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연재수 :
226 회
조회수 :
587,381
추천수 :
10,871
글자수 :
1,513,856

작성
14.08.31 17:07
조회
1,476
추천
33
글자
11쪽

3. 천의검문의 소문주 (11)

DUMMY

“흠, 잡설은 이쯤하고요. 제가 왜 왔다고 생각하세요?”


“비도를 돌려받으러 온 겁니까?”


속이 조여드는 기분이다. 내 수중에 비도가 없다는 걸 알고 있을까?


“에이, 그럴 리 없지요. 선물을 도로 가져갈 정도로 치사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단지 저는 소협께 결백을 주장하고 싶을 뿐이랍니다.”


그렇게 말하곤, 문영이 제집에라도 들어온 듯 침상 위에 턱 걸터앉고는 방 안을 두리번거린다. 그 모습은 마치 훔쳐갈 물건이 있는지 알아보는 도둑 같아서, 나는 떠오르는 대로 그의 주의를 잡아끌었다.


“성주의 물건을 훔친 게 죄가 아니란 말입니까?”


“그럼요. 그게 성주의 물건이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본래 주인이 있다면 저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의인이라 할 수 있죠.”


불길한 추측이 엄습한다. 현철비도의 본래 주인은 전대의 거마, 혈비도다. 그렇다면 문영의 뒤에는 암중에 숨어든 사파가 있다는 말일까? 얼굴을 굳히며 나는 허리에 찬 옆에 검에 시선을 주었다. 문영의 실력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보다는 빠르게 공격을 퍼부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적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오해를 하셨군요. 혈비도 그 인간말종은 죽었어요. 그리고 저도 그런 말종들과는 별로 연이 없는 사람이니, 천의검문의 작은 주인께서는 안심하세요.”


역시나 내 정체를 알고 있었군. 문영의 말에 한결 긴장을 풀고, 어느새 검병을 잡고 있던 손을 느슨하게 했다. 내 손이 검에서 멀어지는 걸 본 문영은 그제야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휘유, 말이 통해서 좋네요. 저도 목숨은 하나인지라. 소천검(小天劍)과 정면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거든요.”


“소천검은 또 뭡니까?”


내 의문이 정말임을 알아챈 문영이 정말로 놀라서 오히려 되물었다.


“엑? 모르셨나요? 별호잖아요.”


“제 별호가 소천검이었습니까?”


“이야, 우리 소천검께서는 확실히 신비공자시군요. 이리도 세상사를 모르셔야. 정천검의 뒤를 이를 천고의 기재가 나타나서 절정의 무위를 뽐냈는데 별호쯤은 붙기 마련이지요.”


마치 자기가 별호를 가진 양, 문영은 이상하게 뿌듯해하면서 말했다. 소천검. 확실히 나쁜 별호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뻔뻔하게 별호를 받아들이기에, 나는 너무 미력하다. 점점 주위에서는 나를 대단한 놈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뿐이라니.


“어흠, 어쨌든 저는 결백합니다. 아, 그리고 그 영감님도 결백하고요.”


“스스로를 양상군자라고 밝혔으면서 뭐가 그리도 결백하다는 말입니까?”


낯뜨거운 별호에 대해 잊으려, 나는 억지로 쓴소리를 내뱉었다. 문영은 다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그 특유의 여유를 되찾은 모양이다.


“네. 맞습니다. 도둑놈이 그런 소리를 해 봐야 못 믿으시겠죠. 그렇지만 저는 저와 영감님의 안위를 위해 소천검을 설득하러 여기까지 왔답니다.”


“......해 보십시오.”


이리도 뻔뻔할 수가. 하지만 그리 불쾌하지는 않다. 계속해서 웃고 있기 때문일까? 저것도 계산된 행동이라면 나는 그냥 저 속임수에 속아 넘어갈 것이다. 그 정도로 문영의 분위기며 행동거지는 한치의 꾸밈도 없어 보였다.


“우선 비도의 주인은 우리 영감님의 형님이신 신장(神匠) 어르신입니다. 현철비도를 비롯해서 수많은 무기를 만드신 무서운 분이죠.”


“그럼 그 신장이라는 사람에게 비도를 돌려주려는 거였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음..... 이건 제가 독단적으로 해도 될지 모르는 이야기인데 일단 해 보죠. 우리 영감님은 신장의 동생으로 난 탓에 늘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죠. 같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사건건 비교를 당했죠. 그러다가.....”


문영의 표정이 점점 굳어간다.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다. 문영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물들어갔다.


“신장 어르신이 독살당했습니다. 흉수는 다름 아닌 친동생이었죠.”


흠칫 놀라서 문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문영도 지금 이 순간만은 웃음기를 싹 지우고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실 이건 신장 어르신이 자초한 일이었습니다. 늘 동생을 괄시한 건 그분이셨으니까요. 그리고 동생이 만든 역작을 부수기까지 했죠. 쓰레기를 치워준다는 둥 하면서요. 저도 영감님께 들은 이야기지만 사실일 겁니다. 술을 잔뜩 마시고 듣기 싫어하는 걸 억지로 들려준 거라서요.”


문영이 다시 특유의 분위기로 돌아와서 무거워진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일신하려 애썼다. 나는 역시 적당히 호응해주면서 굳이 억지로 바뀌는 분위기를 붙잡지 않았다.


“어흠, 하여튼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서악왕이 신장을 찾아온 거죠.”


“서악왕이 직접 말입니까?”


문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상하다. 대체 얼마나 엄청난 무기를 원했기에 서악왕이 몸소 행차한 걸까?


“영감님은 자기가 신장 어르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부족이었죠.”


“그렇지만 서악왕이 얌전히 물러났을 리는 없었겠군요.”


듣기로 서악왕의 성정은 굉장히 폭급하고 패도적이라 들었다. 이 어렴풋한 짐작은 들어맞았다. 문영이 말을 이어갔다.


“네. 덕분에 영감님은 서악왕에게 갖은 고초를 다 당했어요. 가족이 볼모로 잡혀 있어서 도망칠 수도 없었죠. 그러다 신장 어르신께서 만든 흑뢰창(黑雷槍)에서 한 글귀가 발견됐어요. 천하에서 제일가는 무기를 만드는 방법의 일부분이요.”


저 한마디를 위해 이리도 긴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제야 알겠군. 왜 위험을 무릅쓰고 물건을 훔치려 했는지도 이해가 된다.


“감 잡으신 모양이네요. 맞아요. 저 글귀를 모으면 서악왕이 원하는 걸 들어줄 수 있어요. 원래는 영감님 혼자서 신장 어르신의 물건과 영감님이 만든 물건을 바꾸고 다녔대요. 그러다 도적 떼를 만났고 제가 영감님을 구해드렸죠. 에휴, 괜히 끼어들었나 봐요. 사부님도 남 일에 신경 쓰다가 오래 못 사셨는데 저도 똑같이 될 것 같아요.”


문영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체 뭐가 결백하다는 겁니까?”


“으음.... 제가 물건을 안 훔치면 애꿎은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점 정도일까요? 결백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쯤은 선의에서 비롯된 일인데 한 번만 눈감아 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를 쫓아오는 그 무서운 아저씨들 좀 물려 주세요. 심가장이 작정하고 나서면 저도 도망칠 자신이 없거든요.”


“남에게 장물을 넘기려 한 건 어떻습니까? 저를 도둑으로 몰고 도망치려 한 건 아닙니까?””


“그, 그럴 리가요. 성주가 미치지 않은 이상 소협의 짐을 뒤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덤으로 소협께서는 명품비도를 손에 넣게 되었으니 서로 이익이 되지 않을까요?”


“필요도 없는 비도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 그럼 이건 어떠신가요? 신장 어르신의 글귀를 모으는 데는 기한이 있습니다. 그 기한을 못 지키면 서악왕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영감님의 가족부터 죽일지도 몰라요.”


냉정히 일축하니 문영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애처로운 눈으로 애걸하기 시작했다. 약간은 괘씸해서 냉정히 거절하기는 했지만, 사실 상황은 문영의 생각대로 흘러갔을 것이다.

나는 동평왕의 청을 듣기 위해 곧 한중성을 떠날 것이고, 그 길을 막아서는 자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비도를 잘 쓰지 않으니 그만큼 비도를 들킬 이유도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내 마음은 방관 쪽으로 기운 모양이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곤란에 빠지게 되면 애꿎은 이들이 위험하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럼.....”


“그럼은 뭐가 그럼인가요? 천의검문은 도둑과 협상하는 곳이 아닐 텐데요?”


그때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벌컥 열린다. 그곳에는 표독스럽게까지 보이는 심하령이 서 있었다. 냉기를 풀풀 풍기는 심하령이 나타나자마자 문영이 냅다 창 밖으로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그 순간 심하령이 작게 입을 달싹인 순간, 입 밖에 내자, 그것이 주문이라도 된 것처럼 문영의 움직임이 딱 멎었다.


“전음 잘 받았죠? 그럼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아, 아하하..... 이대로 나갔다가는 죽을 뻔 했군요. 이 은혜는 결코 안 잊겠습니다. 부디 나갈 때는 밖에 계신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그건 약속드리죠.”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고, 결국 문영은 저항을 포기하고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올 것 같았다. 문영처럼 속을 모를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 꽤 버거운 일이었다. 심하령이라면 문영의 의중을 파헤치고도 남을 테니 안심이다.


“언제부터 있었던 겁니까?”


진작 와 줬다면 더 마음이 편헀을 텐데. 그런 마음을 담아 물으니, 심하령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공자께서 침상에서 일어났을 때부터요. 한밤중에 그렇게 소란을 피웠는데 냈는데 제가 안 온 게 이상하지도 않았나요?”


“에엑! 밖에 사람이 있던 걸 몰랐던 겁니까? 전 소협이 다 알고 저를 보내주는 줄 알았는데....”


문영이 경악하면서 중얼거린다.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 모양이군. 내게 그런 심계는 없는데 말이지. 문영이 머리를 긁적이다가 심하령에게 능청을 떨기 시작했다.


“흐음, 아무튼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아리따우신 소저께서는 밤도 깊었으니 이만 들어가서 주무시는 게 어떨런지요?”


“딱 몇 마디만 더 들으면 푹 잘 수 있겠네요. 서악왕이 원하는 무기. 그게 뭔지 알고 있죠?”


대수롭지 않은 물음에 문영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은연중에 살기마저 느껴질 정도로 문영에게서 깊은 적의마저 피러올랐다. 다시금 검병에 손을 올리려는 찰나, 심하령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역시 새로운 무영신투는 어설프기 짝이 없군요. 그런 표정을 짓는 건 자기가 다 알고 있다는 걸 밝히는 건데 말이죠. 무영신투는 제자 키우는 데는 소질이 없었나 봐요?”


“칫.”


문영이 혀를 차고는 점차 기세를 죽여 간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 다시 여유로운 미소가 피어오르는 일은 없었다. 단지 무언가에 쫓기는 듯 초조한 미소만 떠오를 뿐이었다.


“미쳤다고 제가 그걸 말할까요? 서악왕에게 저는 방바닥을 기어 다니는 벌레나 다름없거든요. 소천검께 말씀드린 것만 해도 평생을 쫓겨 다닐 텐데 무얼 더 원하시는 걸까요?”


“날개 달린 벌레 께서 무슨 말씀을. 정 집주인이 무서우면 옆집에나 가면 그만일 텐데 뭐가 그리도 두려우신가요?”


“집주인이 옆집까지 쫓아올까 봐 두려운 거지요.”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걸요. 옆집 사람은 그 집주인하고는 별로 사이가 안 좋거든요. 칼부림이 날 각오를 하고 옆집에 들어와야 할 거예요.”


온갖 비유가 오가는 가운데 나만 꿀 먹을 벙어리처럼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왠지 모를 소외감마저 느껴진다. 무슨 비유를 해야 이 대화에 끼어들 수 있을지 궁리해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내겐 버거운 일이다. 차라리 검이나 휘두르는 게 낫겠어.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음, 일주일만에 올리는 것 같습니다. 9월은 좀 한가하기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nferior Struggl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1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3) +5 15.01.05 890 21 16쪽
170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2) +3 14.12.29 814 25 18쪽
169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1) +6 14.12.20 887 21 12쪽
168 5. 무림대회(武林大會) (9) +5 14.12.13 976 21 17쪽
167 5. 무림대회(武林大會) (8) +7 14.12.07 923 21 16쪽
166 5. 무림대회(武林大會) (7) +3 14.12.02 861 25 15쪽
165 5. 무림대회(武林大會) (6) +2 14.12.01 820 17 18쪽
164 5. 무림대회(武林大會) (5) +7 14.11.18 786 23 11쪽
163 5. 무림대회(武林大會) (4) +6 14.11.15 847 22 11쪽
162 5. 무림대회(武林大會) (3) +1 14.11.08 873 24 7쪽
161 5. 무림대회(武林大會) (2) +6 14.10.24 1,343 24 13쪽
160 5. 무림대회(武林大會) (1) +4 14.10.15 1,028 24 16쪽
159 4. 유아독존(唯我獨尊) (10) +5 14.10.14 1,178 24 25쪽
158 4. 유아독존(唯我獨尊) (9) +2 14.10.13 1,339 20 21쪽
157 4. 유아독존(唯我獨尊) (8) +5 14.10.03 1,108 28 18쪽
156 4. 유아독존(唯我獨尊) (7) +5 14.10.01 1,589 27 11쪽
155 4. 유아독존(唯我獨尊) (6) +4 14.09.27 1,015 24 16쪽
154 4. 유아독존(唯我獨尊) (5) +5 14.09.27 1,222 25 17쪽
153 4. 유아독존(唯我獨尊) (4) +8 14.09.27 1,327 26 21쪽
152 4. 유아독존(唯我獨尊) (3) +7 14.09.26 1,149 21 22쪽
151 4. 유아독존(唯我獨尊) (2) +6 14.09.20 1,269 27 10쪽
150 4. 유아독존(唯我獨尊) (1) +4 14.09.12 1,367 34 21쪽
149 3. 천의검문의 소문주 (12) +7 14.09.05 1,472 37 13쪽
» 3. 천의검문의 소문주 (11) +7 14.08.31 1,477 33 11쪽
147 3. 천의검문의 소문주 (10) +6 14.08.24 1,225 33 10쪽
146 3. 천의검문의 소문주 (9) +9 14.08.10 1,558 35 20쪽
145 3. 천의검문의 소문주 (8) +4 14.08.04 1,318 33 18쪽
144 3. 천의검문의 소문주 (7) +9 14.08.01 1,414 37 12쪽
143 3. 천의검문의 소문주 (6) +4 14.07.30 1,160 33 12쪽
142 3. 천의검문의 소문주 (5) +5 14.07.29 1,223 3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