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11>
위현룡은 홍후인이 분석중에 청성파를 잠깐 거론하자 속으로 불안감을 잠재울 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다.
대천마교가 이하민이라는 참모를 앞세워 새외세력과 결속하여 계획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는데 비해 구대문파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개방이라는 좋은 아군조차 금성문에게 빼앗긴 채 말이다.
갑자기 답답한 기분이 가슴을 꽉 메우는 느낌이 들은 위현룡은 단중에게 억울한 하소연이라도 하듯 물었다.
“마교통합 후에 영입한 인사들이 모두 북마교 출신쪽으로 붙었다는 것입니까? 어떻게 그런 일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단 말입니까?....“
단중은 위현룡의 그런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이 이렇게 설명했다.
“그것도 분명 이하민이 주도를 했을 것이다. 그는 한때 북마교와 남마교의 마지막 전투에서 교주를 도와 승리로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남마교 출신으로 봐야하지만 골수 남마교 인사는 아니라고 보고 있단다. 그러나 교주께서 그 자를 특별히 신임하셨고, 마교 내에서도 평이 좋아 적(敵)이 별로 없는 인물이었다. 이하민을 따르는 무리들이 소수지만 존재했었고 어느 순간부터 그가 마교 통합 후에 영입한 인사들의 보이지 않는 지도자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그들이 그렇게 한순간에 철저히 돌아선 것이 아니겠느냐. 아무튼 우리는 아직도 그의 배신이 매우 놀랍고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란다.“
“그럼 또 다른 한 명의 참모는 소교주를 따르고 있는 그 사람입니까?”
위현룡의 물음에 단중은 갑자기 얼굴에 희색(喜色)이 띄웠다.
“허운(虛雲)참모가 소교주의 곁에서 따르고 있었느냐?”
“네! 사검귀천이라는 네 명의 고수들도 같이 있습니다!”
“오! 사검귀천마저 살아있었단 말이냐? 이렇게 다행일 수가!! 사검귀천까지 있다면 우리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당시 단중은 참모 허운을 포함시킨 50여명의 고수들을 소교주에게 붙여 탈출을 모색시켰고, 자신은 뒤따르던 사검귀천을 비롯한 400여명의 고수들로 대항하면서 필사적으로 퇴로를 뚫었다. 그러나 워낙 전투가 치열했던 지라 아군에 많은 인명손실이 발생했고, 끝내는 패퇴하여 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소교주의 행적을 놓친 그는 미친 듯이 뒤를 쫓았으나 대천마교의 거듭된 공격과 포위망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소교주는 전투 전에 이미 고수들의 호위를 받으며 빠져나갔으므로 이성을 찾은 그는 곧바로 몇 몇 분타에 흩어져 있는 세력을 모았고, 그러던 중 소교주의 일행이 남긴 여러 표식들을 보고 어렵게 행방을 알아낸 것이었다.
혼전 중에 사검귀천은 이미 전사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뜻밖에도 사검귀천은 끝가지 살아남아 소교주의 행방을 제대로 쫓았던 모양이었다.
단중은 너무나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사검귀천이 살아있었어!! 오....하늘이 도왔구나! 도왔어!!”
단중의 이런 행동은 사검귀천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하고도 남았다.
[사검귀천을 흠모하는 무리들은 꽤 많지. 마교 내에서 뿐 아니라 새외에서도 사검귀천의 명성과 무위는 드높다. 그렇기에 목숨을 내걸고 사검귀천을 따르려고 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고...단중이 기뻐하는 것도 당연하다. 세력을 모을 수 있으니 말이다.]
홍후인의 말처럼 현재 단중의 입장으로서는 한 푼이 아쉬울 지경이었다.
마교 분타에 있는 세력들을 규합했다고는 하지만 대천마교의 현재 전력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세력에 불과했다.
이미 이하민이 마교 분타를 비롯하여 새외의 군소문파들에게 협박과 회유를 통해 거의 모든 손을 다 써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단대인....그럼 현재의 교주는 누구입니까?”
위현룡의 질문에 단중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한때 마교 부교주를 맡고 있던 조양천이란 자가 교주로 추대되었단다. 심기가 깊은 자라서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자인데 그런 큰 야망에 발을 담글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
홍후인은 조양천이라는 이름 석자가 귀에 똑똑히 박히자 얼굴이 벌게졌다.
지하밀성에서 자신을 죽인 놈들 중에 한 놈이 아닌가.
[이런....음흉한 조양천 놈!!!...끝낸 한자리 해 먹는구나!!...죽일 놈...!!!]
원기종은 이미 죽었고, 눈앞에 살아 숨 쉬는 단중은 손끝하나 댈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때마침 등장해준 조양천은 대단히 좋은 먹이가 되고도 남았다.
홍후인의 폭발적인 분노는 일사불란하게 단중에서 조양천으로 옮겨갔다.
그리고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저주를 마음껏 퍼붓기 시작했다.
[조양천 이 놈!! 반드니 내가 네 놈의 목숨을 거둘 것이다!! 천하에 악독하고, 비열하고, 더러운 수작을 밥 먹듯이 하는 놈!!!]
위현룡은 홍후인이 왜 갑자기 흥분하면서 조양천을 욕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마교를 배신한 인물이고, 무인으로써 지녀야할 충(忠)과 신(信)이라는 덕목을 어겼으니 홍후인이 저리 화를 내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될 뿐이었다.
“그럼 이제 어쩌실 계획이십니까? 대천마교는 소교주를 비롯한 마교 인사들이 도망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세력은 많이 모으셨습니까?“
위현룡은 단중이 단신으로 개방까지 잠입한 것으로 보아 더 이상 따르는 세력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개방 총타에 있는 인원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나마 단련된 무사들은 흑대협이 이끄는 무리들뿐이었다.
그러므로 마교에서 고수 백 명 정도만 보내온다면 이곳을 간단하게 격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중은 침중한 표정으로 이렇게 입을 열었다.
“이미 많은 인사들이 배반했고, 많은 인사들이 숙청되거나 암살되었단다. 현재 남은 인사들이 소교주를 위시(爲始)하여 마교를 되찾으려고 노력을 하려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게 되었구나. 이미 말했던 것처럼 소교주를 모시고 도피를 시작할 때 대천마교에서 끈질기게 따라붙어서 상당수의 우리측 고수들이 죽음을 당했지. 이제 남은 전력은 얼마 되지도 않고 그 나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란다. 대천마교는 우리들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사방팔방에 천라지망(天羅地網)을 펼쳐놓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인다면 일망타진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니겠느냐. 내가 홀로 소교주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은밀히 동분서주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란다.“
그제야 이해가 간 위현룡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개방 방주가 소교주를 사로잡은 사실을 대천마교에 알린 듯합니다. 아마 내일이면 대천마교로 압송되던지 그쪽에서 무사들이 오던지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오늘밤 안에 구출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단중은 위현룡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이 근방으로 대천마교의 무리들이 포진하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후속부대가 도착하고 있다는 정보를 이미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위현룡의 두 어깨를 꽉 잡으면서 비장하게 말했다.
“현룡아! 내가 왜 네게 마교의 속사정을 모두 알렸는지 아느냐? 보아하니 너는 청성파에서 나와 개방에 몸을 담고 있는 듯한데 이곳은 네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 아니란다. 그러니 마교로 들어오너라. 서거하신 교주께서도 그것을 바라셨단다. 그때는 네가 청성파에 남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그랬다지만 현재는 상관없지 않느냐.“
청성파에서의 사건을 전혀 모르는 단중은 그저 위현룡이 청성파에서 나와 더 나은 미래를 찾아 개방에 입문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어떠하냐? 비록 마교가 위급에 빠져있는지라 좋은 대우는 장담해 줄 수 없다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와준다면 많은 위안이 될 것 같구나.“
단중의 음성에서는 간곡함이 묻어왔다.
위현룡은 미천하고 무능한 자신을 높게 평가해주는 단중이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마교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러나 교주의 은혜를 입고 모른 척 한다면 금수(禽獸)만도 못할 것이다. 그러니 이 한 몸 부서지더라도 마교의 재건을 위해서 노력해
보리라...)
홍후인은 이미 위현룡의 표정에서 그런 작심 한 것을 눈치챘다.
이제는 누구보다도 위현룡의 성품을 잘 아는 그가 아니던가.
고개를 끄덕이던 홍후인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마교가 재건에 성공한다면 너는 일등공신이 될 것이다. 구대문파는 마교와 나쁜 관계가 아니니 구대문파와 손을 잡고, 그것을 발판으로 마교가 전력을 다한다면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그렇게 되면 마교는 네 누명과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고 염청석도 엄단(嚴斷)할 수가 있을 것이다.]
꼭 홍후인의 실리적인 사고가 아니라도 위현룡은 마교를 재건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교가 망하게 되면 중원의 세력은 더욱 약해질 뿐이다. 아무리 마교가 멸망했다 하더라고 아직까지 마교의 세력은 곳곳에 남아있을 것이다. 교주님의 은혜를 생각해서 마교를 돕는 것이기는 하나 궁극적으로 청성파를 위하고 더 나아가 중원을 위하는 것도 되니 내가 망설일 이유가 없다.)
“알겠습니다. 단대인을 도와서 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오! 정말 고맙구나!! 역시 교주께서 사람을 잘 못 보실 리가 없지...허허허”
단중은 위현룡의 두 손을 꼭 잡으면서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확실히, 무너져 가는 마교에 의탁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일신의 편안함과 이익을 따지자면 대천마교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을, 위현룡은 주저하지 않고 불안한 체제를 이어가는 마교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단중은 기쁜 기색을 고치고 다소 엄격한 어투로 이렇게 당부했다.
“네 능력의 가치를 떠나서 지금은 믿을 만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시기란다. 너처럼 총명하고 충직한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나는 믿는다. 부디 마교를 위해서 노력을 해주기를 바란다!!“
“단대인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위현룡은 비장한 얼굴로 이렇게 다짐하면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연이어 말했다.
“단대인, 두시진 정도 후면 날이 밝아올 것입니다. 그 시간이 구출하기 가장 용이한 때이니 때에 맞춰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어둠속에서 때를 기다린 위현룡은 단중과 함께 동쪽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소교주의 일행이 감금된 곳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소교주가 잡혀갈 때 가늠하여 얻은 방향감각은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터였다.
Comment '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