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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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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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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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새로운 삶 (2)

DUMMY

수련을 시작하려다 가장 먼저든 생각은 과연 이곳의 인간도 무공을 익힐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해답은 금방 나왔다. 나는 고작 하루 만에 기를 느끼고 내공을 쌓기 시작했다. 기초적인 체력을 기른 다음에 나는 천의문검의 기본검식을 수련했다.

그 이후의 생활은 어린아이답지 않게 상당히 단조로웠다. 오후까지는 고아원에서 가르쳐주는 것들을 배웠고 저녁에는 무공을 수련했다. 노는 것은 아예 그만두었다. 아이들과 노는 것보다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나를 확인하는 게 더욱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미들스쿨에 입학해서도 변한 건 별로 없었다. 미들스쿨에 들어가서도 나는 고아원에서와 똑같이 기초수련을 계속하며 내공을 쌓아갔다. 다만 나처럼 열심히 수련하는 이들이 조금씩 많아진다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지금이 열네 살이니 내년엔 하이스쿨에 가겠군.”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 축기(縮氣)에 궤도에 오를 때쯤 나는 열네 살이 되었다. 그때까지 미들스쿨에서 배운 건 대부분 기억에 남지 않았다. 고전문학이며 궁정예절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미들스쿨에서 얻은 지식이 아주 쓸모없지만은 않은 게, 나는 그 지식들을 통해 내가 있는 세상이 아예 괴상한 세상이 아니라 무림과 조금 먼 곳에 있는, 이른바 서역임을 알 수 있었다.

“백윤....”

심상의 세계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선놀음에 도끼자루가 썩는다는 말도 있듯 어쩌면 엄청난 시간이 흘렀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는 백윤을 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만약 시간대가 어긋나지 않는다면 무림에 돌아가 백윤에게 복수하는 것도 헛된 꿈만은 아닐 것이다. 전생에서나 현생에서나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시간대를 정확히 결론지을 수 는 없지만 나름대로 책을 찾아가며 추론해본 결과, 전생과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시 시간이 흘러 하이스쿨에 학교에 입학할 때, 나는 전생의 경지에 도달했다. 웃기는 일이지만 사실이었다. 이건 어린 나이에 무공을 시작한 덕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전생의 무공이 형편없는 덕분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웃지 못 할 희극이었다.

“멜븐은 검사가 될 거야?”

내가 하도 수련만 해대며 아이들과 친해지지 않자 원장은 보다 못해 일주일에 한 번씩 억지로 내게 어린 아이들을 돌보게 했고 덕분에 나는 이틀에 한번쯤 내키지 않는 심정으로 모래장난을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적당히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내게 이렇게 물어왔다. 나는 그 아이에게 잠시 시선을 주었다가 말했다.

“도군이라고 부르라니까. 뭐, 어쩌면 그렇게 되겠지.”

“어? 그럼 하이스쿨에 들어가는 거구나.”

아마 그렇게 되겠지. 하이스쿨은 마물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재양성기관으로 검술과 마법 등 전투에 치중된 지식을 가르쳐 주는 곳이었다. 원장은 내가 열심히 수련에 몰두하는 것을 알고는 내게 하이스쿨에 입학할 것을 권유했고 나는 당연히 승낙했다.

“우에엥! 그럼 멜븐은 멀리 가는 거잖아.”

하이스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울상이 된 여자아이가 울음을 터트린다. 그렇군. 하이스쿨은 고아원과는 멀리 있으니 기숙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 아이를 시작으로 수없이 울어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비록 정신연령은 겉모습보다 높지만 이런 건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방법이 없군. 나는 별 도리 없이 원장을 부르러 갔다.


얼마 후 나는 하이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고아원을 떠나게 되었다. 그 탓에 고아원이 울음바다가 된 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름대로 나도 정든 모양이다. 열다섯 먹고 어린애들과 노는 건 고역이었지만.

원장과 함께 수도에 있는 하이스쿨에 다다른 나는 당당히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입학생이 줄을 맞추어 서 있었다. 나는 그들 뒤에 적당히 줄을 섰고 곧 저 앞의 단상에서 검은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내가 모습을 그러냈다.

“반갑다 제군들. 내 이름은 블로펜, 한때 최전방에 있던 적이 있었고. 지금은 하이스쿨의 교장이다.”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블로펜. 마물들이 지배하는 어둠의 제국 엠펠로니아와의 모든 접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생환한 기적의 검사. 굳이 비교하자면 아버지와 비견될 정도랄까? 나로서는 짐작조차 가지 않지만 명성만은 적어도 그랬다. 아버지와 비견된다는 느낌에 나는 저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것 같았다. 그만큼 내게 아버지의 존재는 크고 압도적이었다.

“제군들도 잘 알겠지만 로베른 왕국의 역사에 비해 하이스쿨의 역사는 짧다. 하지만 그 짧은 역사 속에서 무수한 영웅들이 탄생했다. 드래곤 슬레이어 롤랜드 폰테일 공작이 하이스쿨 출신인 건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무림에도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할 사람들이 있긴 했지. 마물의 준동이 한창일 때, 황궁의 도사들이 강력한 빙룡이 황도를 덮칠 것이라 경고했는데 이에 대비해 무수히 많은 절정의 고수들이 황도에 소집되었다. 그리고 빙룡이 도래하기도 예정된 날, 갑작스럽게 황도 일대가 통째로 얼어붙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황도를 제외한 다른 곳에는 빙룡의 습격이 없는 걸로 보아 그 때 빙룡이 처단된 게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이 모든 건 추측일 뿐이라서 아무래도 서역의 드래곤 슬레이어에 비해 황도에서 참변을 당한 이들의 위상은 그보다 못한 편이었다. 잠시 잡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교장의 짧은 연설은 어느새 끝나 있었다.

“부디 제군들 역시 자부심을 가지고 하이스쿨의 일원으로서 노력하기 바란다. 이상.”

교장의 말을 끝으로 허례허식 하나 없는 입학식이 끝났다. 뒤이어 작은 키였지만 단단한 체구가 인상적인 사내가 단상에 올라왔는데 그는 우리에게 점심시간 이후 시험을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시험에 따라 반이 갈릴 것이라는 것도.

“시험은 자신 있니?”

“그럭저럭요.”

원장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지금 이곳에서 나와 경쟁할 아이들의 수준은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이들을 전부 떨어트릴 작정이 아니라면 그렇게 어려운 시험을 낼 리가 없지. 입학시험이 시작되고 나서는 먼저 검이냐 아니냐에 따라 입학생이 분류되었고 나는 당연히 검을 특기로 택했다.

역시나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단거리 달리기나 제자리 뛰기등의 시험을 엄청난 성적으로 통과해서 다른 이들의 경탄을 자아냈다. 나이에 비해 내공이 높으니 굳이 운용하지 않더라도 신체능력은 엄청나군.

처음으로 누군가의 감탄을 자아냈지만 나는 별로 기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전생의 성취와 기억 덕분에 일사천리였지만 과연 앞으로도 일사천리일까? 지금의 몸은 무공을 익히기 나쁘지 않았지만 백윤과 같은 진짜 천재들에 비하면 부족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오직 끊임없이 나를 단련하고 단련하는 수밖에 없겠지.

“멜븐. 그쪽은 벽이란다.”

“도군이라니까요.”

심각한 얼굴로 앞날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니 원장이 나를 부른다. 너무 생각에 몰입해 있어서 벽으로 가고 있던 것도 몰랐군. 원장은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꼭 붙잡는다.

“그래그래, 도군이지. 잠깐 갈 곳이 있으니 날 따라올래?”

그녀의 손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자 답답했던 마음이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젠장, 풀어질 때가 아니란 말이다. 진지하게 앞날에 대해 생각해야만 하는데. 나는 부끄러운 척 그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결국은 그녀의 손을 잡고 하이스쿨의 본관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본관에서 다시금 손을 빼려고 했지만 원장의 손은 수백 년 묵은 나무뿌리처럼 단단해서 나는 도저히 그 손을 뺄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냥 그녀의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좋아서 그러는 걸지도 모른다. 전생에서 어머니는 안 계셨고 아버지는 이런 짓을 할 만한 분이 아니셨으니. 이런 느낌은 정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거절하기 어렵다.


원장은 서슴없이 본관 깊숙이 들어가서는 다른 곳보다 유난히 고급스러운 문 앞에 섰다. 나는 문패를 한번 읽어보고는 경악해서 물었다.

“여긴 교장실 아닌가요?”

“그래. 여기 문패에도 그렇게 써 있구나.”

원장은 태연하게 문을 열어젖히고는 내 손을 붙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당연히 그 안에는 블로펜이 근엄한 표정으로 커다란 가죽의자에 앉아있었다. 나는 불안해서 나도 모르게 원장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또 하나의 심장처럼 조금씩 움찔대던 혼돈의 기운도 블로펜에게서 느껴지는 묵직한 기운 앞에서는 죽은 듯이 잠들어 있다. 원장은 블로펜의 엄청난 위압감에도 불구하고 소풍이라도 나온 듯 통통 튀는 듯한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블로펜은 원장이 들어왔을 때 그녀에게 힐끗 눈길을 주었다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흠, 아스트리다. 이 아이인가?”

“사랑하는 여보. 오랜만에 만났는데 겨우 그런 말인가요?”

여보? 이 둘이 부부였단 말인가? 놀랍기도 했지만 전생의 부모님을 떠올리면 그리 놀랄 것도 없었다. 일찍 돌아가셔셔 얼굴은 모르지만 듣기로는 어머니는 정말 자애로운 현모양처였던 모양이었다. 어쩌다 아버지와 결혼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지. 이름이 멜븐이라고 했나?”

“멜븐이 아니라 도군입니다.”

나는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반사적으로 대꾸했다. 블로펜이 원장을 슥 바라보자 원장이 포근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사춘기인가봐요. 이제부터 멜븐이 아니라 도군이라고 불러 주세요.”

원장의 실없는 말에 블로펜은 한숨을 내쉬며 원장을 잠시 밖으로 내보내고는 말했다.

“그래, 이제 말해보게. 자넨 뭔가?”

“네? 무슨 말이신가요?”

“어떻게 그런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보라는 말이지.”

블로펜의 표정은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그 순간 나는 아직도 종종 약동하는 혼돈의 기운에 생각이 미쳤다. 미치겠군. 죽은 다음의 나처럼 어떠한 연유로 상단전이 발전해 있다면 혼돈을 인식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단전이라는 개념도 낯선 서역에서 상단전이 발전되어 있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모른다. 난 그런 경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으니. 하지만 어찌되었든 만약 혼돈의 기운을 들켰다면 큰일이다. 내게 검의를 전해주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혼돈의 기운은 누가 봐도 좋은 기운은 아니었다. 나도 가끔 내 안의 기운을 보면 불쾌한 기분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저는.... 사실 저주받았습니다.”

나는 머릿속에서 멜븐의 기억을 끄집어내서 허둥지둥 얼버무리려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이런 얄팍한 방법은 블로펜에게는 젼혀 통하지 않았다.

“저주받았다든지 악마의 아이라든지 그런 같잖은 이야기 말고, 진짜 이야기를 해 보게. 흠, 아니지. 내가 말해보도록 하지. 그게 맞는지 틀린지나 말하도록 하게.”

등골이 서늘해지며 나는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빌어먹을. 최악의 경우 블로펜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기습이나 통할지 의심스러운 상대였지만 여기는 마물들과 전쟁을 치르는 로베른 왕국. 혼돈의 기운을 들킨 이상 이 상황이 좋은 꼴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어떻게 생긴 기회인데 허무하게 포기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블로펜의 입이 열리는 그 짧은 순간이 지금의 내겐 영겁과도 같이 느껴졌다. 마침내 블로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글이 너무 빽빽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데 이걸 언제 다 처리할지 고민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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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2.03 23:00
    No. 1

    ㅎㅎㅎ. 글을 쓰지면서 적당히 문단을 나눠주세요. 그리고 문피아 독자들이 임의로 줄간격 조정 가능합니다. 잘 읽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바보소문주
    작성일
    13.10.11 21:02
    No. 2

    내용좋으니까 가독성 문제 없는듯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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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천하제일의 둔재 (3) +6 13.01.31 9,560 133 17쪽
2 1. 천하제일의 둔재 (2) +4 13.01.31 11,371 14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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