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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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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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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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칭 (5)

DUMMY

폰테일 공작을 만난 다음부터 나는 모든 대련에 진지하게 임하기 시작했다. 그건 소렌과 동등한 자리에 서기 위한 내 나름의 다짐이었다. 물론 마음을 어떻게 먹든 재미없는 일이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기왕 마음먹은 이상 나는 잡념을 일체 지워버리고 눈앞의 상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급변한 내 기세에 소년들은 당황한 듯 더욱 우왕좌왕하며 엉망으로 대처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몰아붙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매칭을 대비한 지 3주째가 되었다. 소렌 때문에 빛이 바래보이던 이들이지만 A반 역시 우수한 이들만은 모아 둔 곳이었다. 대련에서 거듭 패배하던 이들은 점점 실력이 늘어갔고, 그중 에럴드가 가장 먼저 큰 변화를 보였다.

“받아라, 도군!”

유치한 기합을 외치는 주제에 일격은 무겁기 그지없다. 흔들림이 거의 없는 단단한 자세로부터 그에 걸맞은 육중한 일격이 붕 소리를 내며 바람을 가른다. 마나를 쓴 건 아니었지만 에럴드는 흙의 마나를 터득하기 위해 중검을 수련했고 체구와 맞지 않는 묵직한 일격이 바로 그 결과였다. 이제 내공 없이 이걸 정면으로 받아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대처 못할 정도는 아니다. 우선 일격을 피한 다음 에럴드의 검신을 따라 연달아 검을 휘둘렀다. 에럴드는 안간힘을 쓰며 유선형을 그리는 검세를 막으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에럴드의 검은 긴 양손검인데다가 에럴드가 익힌 검술 역시 연속공격을 막아내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억지로 검을 막아내던 에럴드는 마침내 균형을 무너트리고 만다. 이어서 나는 검을 회수함과 동시에 찌르기를 구사했다. 검영연파에 따라 부드럽게 파고든 찌르기가 에럴드의 코끝에서 멈춘다. 여기까지다. 에럴드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대련을 끝이 났다.

“쳇, 또 졌군. 대체 도군 저 녀석의 끝은 어디인 거냐?”

에럴드가 혼잣말로 투덜대는 것을 귓등으로 흘리며 나는 오늘의 대련을 다시 새겨보았다. 예전 같지는 않았다. 기본검식만으로 쓰러트릴 수 있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제대로 된 검식을 쓰지 않으면 좀처럼 승리를 거두기 어려워졌다.

즉, 내가 강하게 몰아붙일수록 저들 역시 강하게 튕겨져 나온다. 전에는 이런 간단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지루한 수련으로 저들을 이겨왔지만 소렌과 마주보기 위해 노력하며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지루했던 대련은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었다.

“이봐 도군.”

다른 이들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나도 슬슬 돌아가려는데 에럴드가 물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다가온다. 편협한 시선은 사라졌지만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데면데면한 사이일 뿐이었고 단지 대련을 하는 데 거부감이 없어진 것뿐이다. 그런데 대체 왜 갑자기 친한 척 말을 거는 걸까?

“너 폰테일 양하고 같이 수련하고 있잖아.”

“그런데?”

“그럼 둘 중 누가 더 강한지 감이 오지 않아?”

“당연히 소렌이지.”

대련에서 이긴 건 나였지만 그건 천의결의 효용 덕분이고 공평하게 대결에 임했다면 진 건 내 쪽이니까. 에럴드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잠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절래절래 고개를 내젓는다.

“역시 난 아직 멀었어. 너도 이렇게 엄청난데 소렌은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여자애들이 감당해낼 수 있으려나?”

소렌이 봐주지 않는다면 아마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특히 스톰브링거까지 쓴다면 소렌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A반의 여자들을 곰곰이 떠올려 보다가 문득 내가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럴드는 좀 알려나? 여자들과도 언젠가 맞붙어볼 생각이기에 나는 에럴드로부터 정보를 뽑아내기로 했다.

“에럴드. 르네라고 했나? 걔는 실력이 어때?”

“뭐야, 왜 나한테 걔 실력을 물어보는 건데?”

“그야 둘이 친해 보였으니까.”

“치, 친하긴 누가!”

대수롭지 않는 한마디에 에럴드가 드물게도 자제력을 잃고 언성을 높였다. 언제나 귀족다운 태도를 견지하던 에럴드 치고는 너무 과한 반응이었다. 에럴드도 자신의 반응이 격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주위를 황급히 두리번거리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친하지는 않아. 가문 간에 교류가 많아서 어릴 때부터 자주 본 사이라 서로 격식이 없는 것뿐이지.”

그런 게 친하다는 것 아닐까? 에럴드는 더 이상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하아, 이번에는 라스탄트의 하이스쿨하고 매칭이 되는 모양인데 이번에는 로베른이 이겼으면 좋겠다.”

“음, 라스탄트는 군사강국이었지 아마?”

다른 왕국의 하이스쿨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과연 그곳은 어떤 곳일까? 어쩌면 소렌이나 나를 뛰어넘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나처럼 혼돈의 사도로서 암약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들은 모르겠지만 혼돈의 사도는 꼭두각시일 뿐이다. 혼돈의 안배에 따라 움직이면서 그것을 자신의 길이라 여기면서 사는 것이다. 젠장, 천의결이 아니었으면 나도 그런 꼴이 되었겠지.

“긴장하는 거야? 도군 너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였구나.”

혼돈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고 인상을 찌푸리는 게 긴장하는 걸로 보였나? 매칭 자체는 별로 걱정도 되지 않았고 요즘 내 관심거리는 소렌과의 재대결이다. 그러나 나는 냉혹한 진실을 퍼붓는 대신 적당히 에럴드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로 했다.

“나도 사람이니까.”

반쯤은 솔직한 심정을 담아 중얼거리듯 말하니 에럴드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볼 땐 소렌이나 너나 사람 같진 않은데.”

“실례의 말씀이군.”

“실례는 무슨. 이래봬도 난 라스탄트의 미들스쿨 출신이라고. 무려 엠펠로니아의 몬스터를 죽이고 졸업자격을 얻은 사람이라는 거지. 그래서 솔직히 난 로베른의 하이스쿨을 얕잡아봤어. 그런데 막상 와 보니 하이스쿨에선 3등. 아니, 실력차이로만 보면 완전히 순위권 바깥이잖아. 그걸 느끼고 내가 얼마나 박탈감을 느꼈는지 알긴 해?”

라스탄트의 미들스쿨은 실전을 졸업요건으로 치는 모양이다. 로베른의 미들스쿨은 시험만 통과하면 그냥 졸업을 시켜준다는 점이 조금 허술하게까지 느껴진다. 아무래도 라스탄트는 엠펠로니아에 직접 국경이 닿아 있기에 더욱 실전을 추구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라스탄트의 하이스쿨에는 조금 기대를 걸어볼만 하겠군.

“라스탄트에는 나 같은 사람이 없었어?”

“글세?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분명 있었는데 너하고 그 사람 중에 누가 강한지는 도저히 모르겠네. 난 형편없이 지기만 해서 말야. 쳇, 그래도 하이스쿨에 온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한방거리라리. 진짜 어이가 없어서…….”

첫 대련에서 한방에 나가떨어진 게 아직도 분한지 에럴드는 시선을 돌리면서도 노골적으로 투덜거렸다. 무슨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냥 잠자코 들어주는 게 낫겠지.

“아무튼 이번 매칭은 꼭 이겼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매칭성적은 로베른이 라스탄트에 늘 뒤처지고 있거든. 하지만 난 내가 졸업한 곳이 최고가 아닌 건 용납 못해. 졸업할 때까지 내 모든 역량을 다해서 로베른을 라스탄트 위로 끌어올리겠어.”

저런 말을 열다섯 살 소년이 한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귀족이란 그런 걸까? 그리고 보면 귀족들이란 무림인들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없잖아 있군. 무림인 역시 명성과 영예를 따지기 좋아하는 이들이니.


그 다짐을 입 밖에 낸 다음부터 에럴드는 정규수련시간 외에도 나를 찾아와 대련을 청했다. 물론 에럴드가 이긴 적은 없다. 이쯤 되면 화가 날만도 한데 에럴드는 끝없이 나를 상대하는 데 힘을 썼다. 나도 에럴드의 의지에 호응해 더욱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 열의가 빛을 발하는 것인지 나는 검영연파와 검명비산을 더욱 능숙하게 구사해낼 수 있게 되었고 그 두 개의 검식을 섞는 것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다시 시간이 흘러 매칭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몇 시간만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매칭에 돌입하게 된다. 전날이라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아 나는 잠을 포기하고 눈을 감고 참오를 거듭했다.

그동안 깨달았던 것을 적용하려니 점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검식을 섞는 건 조금 고민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둘 다 초식이 단순한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검의다. 강(强)과 연(連)이라는 검의를 섞는 건 지금으로선 정말 터무니없는 일로만 느껴졌다. 강한 공격은 느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공격은 약하다. 이 둘을 함께 발휘하는 방법이 있을까?

어쩌면 천의결을 쓴다면 정말 자연스럽게 두 검의를 섞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의존이다. 나는 머리를 흔들어 천의결의 유혹을 머릿속에서 떨쳐냈다. 천의결 없이도 검의를 담은 검세를 펼쳐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천의결은 다만 혼돈에 잠재된검의와 검식을 이끌어내는 데만 사용하도록 할 것이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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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6 wh******..
    작성일
    14.08.19 15:46
    No. 1

    주인공 지가 언제부터 그렇게 잘나셨다고
    일단 답이나온건 그답을 갖고 다시 생각해야지
    심기체 조화도 못이룬게 기와 체를 빨리 심에
    맞춰 끌어 올릴 생각 안하는거 보면 심도 그닥
    아직까진 발전이 없어보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우룡(牛龍)
    작성일
    15.01.14 08:40
    No. 2

    한방거리라리(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뎃군
    작성일
    16.10.28 13:55
    No. 3

    천의결이 자신의 심득인데 뭔소리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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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 새로운 삶 (2) +2 13.02.03 8,916 147 12쪽
7 2. 새로운 삶 (1) +11 13.02.02 12,543 227 11쪽
6 1. 천하제일의 둔재 (6) +13 13.02.01 11,727 217 12쪽
5 1. 천하제일의 둔재 (5) +15 13.02.01 8,774 131 10쪽
4 1. 천하제일의 둔재 (4) +17 13.02.01 8,633 127 11쪽
3 1. 천하제일의 둔재 (3) +6 13.01.31 9,560 133 17쪽
2 1. 천하제일의 둔재 (2) +4 13.01.31 11,371 147 14쪽
1 1. 천하제일의 둔재 (1) +12 13.01.31 18,719 30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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