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進化)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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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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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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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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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DUMMY

"조용해서 좋네. 시발."


장호가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욕설을 뱉었다.


그 옆에 선 베르커스는 연신 담배만 빨아댔다. 그의 인상도 좋진 않았다. 그저 담배 연기를 한숨 비슷하게 내뱉을 뿐이었다.


이산은 그들을 뒤로하고 옥상을 돌며 주변을 세세히 살폈다. 그 역시 안타깝고 우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에게 생긴(?) 이 괴이한 감각이 감상에 젖게 놔두지 않았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이 정체 모를 능력은 끊임없이 그를 약간의 긴장 상태로 있게 만들었다.


"너무 깨끗한데요."


이산이 주변 거리를 살펴보니 좀비라고 할 만한 것들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아무래도 개떼나 늑대 떼가 싹 청소했겠지. 뮤턴트가 그랬을 수도 있고. 시간이 오죽 지났냐."

"그럼 건물마다 직접 수색해야 한다는 말인가? 장호형,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그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들은 정찰 의뢰를 받은 것이지 직접적인 토벌은 의뢰 내용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인원으로 그것을 한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음.., 글쎄."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장호가 베르커스를 보았다. 의뢰 내용에는 개체수 파악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이런 경우는 잘못하다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었다.


"그럴 필요 없어. 거점 확보와 폭탄 설치가 주 임무다. 얼마나 되는지 알아 오라고 한 건 김민국이 그 자식이 억지 부린 거야. 내가 자꾸 요새 간부로 오라는 걸 거절하니까, 날 엿 먹이려고 일부러 그런 조건을 단 거다. 어차피 이번 일 끝나면 인력소장도 때려치울 거다. 시청 확보도 해 줬고, 그냥 폭탄만 설치해 주면 돼."


베르커스는 김민국이의 얍삽한 상판이 생각나자 기분이 잡치는 듯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털어 껐다.


"뭐? 너 그럼 다시 용병 하려고?"


장호는 베르커스가 인력소장을 그만둔다는 말에 솔깃해졌다.


"아니. 용병해서 뭐 해? 이 나이 먹고 다시 시작하라고? 생각 없다."

"그럼, 뭐하시게요? 설마 우리랑 다니시려고요? 저야 환영이죠. 하핫."


이산이 반색하며 웃자 장호는 내심 좋았지만 어림도 없다는 듯 말했다.


"흠.., 산아, 우리가 사람이 필요하기는 한데, 저런 우악스런 곰을 어떻게 데려다 쓰겠냐? 거기다 좀 많이 먹냐? 굳이 받아 달라고 간청한다면야 생각은 해 보겠지만, 그래도 고민 좀 해봐야겠다."

"장호형, 그러지 말고 받아주자. 커스형이 실력은 확실하잖아."

"실력이야 좋지만, 성격이 문제지. 실력 있으면 뭐하냐? 한 성깔 하잖아. 의외로 그런 걸 잘 따져 봐야 해."

"에이, 실력 있으면 됐지, 뭔 성격까지 따져. 그리고 사고치는 편은 아니잖아?"

"거참~, 우리 막내가 이렇게까지 추천하는데 안 받을 수도 없고...."


장호와 이산이 지들끼리 떠들어 대자, 베르커스는 이젠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 두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 둘은 죽이 척척 맞았다. 하지만 묘하게 자신이 이들과 잘 어울려 논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좋아. 베르커스, 앞으로 하는 것 봐서 널 우리 클랜에 가입시킬지 판단하겠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됐고, 일이나 하자고. 겨우 두 명으로 클랜은 무슨 얼어 죽을 클랜. 야, 그리고 확실히 말해 두는데 헌터도 할 생각 없다. 알았냐?"

"엥, 헌터를 안 한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왜 안 해?"

"커스형, 왜요? 용병도 헌터도 안 하시면 대체 뭘 하시려고?"


베르커스의 은퇴선언에 장호와 이산은 당황했다. 귀한 전력이 될 만 한 자가 굴러 들어오는 줄 알고 좋아했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인마들아, 용병이나 헌터나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어차피 하는 일은 비슷하잖아. 그러니 용병 안 한다고 하면 알아들을 것이지. 그리고 난 원래 하고 싶은 것이 있었어. 미국에서는 군인은 은퇴 후에 지원이 정말 좋기 때문에 군인을 하게 된 거뿐이야. 뭐, 어쩌다 보니 한국에 살게 되고, 세상도 지랄 맞아 졌지만 그래도 계속 괴물이나 때려잡으면서 살면 쓰겠냐? 돈도 좀 모았겠다, 그런 건 이제 때려치울 때도 됐지.”

“그래서 뭐 할 거냐고? 놀진 않을 거 아냐?”

“까페 열거다.”

“뭐? 까페?”

"그래 까페. 후후, 재즈카페를 열어서 소울 멜로디로 이 삭막한 세상에 지친 영혼들을 치유하는 거지. 미국에 있는 내 집에는 음반을 이천 장 정도 모아 두었는데 그걸 못 가져오는 게 좀 아쉽지만, 여기서도 오백 장 정도 구했다. 난 미국 호텔업 협회에서 증명하는 국제바텐더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고."

"허얼......"

"우와~!"


베르커스가 진지하게 자신의 향후 진로를 말하자, 장호와 이산은 정말 놀랐다.


이산은 순수하게 감탄했지만, 장호는 다른 의미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베르커스가 하얀 와이셔츠에 나비넥타이를 메고 칵테일을 만들며 주점을 운영하는 모습은 상상으로라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우락부락하여 누가 보더라도 딱 곰이 생각나는 베르커스가 재즈까페라니!


저 시커멓고 여자 허벅지보다 굵은 팔로 칵테일을 만들어 주면 그걸 받는 기분은.....??


"야야!!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헌터 안 해도 좋으니까 딴 거 해. 그게 뭐야! 매치가 안 되잖아! 산아, 너도 좀 말려봐."


장호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지 손에 든 담배가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말렸다. 하지만 이산은 생각이 좀 달랐다.


"음....? 난 오히려 멋질 것 같은데. 근데 커스형, 술은 어떻게 하려고요? 저질 맥주랑 독한 소주만 파실 건 아니시겠고."

"그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이다. 만들다 보면 조금씩이나마 종류도 다양해지고 맛도 좋아지지 않겠냐? 급할 건 없으니 천천히 해나가면 될 거야. 너도 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면 포기하진 마라. 뭐 결국 못 이룰 수도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후회는 줄어들겠지. 그럼 된 거 아니냐."


베르커스가 하얀 이를 보이며 웃었다.


이산은 이런 세상에서도 나름 꿈을 계속 생각하고 이루어 가는 베르커스의 모습이 크게 와 닿았다.


베르커스가 옳았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자신도 어여쁜 마누라와 알콩달콩 사는 꿈을 벌써부터 지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 이제 헛소리들 그만하고 일 하자고."

"넵."


활기차게 대답하는 이산과 달리 장호는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한 마디 더 했다.


친구가 뻔히 망하는 것을 나름 의리파인 자신이 두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진짜 다시 생각해 봐. 돈만 날리고 망할 거야. 누가 오겠어? 문 열고 들어오다가 너 보면 다시 나간다고. 살벌해서 어디 술 먹겠냐?"

"알았으니까, 일하자고."

"진심으로 조언하는 거야. 그리고 싸나이라면 인류의 평화 같은 것도 좀 생각해야 하고."

"고맙다. 그리고 인류평화는 니가 지켜라. 너만 믿는다. 자, 일하자."


베르커스가 배낭에서 스코프를 꺼내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하자 장호도 더 이상 권하지는 않았다.


일행은 폭탄을 설치하기에 적합한 위치를 찾아 아파트 단지들을 살폈다.


굉음탄이 터지면 그 소리로 인해 주변 아파트 내의 좀비들이 일제히 깨어날 것이다. 그리고 소리의 진원지로 몰려가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통로는 뭐든 사용할 것인데, 5층 이상 되는 곳의 좀비들은 창문으로 뛰어내리다 심각한 피해를 받을 수도 있었다. 머리가 깨져 즉사할 수도 있었고, 다른 부위가 손상될 수도 있었다.


즉, 이 굉음탄 만으로도 상당한 전력이 된다는 의미이고, 그렇게 해서 몰려든 좀비들을 일제히 박멸하기 쉽다는 점에서도 유용했다.


무엇보다도 굉음탄에 이끌려 나온 좀비만 소탕한다면, 적어도 그 지역의 길거리는 상당히 안전해진다. 건물 내에 좀비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은 못 나오는 상황일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행은 3개의 시한굉음탄을 이 지역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베르커스는 총 5개의 시한굉음탄을 가지고 왔는데 아무래도 대단위 아파트단지이기에 3개는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다른 두 지역에 각각 한 개씩 밖에 쓰질 못하지만, 시청 앞 시가지는 개체수가 많지 않았고, 서금암 구역에 한 개만 설치하는 것은 약간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한쪽이라도 확실히 하기로 했다.


지도에 표시를 하며 세세히 일정을 짠 일행은 일어섰다.


장호를 선두로 다시 거리로 내려왔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거리는 적막했고, 가끔 바람이 먼지만 일으켰다. 햇살이 건물과 거리를 비추고 새 지저귀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고요하고 평화로웠으나 일행은 발소리를 죽이고 벽에 붙어 이동했다. 분명 건물 안에는 아직 좀비 다수가 남아 있었고, 발각되는 즉시 위험에 직면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신중하게 나아갔다.


하지만 일행은 이미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란 걸 이때까진 미처 몰랐다.


그들이 지나쳐가는 건물마다 그 안의 좀비들이 하나둘 눈을 떴다.


“크르르르.....”


그리고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일행을 쫓았다.


놈들은 평소처럼 크게 소리 지르지도 거칠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입속에 고인 침은 좀비들이 얼마나 일행을 먹고 싶어 하는지 말해주었고, 특히 두 눈은 장호와 이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


“후우......”


<치안대장실>이라 써 붙인 문 앞에서 유연아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이 문 뒤에는 직속 상관인 김민국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비서 겸 사무실 경리이기에 그와 만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그녀는 선뜻 문을 열 수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게 그녀의 일이었지만, 이렇게 홀로 김민국과 만날 때마다 그녀는 두려웠다.


그것은 공포였다.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진짜 공포.


성적인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몸뚱어리가 뜯어 먹힐까 두려웠다.


“아직은 괜찮아.”


유연아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두 달 전만 해도 유연아는 의무실에서 근무했었다.


그녀는 보직에 불만이 없었다. 세상이 망하기 전에는 간호학과 학생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명석한 두뇌로 요새의 유일한 의사인 의무실장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항상 일손이 딸리는 의무실에서 그녀는 한 번 가르치면 척척 해내는 아주 우수한 간호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단한 수술 정도는 그녀에게 맡길 만큼 그녀는 똑똑했다.


피로에 찌들어 사는 의무실장이 그녀를 애지중지하는 건 당연했다. 그녀 덕에 한숨 돌릴 시간이 생겼고, 몇 달만 더 지나면 업무의 상당 부분을 넘길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었다.


그 정도로 그녀는 촉망받는 인재였다. 과거였다면 세기의 천재라고 불렸을 것이다. 그러나 김민국의 눈에 띈 다음 날, 그녀의 근무지는 치안대로 바뀌었다.


요새의 유일한 의사인 의무실장도 권력자인 김민국의 청을 거절하지 못했고, 그녀도 당연히 거역할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난 지금, 그녀는 하루하루 두려움에 떨며 야위어 갔다. 가끔은 이러다가 잡혀먹히는 게 아니라, 말라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똑똑.


망설이던 그녀의 손이 결국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항상 보던 대로 김민국은 고개를 숙인 채 너덜너덜해진 프린트물을 보고 있었다. 그만큼 봤으면 외워버릴 만도 한데, 그는 눈을 떼지 못했다.


유연아는 용기를 내어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역시나 갑자기 김민국이 고개를 들었다.


유연아는 저도 모르게 멈춰 섰다. 김민국의 눈에 서린 의미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김민국은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저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렸다. 그리고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먹고 싶다.’


과거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보다도 더 식욕이 당기는 냄새가 그녀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이것은 마치 갈증과도 비슷했다. 타는 듯한 갈증에 그녀의 목을 물어 피를 빨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김민국은 잠시 냄새에 취해 있다가 고개를 흔들어 욕구를 물리쳤다.


“무슨 일이지?”

“본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바로 오시라는 사령관님의 호출입니다.”

“호출? 흠, 특별한 일은 없을 텐데. 혹시 그쪽 비서실에서 들은 건 없나?”

“토벌에 대해 말씀하실 게 있다는데 그 외엔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 어디 보자.”


김민국은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 금테를 두른 아날로그 시계가 1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곧 점심시간이니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가뜩이나 사이가 틀어지고 있는데 차대성이 일찍 점심을 먹으러 가버리면 나중에 곤혹스러워지는 건 그였다.


김민국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다 아직도 서 있는 유연아를 보았다.


“왜? 더 할 말이라도 있나?”

“아.... 아뇨. 나가라는 말씀이 없으셔서.”

“후후후.....”


당황하며 말하는 그녀를 보며 김민국은 웃었다. 그녀의 두 눈에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모습이지만 그때마다 즐거웠다. 이것이 포식자의 기분인가.


사실 유연아가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진작 섭식(攝食)을 시도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섭식에는 분명 부작용이 있었고, 그는 그것을 일찍 겪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것은 충분한 정보를 모은 후가 될 것이다.


그래서 냄새를 맡을 때마다 충동이 치솟았지만 자제했다. 지금 유연아의 능력인 <완전기억>을 흡수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몇 번 흡수가 가능할지도 모르는데 소중한 기회를 기억력 따위에 날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겁먹을 것 없어. 누차 말했지만 넌 내게 쓸모가 많아.”

“........”

“그리고 같은 신인류가 아닌가?”


왼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리며 김민국은 미소 지었다. 우월함이 가득한 미소였다.


같은 신인류지만 신이 그녀에게 내린 은총은 지금 세상에선 참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그에 반해 자신은 진정 세상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인간을 초월한,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초능력이니까. 더구나 눈앞의 여자, 유연아와는 달리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이는 곧 더욱 강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 한계에 도달한 그녀와는 수준이 다른 신인류였다.


소름 끼치는 그의 손이 어깨에 올라오자 유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몸이 저절로 떨려 왔다. 당장에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김민국의 미소가 더 진해졌다. 김민국은 그녀가 얼마나 자신을 두려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배신은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후후, 채찍은 이제 됐고, 당근도 줘볼까? 뭐, 당근치고는 좀 쓰겠지만.’


김민국은 사무실의 문을 열며 말했다.


“아 참, 토벌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내가 넌 토벌에서 빼줄 테니까. 그러니 고마워하라고.”

“네?”


애초에 비서인 데다 전투능력이 없는 그녀가 포함될 일도 없는데, 김민국이 특별히 신경 써주는 것처럼 말하자 유연아는 그의 말에 무언가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다.


“몰랐나? 우리 같은 신인류는 좀비들이 멀리서부터 냄새 맡고 달려들지. 사냥꾼처럼 집요하고 은밀하게 말이야.”

“그게 무슨......? 좀비는 후각이 없지 않나요?”

“크크, 그건 우리 신인류에겐 해당 사항이 없어. 좀비들도 아는 거지. 신인류가 훨씬 값진 존재란 걸. 그러니 뜯어 먹히지 않게 된 걸 고마워하라고.”


그 말을 끝으로 김민국은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유연아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것 같아 손으로 책상을 잡았다. 명석한 그녀의 두뇌는 김민국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했는지 바로 깨달았기에 혼란과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것은 경고였다.


혹시라도 자신이 없는 사이에 탈출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


유연아의 눈에 한 방울 눈물이 맺혔다. 누군가 이 미칠 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구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가의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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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3) +3 16.12.03 1,137 60 8쪽
3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2) +5 16.12.02 1,139 61 9쪽
33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6 16.12.01 1,266 64 10쪽
32 Chapter 4. 핏빛 황혼 (12) +3 16.11.21 1,672 72 13쪽
31 Chapter 4. 핏빛 황혼 (11) +9 16.11.19 1,801 79 8쪽
30 Chapter 4. 핏빛 황혼 (10) +6 16.11.18 1,628 67 8쪽
29 Chapter 4. 핏빛 황혼 (9) +4 16.11.17 1,661 72 10쪽
28 Chapter 4. 핏빛 황혼 (8) +3 16.11.16 1,687 76 11쪽
27 Chapter 4. 핏빛 황혼 (7) +3 16.11.15 1,709 71 8쪽
26 Chapter 4. 핏빛 황혼 (6) +5 16.11.14 1,670 83 13쪽
25 Chapter 4. 핏빛 황혼 (5) +6 16.11.12 1,900 85 12쪽
24 Chapter 4. 핏빛 황혼 (4) +7 16.11.11 1,835 69 9쪽
23 Chapter 4. 핏빛 황혼 (3) +6 16.11.10 2,044 85 8쪽
22 Chapter 4. 핏빛 황혼 (2) +11 16.11.09 2,101 73 11쪽
21 Chapter 4. 핏빛 황혼 +7 16.11.08 2,151 74 7쪽
20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6) +5 16.11.07 2,382 84 11쪽
19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5 16.11.06 2,429 77 11쪽
18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2 16.11.05 2,425 83 12쪽
»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5 16.11.04 2,370 80 17쪽
16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2) +10 16.11.04 2,403 97 19쪽
15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1 16.11.03 2,672 83 14쪽
14 Chapter 2. 안개 속으로 (7) +4 16.11.03 2,371 93 15쪽
13 Chapter 2. 안개 속으로 (6) +3 16.11.02 2,367 96 14쪽
12 Chapter 2. 안개 속으로 (5) +1 16.11.01 2,500 88 10쪽
11 Chapter 2. 안개 속으로 (4) +1 16.10.31 2,494 76 10쪽
10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2 16.10.30 2,496 91 10쪽
9 Chapter 2. 안개 속으로 (2) +1 16.10.29 2,816 89 13쪽
8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16.10.28 3,152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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