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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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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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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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3

DUMMY

평범한 인상의 남자가 한 번 더 자기소개를 했다.



“반갑습니다. 제레미 다른입니다.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아, 네.”



역시 샤먼인 다른을 따라 약간의 계단과 몇 개의 복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다시 두 개의 복도를 꺾어 지나자 여러 개의 사무실이 늘어선 복도가 나왔다.

복도를 조금 걸어간 다른은 한 방 앞에서 노크를 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나이대가 있는 남자가 안에서 대답했다.



“들어가 보세요. 전 여기서 기다리죠.”



다른이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어주고는 본인은 문 옆의 의자에 앉았다.



“저 때문에 시간을 뺏기는 것 아닌가요?”



“아니요. 신입 회원에게 협회의 내부를 안내해 주는 것도 제 일인 걸요. 면담이 끝나면 나가실 때까진 제가 담당입니다.”



방안은 나무 무늬 바닥에 베이지색 벽지를 발라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개인 병원 진찰실만한 크기의 방안에는 사무용 책상과 의자가 바로 보였다. 그리고 책장과 화분 두 개에 접대용 쇼파 및 테이블이 있었다.


기본적인 사무 가구가 뻔한 구조로 배치되어 있었고, 목소리의 주인은 책상 뒤에 앉아있었다.



그는 회색 머리가 반 정도 벗겨진 영감으로 의자에 앉은 채 나를 보며 인사했다.



“윙클리드 프란시아 발세르씨. 칸다르디야 사라센출신이군. 반갑소. 난 칸다르디야 시이라 태생이요.”



책상 위의 모니터에서 눈을 떼는 것으로 봐 이미 내 자료가 와 있던 것 같았다. 노인은 나에게 카드형 신분증을 하나 주며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시이라는 사라센의 이웃동네로 도시라기보다는 규모가 큰 읍에 가까운 곳이었다. 악수를 마치고 나자 노인이 쇼파로 이동하면서 나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앉으시지요. 난 실머하우스 쟈뎅이오. 칸다르디야지구의 부장을 맡고 있소.”



잠시 뜸을 들이는 쟈뎅 부장의 옷엔 이름과 함께 부장이라는 금속명찰이 달려 있었다. 음, 여기도 회사이니 직급의 세계이긴 하군.

잠시 반짝이는 명찰을 보는 동안 영감이 말을 이었다.



“발세르씨, 당신은 A ̄급 샤먼으로 판정 났소. 일반적인 능력은 C급도 아슬아슬한데, 특이한 힘이 있더군요. 독안 능력자라면서요? 이거 400년 만에 나타난 능력자군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벽에서 작은 와인 한 병과 잔 두개가 날아왔다.

이제 보니 쟈뎅 부장의 뒤쪽 벽에는 옆방으로 가는 문이 하나 있었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내부도 얼핏 보였다. 그 곳에는 큰 와인 진열장 안에 다양한 와인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날아온 와인 잔은 각각 나와 쟈뎅 부장의 앞에 놓였다. 언제 꺼냈는지 코르크따개를 이용해 술병을 연 쟈뎅이 먼저 나에게 술을 따라줬다.


쪼르륵.

진한 석류 색 액체가 흐르면서 은은한 과일향이 방안으로 퍼졌다.



“···염동력자시군요. 그런데 400년만이라니요? 독인이라는 게 그렇게 흔하지 않은 능력입니까?”



쟈뎅 영감은 본인 잔에 따른 술의 향을 음미하며 나에게 말했다.



“그렇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독안은 인간에게만 있는 능력이라오. ···불행히도 380여 년 전의 독안능력자는 다른 샤먼에게 살해당했지요. 당시 햇병아리였던 샤먼은 강한 경고를 받았었고, 그 뒤 또 다른 살인들과 사악한 행위로 영구제명을 당했다오.”



“···.”



사악한 행위와 살인들이라니! 그 샤먼은 연쇄살인범이라도 된단 말인가?

내가 아는 가장 악독한 샤먼과 비슷 하구만.

술을 한 모금 마신 쟈뎅 부장이 말을 이었다.



“여하튼, 여기까지 오신 것을 보면 샤먼으로서의 활동계획이 있으신 겁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쟈뎅이 조금 더 편해 보이는 자세로 바꾸어 앉았다.



“일은 센터에 직접근무 하는 방법과 소속되어 파견 나가는 경우, 그리고 자신이 사는 주거지에서 의뢰를 받아 하는 방법이 있다오. 센터에 근무할 경우에는 통신이나 안내, 연구소, 박물관 등등 전공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지요.

파견은 센터 소속이되 여러 지역을 돌며 활동을 하는 거요. 의뢰를 받아 일을 할 땐 그 행성의 지점이나 개인 사무실, 혹은 다른 일을 겸하면서 할 수도 있소.

뭐, 하고 싶은 형태로 능력껏 하는 게 최고지요. 지금, 일반인의 직업을 가지고 계시지요?”



속일 이유도, 감출 이유도 없었다.



“네. 직장인이죠. 지금은 휴가 중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쟈뎅이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자들은 초창기엔 다른 직업을 겸해서 하지요. 사람에 따라 계속 병행하는 경우도 있고, 한쪽으로 집중하는 경우도 생깁디다. 뭐, 나야 이쪽으로 완전히 틀었지요.”



그러니까 여기 있겠지.

설마 본인 이야기를 할 셈이야? 좀 수다스러운데?


하긴 공통어가 아니고 칸다르디야어로 대화를 하니 더 그럴 수도 있겠군.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하는 생각을 모르는 쟈뎅 부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 일의 특성상 아무래도 현장에서의 일이 많은 편입니다. 음, 지금 하는 일은 계속 할 생각이십니까?”



“그만 둘 생각은 한적 없습니다. 생업을 유지하면서 이쪽의 일도 어느 정도 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생업을 포기할 순 없었다. 리큐르드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샤먼 일을 하던데. 블랜도 독안을 빼면 내 능력이 강한 편이 아니니 겸업을 추천했었고.



“그럴 거라 생각했지. 솔직히 말해서 ‘독안’능력 외에는 좀 애매해서 말이오.(약하다는 거군) 그런 경우는 의뢰를 자주 받기 마련이오.

의뢰는 직접 받을 수도 있고, 협회에서 연락을 주는 방법도 있지요. 전자의 경우는 아무래도 경력이 많은 샤먼에게 유리한 방법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일의 성질과 거리, 비용 등을 고려해 가장 알맞은 샤먼에게 연락을 하게 됩니다.”



“협회에 의뢰가 많이 들어오나 보군요.”



내 질문에 쟈뎅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요. ‘악’의 형태는 다양하니까요. 여하튼 그렇게 일을 하게 되면 보수의 일정량은 협회 몫입니다. 보통 33% 선이지요. 연락을 받은 샤먼은 3일 안에 답을 줘야하고, 거절하면 다른 샤먼에게 일이 넘어가게 됩니다.”



“그렇군요.”



“우선은 배울 것이 많으실 겁니다. 경력사항을 보니 전문적으로 활동 하신 경험은 없더군요. 지식은 학습으로 어느 정도 채우실 수 있지만, 어떤 일이든 현장에서의 경험보다 값진 것은 없습디다. 정회원으로 등록하고, 비고란에 기록한 걸 보니 현장 활동을 처음부터 고려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몇 가지 사건을 겪으니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순 없더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앞으로 행동은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되더군요.”



자뎅 영감의 눈빛이 반짝였다. 나이와 그에 맞는 경험으로 젊은이의 생각을 읽어 내는 노인의 눈. 그러나 그는 내 생각을 절대로 알지 못하리라.


진짜 목적인 엘자나 미하일의 이름을 댈 필요는 없었다.

능력이 깨어난 후 존재들과 이상한 악령을 계속해서 만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운이 나쁜 어느 날 악마 같은 존재에게 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 전에 확실히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좋겠지.


자뎅 영감의 눈빛이 조금 약해지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눈과 귀가 밝아지면 누구나 그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요. 능력을 죽이거나 아니면 체계적인 뭔가를 해야겠다는. 하지만 독안의 경우는 깨어난 능력이 죽을 때 까지 가는 능력이니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


‘일반인과 다른 시각과 청각, 촉감. 그리고 시간을 넘어 보는 것은 경우에 따라 저주일수도, 축복일수도 있지.’


쟈뎅 부장의 눈 속, 몇 분전의 과거에서 능력자에 대한 과거의 기록에 관련된 자료와 평가가 동시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아, 이런 뜻이구나. 나도 모르게 읽고 받아들이는.

희귀하기까지 한데다 깨어난 능력을 없앨 수도 없다니, 최초로 도움을 준 리큐르드가 아니었다면 예전에 난 미쳐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쟈뎅은 눈치 채지 못했고, 난 잘 모르는 표정으로 그냥 수긍하는 것처럼 대답했다.



“아, 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분야의 일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입니다. 인간들이 진보하듯이 악마들도 진보하니까요. 선례의 기록을 참고하듯이 후대를 위해 정확한 기록을 해야 합니다. 물론 그 기록은 녹음이든 종이든 영상이든 상관없답니다.”



자신의 침을 삼키며 쉴 새 없이 말하는 그를 보자 오히려 내 목이 바삭바삭 말랐다.

역시 수다스러운 사람이었어. 나에게 필요한 말이나 정보를 주긴 하지만.

잔을 들어 보았다.




작가의말



 어릴 때 부터 갖고 싶던 능력은 영동력과 공간이동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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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라센 - 성년 파티 4 16.07.06 220 1 9쪽
6 사라센 - 성년 파티 3 16.07.05 167 1 10쪽
5 사라센 - 성년 파티 2 16.07.03 173 1 10쪽
4 사라센 - 성년 파티 1 16.07.01 189 0 9쪽
3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3 16.06.29 215 0 9쪽
2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2 16.06.28 323 2 9쪽
1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1 16.06.27 57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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