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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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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4.2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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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2화-회전(會戰)(1)

DUMMY

60.회전(會戰)


부나방들.

숲을 완전히 포위한 채 정해진 진형을 유지하며 움직이는 이능력자의 군대를 본 현휘의 감상이다.

대체 어디서 저 정도나 되는 숫자를 긁어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저 인원을 모은 이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게 할 준비를 현휘는 이미 마친 상태.

우우웅.

근접 전투를 대비해서 가져온 나이프가 제 몸을 가득 채우는 마력에 기꺼워 울었다.

마법사로서 극의에 다다라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이프를 손에 들고 전장에 뛰어들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어쩐지,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후우.”


온몸을 팽팽하게 당기게 만드는 기분 좋은 긴장이 즐거웠다.

자신에게 굴욕을 안겨준 이들에게 복수를.

자신의 것을 앗아간 이들에게서 더 많은 것의 소실을.


“좋아.”


가지고 있던 능력들을 한바탕 잃었던 후라 그런지 정신이 모난 것을 느꼈다.


‘내가 원래 이런 놈이었나?’


묘한 기분이다. 라고 현휘는 생각했다.

비틀린 나를 바라보며 자아비판을 하는 나를 둘러보며 흥미롭군. 하고 중얼거리는 느낌이랄까.


‘뭐, 아무려면 어때.’


그런 사소한 문제는 나중에.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처절한 응징, 피의 보복. 그러니 지금 한순간만큼은 전장의 광기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을 터였다.


“가볼까.”


그동안 너무 착한 아빠, 다정한 연인, 이성적인 마법사, 존경스러운 가주에 얽매여 있던 것들을 한바탕 풀어도 좋을 터이다.

이런 저런 일로 쌓였던 스트레스들을, 그간 겪었던 일들에서 온 피로를. 그리고


“빌어먹을 것들의 면상을 떠올리면, 무척이나 흥이 솟아.”


그래, 반드시 돌아간다. 저것들을 모조리 눕혀버리고, 세계수를 찾아 돌아간다. 돌아가서


“다, 뭉개버리겠다.”


대 마도에 이르러 냉철한 이성의 안에 숨죽이고 있던. 아니, 좀더 정확히는 이성이 부러 키워냈던, 살육만을 위한 ‘괴물’이 눈을 떴다.


-흐아!


주변에서 긁어모은 마력을 신체에 모두 때려박았다. 목적은 단 하나. 강화.

그 어떤 충격도, 부하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강하게 하는 것. 애초에 지금 하려는 일에는 성해나, 별의 장막같은 화려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

단순히 강건한 신체와 무뎌지지 않는 정신. 그리고 한껏 달아오른 마력감각이면 충분한 일.

얼굴 가득, 포식자의 그것과 같은 미소를 그리며, 현휘가 앞으로 뛰쳐나갔다.

마력으로 강화된 근육이 일반인의, 아니, 생명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수축하며 폭발적인 힘을 뿜어냈다.

순수하게 육체능력으로만 음속을 뚫기까지 단 세걸음. 하지만 그것에서 그친다는 말랑말랑한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좀더 빠르게!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인식에서 벗어날 만큼, 더, 더 빨리!

하지만 이미 속도는 육체의 한계점에 도달한 시점. 그렇기에 이번에는 마력이 아닌 능력이 움직였다.


-키잉-!


얼마 전, 마력과 능력을 앗아간 그녀가 했던 것과 동일한 원리. 점유한 공간 안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현휘의 능력이 자신을 둘러싼 법칙을 조작했다.

공기의 저항을 0으로 만들고, 중력의 작용점을 바꾸고, 작용-반작용의 법칙마저 비틀었다.

그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두뇌의 용량 대부분을 할당했다. 자세가 조금씩 바뀔 때마다 모든 수치는 재조정되어야 했으니까.

슈퍼컴퓨터조차 계산을 순순히 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숫자의 향연을, 오딘과 비슷한 수준, 어쩌면 더 뛰어난 수준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면서 현휘의 신형이 150명 남짓한 인원을 온통 헤집었다.


“ㅇㅓ?”


제대로 된 반응조차 되지 못한, 부서진 언어의 파편이 최초의 조우자에게 허락된 전부였다.

인간의 인지범위를 벗어난 극속의 세상을 유영하는 현휘는 그들에게는 재앙과 마찬가지.

인지가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다. 게다가 그 정도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그 자체로 이미 흉기.

그 물리력만으로도 연약한 인간의 신체는 산산히 부서질 터였다. 어쩌면 가장 효율적인 싸움법.

그렇기에 이 방식을 택한 것이었지만 중간, 현휘는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어?


그들의 몸을 하나 남김없이 감싸고 있는 기운이 눈에 들어왔으니까. 옅은 주황색을 뿌리는 기운을 해석해낸 현휘는 헛웃음을 뱉었다.


-물리면역?


기가 막혔다. 사기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리 이상력에 기반을 둔 선천적 이능이 능력의 종류에 제한이 없다고는 해도 조금 심했다.

물리 면역이라니. 막말로 운석이 떨어져도 산다는 뜻이다.

물론, 어느정도 제한선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 제한선을 찾아다니면서 싸워줄만큼 한가롭지도 못한 상태.

잠시 생각하던 현휘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이능에는, 이능으로.


-첫발은 화려하게 보여주마.


축포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이번은 조금 화려하게 가기로 결정했다.

다시한번 추가로 가속하며 현휘의 손이 그들의 목을 스쳤다. 150명의 목을 전부 스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초 남짓.

그들의 목에 심긴 씨앗을 느끼며 현휘가 잔인하게 웃어 보이며 그대로 멈춰섰다.


“억?”


“으헉!”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현휘를 보며 헛숨을 들이쉬는 이능자들.

다급하게 진형을 다시 짜며 이능을 끌어올렸지만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목숨이 거둬졌다는 것을 몰랐다.


“죽어라!”


“공격! 공격해!”


제법 무리를 했던 것인지 온몸에서 자욱하게 김을 피워올리며 현휘는 양 팔을 높이 들어올렸다. 마치 활짝 핀 새의 날개처럼.

그리고, 마침내 날아오기 시작한 이능의 공격을 시야에 담는 순간, 씨앗이 개화의 준비를 끝마쳤다.


“산화해라.”


-부나방들아.


선언이 떨어짐과 동시에 목에 심어뒀던 마력의 씨앗들이 개화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앙!

산산히 터져나가는 150개의 머리들. 주변을 뒤덮는 피보라는 보며 현휘의 웃음이 잔인하게 그려졌다.

그래, 물리저항이면 어떻고, 사기면 어떤가. 이능 저항은 불가능할 테니 그것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한순간에 스러진 150의, 머리 없는 처참한 시신을 보면서 현휘는 묘하게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우울?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착잡? 그와도 달랐다.

뭐랄까, 그래. 오랫동안 전장을 헤매다 은퇴했던 용병이 전장으로 돌아와 한번의 전투를 치른 뒤에 느끼는 그것과 비슷했다.


‘묘하게, 안정이 되는군.’


전장의 잔혹한 향기이련만 어쩐지 더없이 친숙하고,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마치, 그리워했던 고향인 것 마냥.

하지만 그것은 살육자의 광기어린 익숙함과도 또 달랐다.

취한 것이 아닌, 차분함과 익숙함. 그 두가지가 자칫 달아오를 수 있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게 했다.

하지만 그 고양감은 여전한 상태. 가슴을 뜨겁게, 머리를 차갑게 하라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며 현휘가 씨익, 비웃음을 그렸다.

전장의 향기에 안정을 느끼는 자신을 비판하는 스스로에게 보내는 비웃음.

그것은 ‘괴물’이 ‘현휘’와 ‘아인즈’에게 보내는 조소였다.


“언제는 우리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고 그러는 거야?”


애초에 이 손에 죽은 이가 몇인가. 아니, 숫자는 이미 의미가 없다. 반신쯤 되면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중요한 것은 그 행위를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한번도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했다면 이미 횟수는 의미가 없다. 그 의미를 스스로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니까.

살인 역시 마찬가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반문하고, 스스로 의심하고, 스스로 숙고해, 스스로 실행했다.

그것을 의심하는 것은 구제불능 글러먹은 반푼이나 하는 짓. 그리고 그는, 반푼이가 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자, 가자고.”


사냥감은 지천에 널려있고, 비산할 핏방울은 여전히 흘러 넘친다.


“복수는 화려하고, 장엄하게. 내 격에 맞추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복수의 밤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니까.


“흠뻑, 취하는 거다.”


바람결에 흩어지는 키득거림을 남겨놓은 채, 현휘의 몸이 다시금 인지 불가의 영역으로 뛰어들었다.


* * *


“젠장!”


1구역부터 7구역까지. 마치 농락하는 것처럼 순서대로 무너지고 말았다는 소식에 로컨이 이를 갈았다.

그나마도 5구역까지 무너질 때까지는 채 알아채지도 못했었다. 그나마 6구역에 ‘최후의 숨결’이라는, 죽음을 연기하는 이능을 가진 이가 있었기에 받을 수 있었던 보고.


‘습격입니다!’


그의 최후의 일갈이 전해짐과 함께 7구역이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위성에 잡힌, 마치 이제는 기습할 생각은 없다는 듯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낸 한명의 남성.

자신을 지켜보는 위성을 알고 있기라도 하는 듯, 그는 잔인하고, 불길하게 웃어 보였다.

그 다음으로 습격받은 8구역. 과연 기습을 하지 않았던 듯, 이번에는 조우부터 시작해서, 교전을 행하는 모든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다.


“8구역! 조우!”


“제기랄! 힐러! 힐러 어디있어!”


“강화계는 당장 저거 붙들고 늘어져!”


“화력 집중해! 아군은 신경쓰지 말고 쏟아부어!”


그것이, 전혀 유쾌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전해진 음성에서 느껴지는 것은 한결같았다. 절규, 절망, 공포, 악.

차라리 듣지 못했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압도적인 전투 양상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8구역을 비춘 위성에 보인, 시체로 써진 글자.


The night of the festival is now beginning.

축제의 밤은 이제 시작이다.


그와 함께, 9구역이 무너졌다는 보고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진 10구역부터 24구역까지의 전멸소식.

그저 무력하게 그 소식을 듣고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로컨은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마도사가 마력을 잃었다는 사실에 속으로는 어쩌면 경시하고 있었던지도 몰랐다. 하지만 결국 상대는 부인의 여지가 없는 괴물.

상식으로, 상리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망각했었고, 그 결과는 전력의 절반이 전멸한 지금의 상황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된 것인지 사망한 인원은 모두 신체의 일부분이 터져나가며 죽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머리가, 누군가는 목이, 누군가는 가슴이, 누군가는 배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마력의 힘.


‘대체 어떻게 마력을 쓸 수 있는 거지?’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필요도, 해서도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다음에 닥쳐올 상황에 대한 대비와 대책.

하지만 어떻게? 위성촬영 영상을 극도로 느리게 해서야 간신히 잔상을 잡아내는 존재를 어떻게?

고심하던 로컨의 시야에 저쪽 한 구석에서 손을 연신 오므렸다 피는 여성이 들어왔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초조한 표정을 전혀 지우지 못한 여성의 모습을 인지한 순간, 로컨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군.’


아직 자신들에게는 최고의 수단이 남아 있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지만 이능력자들을 상대로는 신에 육박하는 힘을 가지는 존재가.

결정을 내린 로컨의 입이 열렸다.


“남은 인원을 한곳으로 모아라. 단 한번의 교전으로 결판을 낸다.”


이제, 주사위를 던져볼 차례다. 물론, 자신이 질 일은 없을 사기 도박이었지만.

로컨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작가의말

예아! 역시 전투씬! 역시 먼치킨! 너무 잘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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