양화진이 그녀의 말을 듣고 내심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방방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낼 수 있지만 난 항상 본심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구나. -
백설아는 양화진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그녀의 생각을 짐작했다.
“양사부님, 차 맛이 어떤가요? 누구라도 좋아하는 감정을 가진다면 그 감정은 축적되는 법이에요. 사랑은 남의 허락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니 마음을 편하게 가진다면 언젠가는 양사부님도 사랑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겠어요? 호호호!”
조방방은 백설아가 느닷없이 사랑에 대한 말을 양화진에게 건네자 약간 얼떨떨해졌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사부님도 얼른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셔야 될텐데......호호호!”
양화진은 갑자기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붉어져서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차.....차 맛이 좋군요.”
백설아는 양화진의 마음을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기에 간단한 말 한마디로 그녀에게 희망을 심어준 것이었다.
양화진은 나이가 찰대로 찬 여인이라 백설아가 말하는 의미를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
조방방이 호호 불면서 차를 마시다가
“언니! 대호상단의 녕해 지부에 피해를 입힌 다음에는 어느 곳이 목표지요?”
“대호상단에서 두 개의 지부가 무너지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결코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야. 고수들도 많이 배치할 것이고 아마도 함정을 만들어 우리를 유인하려 할지도 몰라. 우리는 그들의 계산위에서 놀아야 해.”
양화진이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백설아는 그녀를 쳐다보며 재차 말했다.
“양사부님! 하실 말씀이 있으면 거리낌없이 말씀하세요. 항상 소소한 대화에서 부족한 점을 깨달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내 생각은 별로 고명하지 못해서......대호상단에서 그나마 얼굴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백아가씨 뿐이에요. 소소협이 오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대호상단이나 사해방의 정보를 입수한 뒤 다음 행보를 논의키로 하지요.”
“당연한 말씀이에요. 여건만 된다면 사해방에도 복수를 시작하고 싶어요.”
- 작가의말
오늘도 활기차게 아침을 시작하십시오.....^^
댓글과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ps: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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