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연재수 :
226 회
조회수 :
587,384
추천수 :
10,871
글자수 :
1,513,856

작성
14.07.29 00:14
조회
1,223
추천
33
글자
11쪽

3. 천의검문의 소문주 (5)

DUMMY

“도 공자, 슬슬 일어나시죠?”


약간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소리에 조금씩 잠에서 빠져나왔다. 부스스 눈을 뜨니, 침상 옆에 앉아있는 심하령이 서책을 덮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주무실 줄은 몰랐네요.”


“벌써 말입니까?”


눈을 한번 감았다 뜨고 창 쪽을 바라보니 과연 바깥은 하얗게 밝았다. 내가 늦잠을 다 자다니, 그 꿈을 꾼 이례로 처음이다. 어제 너무 긴장을 풀고 있었던 걸까?


“급한 건 없으니까 상관없지만요, 어제 절 버리고 먼저 가시고 이렇게 편하게 주무실 줄은 몰랐네요.”


“버리고 간 건 아닙니다. 곤히 자고 있어서 문사님께 부탁을 드렸는데.....”


나는 무심코 옷을 갈아입으려다 심하령의 시선을 느끼고는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심하령은 다시 서책으로 눈을 돌리고는 벽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제 다 봤던 몸이니 상의 정도는 그냥 갈아입으세요. 정 싫으시면 저기 병풍 뒤에서 갈아입으셔도 되고요.”


갑자기 얼굴이 확 붉어진다. 그땐 이것저것 생각하는 통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별다른 생각이 없어서 그런지 유독 신경이 쓰인다.

다행히도 심하령은 정말로 신경을 쓰지 않는 표정이라, 나는 침상옆에 놓인 병풍 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언제 준비했는지 세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설마 그녀가 준비했을까? 그러나 곧 수건을 들고 있는 소녀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 공자.”


세안을 마치자마자 심하령이 나를 불렀다. 나는 수건을 소녀에게 돌려주고는 그녀가 나가기를 기다린 다음 대답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러십니까?”


“어제 유 총관에게 뭐라고 했나요?”


“유 총관이라면.... 그분 말씀이십니까? 그냥 소저의 잠자리를 잘 봐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요?”


나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굳이 따진다면 유건형이 이상한 헛소리를 한 것 뿐일까? 이를 말해주자 심하령이 갑자기 내게 서책을 냅다 집어던졌다.


“대, 대체 무슨 소리를 한 거에요?”


갑자기 얼굴을 확 붉히는 심하령을 바라보며, 나는 애 면전에 날아드는 서책을 잡아챘다. 이것이 더욱 약을 올렸는지, 심하령이 이를 박박 갈며 쏘아붙였다.


“척 봐도 그거잖아요. 그건.......”


심하령이 어째 영 말을 잇질 못한다. 한편 나는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이 있는지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러나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잠시 후, 심하령이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손을 내저었다.


“에휴, 됐어요. 어차피 공자는 별 생각 없었겠죠. 하지만 어쩌면 조만간 아버지를 뵈야 할지도 몰라요. 그땐 알아서 처신하세요. 전 모르니까요.”


“심 장주님 말씀이십니까?”


영 이해가 되지 않는 소리 뿐이지만 더 생각하기 전에 심하령은 다른 주제를 꺼내들었다.


“그 일은 이제 됐고, 도 공자님. 아무래도 한중성에 더 오래 머물러야 할 것 같아요.”


“음, 그래 보였습니다. 한 대주가 꽤 피곤해 보이더군요.”


“그것도 그렇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녜요. 한중성에 문제가 생겼어요. 성문에서 검문을 하는 것도 다 그 문제 탓이죠. 우리 심가상도 그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어요.”


그때 유건형이 말을 아꼈던 문제일까? 심하령이 조금 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지금 성내에 신투(神偸)가 횡행하고 있다고 해요.”


“신투라면 도둑 말입니까?”


도둑이야 늘 있는 문제 아니던가? 그러나 심하령이 말하는 바는 좀 더 커다란 문제였다.


“그냥 도둑이 아니에요. 한중에서 신투의 손이 거쳐가지 않은 물건이 없다고 하니까요. 무엇보다 한중성주의 물건을 훔쳐갔으니 꽤 대단한 도둑인 거죠. 얼마나 신출귀몰한지, 무영신투가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도 돌기도 해요..”


“그렇다면 심가상의 피해는 어떻습니까?”


심하령이 이리 나오는 걸 보면, 심가장의 상단도 꽤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이에 심하령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아직은 없어요. 신투가 다녀간 흔적은 있지만 물건이 없어지진 않았다고 해요. 신투는 심가상 외에도 여러 곳을 들락날락한 모양이에요. 아직은 성주 외에는 별로 피해가 없지만, 불안 때문에 점점 한중성으로 흘러들어오는 돈이 마르고 있어요.”


그렇다면 당장은 피해가 없어도 나중에는 반드시 큰 피해가 올 거라는 말이군.


“그래서 도 공자께 부탁드리고 싶어요. 사흘만 여기 머물면서 신투에 대해 조사해볼 수는 없을까요? 이번에 맡으신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지만....”


“그러겠소.”


“네?”


심하령이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다 했습니다.”


“아, 아니. 그래 주시면 좋겠지만 천의검문의 일도 중요하고...”


“어차피 소저께서는 동평왕에게 가기 전에 그 정도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해서 사흘이라 하신 게 아닙니까? 그리고 그 안에 일을 끝낼 가능성이 있다 생각하셨겠지요.”


심하령은 나와 비교할 수 없는 심계를 가지고 있다. 이 정도는 상정해 두고 내게 청을 해온 것이 분명하다. 심하령은 내가 흔쾌히 수락한 것이 오히려 께름칙한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나는 심하령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더욱이, 남도 아니고 심가장의 일이라면 제가 돕는 것도 당연할 겁니다. 하니, 유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해요 도 공자.”


어째 반응이 뒤바뀐 모양새다. 본래는 내가 더 고민하고 조심스러웠어야 하는데 오히려 심하령이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그럼 당장 움직이지요. 소저께서 상정하신 계획은 있습니까?”


“아, 네. 우선 성주를 뵈고 정확히 도둑맞은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어요.”


그 무골호인이라는 성주 말이군. 생각에도 없었는데 성주를 보게 되는군. 한편으로는 이런 엄청난 성을 다스리는 성주를 보고 싶었기에, 나는 곧장 문을 열고 바깥으로 향했다.


바깥으로 나오니, 이미 밖에는 한상염과 설초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미리 준비한 건 심하령이겠지. 그리고 어떻게든 나를 설득하려 많은 말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리 쉽게 승낙하니 맥이 빠져서 그런 반응을 보였겠지. 아무리 그녀가 확신한다 해도 결국 내가 거절하면 그만인 일이니, 심하령도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정말로 무영신투일까요? 그럼 잡기 되게 힘들지 않을까요?”


질리지도 않는지 설초아는 마차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에 심하령은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겠지요. 무영신투가 아무리 전설적인 도둑이라도, 한창 활동할 때가 수십년 전이니, 지금은 폭삭 늙은 노인일 뿐이에요. 그리고 현재 무림에는 아직 무영신투가 완전히 몸을 감출 어둠이 존재하지 않아요. 설령 어쭙잖은 어둠이 암약하고 있더라도 한중성주와 심가장. 그리고 천의검문을 속이려 들지는 않겠지요.”


과연, 그렇기에 사흘이라 이 말이군.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무겁다. 어쩐지 나는 이 일이 심하령의 말처럼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것만 같다. 숱한 어둠에게 곤란을 겪었던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거라면 좋겠지만, 왠지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우아아, 엄청 커요. 밤에 봤을 때보다 더 커진 것 같아요.”


설초아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른 성주의 궁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렸다. 확실히 감탄할만한 규모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가 아니어서야 한중성주의 궁이라 부르기도 민망하겠지.

성주의 궁에 들어가는 것 역시 별로 어렵지 않았다. 심하령이 일전의 그 패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아무런 제지 없이 성주의 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솔직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성주의 궁도 이리 허술하게 들어갈 수 있는 겁니까? 성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성문하고 별다를 게 없군요.”


이래서야 도둑을 당하는 것도 당연하지. 하지만 내 생각만큼 성주의 궁이 허술한 건 또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는 않아요. 원래는 철저히 몸수색까지 했어야 하지만, 아침에 성주가 직접 우리를 불렀기에 이렇게 쉽게 들어온 거예요. 사전에 이야기를 다 해 둔거죠.”


이런 너무 섣불리 결론은 내렸군. 조금 민망해서 입을 다무는데, 이를 놓치지 않고 설초아가 히죽거리며 내 옆에 바짝 붙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맞아요. 그때 이상한 아저씨 한명이 소문주님을 찾았어요. 히히, 그때 자고 계셨죠? 잠꾸러기시네요 소문주님.”


“초아야, 무례를 저지르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


한상염이 이제는 습관처럼 설초아를 꾸짖으며 그녀를 내게서 떨어트렸다. 별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은 한상염의 행동이 정말로 고마웠다. 자학하는 것은 익숙해도 누군가에게 놀림을 당하는 건 아직 익숙지 않았다.


“오, 그대들이 바로 심가장과 천의검문의 후계자들인가?”


성주는 심하령의 말대로 정말로 사람 좋아보이는 장년의 사내였다. 훌륭한 지배자는 될지언정, 난세의 패자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 생각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 동안, 심하령이 먼저 인사를 올렸다.


“심가장의 소장주 심하령입니다. 그리고 이분은 천의검문의 소문주이십니다.”


“흐음, 과연 듣던 대로 출중한 젊은이로군. 문주께서는 평안하신가?”


참 할 말 많이 만드는군. 나는 한 번도 외인에게 나를 드러낸 적 없으니 저건 인사치레에 불과하겠지만, 나는 저 말이 어째 나를 놀리는 것 같이 들려서 조금 기분이 가라앉았다.

한동안 나를 비롯한 이들의 소개를 마치고, 성주가 대뜸 본론을 꺼냈다.


“실은 그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네. 마침 심상도 제의를 해 왔기에 부담 없이 말하겠네. 신투를 붙잡아 주게. 생사는 불문에 붙여도 좋네. 도둑이 날뛰는 걸 근절하기만 한다면 나는 내가 도둑맞은 물건이 없어져도 개의치 않을 것이야.”


흠, 생각보다 도둑맞은 물건이 하찮은 것일까? 아니면 성주라는 자리에 걸맞은 대범함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주님, 만약 도둑맞은 물건이 크게 비밀스러운 물건이 아니라면 저희에게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신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심하령의 또박또박한 목소리가 넓은 대전을 울린다. 성주는 잠시 말을 끊고 옥좌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크게 대단한 물건은 아니라네. 하지만 흔치는 않은 물건이니 찾기는 어렵지 않은 걸세.”


“그게 무엇인가요?”


“전대의 거마, 혈비도(血飛刀)가 남긴 물건일세. 현철로 된 비도지.”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빨리 올리고 내일은 볼일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nferior Struggl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1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3) +5 15.01.05 890 21 16쪽
170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2) +3 14.12.29 814 25 18쪽
169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1) +6 14.12.20 887 21 12쪽
168 5. 무림대회(武林大會) (9) +5 14.12.13 976 21 17쪽
167 5. 무림대회(武林大會) (8) +7 14.12.07 923 21 16쪽
166 5. 무림대회(武林大會) (7) +3 14.12.02 861 25 15쪽
165 5. 무림대회(武林大會) (6) +2 14.12.01 820 17 18쪽
164 5. 무림대회(武林大會) (5) +7 14.11.18 786 23 11쪽
163 5. 무림대회(武林大會) (4) +6 14.11.15 847 22 11쪽
162 5. 무림대회(武林大會) (3) +1 14.11.08 873 24 7쪽
161 5. 무림대회(武林大會) (2) +6 14.10.24 1,343 24 13쪽
160 5. 무림대회(武林大會) (1) +4 14.10.15 1,028 24 16쪽
159 4. 유아독존(唯我獨尊) (10) +5 14.10.14 1,178 24 25쪽
158 4. 유아독존(唯我獨尊) (9) +2 14.10.13 1,339 20 21쪽
157 4. 유아독존(唯我獨尊) (8) +5 14.10.03 1,108 28 18쪽
156 4. 유아독존(唯我獨尊) (7) +5 14.10.01 1,589 27 11쪽
155 4. 유아독존(唯我獨尊) (6) +4 14.09.27 1,015 24 16쪽
154 4. 유아독존(唯我獨尊) (5) +5 14.09.27 1,222 25 17쪽
153 4. 유아독존(唯我獨尊) (4) +8 14.09.27 1,327 26 21쪽
152 4. 유아독존(唯我獨尊) (3) +7 14.09.26 1,149 21 22쪽
151 4. 유아독존(唯我獨尊) (2) +6 14.09.20 1,269 27 10쪽
150 4. 유아독존(唯我獨尊) (1) +4 14.09.12 1,367 34 21쪽
149 3. 천의검문의 소문주 (12) +7 14.09.05 1,472 37 13쪽
148 3. 천의검문의 소문주 (11) +7 14.08.31 1,477 33 11쪽
147 3. 천의검문의 소문주 (10) +6 14.08.24 1,225 33 10쪽
146 3. 천의검문의 소문주 (9) +9 14.08.10 1,558 35 20쪽
145 3. 천의검문의 소문주 (8) +4 14.08.04 1,318 33 18쪽
144 3. 천의검문의 소문주 (7) +9 14.08.01 1,414 37 12쪽
143 3. 천의검문의 소문주 (6) +4 14.07.30 1,160 33 12쪽
» 3. 천의검문의 소문주 (5) +5 14.07.29 1,224 3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