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Maker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359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5.18 13:27
조회
312
추천
3
글자
13쪽

219화-누이-Irian(2)

DUMMY

"아가씨."


건물을 나서는 이리안의 곁에서 시리아가 모습을 드러내며 손수건을 건넸다.

가장자리를 수놓은 별자리의 문양을 잠시 바라보다가 볼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그제야 얼굴에 피가 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고마워."


손수건을 받아서 얼굴을 닦아낸 이리안은 문득, 손안의 손수건을 가만히 응시했다.

새하얀 바탕에 군데군데 그려진 붉은 자국들.

쓴웃음이 지어졌다.


'난, 이제 정말로 달라졌구나.'


"후회하십니까?"


시리아의 물음에 이리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저, 약간 감상적인 기분이 되었을 뿐이야."


조금 전, 자신의 몸을 움직이던, 존재를 공유하는 그녀에게 답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답이 돌아갔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시리아는 조금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녀는 이리안이 어떤 이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어떤 경험을 했고, 아인즈가 어떤 존재이고, 이리안이 본래 어떤 이인지.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아가씨. 원하신다면 굳이 이렇게 나오셔서 힘들이실 필요 없습니다."


"시리아."


"저희들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이름을 빌려주신다면 그것으로도 족합니다."


"시리아."


"그렇게 힘들이셔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실 필요는"


"시리아."


이리안의 굳은 목소리에 시리아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이리안의 시선을 마주하고서도 같은 말을 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런 시리아를 보며 이리안은 슬쩍 미소를 그렸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아."


"......"


"그리고 너희의 마음도 알아."


아마도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의 모시는 이를 잃고싶지 않은 것일 터였다.

상처를 입는 것도 허락하고 싶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게, 언니라고 다르지 않을 거잖아?"


"아."


그 말에 시리아는 곧장 깨달았다.


"어쩌면 언니가 가장 클거야. 나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도, 아이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아가씨."


"하지만, 언니도 알고 있거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대 마도에 이르른 그녀였기에, 가장 가까웠던 그녀였기에 더욱 선명히, 절절하게 알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 허락하는 거야. 나도, 에아도, 실리도, 아니마도."


후회하지 말라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다는 사실에 괴로워도 말고, 슬퍼도 말라고.


"뭐가 되었건 간에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후회를 남기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씁쓸한 얼굴을 하는 그녀를 보며 시리아의 입술이 깨물어졌다.


'아가씨......'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녀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시리아는 몰랐다.

다만 한가지. 그녀가 지금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언제나 밝고, 명랑한, 즐거운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그녀가, 아무리 어떤 힘을 손에 넣었다 한들 피를 묻히고서도 쉬이 견딜 수 있을리가 없었으니까.

겉으로는 멀쩡한 척, 괜찮은 척 숨기고는 있지만 시리아의 눈에는 지금도 잘게 떨리고 있는 그녀의 손이 보였다.


'아가씨.'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자신이, 자신들이 조금만 더 강했다면, 조금만 더 격이 높았다면, 조금만 더 철저했다면.

그랬다면 솔리투도가 납치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아인즈가 실종되는 일도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자신들이 약했기에, 자신들이 방만했기에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한 가문의 중추가, 가주의 혈족이 직접 움직이고 있었다.

대체 어느 가문이 직계 혈족이 직접 움직이는가?

그 가신들이, 자신들이 무능했기에 이렇게 되고 만 것이다.


'까득.'


앞서 걸음을 옮기는 이리안을 바라보며 시리아는 주먹을 움켜쥐어었다.

다시는, 저 뒷모습이 자신의 앞에서 저리 쓸쓸히 걸어가지 않게 하겠다 다짐하면서.


* * *


"오랜만이네, 왕녀님?"


"당신은......"


아드리아에 있는 에르가의 저택으로 돌아온 이리안을 반긴 것은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새하얀 머리칼에, 동양적인 색채의 하얀 치치마를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전에, 전생을 완전히 기억한 직후에 학원제때에 만난 적이 있는 여인이다.


"기억하고 있어?"


"환왕 피리스......"


"기억하고 있구나?"


자뭇 기쁘다는 듯 피리스가 손뼉을 부딪히면서 활짝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반응에도 이리안의 얽얼굴은 잔뜩 얼어있을 뿐이었다.

아인즈가 없는 지금, 일곱 탑의 주인이었던, 환수의 왕의 칭호를 얻은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이는 없었으니까.

그런 그녀의 반응을 이해한단다는 듯 피리스가 살풋 웃어 보였다.


"너무 그렇게 겁먹은 새끼고양이처럼 털을 세울 필요는 없는데? 내가 여기 온 건 누굴 만나려고 온 거니까, 만나고 나면 곧장 떠날거야."


"누구를......만나러 온 거죠?"


"음, 아마 유렐이라고 했던가? 여기 가주의 친구. 그녀를 만나러 왔지. 다시 보고, 확인 할 것도 있고 해서."


"......무엇을요?"


"그건 비밀."


그렇게 말하면서 한쪽 눈을 찡긋, 감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이리안의 얼굴이 굳어졌다.

과연 저 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

상대는 자연재해나 다름 없는 규격 밖의 존재.

그들은 어린아이보다 제멋대로이고, 자신의 재미를 추구한다.

그런 그녀의 말은 그저 신뢰할 수만 있을까?


"어머?"


그렇게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상념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가온 피리스에 의해 끊어졌다.


"뭐, 뭔가요?"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얼굴에 이리안이 뒤로 물러서자 다시 그 거리만큼 붙은 피리스가 빙그레 미소를 그렸다.

무척 흥미로운 것을 찾은 악동의 그것과 같은 미소였다.


"너, 여러명을 담고 있구나?"


"!"


"아니, 이 경우에는 여러명이라기 보다는 여러 삶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대체.......어떻게?"


분명, 다른 이가 알아볼 가능성은 없었을 터였다.

마법적인 것도, 주술적인 것도 아닌 근본적인 영혼 차원에서의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그걸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눈 앞의 그녀는 너무나 쉽게 알아채고 말았다.


"그야, 이렇게 평범하게 하고 다니기는 해도 '왕'인걸? 그리고 내 근본은 구미호이고. 구미호 출신의 왕만큼 영혼에 민감한 존재가 몇이나 될까?"


"......"


그 말에 이리안의 입술이 앙다물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그녀의 상태는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었다.

말해 봤자 모두들 걱정만 할 게 뻔했으니까.

말했다면 활동은 커녕 탑에서 보살핌만 받으면서 걱정만 끼칠게 편했다.

그래서 숨긴 거였는데.


"말하실 건가요?"


"음? 글쎄? 어떨까?"


빙글빙글 웃는 그녀의 모습에 이리안이 물었다.


"무엇을 원하시는 건가요."


"글쎄?"


가만히 생각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이던 피리스가 손뼉을 쳤다.


"아, 그래. 우리 이야기나 조금 할까?"


"이, 야기......?"


"그래. 이야기."


싱긋 웃은 그녀가 이리안의 손을 잡아 끌었다.

정원의 가운데에 놓인 티테이블에 앉혀진 이리안을 피리스는 흥미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


"......"


이어진 어색한 침묵.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던 이리안이 먼저 입을 열엇다.


"무슨 이야기를 하라는 건가요?"


"음.....그냥 전부 다?"


그 말에 이리안이 미간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여인은.

하지만 이내 부질없는 생각임을 개닫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저 정도의 존재들이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건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었다.


"하아......시리아. 물러나 있어."


"아가씨."


"어서."


이리안의 명령에 시리아의 입술이 앙다물렸다.

처음 피리스가 나타났을 때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 강대한 존재감에 얼어있을 뿐.

이리안이 불러 주었을 때에야 겨우 움직여 볼 수 있었다.


"아가씨."


그 무력함에 이를 악물고 있었건만 내려진 명령은 물러나 있으라는 것.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무력함에 고개를 떨군 채로 시리아의 걸음이 정원 밖에 닿았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곧장 펼쳐지는 마력장의 모습에 시리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그래서,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건가요."


"음, 그러니까 네가 어떻게 그 전생을 완전히 손에 넣었는지 정도?"


그 말에 이리안의 얼굴이 한층 더 굳었다.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설마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줄이야.

그런 이리안의 얼굴을 보며 피리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제법 흥미로운 상대이기는 했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이리안은 무척이나 귀여운 존재였다.

인간이 애완동물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음, 하지만 일단 진정을 시켜 줘야겠지?'


이렇게 둔다면 잔뜩 얼어서 듣고싶은 이야기는 듣지도 못할 터였다.

결정을 내린 피리스가 마력을 흘려보냈다.

사람을 매혹시키고 안정시키는 구미호의 마력이 이리안에게 간섭해 심리를 안정시켰다.

아무런 위화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아......?"


눈에 띄게 안정된 이리안의 모습에 싱긋 미소를 지은 피리스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륵 흘러내린 하얀 머리칼이 테이블 위에 드리워졌다.


"내가 지금껏 제법 많은 전생 각성자를 보고, 환생자를 봤지만 그들은 모두 기억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어. 하지만 넌 전혀 달라. 분명 같은 존재이지만 다른 인격을 담고 있지. 난 그게 흥미로운 거야. 같은 영혼. 복수의 혼. 같은 존재가 중복으로 한 육신 안에 존재한다. 얼마나 흥미로워?"


"......"


-오오, 완전 정확하잖아.


-아무래도 '왕'이니까.


-여우라서 그런 건 아니고?


-그럴지도 모르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목소리들에 미미하게 찌푸리면서 이리안의 시선이 피리스를 향했다.

흥미로 가득한 눈동자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모습에 속으로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누군가의 흥미거리가 되는 건 썩 즐기지 않지만 그렇게 원하신다니 이야기는 해 드리죠."


"응. 응."


'하아.'


어린아이나 다름 없는 모습에 한숨을 삼키면서 입을 열었다.


"우선, 제 경우는 일반적인 환생과는 조금 달라요. 애초에 저는 전생을 기억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공유하잖아?"


"맞아요. 아마도 그건 제 오빠 때문이겠죠."


"뭐, 그라면 불가능 할 것도 없기야 하겠지만......그런 걸 할 정도로 대책없는 이는 아니었는데?"


전생과 현생을 공유한다는 것이 지닌 위험성을 그 정도 되는 이가 모를리 없었다.

그가 그런 모험을 자신의 누이에게 할리는 없었으니 아마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 내지는 사고 정도.

실제로 그녀가 죽음을 맞이하고, 그에 의해 부활한 것은 탑의 관리자였던 그녀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마도 부작용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맞아?"


"네. 맞아요."


죽음을 맞이하고 영혼이 명계에서 체류하던 시간동안 영혼은 모든 삶의 기억을 지니게 된다.

그건 의회와 같은 형태일 수도 있고, 하나로 통일된 인격일 수도 있다.

다만, 그 모든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다음 생으로 나갈 때에는 모두 잊게 되는 것이지만.

이리안은 이연영의 존재를 기억해 냈고, 그 뒤 전생을 거치지 않고 곧장 부활했다.

거기에서 부작용이 생겨났다.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그저,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는 것일 뿐. 그때, 이연영의 기억이 가장 가까운 전생이었기에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겠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전의 기억들도 떠올랐어요. 아니, 저를 찾아왔죠. 그들이."


"그리고 선택을 했겠네?"


양립하거나, 혹은 통일되거나.

그 갈림길에서 이리안은 양립을 선택했다.

그만한 불안정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녀에게는 무력이 필요했으니까.

아인즈가 사라진 지금, 무엇이 되었든 하려하는 그녀에게는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무력이 필요했다.

전생의 자신의 인격이 찾아오고,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필요한 상황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것은 그들.

필요한 이상력은 아인즈의 선물에서 충당하면서.

그 이야기를 들은 피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과연, 예상대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제법 오랜만에 충족된 지적 만족감에 고개를 끄덕이며 피리스가 기지개를 폈다.


'자, 그럼 충동은 해결했고.'


그녀의 감각권에 들어서는 기척을 느끼며 진하게 미소를 그렸다.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할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9 237화-심화(4) +1 17.11.15 232 2 13쪽
238 236화-심화(3) 17.11.07 203 3 11쪽
237 235화-심화(2) 17.11.02 195 3 12쪽
236 234화-심화(1) 17.11.01 198 2 14쪽
235 233화-세력과 세력(8) 17.10.31 191 3 12쪽
234 232화-세력과 세력(7) +5 17.10.25 223 3 12쪽
233 231화-세력과 세력(6) +1 17.10.23 274 3 12쪽
232 230화-세력과 세력(5) 17.09.19 1,036 2 11쪽
231 229화-세력과 세력(4) 17.09.14 228 2 12쪽
230 228화-세력과 세력(3) 17.09.14 264 2 12쪽
229 227화-세력과 세력(2) 17.09.12 262 2 12쪽
228 226-세력과 세력(1) +3 17.09.08 304 2 12쪽
227 225-딸-Air 17.09.04 267 4 11쪽
226 224화-딸-Solitudo 17.08.02 256 5 12쪽
225 223화-기사(Knights)(2) +1 17.07.20 295 4 12쪽
224 222화-기사(Knights)(1) +2 17.07.19 284 4 12쪽
223 221화-친구-Julell(2) +1 17.06.13 348 3 11쪽
222 220화-친구-Julell(1) +2 17.06.12 793 3 11쪽
» 219화-누이-Irian(2) +1 17.05.18 313 3 13쪽
220 218화-누이-Irian(1) +2 17.05.17 363 4 12쪽
219 217.전쟁(戰爭) +1 17.05.10 369 4 12쪽
218 216화-회전(會戰)(5) +1 17.05.08 325 5 12쪽
217 215화-회전(會戰)(4) +1 17.05.04 310 6 13쪽
216 214화-회전(會戰)(3) +2 17.05.02 339 5 12쪽
215 213화-회전(會戰)(2) +3 17.04.26 384 5 12쪽
214 212화-회전(會戰)(1) +4 17.04.25 398 7 12쪽
213 211화-추락(墜落)(4) +3 17.04.24 359 6 11쪽
212 210화-추락(墜落)(3) +2 17.04.20 374 5 13쪽
211 209화-추락(墜落)(2) +2 17.04.19 310 6 13쪽
210 208화-추락(墜落)(1) +1 17.04.18 411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