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進化)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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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최근연재일 :
2016.12.05 17:4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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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0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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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Chapter 4. 핏빛 황혼

DUMMY

chapter 4. 핏빛 황혼



따사로운 한낮.


바다처럼 짙푸른 하늘과 한가로이 흘러가는 몇 점의 구름, 그리고 시선이 닿는 끝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녹음을 김민국은 말없이 바라보았다.


숲 한가운데를 지나는 도로와 그 끝에 보이는 회색빛 건물들을 제외하곤 주변은 온통 녹색 물결로 가득했다. 캐나다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온갖 종류의 풀과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생명력을 뿜어내고, 저 멀리 짧은 풀들이 무성한 들판에는 종류도 알 수 없는 동물떼가 노닐었다.


거기에 열린 창문 사이로 풋풋한 냄새를 풍기는 바람까지 선선히 불어 상쾌함을 더해 주었다.


그야말로 낙원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평화로운 한낮이다.


하지만 그런 풍경을 바라보는 김민국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2시 23분.


창가에 서 있던 김민국이 다시 시계를 보았다. 조금 전보다 3분이 더 지나 있었다. 이제 7분만 더 기다리면 딱 3시간이었다.


‘차대성, 이 개자식이 정말 날 엿 먹이려고 작정했군.’


호출을 받고 달려온 자신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며 나간 게 11시 반인데, 그 후로 차대성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김민국이 몇 번 비서실을 통해 연락해 보았으나, 놈의 무전기를 전담하는 경호원은 그저 사업상 중요한 만남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그러면서 사령관님이 곧 돌아가실 것이니 자리를 비우지 말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속에서 화가 들끓었다.


아무리 이제 쳐내기로 마음먹었다 하나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한다는 건 기본적인 인성 문제였다. 정말 생각 같아서는 토벌이고 나발이고 그냥 확 다 썰어버리고 요새를 집어삼키고 싶었다.


‘후우. 참자. 이제 보름이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수도 없는 일이라 김민국은 화를 다스리려 애썼다.


경비 3팀장과 4팀장, 그리고 치안 조장들까지 다 구워삶아 놨는데, 여기서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


가급적 자연스러운 승계를 받고 싶었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어도 쿠데타라는 건 여전히 지지받기 힘든 정권교체 방법이었다. 아무리 약육강식의 세상이라 하나 사람들은 여전히 명분을 좋아했다. 그리고 명분은 제대로 된 충성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김민국은 바보가 아니었다. 자신이 신인류라 하나 힘만 믿고 설치다간 그 끝은 적만 잔뜩 늘리는 꼴이 되리란 걸 알았다.


장준혁과 경비대장 하상욱을 은밀하게 처리하고, 지휘관이 없는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토벌을 끝마치면 요새는 알아서 굴러 들어올 텐데 굳이 쿠데타라는 전과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팔다리가 잘린 차대성은 결국 백기를 들고 전권을 자신에게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인망과 명분 둘 다 쥐게 되는 셈이고, 그때서야 다른 신인류들과 한 판 겨뤄볼 만 할 것이었다.


신인류들은 어디 섬에라도 들어가지 않는 이상 결국, 피를 보게 되어 있었다.


이 땅의 진정한 지배자가 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김민국이 화를 식히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50 초반의 남자가 들어섰다.


올백으로 넘긴 머리에 건장한 체구, 사령관 차대성이었다.


그가 들어오자 김민국이 쇼파에서 일어나 직각으로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사령관님.”


깍듯한 김민국의 인사에 차대성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책상으로 다가가 가죽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연락해준다는 걸 깜빡했군. 오래 기다렸겠어.”


차대성은 그리 말하며 천천히 등을 뒤로 젖혔다. 마치 감히 네가 어쩔 거냐는 듯 깔보는 태도였다.


김민국은 식었던 화가 다시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그의 손가락이 움찔거리며 희미한 기류가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하지만 곧 나타났던 것만큼 빠르게 사라졌다.


저 재수 없는 면상을 갈라버리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건만, 이런 모욕을 감수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새삼 불쌍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흠. 재미없군.”


김민국이 미동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흥미가 떨어졌는지 차대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자네도 바쁠 테니 거두절미하고 말하지. 정찰 임무에서 손 떼게.”

“네? 그게 무슨?”


차대성의 말에 김민국은 급히 고개를 들었다.


“귀가 먹었나? 다시 한 번 말해주지. 정찰에서......”


그때였다.


웨에에에에에에에엥-------


요새 곳곳에 서 있는 스피커에서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 긴급상황이다! 반복한다. 긴급상황이다! 주민들은 모두......


미리 녹음돼 있던 방송이 흘러나오고, 곧이어 기관총 소리와 커다란 폭발음이 귀를 때렸다.


-드르르르르르르륵!!

-쾅! 쾅! 콰앙!

-투타타타타-!


“막아!!!”

“뚫리면 다 죽는다!”

“시... 시발 도망쳐!”

“야 이 개새끼야! 이리 안 돌아와!”


평화로운 한낮이 갑자기 전쟁터로 변하며 온갖 폭음과 비명, 고함들이 터져 나왔다.


잠시간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차대성과 김민국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창가로 다가섰다.


요새 우측 성벽에 설치된 k-6 중기관총과 m60이 미친 듯이 불을 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경비대원들이 이를 악물며 k-2 소총의 탄창을 비워내며 고함을 질러대고, 광장에는 도망치는 주민들과 급히 뛰쳐나오는 용병과 헌터들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광경을 보며 차대성과 김민국은 침음성을 흘렸다. 뭔지는 모르지만, 상황이 심각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꽈앙!!!!!!!!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차대성과 김민국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중기관총이 불을 뿜던 우측 성벽이 산산이 터져나갔다. 박살난 콘크리트 조각들과 모여 있던 병사들이 날아오르고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충격파에 성벽으로 다가가던 용병들이 짚단처럼 쓰러졌다.


그리고 먼지가 자욱한 그 안에서 뮤턴트들이 쏟아져 나왔다.


“뮤턴트다!”

“도..... 도망쳐!”

“아아악!”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뮤턴트들이 쓰러져 있는 경비대원과 용병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손톱이 한 번 스칠 때마다 팔과 머리가 둥실 떠오르고 끊어진 혈관에서 핏줄기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회색빛 광장이 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이....... 이게.”


차대성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


사방에서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다.


뒤돌아 뛰던 경비 대원의 가슴에 네 개의 칼날 같은 손톱이 솟아 나오고, 작살에 맞은 물고기마냥 몸이 펄떡펄떡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목을 잔뜩 침이 흐르는 날카로운 이빨이 물어뜯었다.


그렇게 한입 맛을 본 놈이 다른 먹잇감을 찾아 몸을 돌렸다.


지옥이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분량이 적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비축이 없거든요. 음하하핫.

이것도 연참대전을 위해 집에 와서 천자 정도 급히....ㅠㅠ;

하루를 급한 볼일로 날렸더니 빈손이 됐습니다.

그래도 내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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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4) +3 16.12.05 1,009 47 9쪽
35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3) +3 16.12.03 1,136 60 8쪽
3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2) +5 16.12.02 1,139 61 9쪽
33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6 16.12.01 1,266 64 10쪽
32 Chapter 4. 핏빛 황혼 (12) +3 16.11.21 1,672 72 13쪽
31 Chapter 4. 핏빛 황혼 (11) +9 16.11.19 1,801 79 8쪽
30 Chapter 4. 핏빛 황혼 (10) +6 16.11.18 1,627 67 8쪽
29 Chapter 4. 핏빛 황혼 (9) +4 16.11.17 1,661 72 10쪽
28 Chapter 4. 핏빛 황혼 (8) +3 16.11.16 1,687 76 11쪽
27 Chapter 4. 핏빛 황혼 (7) +3 16.11.15 1,709 71 8쪽
26 Chapter 4. 핏빛 황혼 (6) +5 16.11.14 1,669 83 13쪽
25 Chapter 4. 핏빛 황혼 (5) +6 16.11.12 1,900 85 12쪽
24 Chapter 4. 핏빛 황혼 (4) +7 16.11.11 1,835 69 9쪽
23 Chapter 4. 핏빛 황혼 (3) +6 16.11.10 2,044 85 8쪽
22 Chapter 4. 핏빛 황혼 (2) +11 16.11.09 2,101 73 11쪽
» Chapter 4. 핏빛 황혼 +7 16.11.08 2,151 74 7쪽
20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6) +5 16.11.07 2,382 84 11쪽
19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5 16.11.06 2,429 77 11쪽
18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2 16.11.05 2,425 83 12쪽
17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5 16.11.04 2,369 80 17쪽
16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2) +10 16.11.04 2,403 97 19쪽
15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1 16.11.03 2,672 83 14쪽
14 Chapter 2. 안개 속으로 (7) +4 16.11.03 2,371 93 15쪽
13 Chapter 2. 안개 속으로 (6) +3 16.11.02 2,366 96 14쪽
12 Chapter 2. 안개 속으로 (5) +1 16.11.01 2,500 88 10쪽
11 Chapter 2. 안개 속으로 (4) +1 16.10.31 2,494 76 10쪽
10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2 16.10.30 2,496 91 10쪽
9 Chapter 2. 안개 속으로 (2) +1 16.10.29 2,816 89 13쪽
8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16.10.28 3,152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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