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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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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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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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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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2차전

DUMMY

양 팀에서 선수가 누가 나오느냐의 문제에서 XK 마르스의 에이스 결정전에는 나올 선수가 정해져 있었다. 바로 승아. 지면 그대로 끝인 에이스 결정전이니만큼 당연히 XK 마르스에서는 자타공인 에이스, 승아가 나올 것이 거의 확실했다. 다른 선수들과의 차이가 크고, 여기까지 승아가 팀을 멱살잡고 끌고 온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승아 외에 다른 선수를 생각할 수가 없었다.


승아의 경우 전 종족을 상대로 놀라운 승률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시즌 중에는 승률 1위, 다승 1위. 가히 미친 존재감이었다. 데뷔 초기의 초반을 노리는 습관은 여전했지만, 그 초반이 알고도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것을 경계해서 막고 장기전을 가자니 승아의 장기전 실력 또한 출중해서 뒤로 가면 갈수록 이기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실수를 하느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무결점. 그 단어가 승아에게는 어울렸다.


물론 게임과 관련되지 않은 다른 현실에서의 몸 상태 관리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경기를 하지 않은 적 등은 있고, 멘탈이 무너지면 전체적으로 이게 윤승아가 맞느냐는 경기를 보여줄 때도 있었지만 멘탈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승아의 지금 상태를 볼 때 XK 마르스의 에이스 결정전의 출전 선수는 거의 승아가 나올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전쟁은 승리가 100%가 될 수 없는 컴퓨터 게임 경기니만큼 여러가지 변수가 있어서 승아도 승률이 100%는 아니었는데, 이런 변수를 승아에게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몇몇의 인물이 팀마다 1~2명씩은 있었다.


문제는 한국항공 점보스에는 그런 인물이 특별히 없다는 것.


리그에서 1위를 한 한국항공 점보스에 그런 인물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 했지만, 한국항공은 중견층이 탄탄해서 쉽게 지지 않는 경기를 보여주고, 호진과 히데요시가 그들과 같이 승수를 거두면서 올라온 팀이라 그랬다.


그리고 한국항공의 에이스인 히데요시가 강력한 후반 운영을 보여주는 파멸충의 대가이기는 하지만, 승아에게는 상대전적이 많이 밀렸다. 다른 팀의 에이스들이 승아와 그래도 10번 붙으면 2~3번은 이겨주는데 반해서 히데요시는 승아만 만나면 안중근 의사를 만난 이토 히로부미처럼 저격을 많이 당했다. 히데요시가 운영을 잘 해서 출전을 자주 하는 맵이면 승아가 저격하러 나와서는 히데요시를 짓밟아서 이겼던 것.


히데요시가 못한다기보다, 일단 플레이 스타일의 상성이 좋지 않았다.

히데요시의 성향이 후반까지 안정적으로 버티면서 테크를 올리고, 자원을 모아서 파멸충의 마법으로 이기는 스타일인데, 승아는 초반 공격도 잘하지만 후반 운영을 간다고 해도 파멸충에 대한 대응을 잘했다.


파멸충의 암흑벌레떼가 소총병과 탱크등을 무력화 시켜서 인간 종족을 힘들게 한다지만, 승아는 오토바이의 기동성과 투척지뢰를 수시로 박아두는 것으로 파멸충의 행동 반경을 제한시키는데 능한 컨트롤을 지녔다. 게다가 후반까지 가기 전에 드랍이나 견제, 그리고 칼처럼 찌르는 칼타이밍으로 찔러 들어오는 공격은 히데요시가 후반까지 갈 여지 자체를 주지 않기도 했다. 히데요시는 그렇게 승아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끌려다니다가 지는 경우가 많았고, 자기 실력을 발휘해서 잘 싸워도 결국은 지는 경우가 많았으니... 이런게 천적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히데요시 말고도 한국항공 점보스에 에이스 결정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이 더 있기는 했다. 바로 정호진. 리그 중에 에이스 결정전에 히데요시와 거의 비슷하게 반반씩 자주 나온 사람은 호진이었는데, 승아 대비 승률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호진은 경기를 분석하는 스타일이지, 소질을 타고 나서 감각적으로 플레이 하는 스타일이 아님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히데요시야 재능에 노력이 더해지고 운영을 더해 한국 땅에서도 승승장구하지만, 자신은 오직 노력에 노력. 그것도 상대에 대한 맞춤으로 승리를 가져오는 스타일임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승아에게 맞추자니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승아는 자신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지 않는 반면, 자신은 승아에게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장에 승아와 붙는다고 생각하면 손이 잘 움직여지지 않을 것 같았다. 승아의 천재적인 진면목을 같은 팀이었을 때 옆에서 보았으니 그런 컨트롤과 전략을 이길 수 있을지 걱정되는 면도 있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한국항공은 에이스 결정전에 나갈 선수를 뽑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한국항공이 이겨 온 것은 XK 마르스나 XK 머큐리와 같은 에이스 한명만이 매우강력한 팀을 만나면 에이스 결정전까지 아예 가지 않았고, 혹시 가더라도 히데요시와 호진의 감각적이면서 계산적이면서 상반된 플레이가 각 팀에 먹혔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결승전 2차전, 그리고 에이스 결정전이라 승부를 피할 수 없기에 누군가는 나가야 했다. 그렇다고 이은지를 내보낼 수도 없고...

이래저래 벤치에서는 에이스 결정전에 나갈 선수를 고르는 일이 늦어지고 있었다. 한국항공의 감독은 주장인 호진에게 물었다.


“호진아. 처음 이야기했던 대로 네가 나가?”

“감독님.. 잠시만요. 후우...”

“저쪽에선 누가 나올까?”

“옥지형. 그것도 몰라? 분명히 윤승아겠지.”


김옥지와 많이 친해진 김찬수는 당연히 XK 마르스의 출전 선수가 윤승아일 것으로 예상했고, 주변의 다른 선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호진도 지금까지 그 생각을 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많이 없었지만 일단 자신이 나가기로 했으니 나가야 했다. 하지만 혹시 히데요시가 나가고 싶어할지도 모르니 물어보려 했다. 성격이 모난 편인 히데요시를 이렇게 호진이 수시로 배려해 주기에 히데요시도 주장인 호진에게만은 마음을 어느정도 열고 좋게 대했고, 호진은 팀의 에이스인 히데요시를 이렇게 대화를 나누며 배려하는 편이었다. 이번에도 호진은 히데요시에게 나갈 생각이 있는지 의사를 물어보았다.


“일단 윤승아가 나오는 건 확실해 보이는데.. 히데요시. 어때?”

“나니?”

“형. 히데요시가 나냐고 그러는데요?”

“찬수야. 일본말이야.”

“아.. 그래요?”


괜히 나섰다가 일본말을 모르는 것만 들통이 난 찬수는 옆에서 지적한 김옥지의 말에 입을 다물고는 조용해졌다. 김옥지의 말대로 히데요시는 ‘나니 = 내가 나가니?’ 라고 물어본 것이 아니라 ‘뭐라고?’ 라고 반문을 한 것이었다. 옆의 통역이 통역을 해 주려 했지만 이미 호진의 윤승아 라는 단어에 돌아가는 분위기를 짐작한 히데요시는 자신이 나가겠다고 했다.


[내가 나가겠어. 호진.]

“에이스 결정전에 네가 나가겠다고?”

[지금 호진, 너의 얼굴을 보면 이미 기가 죽어있어. 그래서야 이길 수 없어.]

“......내가...”


히데요시의 말을 들은 호진은 자신이 분석에 분석을 하다가 ‘프로게이머’로서의 투쟁심을 잃지는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 확실히....


분석에 따른 컨트롤로는 동운과 같이 비슷한 수준의 게이머를 이기는데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거기까지. 분석이 주는 편리함에 길들여지면 당장은 승리를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고, 자신이 가진 힘을 다 발휘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포텐을 터트리기는 확실히 어려울지 몰랐다.


호진은 히데요시의 말을 듣고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역시.. 히데요시의 말이 맞아. 난 승아를 상대로 마음이 위축되어 있어. 이미 지고 들어가는거야.


호진은 그것을 깨달았지만 흔한 히어로 만화의 영웅이나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다고 무언가 바뀌거나 하지는 않았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움직이는 것은 실제로는 소설이나 만화와 다르게 별개의 문제. 당장에 알았다고 하더라도 호진이 갑자기 손이 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호진의 실력이 최근 좀 늘었고, 승리가 많았다고 해도 그건 승아와 같은 최정상 게이머가 아닌 보통의 게이머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이고, 그런 승리가 주는 영광에 너무 오래 취해있던 것이 아닌가 호진은 스스로를 반성했다.


생각을 마친 호진은 히데요시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히데요시. 역시 네가 나가야겠어.”

[어?]

“조언은 고마워. 하지만 지금은 윤승아를 무서워하지 않는 네가 나가야 할 것 같아.”

[음.. 뭐.. 나야 나가면 좋지만.. 호진, 괜찮아? 네가 나가도 돼. 너라면 내 대신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남자지.]

“아냐. 네 말이 맞아. 잘 하고 와. 히데요시. 감독님, 히데요시가 나가는 것이 낫겠습니다. 잘 할거에요. 히데요시라면.”

“그래? 히데요시. 괜찮나?”

[이깁니다.]


히데요시는 전에 없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나름 호진과 승아를 잡기 위해서 대비한 것이 얼마던가. 상대전적은 숫자일 뿐, 자신도 호진과 연습을 많이 했다. 오늘 오전 영호도 잡았고, 상욱에게 아쉽게 지기는 했지만 이길 수도 있었다. 컨디션도 괜찮았다.


- 그래. 대 일본의 혼을 이은 내가 나가지 않으면 누가 이런 막중한 경기를 이기겠어.


히데요시는 자신의 자신감의 근원인 가문의 역사를 잠시 떠올리고는 맵과 경기에서 쓸 전략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


무대가 어두워진 가운데, 양 팀 에이스 결정전 선수가 약간의 주변 불빛만으로 실루엣만이 살짝 공개된 가운데 무대에 등장했다.


“아.. 어떤 선수가 올라와 있는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데요?”

“하지만 XK 마르스의 출전 선수는 실루엣 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승아 선수죠?”

“네. 일단 팀 복 자체가 바지가 아니라 치마인 것도 있고, 체격이나 머리 모양에서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두워도 지금 그정도 실루엣은 구분이 되거든요.”

“같은 이유로 한국항공 점보스의 출전 선수가 이은지 선수가 아니라는 것도 알겠습니다만.. 한국항공의 선수들은 체격이 비슷한 만큼 알아보기가 힘든데요.. 어떤 선수가 나왔을까요... 지금! 공개합니다!!!”


무대가 전진호 캐스터의 샤우팅과 동시에 밝아지고, 2차전 7세트 결승에 나올 선수가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히데요시와 승아였다.


“아.. 한국항공.. 의외인데요. 윤승아 선수를 상대로 상대전적이 매우 처참한 히데요시 선수를 내보냅니다.”

“히데요시 선수가 한국항공 점보스의 에이스라는 점에서 물론 나올 수도 있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준 사종영 선수와 같은 신인의 변수가 더 낫지 않았나 싶거든요.”

“김준형 해설의 의견과 저는 좀 다릅니다. 의외가 아니라 예상했던 대로에요. 전 히데요시 선수가 한국항공의 해결사인만큼, 나올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뭐.. 이호준 해설님의 말씀도 맞는 것이, 사종영 선수가 오늘 김학도 선수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무시무시한 승률을 자랑하는 윤승아 선수를 상대로 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는 면에서 그럴 수 있겠죠.”

“흐음...”

“게다가 이번 에이스 결정전 맵은 잉카제국이 아닙니까? 이 맵은 히데요시 선수가 리그에서 꽤 많이 승리를 가져갔던 맵입니다. 리그 전체를 봐도 인간 대 괴물 종족의 승리시 비율이 9 : 17 정도로 2배나 앞서있단 말입니다. 괴물 종족이 좋은 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한국항공에서는 괴물 종족을 가장 잘 다루는 히데요시 선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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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최종 에이스 결정전 17.08.29 539 2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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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결승 2차전 에이스 결정전 +4 17.08.24 913 19 9쪽
» 결승전 2차전 +1 17.08.22 556 19 12쪽
364 결승전 2차전 17.08.21 545 16 11쪽
363 결승전 2차전 +6 17.08.18 551 16 12쪽
362 결승전 2차전 +3 17.08.17 561 18 10쪽
361 결승전 2차전 +1 17.08.16 584 1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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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결승전 전(D-2) 17.08.01 603 15 7쪽
351 결승전 전(D-2) +1 17.07.31 611 19 13쪽
350 결승전 전(D-3) 17.07.30 616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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