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進化)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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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최근연재일 :
2016.12.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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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0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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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DUMMY

@



“헉헉. 시발, 이게 대체 무슨 지랄이야!”

“코너 둘. 위 조심!”


장호가 불만에 찬 욕설을 내뱉자마자 이산이 외쳤다. 그러자 가장 앞서 달려가던 장호가 아파트 코너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며 코너를 들여다보고, 뒤에 따라오던 베르커스의 총구가 위를 향했다.


“크아아아!”


마치 기습을 하려던 것처럼 기다리던 좀비 두 마리가 장호가 보이자마자 달려들었다. 하지만 미리 경고를 받은 장호는 망설임 없이 놈들의 이마에 총알 하나씩을 박아 줬다.


탕! 탕!

와장창!!


그와 동시에 아파트 3층의 창문을 부수며 좀비 한 마리가 중간에 서 있던 이산을 덮쳐갔다.


탕!


뒤에 있던 베르커스의 베레타가 불을 뿜었다. 이에 머리부터 떨어져 내리던 좀비의 대가리가 터지며 놈의 몸이 아파트 보도블록 위에 뒹굴었다.


“헉헉, 산아! 어디로? 어디로 가야 돼?”


장호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이산에게 물었다.


사방이 온통 좀비 천지였다. 황당하게도 아파트 단지 중심에 이를 때까지 하나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 때부턴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방식도 좀비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고 계획적이었다. 도대체 죽은 놈들이 기습을 하고, 기다렸다가 달려들고, 심지어 매복까지 해대니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자.... 잠시만요. 아직 안 보여요.”

“서둘러라.”


뒤를 돌아보던 베르커스가 초조하게 말했다. 족히 수백도 넘는 좀비가 몰려오고 있었다. 뒤뿐만이 아니라 시선이 닿는 곳 어디에나 좀비였다. 꼭 토끼몰이를 당한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곧 포위당하고 만다. 땀방울이 뺨을 타고 흐르는 것도 모른 채 베르커스는 이산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이산은 최대한 침착하려고 애썼다. 분명 빠져나갈 길이 있을 것이다.


이산은 감각을 확장했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대략 30여 미터 반경이 입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보도블록 옆 풀숲의 작은 돌멩이부터 위로 끝자락인 아파트 10층 천장에 붙은 파리까지 모든 것이 그의 감각 안에 잡혔다.


도무지 믿기 힘든 이 능력은 좀비에게 습격받기 시작하자 점점 구체화하더니, 좀비에게 쫓긴지 30여 분이 지난 지금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머릿속에 홀로그램처럼 주변을 모형화시켜 주었다. 마치 이산이 가장 알기 쉬운 방식을 스스로 찾아낸 것 같았다.


‘어디냐? 어디로 가야 하지? 놈들이 없고, 가장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루트가......’


이산은 홀로그램 구석구석을 날아다녔다. 그리고 결국 내비게이션처럼 최적의 루트를 찾아냈다.


“앞! 앞 건물 202호! 그 집 문이 열렸어요. 좀비도 없고요. 일단 거기로!”


초조하게 이산을 바라보던 장호와 베르커스는 이산의 말이 떨어지자 추호의 의심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완벽한 적중률을 보여줬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지금 이산이 어떻게 저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건 살아남고 나서 생각해도 충분했다. 일단 당장은 사는 게 지상과제다.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올랐다. 좀비 따위야 가소롭게 생각하던 일행이었지만, 엄청난 수의 좀비가 몰려들자 의뢰고 나발이고 당장 탈출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통로에 셋이요! 앞 하나 뒤 둘!”


계단을 오르는 도중 이산이 소리쳤다. 이에 장호가 앞서 나갔다.


“벨커! 첫 놈은 니가 맡아라!”


크게 외친 장호가 계단 끝 코너를 돌자마자 몸을 날렸다. 중력을 무시한 채 천장 끝까지 솟아오른 장호가 몸을 뒤집어 천장을 박차더니, 거꾸로 떨어져 내리며 k-2 총구를 좀비로 향했다.


탕-! 탕!


찰나의 순간, 뒤에 나란히 서 있던 두 놈의 대가리가 터져 나갔다. 그리고 장호가 바닥에 내려서는 것과 동시에 머리를 잃은 좀비들이 서서히 뒤로 넘어갔다.


“크아아아-!”


목표물이 갑자기 사라져 멈춰 섰던 또 다른 좀비가 뒤를 돌아보며 울음을 토해냈다. 그러나 그 울음이 끝나기도 전에 턱을 뚫고 뇌를 헤집어 놓는 칼날이 있었다.


푹!

“그르르르....”


급살 맞은 것처럼 경련하던 좀비의 몸이 서서히 무너졌다.


베르커스는 대검을 빼내며 군홧발로 좀비의 목을 밟았다.


우드득!


잔인한 확인사살이었지만, 베르커스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다급히 외쳤다.


“서둘러! 벌써 계단이다!”


이 미친 좀비들은 트레이드마크인 어기적거리는 걸음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광분하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좀비가 뛰어다녔다면 인간은 진즉에 멸망했을 것이다.


“가자!”

“빨리 빨리!”


울부짖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자 일행은 다급히 202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행히 이산의 장담처럼 문은 잠기지 않았고, 안에 좀비도 보이지 않았다.


“닫아!”


베르커스가 마지막으로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막 계단을 돌던 놈들 중 하나가 무서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달려들더니 기어코 손가락을 문틈에 집어넣었다.


콰직!

“이런 씨발!”


다급해진 베르커스는 문틈의 손가락을 향해 마구 총을 쏴댔다.


탕!탕!탕!탕!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총알에 맞은 손가락이 터져 나가며 이리저리 날아올랐다.


“됐다!”

“크아아아-!”


손가락을 잃은 좀비가 광분하며 다시 문틈으로 달려들었지만, 이번에는 베르커스가 빨랐다.


쾅-!

철컥철컥철컥-!


문을 닫은 베르커스가 안전장치처럼 생긴 것들은 죄다 채우고는 긴장이 풀리는지 주저앉았다. 그의 대머리가 땀으로 범벅돼 반짝반짝 빛났다.


“후아~! 시발, 좆 되는 줄 알았네.”


그 모습에 장호와 이산도 지치는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긴박한 순간을 넘기자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잠시 한숨 돌리고 나자, 장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베르커스를 보았다.


“야 벨커. 근데 넌 손가락 몇 개 튀어나왔다고 그렇게 총을 쏴 대냐? 몇 발 남지도 않았는데.”

“넌 안 그럴 거 같냐? 존나 급했다고.”

“하긴 뭐, 문 닫았으면 된 거지. 잘했다.”


생각해보니 지금 밖에서 문을 긁어대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는 놈들을 막았다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근데 이젠 어쩌지?”

“글쎄......”


둘의 눈이 이산을 향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가장 공이 큰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이산이었다. 비록 전투는 장호와 베르커스가 전담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능력으로 계속해서 좀비들을 따돌리며 안내해 왔던 것이다.


이산을 바라보는 둘의 눈에 다시 길을 안내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떠올랐다. 그리고 궁금함에 입이 근질거렸다.


숨어서 기다리는 좀비들을 경고해 주는 건 넘어가더라도, 아파트 몇 호실이 비었고 문이 잠기지 않은 것까지 알려 주는 건 거의 예지에 가까웠다. 묻고 싶은 말이 목구멍을 넘어 올라온다. 하지만 이산은 눈을 감은 채 뭔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기에 일단은 참기로 했다.


서로 눈빛을 교환한 장호와 베르커스는 조용히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베란다 근처에 다가서자 벌써부터 온갖 울부짖음과 괴성이 들려왔다.


“캬아악-!”

“크르르르....”

“끼우우우우...”


장호가 벽에 붙어서 창밖을 힐끔 내려다보았다.


“....... 오지게도 많구만.”


베란다 밑에서 바글대는 좀비들을 보며 장호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아파트 로비의 반대편에서 왔으니 창가는 없을 줄 알았는데, 놈들은 이미 창문 쪽도 포위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네. 좀비들이 원래 이렇게 똑똑했나?”


어처구니없어하는 장호의 물음에 베르커스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가 알던 좀비는 아니란 거지. 이건 꼭...... 광신도들 같군.”


그랬다. 이놈들은 마치 광신자들 같았다.


구원을 갈망하는 광신자들.


무얼 이리도 갈망하는 걸까? 좀비가 인간을 공격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밖에서 아우성치는 놈들은 더욱 간절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갈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 같은 광기(狂氣)가 저 붉은 눈에서 뿜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봐 왔던 흐리멍덩한 눈빛이 아니었다. 놈들은 뭔가를 원하고 있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죽음조차 불사할 것이란, 그런 직감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꼭 되살아나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야.’


거기까지 생각하다 베르커스는 픽 웃었다. 미친 좀비들을 만나니 자기도 이상해지는 건가 싶어서였다. 그러다 문득 좀비들을 보며 표정이 굳어졌다.


베란다 아래에 있는 좀비들의 손과 얼굴이 온통 장호 쪽으로 몰려 있었다. 반대편의 베르커스는 보이지도 않는 듯 오로지 장호만을 보며 아우성쳐댄다.


베르커스의 눈가가 씰룩거렸다. 의심이 들 때나, 혹은 이해할 수 없을 때 나타나는 베르커스의 버릇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자신이 직접적으로 공격받은 적은 없었다. 좀비들은 베르커스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듯 장호와 이산에게 달려들기 일쑤였다.


‘하긴 이 녀석들이 오늘 좀 이상하긴 했어.’


이산은 말할 것도 없고, 장호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래도록 같이 활동하지 않았으니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아까만 해도 천장까지 솟아올랐지 않나.


3m에 이르는 점프가 가능한 인간이 있을까?


아니 뭐, 찾아보면 있을지도 몰랐다. 생각보다 세상에는 기인이 많으니까. 하지만 아주 가끔 이긴 하나 눈으로 쫓지 못할 정도의 움직임까지 같이 가지고 있는 자는 희박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거기까지 생각하다 베르커스는 고개를 저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동료를 의심하는 짓 따윈 자신의 인생에는 없었다. 만약 좀비들이 장호와 이산만을 노린다는 게 확실하다고 해도 동료를 버리고 떠날 것도 아니었다.


베르커스는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때가 되면 알아서 지들이 말할 것이다. 그리고 알아봤자 변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의뢰 때문에 잠깐 함께하고 있을 뿐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베르커스가 장호의 어깨를 잡았다.


“뒤로 좀 물러서자. 이놈들 왠지 심상치 않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좀비 무리 중 가장 앙상하게 마른 좀비의 눈이 시청의 뮤턴트처럼 온통 시뻘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멈춰있던 심장이 요동치고, 몸이 더욱 마르기 시작했다. 과거에 여성이었던 듯 조금은 봉긋하던 가슴이 쭈글쭈글해지고, 가뜩이나 얇았던 팔은 가죽만 남도록 가늘어졌다. 그리고 온몸에서 끌어온 에너지가 끊임없이 다리로 이동했다.


원래부터 빈약했던 이 좀비는 더 이상 가사상태로 버틸 힘이 없었다. 그러니 여기서, 여기서 저것을 먹어야 했다.


먹어야만, 그래야만 이 하등한 육체를 벗어 던질 수 있었다.


“캬아아아아아아!!!!!!!”


그녀가 뛰어올랐다. 그리고 베란다의 난간을 붙잡았다.


화들짝 놀란 장호와 베르커스가 물러서고, 그녀는 베란다로 올라오기 위해 버둥거렸다. 집념과 절박함이 가득한 눈으로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에너지를 끌어와서였을까, 그녀의 가냘픈 두 팔은 체중마저 지탱하지 못했다.


뚜두두둑-


난간을 잡은 두 팔의 손목이 끊어지고 팔 가죽이 길게 늘어졌다. 그리고 이내 반쯤 썩어버린 가죽도 끊어졌다.


작가의말

이산과 장호, 베르커스가 살아가는 세상은 점점 더 암울해져 가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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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3) +3 16.12.03 1,138 60 8쪽
3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2) +5 16.12.02 1,139 61 9쪽
33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6 16.12.01 1,266 64 10쪽
32 Chapter 4. 핏빛 황혼 (12) +3 16.11.21 1,672 72 13쪽
31 Chapter 4. 핏빛 황혼 (11) +9 16.11.19 1,801 79 8쪽
30 Chapter 4. 핏빛 황혼 (10) +6 16.11.18 1,628 67 8쪽
29 Chapter 4. 핏빛 황혼 (9) +4 16.11.17 1,661 72 10쪽
28 Chapter 4. 핏빛 황혼 (8) +3 16.11.16 1,687 76 11쪽
27 Chapter 4. 핏빛 황혼 (7) +3 16.11.15 1,709 71 8쪽
26 Chapter 4. 핏빛 황혼 (6) +5 16.11.14 1,670 83 13쪽
25 Chapter 4. 핏빛 황혼 (5) +6 16.11.12 1,900 85 12쪽
24 Chapter 4. 핏빛 황혼 (4) +7 16.11.11 1,835 69 9쪽
23 Chapter 4. 핏빛 황혼 (3) +6 16.11.10 2,044 85 8쪽
22 Chapter 4. 핏빛 황혼 (2) +11 16.11.09 2,101 73 11쪽
21 Chapter 4. 핏빛 황혼 +7 16.11.08 2,151 74 7쪽
20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6) +5 16.11.07 2,382 84 11쪽
19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5 16.11.06 2,429 77 11쪽
»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2 16.11.05 2,426 83 12쪽
17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5 16.11.04 2,371 80 17쪽
16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2) +10 16.11.04 2,403 97 19쪽
15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1 16.11.03 2,673 83 14쪽
14 Chapter 2. 안개 속으로 (7) +4 16.11.03 2,371 93 15쪽
13 Chapter 2. 안개 속으로 (6) +3 16.11.02 2,367 96 14쪽
12 Chapter 2. 안개 속으로 (5) +1 16.11.01 2,500 88 10쪽
11 Chapter 2. 안개 속으로 (4) +1 16.10.31 2,494 76 10쪽
10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2 16.10.30 2,497 91 10쪽
9 Chapter 2. 안개 속으로 (2) +1 16.10.29 2,816 89 13쪽
8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16.10.28 3,152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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