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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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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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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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칭 (8)

DUMMY

성녀의 이름에 좌중이 술렁인다. 그 술렁임 속에서 나는 출발 직전에 들었던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호비나는 겉으론 연약한 여성에 불과하지만 그 실상은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어마어마한 존재다. 대체 신을 섬기는 자가 어떻게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림에서도 불심이 깊은 승려가 마두를 처단하는 일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딱히 이상할 것도 없으려나.

“여러분. 여러분은 어째서 매칭 장소가 므로아로 바뀌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호비나의 질문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조용해진다. 속사정을 알리야 만무하지. 에럴드라면 알고 있을 것 같기고 했지만 에럴드 역시 호비나의 말을 경청할 뿐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우리 인류가 악의 제국 엠펠로니아와 대치한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엠펠로니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어둠에서 비롯된 존재일지언정 모두 동등한 생명이고 신께서도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계십니다.”

놀랄 노자로군. 신이란 존재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마치 정파가 사파를 이해하자는 말하고 뭐가 다를까? 불과 물을 함께 두자는 말처럼 아예 말이 안 되는 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적어도 희생과 죽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관계인 이상 말이다.

“그 뜻을 받들어. 차후 매칭에는 엠펠로니아의 공식사절단이 성산을 방문할 것이고 평화를 위한 회담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과연 호비나의 말에 조용했던 분위기가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소란스러움 속에서 담담히 이야기를 계속하던 호비나가 조금 불편한 기색으로 렌서스 후작에게 시선을 준다. 그러자 렌서스 후작이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는 헛기침을 한번 한다.

“흠.”

작은 헛기침이었지만 놀랄 만큼 크게 울려 퍼진다. 나는 그것에서 강렬한 마나의 기운을 느끼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 아래의 소리를 여기저기서 동시에 들리도록 해서 크게 들렸던 거군. 그 방법은 마법이겠지만 무림에서 전해지는 육합전성의 수법과도 비슷해서 조금 신기했다.

“감사합니다, 렌서스 후작. 여러분, 혼란스러워 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저희 교단의 독단이 아닙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대륙 연합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입니다. 모든 국가에 정전에 동의했으며 이번 매칭은 그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분위기는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내 주위는 조용하지만 하다. 나야 애초에 이런 화제에 별 관심이 없어서 멍하니 듣고 있을 뿐이었지만. 소렌 역시 별다른 내색이 없었고 에럴드도 그러했다. 다만 르네를 비롯한 대다수가 황당하다는 듯 제법 큰 귓속말로 서로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가당치도 않은 말이 아닙니까!”

그때 누군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모두의 시선이 주목된 곳에는 장발의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이마가 훤히 드러나는 날카로운 인상의 소년이 있었다. 아니, 슬슬 청년 티가 나는 것이, 적어도 열일곱은 훌쩍 넘어 보인다.

“엠펠로니아는 우리 라스탄트의 적. 그 사실은 변함이 없고 또한 대가 없는 평화 따위는 없다고 배웠습니다. 이제 와서 멋대로 평화롭게 지내자니, 우리 라스탄트가 그런 일에 동참했다는 사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 있는 모습이 보기 좋군요. 이름이 무엇인가요?”

폰테일 공작도 그렇고 드래곤 슬레이어의 기본소양은 무골호인이라도 되는 건지 호비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건방진 소리를 내뱉는 소년에게 물었다. 그 소년은 옆에 기대어 둔 길쭉한 창을 휙 들어 보이며 호기롭게 외쳤다.

“볼마르그 가문의 차남, 라크 볼마르그라고 합니다.”

창을 들었을 때 혹시 저 소년이 칼덴 볼마르그가 아닐까 싶었다. 저 소년의 행동거지는 내가 상상하던 칼덴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조금 실망할 뻔 했지만 다행히도 그는 장남인 칼덴이 아니라 차남이었던 모양이다.

그때 라크의 앞에서 큰 체구의 청년이 불쑥 몸을 일으키더니 라크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짓누른다. 라크가 신경질적으로 신음소리를 내며 억지로 자리에 도로 앉는다. 라크를 가볍게 진정시킨 큰 체구의 청년은 마치 벨스터 출신처럼 탄탄한 근육에 어울리는 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볼마르그의 장남, 칼덴 볼마르그입니다. 호비나 님. 매칭 선정 후에 찾아뵐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 말씀 드리건대, 볼마르그 가는 이 회담에 동참했으니 혼동하지 말아 주십시오.”

“형! 그게 무슨 말이야? 왜 나는 그런 소리를 처음 듣는 건데?”

“시끄럽다.”

칼덴은 라크에게 고압적인 한마디만 하고 자리에 앉았고 라크도 형의 위압감에 짓눌렸는지 더 이상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호비나가 입을 가리고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볼마르그 공작에게 훌륭한 아들이 있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군요. 칼덴 군의 말대로입니다. 우리 드래곤 슬레이어는 모두 엠펠로니아와의 평화회담에 찬성했습니다. 엠펠로니아 쪽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이 와서 다음 매칭은 엠펠로니아의 아카데미에서도 학생들은 매칭에 참가시킨다고 합니다.”

이어서 호비나는 대륙의 평화와 매칭의 성공적인 진행을 기원하는 기도를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혼란은 대충 가라앉았지만 아마 대부분의 마음속에는 아직 혼란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소란스러웠던 시간이 지나고 렌서스 후작과 호비나가 단상을 벗어나자 뒤에 시립해 있던 몇몇 이들이 단상을 정리하고 커다란 테이블을 가져와 각각 자리에 앉아 뭔가 열심히 끄적이기 시작했다. 복잡한 도식을 그린 과정이 수정구에 여실히 드러나는 가운데 에럴드가 큰 한숨을 내쉬며 어느새 이마에 맺혀있는 땀을 닦는다.

“휴우, 저 얼간이 때문에 큰일 나는 줄 알았네. 매칭 결과가 나오기까진 조금 시간이 걸리니까 다들 긴장 풀고 기다리자. 어차피 개별통보될 거라 굳이 안 봐도 되는 거니까. 그냥 형식적인 공정함을 위한 거지.”

“그런데 얼간이라면 라크 볼마르그를 말하는 건가?”

얼간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묻자 에럴드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이지. 라스탄트에 있을 때부터 사고만 치던 녀석이었는데 여기서도 사고를 치다니, 생각 없는 건 여전하다니까. 볼마르그처럼 유력한 가문에서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 대체 무슨 난리가 날지 짐작도 안 되는 건가?”

에럴드의 말에 모두가 피식거리는 와중에 어디선가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자리와 자리 사이의 통로에는 기다란 창을 든 라크가 잔뜩 비틀린 얼굴로 에럴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라크는 뒤틀린 심사를 여실히 드러내는 배배꼬인 목소리로 비아냥거리기 시작한다.

“여, 에럴드 렌서스 님 아니신가요? 형한테 매일매일 얻어맞은 자리는 멀쩡하신지요?”

물론 에럴드도 지지 않고 독설을 퍼붓는다.

“흥, 볼마르그 가문 제일의 골칫덩이 아니십니까? 저한테 머리를 몇 번 맞더니 더 멍청해진 모양이네요. 이 자식아! 렌서스 후작가가 후원하는 매칭인데 너 때문에 완전 엉망이 될 뻔 했잖아!!”

에럴드가 보기 드물게 완전히 흥분해서 외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라크는 귀를 후비면서 노골적으로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아, 밥은 맛있더라. 고맙다 에럴드. 너희 집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호강을 다 하고.”

“으으, 너 매칭 결과가 좋게 나오기를 기도해야 할 거야. 너랑 싸우게 되면 검을 멈출 수 없을 같거든.”

에럴드가 이를 박박 갈면서 으르렁대니 라크는 코웃음까지 치면서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에럴드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영 불쾌한 기색이었고 더불어 우리 자리의 분위기도 착 가라앉아버렸다.

그러나 잠시 후 매칭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는 도중 르네가 탄성을 내지르며 불편한 분위기는 조금 나아지는 듯 했다.

“아, 저기 에럴드 네 이름 나온다. 봐봐.”

“어디?”

에럴드가 반색하며 수정구를 바라본다. 에럴드 렌서스라는 이름이 선명히 드러나고 그 옆에서 주름진 손이 천천히 누군가의 이름을 적어간다.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마침내 세 명분의 이름이 모두 적혔다. 에럴드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쳇, 라크가 아니잖아. 성적이 비슷해서 걸릴만할 텐데.”

“하만 알트론, 크샤트 루앙. 저 이름 알아?”

르네가 묻자 에럴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젓는다. 그야말로 무명소졸이 걸린 모양이다. 나도 저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 에럴드를 시작으로 우리 하이스쿨의 상대가 결정되고 있었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꾸준한 애독에 감사드립니다. 성실한 연재로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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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 새로운 삶 (5) 13.02.05 7,768 136 13쪽
10 2. 새로운 삶 (4) +4 13.02.04 8,817 208 13쪽
9 2. 새로운 삶 (3) +8 13.02.03 9,909 230 10쪽
8 2. 새로운 삶 (2) +2 13.02.03 8,915 147 12쪽
7 2. 새로운 삶 (1) +11 13.02.02 12,543 227 11쪽
6 1. 천하제일의 둔재 (6) +13 13.02.01 11,726 217 12쪽
5 1. 천하제일의 둔재 (5) +15 13.02.01 8,774 131 10쪽
4 1. 천하제일의 둔재 (4) +17 13.02.01 8,632 127 11쪽
3 1. 천하제일의 둔재 (3) +6 13.01.31 9,560 133 17쪽
2 1. 천하제일의 둔재 (2) +4 13.01.31 11,370 147 14쪽
1 1. 천하제일의 둔재 (1) +12 13.01.31 18,719 30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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