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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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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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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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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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4. 유아독존(唯我獨尊) (5)

DUMMY

이틀을 종일 걷고 달려서 마침내 나는 작은 마을에 당도했다. 사람 냄새가 나는 곳에 다다르니 절로 마음이 안정되고 미소가 배어 나온다. 그렇지만 나는 곧 풀어지는 표정을 굳히고 주위를 경계했다. 대로변에서 사람을 암습하는 놈들이다. 하물며 이런 작은 마을에서야 얼마든지 나를 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뭘 좀 먹을까?”


긴장과 허기로 날카롭게 일어난 감각이 저 멀리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를 귀신같이 알아챘다. 그리고 홀린 듯이 냄새를 따라 나는 시장 근처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비정한 현실을 깨닫고 말았다. 다른 것이 아니었다. 나는 지금 수중에 한 푼도 없었다. 아니, 배수에게 당할까 봐 품속 깊은 곳에 간직해 둔 전표가 있긴 했다. 놈들이 소지품을 거의 다 빼앗아 가긴 했지만, 속옷에까지 손을 대지 않은 건 참 다행이었다.


“미치겠군. 이걸 당장 쓸 수도 없고.”


전표를 빼앗기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이건 너무 큰 돈이라 작은 마을에선 도저히 쓸만한 돈이 아니다. 그렇지만 견물생심이라 했다. 막상 음식이 눈앞에 들어오니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저씨도 거지에요?”


음식을 올려 둔 가판을 서성이고 있으려니, 가판에 올려진 음식을 정리하던 어린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묻는다. 거지라는 말에 좀처럼 반응하지 못하고 음식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가 나는 그것이 나를 지칭하는 말임을 그제야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거지 맞는 거 같은데요? 빨리 가요. 아빠 오면 엄청 혼나요.”


“.....돈은 있으니 저거랑 이걸 좀 주지 않으련?”


거지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 걸까? 아니면 그냥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일까? 나는 대뜸 반박하며 면전에 전표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전표를 돌려주었다.


“그런 건 안돼요. 돈 없어요? 이렇게 생긴 거요.”


가판에 달린 작은 주머니에서 아이가 돈을 꺼내 흔들어 보인다.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런 걸로 시간을 버릴 때가 아니건만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다. 아무렴 아이라 그렇겠지만 말이다.


“어른 아무나 불러오지 않겠니? 아니, 그걸 어른께 보여드려라.”


이것으로 다 되었다 싶었다. 아마 가판의 주인은 큰돈을 받을 수 없다 하겠지만, 거스름돈을 받을 생각도 사라질 만큼 나는 눈앞의 먹을 것에 홀려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내 생각보다 훨씬 각박했다.


“이 거지가 어디서 개수작이야? 칼만 주워다 차면 누가 넘어갈 줄 알고? 꺼져!”


노점에서 전표를 내미니 아예 가짜 돈 취급을 받는구나. 눈앞에서 전표를 박박 찢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온다. 저게 있으면 이 마을을 다 살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큰돈이 내 실수로 허공에 사라지는 걸 보니 저절로 속이 쓰려 온다. 아니, 사실 배를 채울 가능성이 사라져 더욱 슬펐다.


“미치겠군....”


한번 유혹에 시달려서인지 더욱 피로가 극심해져 나는 그만 시장 한구석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쫓기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음식 냄새가 풍겨오는 쪽을 두리번거렸다. 굽는 냄새. 찌는 냄새. 볶는 냄새....


“아저씨.”


그때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멀리서 오는 냄새가 아니라 바로 코앞에서 나는 냄새다. 정신이 번쩍 들어 뒤늦게 주위를 경계하려는데 그런 마음도 단박에 뭉갤 만큼 향긋한 냄새가 경계심을 녹여버렸다.


“배고프면 이거 먹어요.”


가판을 정리하던 아이였다. 그리고 그 아이는 가판에 있던 만두 두 개를 내게 내밀고 있었다.


“정말로.... 먹어도 되니?”


말로는 예의를 차리면서도 나는 이미 만두를 받아들고 우물대고 있었다. 아이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달다. 천하에 이런 진미가 또 있을까? 암습을 당한 다음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고작 죽 한 줌을 마시고 산을 몇 개나 넘으며 나는 이미 극도로 굶주려 있었다. 이 허기가 나를 극락으로 이끌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나는 깊은 만족감에 빠져들었다.


“아.”


뒤늦게 감사를 표할 생각이 들어 아이를 찾았지만 이미 아이는 온데간데도 없었다. 그 대신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만 가득할 뿐이다.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대체 나는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을지 상상이 된다. 더이상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서둘러 시장을 빠져나갔다.


“반드시 이곳을 지났다.”


“놈을 본 사람을 찾아라!”


시장을 절반쯤 지나쳤을 때, 저 멀리서 난폭한 고함이 들려왔다. 정신이 번쩍 든다. 놈들이다. 배를 채우느냐고 시간을 끈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여기까지 오다니.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이미 사람들 속에 숨어 있었다. 여기서 다시 거리를 벌려야겠군. 그리 생각하며 아예 고개를 푹 숙이면서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히고 절뚝거렸다.


“너! 양팔에 수갑을 찬 검객을 봤나? 양 발에도 족쇄를 차고 있다.”


흉흉한 이들의 등장으로 소란스럽던 시장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오직 저들이 나를 찾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점점 저들의 모습이 가까워진다. 가슴이 점점 쿵쾅댄다. 이대로 발각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서두르지는 않았다. 침착해라. 아직 들키지 않았어.

이목구비마저 또렷하게 구분되는 거리에 와서는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노골적으로 걸인 행세를 했다. 설마 천의검문의 소문주가 이런 행세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예상대로 그들은 행색이 초라한 이들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점점 가까워지는 이들의 눈치를 살폈다. 삼보. 이보. 일보. 지나쳤다.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안도의 한숨을 틀어막고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내가 거쳐온 아수라장을 모르는 그들이 실수다. 바로 그때였다.


“아, 그런 사람 봤는데. 그쵸 아빠?”


낭랑한 아이의 목소리가 조용한 시장을 뒤흔들었다. 아니겠지. 아니어야 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았다는 것에 절망했다. 내게 만두를 가져다주었던 그 아이가 낸 소리였다.


“뭐라고?”


나를 잡지 못해서 바싹 독이 오른 이들이다. 어린아이의 작은 혼잣말에도 심각하게 반응할 정도로 말이다. 뒤늦게 염소수염을 한 사내가 아이를 안아 들고 굽실댔지만, 너무 늦었다. 저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고는 단번에 염소수염의 사내를 걷어찼다.


“아빠!”


“겁을 상실한 놈이군. 비켜라.”


싸늘한 말을 내뱉으며 검을 뽑아들자 주위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 가운데서 나만이 온전히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언제 놈을 봤지 꼬마야?”


“좀 전에 우리 만두 먹고 저기 있었어요. 그런데 왜 내 말에는 대답 안 해요? 그리고 우리 아빠 왜 때려요? 나쁜 사람들한테는 아무것도 안 가르쳐 줄 거예요.”


아이가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휙 돌렸고, 질문하던 사내의 얼굴이 붉어진다. 이에 뒤에 서 있던 사내들이 낄낄대기 시작하고, 질문하던 사내가 무섭게 아이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래, 어디로 갔다고?”


“안 알려준다고요!”


“아이고 대협! 저쪽입니다요. 저쪽으로....”


염소수염의 사내가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아무 방향이나 가리킨다. 그 방향에는 작은 개천이 하나 있을 뿐 제대로 된 길이 없었다.


“부자가 나란히 우릴 우습게 아는군.”


사내가 번개같이 손을 썼다. 그와 함께 염소수염의 사내가 피를 쏟으며 뒤로 쓰러졌다. 고스란히 그 피를 뒤집어쓴 아이가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이어서 사방에서 경악이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들어라, 소천검.”


사람을 베고 피범벅이 된 사내가 아이의 멱살을 잡아채서 목에 검을 들이밀고는 외쳤다.


“아직 이곳에 있다면 모습을 드러내라. 아니면 죽인다.”


어째서? 어째서 저 사람은 죽어야만 했을까? 그리고 왜 저 아이는 느닷없이 목숨을 위협받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상황도 이해할 수 없었고, 저들의 방식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셋을 세겠다.”


정말로 내가 여기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가 여기 있더라도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일까?

그 대답은 저 사내의 뒤에서 낄낄대는 이들에게서 나왔다. 저들은 사파인이다. 일개 촌민의 생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내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 이건 저들에게 보잘것없는 유흥이었고, 나를 찾으려는 방법의 하나에 불과했다. 돌을 던져 갈 방향을 정하는 것이라 다름없는 사소한 방법.


“하나.”


나가야 할까? 나가면 나는 반드시 죽는다. 저들의 실력은 하나하나가 내 윗줄에 있다. 기습으로 둘을 처치하긴 했지만, 정면에선 승산이 없다. 도망치는 것이 옳다. 여기서 내가 붙잡히면 저들의 음모는 완전히 어둠 속에 묻힌다. 그걸 누군가에게 알리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보듯 뻔하다.


“둘.”


그렇게 생각하고 저들을 외면하려 했다. 그러나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차라리 그 자리에 박혀서 움직이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나는 이미 어떻게 할 것인지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단지 일말의 망설임이 무의미한 갈등을 만들어냈을 뿐.


“놈이다!”


망했군. 아이를 향해 몸을 날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검을 뽑아들었다. 묵직한 수갑이 덜렁대는 왼팔이 아이를 낚아채고, 오른팔이 쥔 검이 사내를 향해 쇄도했다.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나는 아이를 시장 한가운데로 던졌다.


“받아 주십시오!”


사람들을 믿고 냅다 아이를 던졌고, 다행히도 누군가 아이를 무사히 받아들었다. 이것으로 은혜를 갚았다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더 큰 죄를 짓고 말았다. 내 일에 휘말려 저 아이의 아비가 죽어버렸으니.


“흥, 역시 정파 나부랭이로군. 이 상황에 사지로 걸어들어오다니.”


“협공한다.”


사내들이 일제히 움직여 내 사방을 점했다. 더없는 위기 속에서도 지금 나는 격한 감정에 휘말려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단지 이 빌어먹을 놈들을 베고 싶을 뿐이다. 아이의 아비가 쏟아낸 피로 물든 질척한 바닥을 딛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금수만도 못한 놈들이!”


분노를 담아 휘두른 일검이 허공을 가른다. 그러나 느리다. 내가 보아도 명백히 검의 속도는 느려터졌다. 그 검을 가뿐히 피해낸 사내가 확신을 담아 외쳤다.


“놈은 아직 내공을 쓰지 못한다. 지금 처치해야 한다.”


미안하지만 틀렸다. 난 내공을 쓰더라도 이것과 별반 차이가 없거든. 마음속으로 그렇게 조롱하며 나는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이 점점 어지러워졌다. 사내들이 구성한 검진에 완전히 갇혀 버린 것이다.


“큭!”


결국, 검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어설프게나마 터득한 육합권으로 사내들에게 육장을 뻗었다. 그러나 검사가 검으로 못 하는 일은 맨손으로 해결할 리 만무했다. 나는 고작 두 합 만에 제압당해서 바닥에 짓이겨졌다.


“끝까지 발악하는 꼬라지도 꼭 정파놈이군. 형오. 놈의 목을 베라.”


온몸으로 날 짓누른 사내의 말에, 형오라는 사내가 흠칫하며 반문했다.


“이, 이봐. 정말로 죽일 작정이야? 천의검문의 소문주잖아. 아무리 우리가....”


“닥치고 어서 목이나 따버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 이대로 뒀다가 소천검이 허튼 짓을 했다간 그땐 모든 게 끝장이다. 아무리 우리가 잃을 것 없는 쓰레기들이지만 그 정도는 깨달으라고!”


결국 형오라는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빌어먹을.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나는 발버둥 치려 애썼지만 온몸으로 나를 짓누른 사내는 천근추를 운용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자, 잘 붙들고 있으라고.”


형오의 칼이 점점 가까워진다. 두렵다기보다는 화가 난다. 그렇게 발버둥 친 결과가 이것인가? 다른 무엇보다 스스로가 원망스럽다. 겨우 이 정도로 끝나려고 서역에서 그렇게 많은 이들을 희생하면서 강해진 거냐고! 길고 긴 수난의 시간이 떠오르며 눈물이 부옇게 앞을 가렸다. 바로 그때였다.


“자자, 모두 주목!”


작금의 상황에 절대 어울리지 않는 쾌활한 목소리가 주위를 사로잡았다. 형오의 대도가 품고 있던 예기가 느슨해지고 날 짓누르고 있던 사내의 무게감이 조금 가벼워졌다.


“거기 깔고 앉은 분은 굉장히 고귀하신 분이거든요? 그러니까 얼른 내려오세요.”


“웬 놈이냐?”


나머지 세 사내가 무구를 앞으로 내보이고는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만약 내 귀가 고장 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불청객에게 다짜고짜 살수를 펼치지 않은 것을 후회하리라.


“맨날 그 말이야. 사파분들끼리 그런 약속을 한 건가요? 네? 지겨우니까 일단 압수.”


“무, 무슨.... 으아악!!”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세 명의 무기가 고스란히 불청객의 손에 넘어갔다. 공수탈백인과 같은 고강한 수법에 의한 거라면 저들도 저렇게 멍하니 서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격공섭물처럼 말도 안 되는 수법으로 무기를 빼앗긴 그들은 멍하니 불청객을 응시할 뿐이었다.


“아, 맞다. 도 공자님께서는 무사하시죠?”


문영.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문영의 얼굴이 더없이 반갑게만 느껴졌다.


“저 멍청한 놈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던 사내가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내 목에 검을 들이밀었다. 그러나 그 순간 문영이 다시 이쪽으로 손을 뻗었고, 사내의 손아귀를 찢어발기며 검이 문영의 손에 빨려 들어갔다.


“웃차. 이것도 압수. 어라, 피 묻어있네요? 이거 공자님 피 아니죠?”


“물론입니다.”


무기를 빼앗기고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내에게 육합권의 일초를 먹이고 나는 재빨리 사내에게서 멀어졌다. 문영이 네 자루의 병장기를 쓰레기 버리듯 휙 던져버리고는 손뼉을 짝짝 쳤다.


“와,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네요. 부업으로 권법이라도 배우셨나요?”


“그런 셈입니다. 그보다 구명지은(救命之恩)에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검문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갚겠습니다.”


“에이, 우리 사이에 뭘요. 그냥 나중에 밥이나 사줘요. 돈 많이 받았잖아요.”


그 돈은 이미 쓰레기가 된 지 오래지만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돈만큼은 없어도 소문주로서 나는 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전장에 맡긴 돈 전부를 원하더라도 모두 줄 용의가 있었다.


“자, 사파의 호쾌한 형님 여러분. 솔직히 말해봐요. 승산 없어 보이죠? 그럼 가세요. 아 물론 나중에는 사지가 찢겨 나갈 각오는 하는 게 좋은 겁니다. 공자를 호위하는 분이랑 정혼자께서 엄청나게 화가 나 있거든요. 저라면 아마 철검무룡이나 심가장의 무서운 소저를 건드리느니 그냥 자살하겠어요. 그러면 고작 당해봐야 능지처참이잖아요. 흠, 안 당해봐서 모르겠는데 능지처참이 덜 아프겠죠.”


문영이 줄줄이 내뱉은 말에 다섯 사내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삼할은 문영의 도발에 대한 분노로, 나머지는 앞으로 닥쳐올 위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 맞다. 자살하려면 무기를 돌려드려야 하죠? 하지만 안 돌려드릴 거예요. 제 경험상 사파분들은 무기만 쥐면 될 대로 되라 싶어서 싸우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거기 하나 남은 걸로 알아서 해 보세요. 되도록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요. 무슨 말일지 아시겠죠? 지금 죽기 싫으면 가보라는 말이에요. 가끔 못 알아듣는 분이 있어서 설명해드리는 거죠.”


“우, 우릴 우습게...”


끝까지 호기를 부리려던 사내는 끝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사내들과 함께 마을을 떠났다.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문영이 눈치 빠르게 나를 부축하고는 씩 웃어 보인다.


“아, 그런데 정혼자께서 화난 건 저 사람들 때문이 아녜요. 돌아가면 목숨 간수 좀 하셔야 할거에요.”


긴장이 풀려서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문영이 했던 농담을 흉내 냈다.


“만약 문 소협이 저라면 어떻게 했을 겁니까?”


“흠, 일단 저 형님들하고 똑같이 자살을 권해드리겠어요. 아니면 평생 잡혀 살든지요.”


“그래도 후자가 낫겠군요.”


“아, 그러네요. 나중에 정 후회되면 그때 가서 독약을 마시면 되니까요.”


그런 실없는 대화를 하며 나는 문영의 부축을 받아 걸어갔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허기와 피로를 달랠 곳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지만 역시 문영의 말대로 목숨은 장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선연재 후공개. 비공개로 뒀다가 풀어도 n이 뜰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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