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Maker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349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4.24 17:22
조회
358
추천
6
글자
11쪽

211화-추락(墜落)(4)

DUMMY

“세계수가 있는 곳을 알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단도직입적인 현휘의 말에 그녀가 묘한 미소를 그렸다. 대체 어디에서 저 잊힌 이름을 들은 것일까.

이제는 기억하는 이조차 한손에 꼽을 만큼 완전히 사라지고야 만 이름일진데.

묘한 미소를 그린 그녀가 차분히 물었다.


“어디에서 그 이름을 들은 것인지 여쭈어도 될까요?”


“제가 어디에서 들었건, 그것은 중요치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저는 어디까지나 세계수를 찾기 위해 저 얼어붙은 동토에서부터 이곳까지 이르른 것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제가 인정할 이유는 없겠죠. 저는 어디까지나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거랍니다? 당신에게 제공할 정보의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거죠.”


“좋습니다. 인정하죠. 하지만 제가 말한다고 해도 쉬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으실 겁니다.”


“그건 제가 판단할 문제겠죠?”


마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매혹적인 미소를 그리는 그녀의 모습에 잠시 침묵하던 현휘가 입을 열었다.


“저쪽, 이쪽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신비가 살아 숨쉬는 곳에서 세계수를 봤습니다.”


보기만 했을 뿐만 아니라 함께 마음을 나누고, 생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이야기해 줄 필요는 없었다.


“그런가요.”


어떻게 보면 불성실한 답에도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운 의뭉스러운 미소가 그녀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게 했다.


“좋아요. 그건 거기까지로 족하겠죠. 다만, 한가지. 당신은 세계수를 어째서 만나려는 건가요?”


“허락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허락이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에 그녀의 목소리가 순간 흔들렸다.

허락? 허락이라. 대체 무슨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세계를 한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지혜도, 힘도, 마력도. 세계수를 통한다면 간단히 얻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세계수에게 허락을 받는다면 가능한 것이겠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의 반응에 현휘가 말을 이었다.


“애초에 제게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이쪽에서는요. 제게 필요한 것은 단지 제가 저쪽으로 가는 데에 필요한 권리의 허락. 그것 외에는 없습니다.”


“그런가요.”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가 이내 피식 웃었다. 아무려면 어떨까. 저정도 되는 이가 자신의 행동에 확신이 없는 것은 짐작하기가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꼭, 한번은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지금 몸상태를 호전시켜 달라거나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요?”


“그건 제 힘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입니다.”


애초에 저쪽으로 넘어가면 여러 가지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었고, 최악의 결정이더라도 이 저주를 걸어놓은 이가 죽을 때까지 기다려도 좋았다.

반신에 도달한 현휘는 마음만 먹는다면 영생까지도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결정.

되도록이면 세계수의 허락을 받고 빠르게 저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제일이다.


“그런 걸려나요......”


대체 어디에서 이런 인물이 툭 튀어나온 것일까. 아무런 징조도 없이 툭 튀어나온 이 남자는 마치 다른 세계의 존재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비치는 이는 분명 이 세계의 존재.


‘아아, 알고 싶어.’


그날, 오를레앙의 처녀가 죽고, 마녀 잔 다르크가 탄생했던 그 때 이후로 무언가에 대한 욕구를 참는 것이 힘들어졌다.

아니, 참아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

마음 같아서는 무력해져있는 그를 붙잡아 구속하고 이런저런 실험으로 그 실체를 전부 까발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곤란하다. 마녀는 항상 제멋대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한 망종을 허락받은 것은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시험과 보상을 준비한 철저한 계획하의 유희일 뿐. 마녀라는 강력하기 짝이 없는 존재가 제멋대로 날뛸 수 있었다면 애초에 마녀사냥은 이루어질 수도 없었을 터였다.


‘어쩔수 없네.’


아쉬움을 달래려 찻잔으로 손을 가져가던 그녀의 움직임이 순간 멈칫했다.


“어?”


그녀의 감각, 그녀의 인지 안에 든 숲으로 수 없이 많은 인간들이 침입하고 있었다.

단순히 길 잃은 단체 관광객일 가능성은 애초에 배제했다. 관광객이 온몸에 터질 듯한 이능을 뿜어내면서 숲에 들어서지는 않을 테니까.

고운 미간을 찌푸린 그녀가 입술을 비죽이 내밀며 현휘에게 시선을 던졌다.


“지금 손님이 제법 많이 왔는데, 저는 그런 손님을 초청한 기억이 없군요. 혹시, 누군지 아실까요?”


네가 끌고 온 것들이니 처리하라는 은근한 압박에 피식 웃으며 현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날파리들을 이끌고 방문한 제 잘못을 인정할 수 밖에 없군요. 그리고, 처리해 놓지 않으면 아무런 이야기도 해 주지 않으실 것 아닙니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요? 초대한 적도 없는 손님이 날파리까지 이끌고 와서 집이 엉망이 되었는데?”


마주 미소를 그리는 그녀의 말에 현휘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확실히 그런 것도 있지만 지금 현휘에게는 다분히 개인적이 이유가 있었다.


‘이 개같은 것들을 어떻게 해버려야 하려나?’


대 마도의 사역자에서 한순간에 무지렁이 수준까지 추락해버렸다. 그 상실감과 허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다만, 그것을 애써 숨기며 스스로를 달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그렇게 만든 것들이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

자신에게 최후를 선사하기 위해서.

그럼, 앉아서 가만히 당해주어야 할까? 대 마도에 이르른 자신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미약하지만 마력감각이 돌아와 있는 상태. 정말 보잘 것 없고 하잘 것 없는 수준이었지만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0과1.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지난하나 있는 것을 몇배로 불리는 것은 너무나 쉽다.

애초에 자신은 타고난 능력에 기대는 부분이 확실히 컸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하면 그만.

비록 축소되어 조촐한 수준으로 변한 능력이지만 그 근본은 여전히 건재. 대마법만 쓰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전과 같은 마법 운용을 보일 수 있다.


“그럼, 조금 후에 뵙도록 하죠.”


‘배틀메이지도 가끔 해보는 건 나쁘지 않겠지.’


고개를 까딱여 보이는 현휘의 미소가 서늘하게 빛났다.


* * *


“뭐야, 뭐야 이게......”


처음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상대가 아무리 하나의 문명을 감당할 수 있는 대 마도사라 한들 철저하게 무력해진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정작 드러난 일들은 예상을 아득하게 벗어나 있었다.


“12구역! 전멸입니다!”


“13, 14구역에서 교전 개시!”


“빠르게 감소합니다!”


포위망을 구축하고 서서히 좁혀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어진 교전.

철저하게 무력화 되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는 완벽한 전투를 선보였다.

절제된 움직임. 철저하게 계산된 이동 동선. 약간의 낭비도 보이지 않는 마력 운용.

차라리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사의 그것과 같은 그의 전투에 작전실 안에 있던 이들은 한마음으로 중얼거렸다.


“배틀메이지(Batle mage)”


철저하게 난전에서 전투를 치르는 변종 마법사. 일반적인 마법사는 철두철미하게 구축된 방어 안에서 대 마법을 펼쳐 상대를 학살한다.

이를테면 강력하지만 준비시간이 많이 필요한 주포.

하지만 배틀메이지는 그와 정 반대다. 그들에게 마법사의 철칙인 강력한 방어와 거리조절은 의미가 없었다.

오직 믿는 것은 자신들의 몸과, 움직임. 그리고 그때그때 찰나의 순간 빛나는 센스뿐.

병사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은 기사보다 위협적이고, 일개 부대보다도 강력한 존재로서 전장을 휩쓴다.

그의 존재는 아군에게 희망과 승리를, 적에게 절망과 공포를 안겨주는 전장의 지배자.

그리고 대 마도에 이르렀던 현휘는 전신을 철저하게 뇌의 명령으로 지배해 그것을 완전한 형태로 따라하고 있었다.

단지 그들과의 차이라면, 그들의 철저하게 단련된 감각을 현휘는 철저한 계산으로 따라해내고 있다는 것.

하지만 결국 그 결과는 같았다.


“23, 24구역! 전멸입니다!”


“25구역! 교전 준비 시작!”


“충돌합니다!”


자신들의 확신과, 준비를 정면으로 비웃기라도 하듯, 현휘는 포위망을 1구역부터 시작해 부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24구역까지 부서져버리고, 벌써 전력의 절반이 사망한 상황에 리라온은 입술을 깨물었다.


‘불합리해!’


그녀는 그 어떤 이능도, 신비도 신뢰하지 않았다. 그 존재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결코 집단화되어 구축된 문명에 이르를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그 믿음이 단 한명의 남자로 인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지원! 지원이 필요합니다!”


“추가 명령을!”


너무나 충격적인 전투에 지휘실이 순간 마비되다시피 했다. 지휘실 안의 참모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르는 이들의 목소리가 윙윙 울리는 것 같았다. 비록 그 능력은 인간의 규격을 벗어난 천재 소녀일지라도 어린 소녀.

가치관이 부정당한 충격을 쉽사리 수습하지 못했다.

자신의 가치가 틀렸다고, 너는 그르다고 부정당했을 때 인간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두가지.

그것에 무너지거나, 혹은 받아들여 새로이 나아가거나 혹은, 저항하거나.

까득.

리라온이 택한 것은 세번째였다.


‘아니, 나는 틀리지 않아!’


그건 일종의 오기와도 같았다. 이렇게 쉽사리 부정당할 수만은 없다는 오기. 그래서 리라온은 생각하고, 계산했다.

언제나 했던 것처럼 모든 변수와 지금의 상황을 종합해 완벽에 가까운 답을 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내려진 결론은 생각 외로 간단했다.


“로컨과 다른 무력대를 모두 모아. 이대로 가면 각개격파당할 뿐이야. 한 곳에 모여서 회전을 연다. 전략은”


화면의 한 가운데에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는 리라온의 눈빛이 끓어 올랐다.


“로컨을 중심으로 한 차륜전. 몇날며칠을 밤샐 각오를 하고 철저하게 힘을 빼는 방향으로 전투를 치른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그럼, 실행하도록!”


“Yes!”


순간 멈춰있던 지휘실이 다시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패배의 보고와 사후 대처가 아닌 적을 잡기 위한 함정을 짜고 있는 것이라는 것 뿐.

하지만 그 차이는 무척이나 컸다.


“지금 당장 34구역으로 모두 모이라고 해!”


“로컨님께 연락 넣어!”


“지금 적의 위치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휘실의 가장 위, 세개의 화면을 주시하며 리라온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과연 저 남자는 이번에도 자신이 짠 함정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 일은 없어.’


실패는 한번이면 족했다.


‘개인은 절대, 조직을 이길 수 없어.’


그리고 그것을 지금, 증명해 보일 것이다.


작가의말

농업일지 in 이계 라는 제목으로 공모전에 참가중입니다만 다른 쪽이라 언급하기가 좀 그렇네요. 흥미 있으신 분은 과자책(직역)으로 오셔서 보시면 됩니다.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9 237화-심화(4) +1 17.11.15 232 2 13쪽
238 236화-심화(3) 17.11.07 203 3 11쪽
237 235화-심화(2) 17.11.02 195 3 12쪽
236 234화-심화(1) 17.11.01 198 2 14쪽
235 233화-세력과 세력(8) 17.10.31 191 3 12쪽
234 232화-세력과 세력(7) +5 17.10.25 223 3 12쪽
233 231화-세력과 세력(6) +1 17.10.23 274 3 12쪽
232 230화-세력과 세력(5) 17.09.19 1,036 2 11쪽
231 229화-세력과 세력(4) 17.09.14 228 2 12쪽
230 228화-세력과 세력(3) 17.09.14 264 2 12쪽
229 227화-세력과 세력(2) 17.09.12 262 2 12쪽
228 226-세력과 세력(1) +3 17.09.08 304 2 12쪽
227 225-딸-Air 17.09.04 267 4 11쪽
226 224화-딸-Solitudo 17.08.02 256 5 12쪽
225 223화-기사(Knights)(2) +1 17.07.20 295 4 12쪽
224 222화-기사(Knights)(1) +2 17.07.19 284 4 12쪽
223 221화-친구-Julell(2) +1 17.06.13 348 3 11쪽
222 220화-친구-Julell(1) +2 17.06.12 793 3 11쪽
221 219화-누이-Irian(2) +1 17.05.18 312 3 13쪽
220 218화-누이-Irian(1) +2 17.05.17 363 4 12쪽
219 217.전쟁(戰爭) +1 17.05.10 369 4 12쪽
218 216화-회전(會戰)(5) +1 17.05.08 325 5 12쪽
217 215화-회전(會戰)(4) +1 17.05.04 310 6 13쪽
216 214화-회전(會戰)(3) +2 17.05.02 339 5 12쪽
215 213화-회전(會戰)(2) +3 17.04.26 384 5 12쪽
214 212화-회전(會戰)(1) +4 17.04.25 397 7 12쪽
» 211화-추락(墜落)(4) +3 17.04.24 359 6 11쪽
212 210화-추락(墜落)(3) +2 17.04.20 374 5 13쪽
211 209화-추락(墜落)(2) +2 17.04.19 310 6 13쪽
210 208화-추락(墜落)(1) +1 17.04.18 411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