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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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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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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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0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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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천의검문의 소문주 (7)

DUMMY

분위기가 가라앉은 다음이라 그런지 다들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확히는 대부분 나만 멀뚱멀뚱 보고 있을 뿐, 방금 전처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는 않았다.

어색한 상황이 꽤 오랫동안 이어진 다음에야 나는 저들이 모두 내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린다는 걸 깨달았다. 다들 어색한 침묵에 질려가고 있다. 그럼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도 진운처럼 무용담을 늘어놓을 수 있었다면 그리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에서 겪은 일을 말해봐야 무의미할 테고, 무엇보다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자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를 만나려 하신 이유가 뭡니까?”


조금 긴장해서 지나치게 딱딱하게 말이 나왔다.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을 죽 이어가는 것 보다는 분위기가 월등히 나아진 듯 보였다.


“비룡검파의 진운입니다. 천의검문의 소문주께서 이번에 성주님을 뵈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성내를 어지럽히는 일을 조사해도 좋다는 윤허를 받으셨다 알고 있습니다.”


진운이 기다렸다는 듯 포권을 쥐며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운이 양 손을 아래로 내리고는 재차 말했다.


“저희도 그 일을 돕고 싶습니다.”


“신투를 잡는 일 말입니까?”


진운을 비롯된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소연화만이 시큰둥하게 상황을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저희 정도용봉회(正道龍鳳會)는 본래 우의로 뭉친 곳입니다. 비록 아직은 그 힘과 이름이 부족하나, 이대로 협의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소문주님, 부디 힘을 보태 주십시오.”


나는 망설였다.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추었지만 동평왕의 딸이 속해 있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이름은 결코 하찮지 않았다. 아니, 그렇지도 않은가? 소연화는 어쩐지 이들 사이에서 겉돌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소연화를 제하더라도 이들의 이름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즉, 그들이 돕는다면 방해가 되기는커녕 큰 도움이 될 것이 자명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망설여졌다. 내가 도둑맞은 비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문영과 그 노인이 삿된 마음으로 비도를 훔쳤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만약 비도를 욕심낸 것이라면 왜 내게 선선히 이것을 주었단 말인가?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좀 더 유연하게 거절하는 방법 따위는 모른다. 나는 일언지하에 저들의 말을 거절하는 재주밖에 없다. 확실히 이 한마디에 모두들 당황해하고 있었다. 아니, 한편으로는 불쾌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불쾌한 마음은 예의라는 것에 가려져 금세 모습을 감추었다.


“저희가 불민하기 때문이라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용봉회는 불의 앞에서는 목숨을 내놓을 자신도 있습니다.”


청산유수같은 말의 끝자락에 달린 저 한마디. 나는 나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저들은 강하다. 스스로의 무공도 뛰어날뿐더러, 속한 가문이나 사문의 이름도 대단하기 짝이 없다. 그렇기에 저들은 목숨을 잃지 않을 자신이 있고 저리도 쉽게 생사를 논하는 것이다.


“용봉회는 신념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진운을 시작으로 다함께 입을 모아 그렇게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말이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신념을 위해 죽기로 한 자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나를 위해 목숨을 버렸던 이들은 결코 저렇게 쉽게 생사를 논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약간 껄끄러운 점이 있어서 사양하려 했지만 지금은 정말로 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히 함부로 목숨 운운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건 진짜 신념을 위해 목숨을 버렸던 이들에 대한 모독이다.


“전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 일이 어떤 위험을 품고 있는지 모르는 이상, 당신들이 섣불리 끼어드는 걸 허락할 수 없습니다.”


나는 오만방자하고 무례하게 보일 정도로 쉽게 단언했다. 그 정도로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그 못지않은 분노가 꾸물거리며 마음속을 일그러트리기 시작했다.


“어떤 근거로요?”


그때 잠자코 침묵을 지키고 있던 소연화가 스산하게 보일 정도로 냉기를 품고 물었다. 대체 왜 그녀가 나서는 걸까? 소연화는 용봉회라는 것에 별 애착도 없어 보였고 신투를 잡는 일에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굳이 내게 시비를 건다면 그 이유는 하나다.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소문주의 안목이 참 대단하네요. 용봉회의 후기지수가 그리도 안일하게 협의를 논한다 생각하나요?”


아마 내가 못난 소문주로 머물러 있었다면 나는 저 말에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보다 나은 이들이기에 내가 판단할 수 없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무공이 막강해도 마음이 완성되지 않은 이는 존재한다. 소렌 휘하에 있던 귀족출신 소드마스터들이 처음에는 그랬고, 또한 혼돈에게 휘둘린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럼 용봉회의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별다른 기세를 실으려 하지 않았는데도 내 시선을 받은 이들이 움츠러든다. 오직 소연화만이 내 시선을 당당히 받아내고 있었다.


“사람을 죽여 본 적 있습니까?”


침묵이 오간다. 그러던 중 진운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사람을 죽인 적 있습니다.”


“아니, 질문이 잘못된 것 같군요. 다시 묻겠습니다. 생사를 두고 싸워보았습니까?”


진운은 머뭇거리다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개중에는 제일 낫군. 하지만 아직 섣불리 목숨을 논할 자격은 되지 못한다. 사람을 죽여 본 적 있을 뿐이지, 아직 그는 어린 후기지수에 머물러 있었다.


“이게 증거입니다. 생사가 오가는 사투를 겪지 못한 자가 함부로 목숨을 버리느니 마느니. 과연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일에 함부로 끌어들일 수 있겠습니까?”


여기까지 말하곤 나는 심하령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역시 아무리 봐도 그녀의 심중은 알 수가 없다.

심하령의 심중을 읽고 내가 올바르게 행동하는 건지 아닌지 알 수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천의결이 있다면 그게 가능했을 텐데.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나는 스스로를 꾸짖었다.

또 마음이 약해지는구나. 때로는 그른 게 정답일 때도 있다. 그른 행동을 하고 후회하며 나는 강해진다. 이것은 비단 무공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천의결이 주었던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소문주께서는 참으로 광오하시군요.”


소연화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날카롭게 빛나는 얼음조각 같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소문주님은 사투를 겪으신 적 있으십니까? 듣기로 소문주께서는 이제 처음으로 무림에 출도하셨다 들었습니다. 설마 문내에서 뼈를 깎는 수련을 하신 걸 사투라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정녕....”


거듭된 폭언을 참지 않고 심하령이 분노에 들어차 일갈을 내뱉으려 한다.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서는 오히려 평정심이 느껴졌다. 화가 난 척 하는 것 뿐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과연 감탄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용봉회라는 곳에 이런 인재가 하나라도 있었다면 나는 이렇게 비틀린 이야기를 늘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답을 원하신다면 들려드리면 그만입니다.”


나는 심하령을 제지했다. 이번에는 그녀의 도움이 필요치 않았다. 나도 소연화의 괴상한 태도에 화가 났는지, 어느 때보다도 머리가 잘 돌아가고 있었다. 의아함이 숨겨진 거짓 분노를 감추며 심하령이 입을 다물었고, 그 대신 내가 입을 열었다.


“아까 하신 말씀을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참 광오하시군요 소 소저께선.”


“뭐라고요?”


“질문에 대한 답은 질문으로 해 드리겠습니다. 진정 소저께선 천의검문의 소문주가 사투를 겪어보지 않았다 생각합니까? 소저께서는 한눈에 천의검문의 후계자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안목을 가지셨군요.”


지금까지 겪은 지옥을 무시하는 처사에 나는 잔뜩 골이 나서 매섭게 다그쳤다. 소연화가 무언가 이야기를 꺼내려다 입을 다물었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는 천의검문을 모독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뒤늦게 그걸 깨달았는지 소연화가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뜯는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어갔다.


“천의검문의 소문주라는 자리가 그리도 가벼워 보입니까? 그런 허언을 남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늘어놓을 정도로?”


과연 그 지옥이 어디서부터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꿈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꿈은 분명 나를 바꾸었다. 사투를 넘어서 지독한 절망 속에서 아우성치던 나는 확실히 바뀌었다. 천의검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런 지옥을 거쳐 온 나를 모독하려 든 자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건.....”


무슨 변명을 늘어놓을 셈일까? 더 이상 머리싸움을 사양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은은하게 퍼져 있던 분노가 쐐기가 되어 마음을 쿡 찌른다. 그리고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것이 깨어났다.


“그럼 어디 말해보시지요.”


무의식에 잠들어 있던 것이 머리에 닿으니, 마치 강대한 힘을 가졌던 그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착각마저 인다. 눈앞에 있는 자가 그렇게 하찮게 보일 때가 또 없었다. 결국 소연화도 똑같다. 말은 번드르르 하지만 그녀 역시 동평왕이라는 그늘에 숨어 있던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내가 하는 말이 그리도 가당찮아 보인다면 세상 천지에 대고 말해보십시오. 천의검문의 소문주는 거짓부렁이나 해대는 얼간이라고! 감히 그리 말해보란 말입니다!”


분을 이기지 못하고 탁자를 내리치며 일갈했다. 객잔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마음이 동한 순간 미미하게 쌓인 내공이 일시에 기세로 돌변해서 주위를 압도한 것이다. 한순간이지만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명확한 위압감이었다.

객잔에서 일하고 있던 점소이며, 주방에서 요리를 만드는 이들까지 전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소연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는, 심지가 약해 보이던 소녀는 울기 직전이다. 다른 이들도 눈물만 없을 뿐 저 소녀와 비슷해 보인다.


“...진정하세요 도 공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심하령이었다. 심하령의 말이 들리고서야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또 시작이다. 그러나 그것은 통제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내 마음이 움직임과 함께 자연스럽게 내 의지대로 움직인 것 뿐이다.

그렇기에 마음이 가라앉자 자연히 그 무시무시한 것은 무의식 깊숙한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이 정말로 마음에 안 들었다. 이는 스스로가 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결과나 다름없었기에.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겠군요.”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껏 소리를 지른 다음이지만 영 마음은 시원치 않았다. 나를 무시한다는 건 단순히 나라는 인간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천의검문을 무시하는 것이다. 또한 나라는 인간을 바꾸어 주었던 꿈 자체를 비웃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나는 이리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리라.


“명성을 원한다면 분수에 맞는 일이나 찾는 게 좋을 겁니다. 설령 그 변고의 진상이 하찮다 한들, 나는 용봉회라는 웃기는 곳과 놀아날 생각이 없습니다.”


괜한 만남이었다. 이럴 시간에 문영을 찾으러 다니는 게 나았겠어. 등 뒤에서 무언가 소란이 이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들을 무시한 채 객잔을 나섰다.

한편 심하령이 종종걸음으로 나를 따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걸 알아챈 내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지금 배배 꼬여 있었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10분만 빨랐어도 연참 성공인데.... 우리 주인공이가 많이 화난 것처럼 저도 화가 납니다 으으...

연참대전을 이렇게 실패하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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