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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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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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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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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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칭 (1)

DUMMY

소렌과 나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아무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수련에 임했지만 하이스쿨의 규칙에서 아주 자유로운 건 아니었다. 정기적으로 하이스쿨의 학생은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그 시험이란 바로 타국 학생과의 대련이다. 그것도 단 학생들만의 가벼운 대련이 아니라, 하이스쿨간에 공증인까지 두고 벌이는 정식 대결이다.

통칭 매칭이라 부르는 이 시험은 1년에 2번 치러졌는데 총 6번을 통과해야만 하이스쿨의 졸업생으로 인정받고 진검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아무리 빨리도 열여덟 살이 되지 못하면 진검을 쓸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 마나도 그때 사용할 수 있게 되지.

정말로 웃기는 규칙이 아닐 수 없다. 진검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진검이 아니면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없는 건가? 무림에서 일찍부터 진짜 검으로 수련해온 나로서는 비웃을 수밖에 없는 규칙이었다.

“그러니 부탁하지.”

블로펜이 여전히 무뚝뚝한 태도를 견지하며 말했다. 소렌은 블로펜 못지않게 딱딱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블로펜이 나를 바라본다. 소렌과 함께 수련한 지 2달째가 되어가는 어느 날. 크레베스는 우리를 교장실로 호출했다 벌써 3번째나 교장실을 방문하는 것이지만 블로펜 특유의 위압감은 여전히 불편하기만 했다.

“도군 너는 어떻게 할 셈이냐?”

결론만 말하자면 블로펜은 나와 소렌이 A반을 맡아 대련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매칭을 준비하는 데는 크레베스보다는 같은 또래의 우리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솔직히 상당히 내키지 않는 제안이었다. A반의 학생들은 너무 수준이 떨어져서 사실상 내게 별로 도움이 안 되기도 하고 에럴드의 건방도 별로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소렌은 선선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묻고 싶었지만 그녀는 내게 한번 지고 나서는 도무지 말상대를 해 주지 않아서 물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라리 아무 상관도 없던 첫 만남 때가 훨씬 나을 정도였다.

“저도 하겠습니다.”

소렌이 A반을 상대한다고 하면 어차피 혼자서 수련할 처지다. 더군다나 그녀가 하는 걸 내가 안 하는 것도 영 내키지 않은 것이 이 일을 수락한 이유일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A반 녀석들을 허수아비 삼아 검영연파라도 수련할 수밖에. 나한테 두들겨 맞고 원망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블로펜의 제안을 수락한 우리는 오랜만에 1수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를 본 크레베스는 절도 있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겼다. 전임 근위대장다운 미소였지만 작달만한 키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한편 우리를 반기는 건 크레베스 혼자뿐이었다. 크레베스가 우리를 소개하고 매칭을 대비한 훈련계획을 말하자마자 A반 전체가 웅성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한 무리의 소년들이 크레베스에게 우르르 몰려나왔다.

“무슨 일인가요, 에럴드?”

“죄송하지만 대련에서 도군을 제외해 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대련을 하기 싫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군. 오랜만에 보는 에럴드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에럴드 뿐만 아니라 에럴드의 뒤에 서 있는 소년들 모두가 영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크레베스는 그 소년들을 하나하나씩 바라보고는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들으신 대로입니다. 저희는 결코 도군과 대련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제 뒤의 모두가 마찬가지고요.”

“합당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크레베스가 평온하지만 묵직한 음성과 더불어 은연중에 기세를 발출하며 물었다. 그러자 에럴드는 흠칫 놀라면서도 마른침을 삼키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실력을 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도군과 대련한다면 분명 자신감을 잃을 것입니다. 도군은 그만큼 뛰어나니까요. 부디 이해 부탁드립니다.”

잘 포장하긴 했지만 결국 나한테 지면 자존심이 상한다는 얘기군. 크레베스도 어느 정도 그런 속내를 읽었는지 조금 언짢아하며 말했다.

“지는 것도 경험입니다. 그런 이유라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에럴드가 낭패라는 듯 입술을 꾹 깨문다. 그때 에럴드의 뒤에 서 있던 주근깨투성이 소년이 나서서 거위의 목에서 억지로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변성기라도 왔나보군.

“크레베스 선생님도 귀족이시면서 평민에게 지면 얼마나 분한지 왜 모르시는 거죠?”

“켈슨! 조용히 해!!”

에럴드가 주근깨 소년의 입을 틀어막으며 무섭게 그를 노려보았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크레베스가 잠시 눈을 감고 묵묵히 있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평민이라 불리는 사람에게 졌으니까요. 아니, 그냥 진 것도 아니고 수없이 패배했습니다.”

크레베스는 평온을 가장했지만 은연중에 내뿜던 기세가 돌변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칼날 끝처럼 매섭게 돌변한 분위기에 대항하듯, 에럴드가 기어이 주근깨 소년의 뺨을 힘껏 후려친다. 주근깨 소년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고 바닥을 엉금엉금 기었다. 에럴드가 크레베스를 향해 황급히 머리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크레베스 선생님. 저희는 결코 선생님과 블로펜 교장선생님을 두고 한 말이 아닙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교장선생님에게 계속 도전해서 진 건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꽤 오래 전 일인데 아직도 기억하는 분이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군요.”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화는 나는지 크레베스의 표정은 평소의 온화한 표정과는 달리 터무니없이 무표정했다. 말투와 표정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더욱 크레베스의 분노를 잘 보여주었다. 에럴드가 수하 관리는 잘못한 모양이군. 나는 속으로 에럴드의 곤란한 처지를 비웃으며 팔짱을 끼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에럴드가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할지 궁금하군.


그런데 그때 갑자기 소렌이 뚜벅뚜벅 앞으로 나선다. 느닷없이 소렌이 나서자 크레베스마저도 조금 당황한 눈치다. 크레베스가 당황한 덕분에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지만 소렌은 결코 무거운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나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주변머리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소렌은 에럴드의 코앞에 서서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무뚝뚝한 태도와 상반되는, 그야말로 인형 같은 외모의 소녀가 가까이서 얼굴을 맞대자 에럴드가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는다.

“뭐, 뭡니까 폰테일 양?”

“얼마나 잘났는지 보고 있다.”

“예?”

“얼마나 잘났기에 이런 꼴사나운 짓을 하고 있는지 보고 있었다고.”

소렌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서 오히려 크레베스가 다정다감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왜 화가 난 거지? 그 순간 나는 소렌이 내게 한번 졌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그제야 나는 소렌이 왜 화가 났는지 알 것 같았다. 큰일 났군. 신분도 실력도 통하지 않는 상대를 화나게 했으니. 소렌은 북풍한설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평민에게 지는 게 분하겠지. 그럼 같은 귀족한테 지는 건 어떤지 경험해 볼래?”

“소렌 양!!”

크레베스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소렌을 막는다. 크레베스가 소렌의 팔을 붙들었을 때 소렌은 이미 허리에서 두 자루의 검을 뽑은 상태였다. 크레베스가 말리지 않았다면 이미 에럴드의 어깨 쯤에 멈춰있는 두 자루의 검이 에럴드의 양 볼을 사정없이 휘갈겼을 것이다. 에럴드는 소렌이 열여덟 살을 넘지 않았다는 것을 감사해야 할 것이다. 진검이었으면 단번에 목숨이 날아갈 뻔한 일격이었으니.

그나저나 내가 저런 녀석을 한번이라도 이겼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천의결이 없다면 나도 저 꼴이 났으려나? 아니지. 아마 어거지로 한 번은 막을 수 있었을까?

“소렌 양. 너무 지나쳤습니다. 검을 집어넣으세요.”

크레베스가 소렌을 말리고 소렌이 검을 집어넣고서야 석상처럼 굳어있던 에럴드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군다. 후작가의 도련님께서 참 안됐군. 소렌이 내게 지지만 않았어도 저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소렌이 정중히 크레베스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일이 마무리되는가 싶었지만 소렌은 아직 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A반을 향해 더없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히 평민 운운하지 마. 너희들이 소위 평민들의 처지에 있으면 어떨 것 같은데? A반? 웃기는 소리지. 너희는 하이스쿨에 입학할 수도 없었을 터.”

신랄한 독설을 내뱉던 소렌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잘 들어. 난 이미 도군에게 졌어. 도군은 평민이면서, 아니. 평민이자 아무것도 없는 고아이면서 날 꺾었다고. 너희는 도군의 입장에서 하이스쿨에 입학하고 A반 모두를 능가하고 나를 이길 자신이 있어? 더 이상 도군을 무시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아.”

소렌의 언성이 점점 높아진다. 늘 조용하던 사람이 한번 화를 내면 걷잡을 수 없는 법인지, 소렌이 나서자 A반의 누구도 그녀와 맞서지 못한다. 소렌은 못마땅한 태도 그대로 내 옆으로 돌아와 섰고 나는 괜히 그녀가 불편해서 볼을 긁적이며 땅을 툭툭 찼다. 나는 이런 찬사가 절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든 나와 같을 일을 겪었다면 이 정도는 해낼 수 있을 테니까.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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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매칭 (1) +5 13.02.06 7,784 135 10쪽
13 2. 새로운 삶 (7) +4 13.02.05 7,519 146 15쪽
12 2. 새로운 삶 (6) 13.02.05 7,661 136 10쪽
11 2. 새로운 삶 (5) 13.02.05 7,768 136 13쪽
10 2. 새로운 삶 (4) +4 13.02.04 8,817 208 13쪽
9 2. 새로운 삶 (3) +8 13.02.03 9,909 230 10쪽
8 2. 새로운 삶 (2) +2 13.02.03 8,916 147 12쪽
7 2. 새로운 삶 (1) +11 13.02.02 12,543 227 11쪽
6 1. 천하제일의 둔재 (6) +13 13.02.01 11,726 217 12쪽
5 1. 천하제일의 둔재 (5) +15 13.02.01 8,774 131 10쪽
4 1. 천하제일의 둔재 (4) +17 13.02.01 8,632 127 11쪽
3 1. 천하제일의 둔재 (3) +6 13.01.31 9,560 133 17쪽
2 1. 천하제일의 둔재 (2) +4 13.01.31 11,370 147 14쪽
1 1. 천하제일의 둔재 (1) +12 13.01.31 18,719 30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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