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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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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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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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4

DUMMY

낮술에 어울리게 가벼운 향이 알코올도수도 낮아 보였다. 첫 맛은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쌉쌀하고, 뒷맛은 달콤하면서도 깔끔했다.

너무 익지도 덜 익지도 않은 알맞은 맛이었다.



“술맛이 좋군요. 처음 마시는 종류의 포도줍니다.”



신맛이 전혀 없고 개운한 단맛이 느껴지는 술은 오랜만이었다. 어디의 특산품인가, 싶어 병을 쳐다보는데 그가 자랑스레 말을 했다.



“직접 단근 머루주이지요. 제 취미입니다.”



정말요?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자 실머하우스는 웃으며 다시 말했다.



“술 담그기는 소싯적부터 시작한 저의 자그마한 취미지요. 연애 시절 마누라도 이 기술로 꼬셨답니다.”



하하하. 자그마한 취미 같지는 않았다. 학생시절에도 이 능력이 있었다면 100% 밀주를 만들어 팔았겠지. 사실 맛이 아주 뛰어났으니까.


쟈뎅 영감의 눈 너머 교복차림의 고등학생들이 술파티를 벌이는 모습과 대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술 먹는 모습, 또래에게 돈을 받고 파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헛, 소싯적부터 능력자였구려.



“술은 과일주가 최고지요. 신의 축복이라는 사람도 있고 악마의 축복이라 말하는 자도 있습니다만 제 마누라는 농담 삼아 과일의 타락이라 부르지요. 곡류나 젖을 발효시킨 것과는 달리··· ”



이 얘기를 하러 온 게 아닌데, 내가 댁의 친구는 아니지 않습니까. 협회에 관한 이야기에서 순식간에 술로 화제가 바뀌다니.


슈로마이어와 블랜처럼 계속해서 노인이 말을 이어 나갔다. 쟈뎅 영감이 새로운 과일주 담그는 법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아, 타이밍을 놓쳤군. 나는 어디서 말을 끊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예의 따윈 적당히 벗어 던져야 하는 구나.

띠링.



“3시에 방문 예약하신 마가렛 스칼라님께서 오셨습니다.”



시기가 좋았다.

때마침 컴퓨터에서 알람 소리가 나면서 예약 손님이 왔다는 안내가 나왔다. 덕택에 난 예의를 지킬 수 있었고, 쟈뎅 부장의 강의는 무기한 미뤄졌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군요. 이제 헤어질 시간이군요. 발세르씨, 일은 어떤 방식으로 하실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이제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따로 사무실을 낼 생각은 없었다.

나에겐 그 정도의 능력도 인지도도 없으니까.


월급이 꾸준히 나오는 회사 업무를 봐야 생활이 안정적일 테고, 나에겐 사라의 10년 할부도 아직 남아있었다. 이 일을 받아 조금씩 얻을 정보로 틈틈이 엘자나 미하일을 찾아야 했다.



“우선은 협회에서 의뢰를 받아 하겠습니다.”



“그래요? 시간 나면 틈틈이 협회에 방문하세요. 일반 샤먼과 달리 ‘독안’은 본질을 보는 법이라 새로운 존재들을 많이 만날 겝니다. 다른 군, 발세르 씨를 안내해주게. 발세르 씨, 협회의 회원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일어서는 쟈뎅과 다시 한 번 악수를 하고 나자 여기까지 나를 안내해줬던 다른이 들어왔다.


그를 따라 문을 나가면서 복도의 의자에 앉아 작은 책을 읽고 있는 새로 온 손님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나오자 손님이 일어서며 선물용으로 보이는 커다란 딸기 바구니 가에 읽던 책을 얹었다. 예쁜 필기체의 공통어로 쓰인 책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계절별 과일주 담그는 법 - 실머하우스 쟈뎅』


복도에서 다른이 입을 열었다.



“지금 많이 바쁘지는 않으시죠? 사실 협회에 소속된 능력자들이라고 해도 출퇴근을 하지 않는 이상 본사에 올 일이 별로 없죠. 전 그런 사람들을 안내하는 가이드도 맡아요. 본 건물과 부속 건물들엔 볼 곳이 꽤 많아요.”



물론 난 한가했고 협회를 추천해준 블랜도 볼거리가 상당히 많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다른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휴가를 내고 와서 시간은 있는 편입니다. 어디어디를 보여 주실 수 있죠?”



내가 기꺼이 구경하겠노라 하자 그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자료실과 통신실에 원한다면 연구실도 가능하죠. 우선 협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나 알고 계세요?”



“우주 2대 능력자 조직이라는 것 밖에 모릅니다. 아는 게 거의 없죠.”



다른은 부드러운 발음의 공통어로 여러 가지 설명을 해줬다.



“협회의 시작은 아무도 몰라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어느 행성에서 시작했다는 말도 있고, 문명의 주인이 바뀐 세이지라는 설도 있고, 가장 번성한 인류 종을 낸 지구라는 말도 있고. 심지어 다른 차원이 그 시초라는 말도 있어요.

여하튼 무지막지하게 오래된 협회가 이 별로 와서 능력자들의 중심이 된 건 연맹력이 발동되기 전입니다. 연맹력 단위로 환산하면 약 1,000년 전이죠.”



“1,000년이라면 샤먼과 초능력자들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때로군요.”



“그렇죠. 그리고 성간 교역이 점차 궤도에 오르는 시기기도 하구요. 식민 행성이 아니라 정말 다른 태양계와의 만남이 생긴 시기죠. 여하튼 음성적으로 알음알음 알려졌던 능력자 들이 교역을 통한 미지와의 조우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단순한 친목도모로 시작했던 협회는 세력을 불리면서 내부적으로 썩어 가기 시작했어요. 결정타는 일종의 전쟁이었죠. 이 영상을 보면 정리가 더 잘될 거예요.”



영능력 박물관으로 들어서며 다른이 말을 맺었다. 원래 본관에 있던 박물관은 규모가 커지면서 3관으로 이전했다고 했다. 여기는 별관이 되어 아담한 규모의 전시를 하고 있었다.


박물관의 입구에는 협회의 역사에 대한 간단한 자료가 있었고, 주먹만 한 홀로그램구가 있어 손을 대면 영상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다른이 몇 개의 숫자를 입력하고 비켜나자 반투명한 3D화면이 튀어 나왔다. 몇 백 년 전의 사건으로 당시의 영상 자료 및 재구성된 자료가 같이 섞여 있었다.



-------------


어떤 종류의 악마와 전쟁에 가까운 시절을 보내던 때, 협회가 공격을 받았다.


악마군주는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고, 작은 악마들을 거느리고 왔다. 작은 악마라도 일반적인 인간의 두 세배는 되는 크기에다 행동이 빨라 대응이 쉽지 않았다.


온 몸이 무기화 된 악마는 기본적으로 유선형에 심해어와 비슷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악마들의 본거지는 중력이 강하고 혼탁한 대기가 있던 곳이라 샤먼성의 중력과 대기는 악마의 움직임을 매우 빠르게 했다.


협회를 치고 들어온 악마 구주도 문제였지만, 작은 악마는 행성의 곳곳에 퍼져 나갔다.

입을 벌린 채로 공중을 헤엄치듯 다니는 악마 때문에 많은 민간인은 기본이고 능력자도 죽어 나갔다.


악마에게 먹힌 자의 육신은 그 자리에서 삭아버리고, 영혼은 악마의 수족이 되었다.

몸이 삭는 고통에 울부짖는 영혼은 다른 영혼이 들어와야만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이성을 잃은 영혼은 또 다른 생물을 찾는 레이더의 역할을 했다.


결국 협회와 다른 조직 소속 및 프리랜서 샤먼과 초능력자가 힘을 합쳤다. 이미 별은 거의 붕괴직전이었다.

합동으로 별을 지켜낸 능력자들은 결국 악마들을 소탕했고, 그 악마 종은 멸종했다.


그 사건 이후 협회는 오랜 내부 싸움을 종결하고 신념에 따라 둘로 나뉘었다. 각 협회는 능력자들이 근무하는 비율도 높이고 별에는 건물로 수호진을 세웠다.


---------------



영상이 끝났다.



“그러니까 우주 2대 능력자 협회는 원래는 하나였던 겁니다.”



다른이 마지막 마무리설명을 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 악마들이 이 별을 공격한 이우가 있습니까? 영상을 보니 그냥 행성 전체에 쫙 깔렸던데요.”



“그건 샤먼성은 영적 기운이 강한 곳이라 여기가 붕괴되면 이 구역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균형의 틈 사이로 사악한 힘들이 생겨나게 되죠.”



음, 능력을 다루는 것 외에 힘의 균형이나 역사 공부도 해야 하는 구나.

박물관 내부에는 각종 유물이 있었다.


역대의 유명했던 샤먼과 악마들의 초상화와 영상기록 장치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빛을 내며 생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행성의 인종이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남아있는 모습은 새삼스러웠다.


초상화나 영상 아래에는 그 샤먼들의 도구 역시 깨끗이 손질되어 전시되고 있었다.

그 것들은 종류별, 시대별, 지역별(여러 행성들과 거기에 속한 나라들) 특성에 따라 분류되어 있었다.


빛나는 보석장식에 날카롭거나 둔한 날을 가진 도검류, 거대한 수정 구슬, 낯선 모양의 투박한 무기들과 가죽과 나무로 만든 책자까지. 현재에도 쓰이는 결계모양과 돌, 특수 동물의 피나 뼈 같은 주술재료도 상당히 많았다.


물론 섬뜩한 느낌의 글자와 특이한 모양의 뿔, 기다란 손톱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악마들의 도구도 생전의 모습과 함께 맞은편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박제 처리 된 반투명한 심해어 모양의 작은 악마도 하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전시물에는 설명이 붙어 있었고, 특수 처리가 되어 있었다.




작가의말

 

 인간이 모이면 욕망이 발동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욕망 덩어리로군요.

 

맛있는 아이스 와인이... 마시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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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괴담과 카니발 1 16.07.12 158 0 10쪽
8 사라센 - 성년 파티 5 16.07.08 239 0 9쪽
7 사라센 - 성년 파티 4 16.07.06 220 1 9쪽
6 사라센 - 성년 파티 3 16.07.05 168 1 10쪽
5 사라센 - 성년 파티 2 16.07.03 174 1 10쪽
4 사라센 - 성년 파티 1 16.07.01 190 0 9쪽
3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3 16.06.29 215 0 9쪽
2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2 16.06.28 323 2 9쪽
1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1 16.06.27 57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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