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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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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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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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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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무림대회(武林大會) (4)

DUMMY

변변한 정보망도 없는 실정에, 소연화라는 존재는 대단히 중요한 인맥이었다. 소연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보다는 나았다. 그렇기에 심하령도 아무 근거 없는 행동을 수긍하고 나와 함께 소연화의 거처로 향했다.


소연화의 거처는 동평왕이 머물고 있는 곳만큼이나 화려한 곳이었다. 하늘 위에 있다는 상제의 궁이 이러할까? 특히 붉은 기둥이 죽 늘어서 있는 커다란 연무장은 무림인에게도 충분한 자극이 될 정도였다.


“공주마마, 무림인들이 마마를....”


시녀는 우리를 멀찌감치 세워두고 연무장 한가운데서 서성이는 소연화를 부르러 갔다. 그러나 시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연화가 이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고는 시녀를 무시한 채 냉큼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너희들이구나! 마침 잘 왔어. 엄청 심심했거든. 원래는 바로 너희한테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어흠, 본녀가 그리 한가한 처지가 아니라 그리되었다. 너희가 이해토록 해라.”


소연화가 횡설수설하며 슬쩍 시녀의 눈치를 살핀다. 시녀는 소연화의 반응을 보는지 마는지 알 수 없는 태도로 곧 연무장에서 멀어져갔다. 그리고 나서야 소연화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무슨 일 있습니까?”


시녀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여간 수상하지 않아서, 나는 궁금함을 못 이기고 물었다. 이에 묻지 않았으면 화를 냈을 것처럼, 소연화가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도 마! 아바마마께서 얼마나 날 혼내셨는 줄 알아? 함부로 집을 나가거나 행실이 엉망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나서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게 하시고 감시까지 붙이신 거 있지?”


“평왕 전하께서도 심려가 크셨겠지요.”


소연화를 달래며 한편으로는 어떻게 우리가 묻고 싶은 이야기를 꺼낼지 궁리해 보았다. 그러나 역시나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소연화는 진정하기는커녕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일 뿐이었다.


“그래도 너무했어. 어휴, 내가 몇 살인데 엉덩이를 때린담? 아, 이거 문영한테는 비밀이다? 말하면 죽어?”


하고 싶은 말을 실컷 쏟아낸 소연화가 순간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마 문영이 이걸 들었다면 마주칠 때마다 그녀를 놀려먹을 것이 눈에 선했다. 굳이 소연화의 심기를 거스를 기분도 아니라, 나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며 조심스레 우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림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당연하지. 여기 있으면 오히려 바깥 사정에 더 집중하게 된단 말야. 너도 나가는 거야?”


소연화가 눈을 빛내며 물었고,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처음에는 실망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며 소연화가 말했다.


“그렇겠지. 네가 나가면 누가 너랑 싸우려고 하겠어? 하나도 재미없는 비무대회가 될걸?”


사실은 다른 의미로 재미없는 비무대회가 되겠지. 이런, 이야기가 너무 다른 길로 샜다. 이야기가 더 다른 길로 흘러가기 전에 얼른 이야기의 방향을 틀었다.


“헌데 고작 무림대회를 열자고 수많은 무인을 불러 모은 걸까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그거야 당연.....”


그때 시녀가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와 다과상을 두고 가는 통에 말이 끊겼다. 시녀가 나가자마자 소연화가 냉큼 조그만 다과를 맨손으로 집어 먹으며 말했다.


“당연히 다른 일이 있는 거지. 너 나한테 그걸 물으러 온 거야? 그럼 허탕이야. 나도 무슨 일이 있는지 정확히는 몰라.”


이런, 결국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건가? 그러나 아무 헛걸음이 된 건 아닌 모양이다. 소연화가 다과를 우물거리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대충 무슨 일인지는 알아.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 같은데 말야.”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소연화의 표정이 점차 굳어간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주위를 살핀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평도에 적이 숨어든 모양이야.”


“무림대회 때문에 적과 아군이 모두 모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게 아냐. 단순히 세작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우리를 해치려 드는 적이 있다는 말이야.”


분위기가 삽시간에 황도처럼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빙룡이 지나간 자리처럼 냉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심하령이 말했다.


“살수....입니까?”


“모르겠어. 하지만 정말로 위험한 적인가 봐. 그래서 한두 번 가출한 것도 아닌데 이번에는 엉덩이까지 맞았다니까. 아바마마가 그렇게 화를 내시는 건 처음 봤어.”


심각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다 소연화의 얼굴이 확 붉어진다. 아무리 그녀라도 엉덩이를 맞았다는 대목에서까지 진지하게 있을 수는 없던 모양이다.


“어, 어흠! 하여튼 그래. 그 문제 때문에 무림인을 불러모았다고 들었어. 무림대회에서 두각을 보인 이들에게 이 문제를 맡길 생각이래.”


“그러다 적을 집안에 들이는 상황이 되지는 않겠습니까?”


“나도 몰라. 그건 아바마마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하여튼 대신하고 나누신 이야기는 그런 거였어. 적만 아니면 무공만 보고 일을 맡겨야 한다고 했어.


다른 무엇보다 무공이 우선이라는 의미군. 당초 예상하기를, 동평왕이 무림인 중 적아를 가리기 위해 무림대회를 열었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실상은 적아를 가리는 것조차도 과정에 불과하고, 더 위험천만한 일이 숨어 있었다.


“아! 그런데 너 무림대회에서 실력을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그러면 어떻게 해!”


“어떻게 하다니요?”


“이 바보야! 으으.... 그래 이 멍청아. 대놓고 말해줄게. 그 잘난 실력으로 우릴 좀 도와주면 안 돼?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네 실력만 있으면 어떻게든 될 거 아냐?”


엄밀히 말하자면 저건 착각이다. 그러나 마냥 착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단약을 취하면 나는 일순간이나마 절정의 무위를 보여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단약이라는 수단은 엄연히 한계가 있다. 단약을 먹어서 얻는 힘은 금세 사라지지만, 문제가 그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지는 모른다.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으으, 짠돌이!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소연화가 분을 못 이기고 벌떡 일어나 방 안을 정신없이 맴돌기 시작한다. 애꿎은 베개까지 집어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며 소연화는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를 어쩐다? 나는 심하령에게 도와달라는 눈치를 보냈고, 심하령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공주마마께서 하신 말씀은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군이 아닙니다.”


“뭐? 너희 설마 그럼 계획적으로 나한테 접근한 건.....”


소연화가 하얗게 질려서는 품속에 있는 비도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런, 우리가 그 적이라 생각한 걸까? 소연화의 살기에 절로 검병에 손이 올라간다. 그러나 이에 당황한 것은 나 혼자뿐이었다. 심하령은 그저 냉담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공자께 접근한 건 공주마마 아니셨습니까? 더군다나 합류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 그거야 그렇지만....”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평왕 전하의 아군이 아닙니다. 또한, 평왕 전하뿐만 아니라 다른 두 제후의 편도 아닙니다. 저희는 무림인이며 천의검문과 심가장을 대표해 이곳에 온 것입니다.”


심하령의 말대로다. 그제야 소연화가 품속에 집어넣은 손을 빼냈다. 일촉즉발의 상황은 지나서 다행이군. 소연화는 입을 꾹 앙다물고 심하령을 노려보다가 말했다.


“그럼 그냥 두고 보겠다 이 말이야?”


“그렇습니다.”


“흥, 똑똑한 척은 다 하더니 결국 이기적인 하오배에 불과하잖아. 너희가 그러고도 정파라고 들먹이는 거야?”


“부잣집을 돕지 않는다 해서 욕을 먹지는 않겠지요. 오히려 부잣집을 돕다가 다른 이들을 돕지 못하게 되면 더 문제가 아닐까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왜 우리를 돕다가 천의검문이 망하는데?”


“당신들의 적이라면 다른 제후일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 대의명분 없이 이쪽을 돕다가 다른 제후와 척을 질 필요야 없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다른 제후의 손을 들어준 모든 문파를 적으로 돌리게 됩니다. 또한 그 탓에 천의검문의 세가 기울기라도 한다면, 더 많은 불의를 용납해야 할 텐데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되지요?”


한중성에서와는 다른 문제다. 그때는 서악왕에 대한 명백한 대의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단순히 편들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망설임은 여전하다. 과연 대의를 위해 눈앞의 있는 이들을 외면해도 좋은 걸까?


“칫, 군사(軍師)는 저리 빠져. 네가 말해봐. 넌 어떻게 할 거야?”


기어코 화살은 내게 돌아왔다. 아버지께서는 내게 동평왕의 청과 문파의 이익을 가늠하는 중대한 결정을 맡기신 것이셨구나. 너무 안일하게 길을 떠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일의 경중을 판단해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일은, 내게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 결정이 실로 막중한 문제라면 더더욱.

대체 어떻게 일문의 수장이며 일국의 제왕은 이런 결정을 하루하루 마주하며 살 수 있는 걸까?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다. 절로 구역질이 치솟으며 온 세상이 나를 짓누르는 것 같은 무게감마저 느껴진다.


“천의검문은....”


조금이라도 편해지기 위해 첫마디를 읊어보았다. 그러나 그 덕에 오히려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어째서 나는 한중성에서 그리 편하게 협의를 부르짖었으면서 지금은 그러지 못하는 걸까? 대답은 하나다. 그때는 나를 돕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우습다. 나는 분명 바뀌었지만 그다지 강해진 건 아닌 모양이다. 단지 주위를 이용하는 법을 터득한 것에 불과했다. 진정 홀로 있을 때는 아직도 천하제일의 둔재에 불과했다.

갑갑하다. 문득 꿈속에서 겪은 일들이 떠오른다. 그 꿈에서도 이런 갑갑함을 느낄 때는 많았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모든 것을 타파할 힘이 없다. 그리고 그런 힘을 취할 마음도 없다.


“천의검문은?”


소연화가 조금 빠른 말투로 대답을 채근한다. 입술이 바싹 마른다. 조심스레 뻣뻣한 입술을 움직여 말을 꺼내려 한다. 그 찰나는 너무나도 길었다. 어째서 혼돈에게 힘을 받지 못한 토리나가 나보다 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오크와 싸울 수 있었는지 새삼 알 것 같다.

토리나는 갑작스레 후계자가 되어 하루하루 이런 결정에 시달리고 있었으리라. 요령만으로 어려움을 지나쳐 온 나는 그래서 토리나만큼 강해질 수 없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 된다. 대답해라. 이런 갈등과 괴로움을 통해 강해져야만 한다.


“내가 딱 좋을 때가 온 모양이구나.”


바로 그때 문이 스르르 열리며 누군가 긴 침묵을 깨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원에서 가장 비옥하고 광대한 땅을 다스리는 군주, 동평왕이 아주 천천히 방에 들어서고 있었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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