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進化)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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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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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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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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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안개 속으로 (3)

DUMMY

@


결국, 일행은 시청의 좌측으로 돌아 나왔다. 그리고 베레타를 들고 사주경계를 하며 측면 현관으로 들어섰다.


"으음......"


일행은 누구랄 것도 없이 살짝 신음을 흘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들을 반겨주는 것은 온통 피칠 된 벽과 유리로 된 문이었다. 비록 시간이 지나 옅어지긴 했지만,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유리문에 아래로 쭈욱 그어져 있는 손바닥 모양의 핏자국은 처절한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 아마도 그 혹은 그녀는 공포와 고통 속에 뜯어 먹혔겠지. 울부짖으면서 말이야.


"샅샅이 수색해야 돼. 나와 베르커스는 반대편으로 간다. 이산, 너는 우측을 맡아라. 수색 종료 후 중앙로비에서 합류한다. 위급상황 발생 시 모든 화기를 허가한다. 하지만 가급적 조용히 처리하도록."


"yes, sir."


"그리고 벨커, 넌 그 데져트이글 좀 집어넣어. 그거 쏘면 죄다 몰려들 거다."


장호의 말에 베르커스는 불만이 있는 듯했지만 순순히 집어넣었다. 작전에서 최상위 명령권자는 장호이기 때문이다.


"ok."


일행은 맡은 바 임무를 위해 흩어졌다.


이산은 피로 낙서한 유리문을 밀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난장판 된 탁자와 의자가 반겨주었다. 그 주변에는 신발과 피 묻은 채 찢어진 옷가지들이 널려 있었다.


여기저기 스테인리스 컵이 어지러이 굴러다니고 있고, 식판들도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식당이었던 듯했다.


'분위기 끝내주네.'


깨어져 나간 유리창을 통해 바람이 들어와 찢어진 커튼을 흔들었다. 그에 따라 이산의 머리카락이 살짝 휘날렸다.


이산은 발소리를 죽이며 배식대 너머에 있는 조리실을 향해 걸었다.


식당의 바닥은 마치 도살장처럼 피를 부어버린 듯했다. 순간 이 피는 누구 것일까 하는 생각이 짧게 스쳤다.


색깔이 너무 선명했기에 의아함도 느껴졌다. 아무래도 최근에 여기서 무슨 일인가 발생한 것 같다.


이산은 눈매를 좁히며 더욱 날카롭게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조리실에 아무것도 없기를 바랐다.


정작 싸울 때는 별생각이 없는데, 마주치기 직전의 이 긴장감은 시간이 가도 줄어들지 않았다.


부스럭-


이산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음?'


부스럭- 부스럭-


커다란 냉장고와 철제 선반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 조리실 안쪽은 보이질 않았다.


주방 도구들이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고 철제 선반 두 개는 옆으로 쓰러져 있는데, 소리는 그 안쪽에서 들렸다.


'뭔가 있다.'


이산은 베레타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최대한 기척을 죽이며 소리가 나는 곳으로 움직였다.


'여기다.'


장롱 두어 개를 합친 크기의 커다란 식당용 냉장고에 등을 붙이고 이산은 이 뒤편이라고 확신했다.


꿀꺽-.


침이 목울대를 넘어갔다.


'시발, 초짜도 아니고. 정신 차려 이산.'


마음을 다잡았다.


휙-


키에에에에--


이산이 냉장고를 돌아 총을 들이미는 동시에 그것이 소리를 질렀다!


'이런-'


낭패한 이산이 그것을 보며 서 있자, 그것은 구석으로 가더니 계속해서 위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키에에--


쥐새끼였다. 고양이만큼이나 커져 버린 변종쥐.


"시발, 존나 쫄았네."


이산은 이마에 서린 땀을 닦았다.


푸슉-푸슉-


총알 두발에 쥐는 잠잠해졌다.


죽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계속해서 소릴 질러대면 곤란하기 때문에 조용히 시켰다.


"아 진짜, 이런 거 정말 싫다. 차라리 뮤턴트랑 노는 게 낫지."


이산은 잠깐 주저앉아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식당과 그 옆의 민원실을 수색하고 중앙 로비로 가니 장호와 베르커스는 이미 돌아와 계단에 앉아 있었다.


"뭐 좀 있었냐?"


"아뇨. 쥐새끼 한 마리 잡았어요. 그쪽은요?"


"아무것도."


장호의 대답에 이산은 베르커스를 보았다.


"나 역시. 깨끗해."


"다 밖으로 나간 건가?"


"그럴지도. 자 올라가자. 아직 쉴 필요는 없잖아."


장호가 일어서자 베르커스도 따라 일어섰다.


"2층은 내가 좌측, 베르커스는 우측이다. 산이는 중앙에서 대기하도록. 복도와 주차장을 살펴."


"yes, sir."


일행은 중앙 계단을 올라 다시 수색에 들어갔다.


장호와 베르커스가 좌우 복도를 따라 각 사무실을 돌아다녔다.


중앙 로비에 남은 이산은 소총을 들어 올린 채,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고요했다.


건물 내부뿐만 아니라 시청 밖 주차장도 조용했다. 그들이 잡은 들개들 주변 역시 사체만 있을 뿐 깨끗했다. 피 냄새가 풍겨 뭔가 올 줄 알았는데, 이 근방은 이상하리만치 아무것도 없었다.


"흠.... 깨름칙 한데."


이산은 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한낮이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뭐랄까...? 이것은 마치 무엇인가가 이 근방을 싹 청소한 듯 보이질 않는가.


그리고 특이한 것은 복도와 계단에 있는 핏자국이다.


질질 끌고 간 듯한 자국들. 이런 자국은 좀비가 있는 곳은 어디든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오늘만큼은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더구나 아까부터 묘한 긴장감과 함께 척추를 타고 살살 간지럽히는 소름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산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곤 했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꼭 뭐에 홀린 것 같았다.


도대체 뭐지? 이 이상한 느낌은?


거슬린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고개를 돌린 그쪽에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벽 너머에 어떤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그리고 그것을 피해야 할 것 같은 느낌.


혼란스럽다.


내가 미쳐가고 있는 걸까?


"뭐해? 넋 놓고."


베르커스가 다가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산에게 물었다.


“아니... 그냥 좀.”


베르커스의 말에 이산은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지웠다.


지금은 기분 따위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근데 커스형, 혹시 이상한 거 못 느꼈어?”


"왜?"


"이 핏자국들 좀 이상하지 않아?"


이산이 복도와 계단의 핏자국에 시선을 주었다.


"글쎄. 이런 거 흔하지 않나. 좀비들이야 멀쩡한 놈들보다 팔다리가 뜯어 먹힌 것들도 많으니까. 변이 중에 다른 좀비한테 당해서."


"그래도 잘 봐봐. 기어간 게 아니라 질질 끌려간 거 같잖아."


이산의 말에 베르커스는 핏자국들을 자세히 살폈다.


"음....."


"그리고 여기 좀 이상하지 않아? 뭔가가 싹 청소한 것처럼 아무것도 없잖아."


베르커스는 턱을 살짝 긁으며 흘깃 창밖의 주차장을 보았다.


"그러네. 듣고 보니 수상한데."


"왜? 뭔데 그래?"


장호가 반대편 복도에서 걸어오며 물었다.


"야, 산이 말 들어보니 좀 이상한데."


"장호형, 여기 좀 수상해."


이산은 무언가 수상한 분위기와 핏자국들에 대해 설명을 했다.


"나 역시 아까 수색하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한두 개도 아니고 저쪽 사무실에는 이렇게 끌려간 핏자국들이 많아."


장호는 이산의 말을 듣자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이 본 것을 말했다.


"뮤턴트 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다."


세 사람은 2층 중앙 복도에 서서 서로를 보았다.


"지금부터는 소음에 상관없이 움직인다. 소총 준비해."


장호의 말에 이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창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베르커스의 눈이 커지더니 그가 외쳤다!


“물러서!”


장호와 이산은 그의 외침에 베르커스의 눈길을 따라 창가를 보았다.


"헛-"


그들은 황급히 창가에서 물러나며 총을 들었다.


중앙 로비의 창밖에는 그것이 그들을 보고 있었다.


회색 피부에 한 오라기 털도 없이 매끈한 몸, 기형적으로 긴 팔과 넓적이 도드라진 팔의 하박, 번들거리는 흰자 안의 핏빛 눈동자와 볼까지 찢어진 입. 뮤턴트였다.


상반신만 보이는 그것은 일행을 바라보다 웃었다.


벌어진 입 사이로 상어처럼 날카롭게 솟아난 이빨이 보인다. 그리고 그 틈으로 걸쭉한 침이 흘렀다.


놈의 눈알이 데굴데굴 움직였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감상하는 표정으로 히죽대며 빨간 눈동자를 굴려댔다. 소름이 올라온다.


탕! 탕! 타타타탕!


누군가의 시작으로 일행의 k-2 총구에서 불꽃이 튀었다. 유리창에 총알이 관통하며 금이 가다, 산산이 조각나며 밖으로 터져 나갔다!


쫘라라락- 와장창-


놈은 뭔가 위험한 낌새를 느꼈는지 총구가 불을 뿜기 전에 밑으로 사라져 버렸다. 굉장한 반사 신경이다.


"젠장! 이산, 계단 위를 엄호해! 베르커스, 뒤를 맡아라."


"라져!"


장호의 명령에 이산은 급히 계단을 올라 3층 시작점에 앉아쏴 자세를 취했다.


'제길, 어쩐지 쉽다 했어.'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놈에게 먼저 발각된 데다, 이렇게 넓은 건물은 놈이 기습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다.


비록 장호와 베르커스의 무력이 뮤턴트와 드잡이할만하다 하여도 육박전은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아차 하면 놈의 손톱에 신체의 어딘가가 잘려나가는 짓을 쉽게 할 수는 없었다.


투타타타-


'밑이다.'


총소리가 들리자마자 이산은 몸을 박차고 일어나 계단 밑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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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4) +3 16.12.05 1,009 47 9쪽
35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3) +3 16.12.03 1,137 60 8쪽
3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2) +5 16.12.02 1,139 61 9쪽
33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6 16.12.01 1,266 64 10쪽
32 Chapter 4. 핏빛 황혼 (12) +3 16.11.21 1,672 72 13쪽
31 Chapter 4. 핏빛 황혼 (11) +9 16.11.19 1,801 79 8쪽
30 Chapter 4. 핏빛 황혼 (10) +6 16.11.18 1,628 67 8쪽
29 Chapter 4. 핏빛 황혼 (9) +4 16.11.17 1,661 72 10쪽
28 Chapter 4. 핏빛 황혼 (8) +3 16.11.16 1,687 76 11쪽
27 Chapter 4. 핏빛 황혼 (7) +3 16.11.15 1,709 71 8쪽
26 Chapter 4. 핏빛 황혼 (6) +5 16.11.14 1,670 83 13쪽
25 Chapter 4. 핏빛 황혼 (5) +6 16.11.12 1,900 85 12쪽
24 Chapter 4. 핏빛 황혼 (4) +7 16.11.11 1,835 69 9쪽
23 Chapter 4. 핏빛 황혼 (3) +6 16.11.10 2,044 85 8쪽
22 Chapter 4. 핏빛 황혼 (2) +11 16.11.09 2,101 73 11쪽
21 Chapter 4. 핏빛 황혼 +7 16.11.08 2,151 74 7쪽
20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6) +5 16.11.07 2,382 84 11쪽
19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5 16.11.06 2,429 77 11쪽
18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2 16.11.05 2,425 83 12쪽
17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5 16.11.04 2,370 80 17쪽
16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2) +10 16.11.04 2,403 97 19쪽
15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1 16.11.03 2,673 83 14쪽
14 Chapter 2. 안개 속으로 (7) +4 16.11.03 2,371 93 15쪽
13 Chapter 2. 안개 속으로 (6) +3 16.11.02 2,367 96 14쪽
12 Chapter 2. 안개 속으로 (5) +1 16.11.01 2,500 88 10쪽
11 Chapter 2. 안개 속으로 (4) +1 16.10.31 2,494 76 10쪽
»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2 16.10.30 2,497 91 10쪽
9 Chapter 2. 안개 속으로 (2) +1 16.10.29 2,816 89 13쪽
8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16.10.28 3,152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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