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연재수 :
133 회
조회수 :
906,621
추천수 :
7,704
글자수 :
536,652

작성
11.04.22 08:02
조회
13,597
추천
71
글자
7쪽

구룡지로 5장 화룡

DUMMY

구룡지로


5장 화룡



이젠 닷새 동안의 도주를 마쳐야 할 때다. 함께 빠져 나온 마지막 생존자들도 다 뿔불이 흩어져 버렸다. 결국은 어디에선가 나처럼 이렇게 마지막을 준비하겠지!


방이 세워진지도 백여 년... 아무리 성세가 하락했다지만 지난날의 위세를 떠올리면 작금의 이 비참한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 수가 없음인데, 자식처럼 아껴 주시던 방주님 이하 여섯 장로님들의 산화가 아니었다면 지난 닷새 동안의 필사적인 도주도 요원했음이다.


도대체 어떤 작자들이 무엇을 위해 산서 끝자락에서 강호의 이합집산에 관여치 않고, 그저 조용히 화기의 개발과 활용에만 힘쓰던 폐방을 말살코자 하는가? 습격자들의 고강한 무력을 봐서는 분명 무언가 거대한 음모에 휩싸였음이 확실하지만 홀로 남은 나로선 복수를 꿈꾸는 것조차 힘겹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된 이상 한 놈이라도 더 저승길에 끌고 가는 일 밖에 남지 않은 듯하다. 겨우 추적을 떨쳐 버린 지난 하루의 시간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 네놈들에게 열혈지옥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리라.


급히 설치한데다가 화구나 화약도 태반이 부족하긴 하지만, 천화폭멸진 본래의 십 분지 일의 위력만으로도 야차 같은 살인자들을 깡그리 소멸시키기엔 충분하리라.


드디어 조심하는 기색도 없이 녀석들이 계곡 사이의 소로로 접어든다. 꽁지를 말고 도망가기에 급급했던 내가 외려 이런 함정을 파놓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리라.


그래, 아무 염려 말고 들어 와라. 본디 삭초제근이라 했거늘, 서둘러 내 목숨을 취해야 하질 않느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애타게 기다리는데, 문득 대오의 말미에서 열댓 명이 빠져 나와 계곡의 양 옆의 절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젠장, 분명 지형의 위험성을 숙지할 만큼 지모가 뛰어난 놈이 있음이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진을 발동 시킨다면 이미 계곡에 진입한 놈들은 몰살시킬 순 있지만, 그리되면 절벽 위로 흩어진 놈들에게 곧 덜미를 잡힐 텐데, 더 이상 대항할 화기도 떨어져 버리고 오성에 불과한 축융신공의 화후로는 서넛도 버거우리라.


잠시의 망설임에 또 몇 놈이 빠져 나가는 게 눈에 띄고, 그래! 내 이곳을 무덤으로 삼으리. 홀로 살아남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리?


첫 번째 뇌화통에 연결된 여섯 가닥의 줄을 힘차게 잡아당기고는 미리 파 놓았던 구덩이에 몸을 던지자마자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폭발과 폭음이 잇따른다.


화약이 워낙 부족했던 탓에 직접적인 물리적인 충격은 놈들에게 큰 타격을 주진 못했지만, 일부러 극도로 크게 생성되게 만든 폭음이 계곡의 양 절벽 면에 부딪힘을 연속으로 반복하자, 결국 수십 수백으로 증폭된 음파가 수십 장 단애로 이루어진 계곡의 균열을 초래한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하던 수십여의 놈들에게 수천수만 근의 거석들이 무너져 내리고, 먼지가 걷힌 계곡 바닥은 그야말로 시뻘건 피로 얼룩진 처참한 돌무덤으로 변해 버렸다. 그동안 가슴을 짓눌러오던 참담한 절망감도 이 순간만은 복수의 짜릿한 쾌감으로 승화된 듯만 하다.


크하하핫! 저절로 터져 나온 만족스러운 포효를 들었는지 미리 절벽으로 올라 횡액을 면한 운 좋은 놈들의 찌릿한 살기가 전해져 온다.


그래, 맛이 어떠냐? 동료들의 처참한 최후를 무기력하게 쳐다 볼 수밖에 없었던 심정 말이다.

개자식들, 몽땅 쳐 죽이지 못함이 한이다만 단 몇 놈이라도 더 저승길로 끌고 가리라.


흥분을 가라앉히고 서서히 호흡을 가지런히 뱉으며 축융신공의 기수식을 취하는데, 갑자기 놈들의 배후가 부산해지며 단말마의 비명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식경이나 되었을까? 눈빛만으로도 살기를 줄줄 흘리던 녀석들이 마치 종이인형이라도 되버린 양 맥없이 죄다 죽어 나자빠지고, 그 와중에 피 한 점 묻지 않은 단정한 의복의 두 사람이 다가선다.


아직도 의심의 눈길을 지우지 않은 채 경계하고 있는 내게 앙증맞은 소도와 암기처럼 보이는 침통을 갈무리한 물망초처럼 아름다운 소녀가 화사한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축융방의 혈폭화 금혜란 언니 맞죠? 와, 정말 대단해요. 계곡 하나가 완전 쑥밭이 되었네요. 행여 조금만 우리가 일찍 왔었다면, 휴!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후후..."


"당신들은? 날 어떻게 알죠? 여긴 또 어떻게 알고 나타난 거죠? 혹시 이 일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각오는 되어 있겠죠?"


치밀어 오르는 격정에 나도 모르게 출수를 하려는 찰나, 뜨끔하고 견정혈이 마비된다. 그 신속함과 은밀함에 경악하는 내 눈에 훤칠한 키의 흑의인의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 들어온다.


"어, 저기 난 또 불문곡직 화탄을 던지는 줄 알고..."




새초롬히 눈을 흘기는 소녀에게 더듬거리며 변명하는 모습이 이 살벌한 주변과 너무도 동떨어져 보이는 순박함으로 다가오는데, 얼핏 저 가슴 깊은 곳에 쿵하고 자그마한 울림이 번지는 듯하며,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서둘러 혈을 풀어주는 이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야 만다.


서른이 다 되도록 화약과 화기와 화공 밖에 눈에 차지 않던 나였는데, 거듭된 격전과 그에 따른 상실감 때문일까? 부끄러움이라니, 설렘이라니? 말도 안 되는 생경함에 당황스러워 하는 내게 다가와 살며시 손을 이끌며 소녀가 말을 건넨다.


"언니! 궁금한 것은 가면서 차차 알려드릴게요. 어쩌면 이 폭발소리를 다른 척살대가 들었을지도 모르니까요. 우선 빨리 이 자리를 떠요. 오라버니는 혹시라도 뒤따를지 모르는 추적자들을 처리해 주시고요. 아무튼 중추절까지 일 다 마무리하시고요. 늦으면 안 돼요. 그리고 한눈팔면 알죠?”


오라버니라는 살가운 그녀의 호칭에 나도 몰래 가슴이 아려오는 건 도대체 왜일까? 고운 눈을 찡긋거리며 당부를 남기는 이 아름다운 소녀에게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하는 그를 남기고, 서둘러 신형을 날리는 와중에도 자꾸만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담고픈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이런 아쉬움이라니? 이런 설렘이라니? 대체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구룡지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구룡지로 13장 복안 +3 11.04.25 10,237 62 14쪽
12 구룡지로 12장 회합 2 +6 11.04.24 10,993 57 9쪽
11 구룡지로 11장 회합 1 +4 11.04.24 12,122 69 10쪽
10 구룡지로 10장 황산 +5 11.04.24 13,305 72 11쪽
9 구룡지로 9장 잠룡 +4 11.04.23 12,318 70 5쪽
8 구룡지로 8장 마룡 +4 11.04.23 11,728 63 6쪽
7 구룡지로 7장 궁룡 +4 11.04.23 12,060 71 7쪽
6 구룡지로 6장 권룡 +4 11.04.22 12,721 69 6쪽
» 구룡지로 5장 화룡 +7 11.04.22 13,598 71 7쪽
4 구룡지로 4장 지룡 +6 11.04.22 15,122 70 4쪽
3 구룡지로 3장 도룡 +10 11.04.21 17,709 81 8쪽
2 구룡지로 2장 독룡 +8 11.04.21 22,189 87 6쪽
1 구룡지로 1장 검룡 +19 11.04.21 41,946 12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