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進化)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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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최근연재일 :
2016.12.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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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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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핏빛 황혼 (8)

DUMMY

“.......!?”


빛이 보이자마자 우두머리는 등골을 타고 흐르는 소름에 눈을 부릅떴다.


저것은 위험하다!


몸통만 남은 시체가 찢겨 흩날리고, 그 틈으로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빛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은 찰나 간에 수십 개로 갈라지며 쇄도해왔다.


쇄애애애애액-!


“캬아아아아!”


정신없이 뒤로 물러서며 우두머리는 허공에 할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팔을 휘둘렀다. 잔상이 겹치다 못해 손톱으로 만든 벽이 생기고, 그 위로 바람칼날이 하얀 이빨을 들이밀었다.


-펑! 펑! 퍼버버버펑!


바람칼날과 손톱이 부딪치자 곧 폭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빛이 폭발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잘린 손톱들이 이리저리 날아오르며 벽으로 박혀 들었다.


하지만 하나가 기어코 살아남아 우두머리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손톱마저 갈라버릴 만큼 날카로운 그것이 코앞에 이르자 우두머리는 급히 목을 옆으로 젖혔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저것만큼은 버틸 수 없다. 더구나 약해진 지금에야 더더욱!


-서걱


목을 반쯤 가르며 시리도록 차가운 하얀 것이 지나갔다.


“케- 케륵!”


우두머리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공포에 일순간 얼어붙었다. 갈라진 틈새에 거품이 일며 목은 곧바로 아물어 갔지만, 조금 전, 우두머리는 죽음의 향기를 느꼈다.


손가락 하나로 죽일 수 있는 벌레에 불과하다 생각했거늘 눈앞의 두 발 먹이는 포식자였다. 자신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한 포식자.


그리고 그런 강자의 손에 방금 전과 같은 하얀빛이 다시금 일어나는 게 보였다.


“크아앙!”


우두머리는 바닥을 박찼다.


반 토막 나버린 손톱으로는 더 이상 하얀빛을 막지 못한다. 그러니 먼저 죽여야 한다.


하지만 놈도 같은 생각인지 손을 앞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서걱!

콰직!


무언가 잘리는 소리와 찍는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크르르르....”


우두머리의 내뻗은 오른팔이 사선으로 잘리고, 이내 잘린 팔뚝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우두머리는 웃었다. 자신에게는 아직 한 팔이 남아 있었다.


“빌어먹을.....”


김민국은 왼쪽 어깨에 박힌 괴물의 손톱을 보며 나직이 이를 갈았다.


온 힘을 쏟아부은 공격도, 마지막까지 정신력을 쥐어짜 만든 바람칼날도 결국 놈을 막지 못했다.


괴물이 다른 손을 들어 올리는 게 보인다. 그리고 저 뒤편의 천장 구멍에서 떨어지는 뮤턴트들도 보였다.


이젠 가망이 없다.


김민국은 최후를 예감하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때, 아직은 김민국의 운이 다하지 않았던 것인지, 옆의 계단에서 실낱같은 희망의 소리가 들려왔다.


우측의 계단에서 경비 대원들이 뛰어 올라왔다. 그리고 괴물을 보자마자 총구를 들어 올렸다.


“쏴...쏴라!!!”

“........!!”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괴물이 손을 들어 올린 채 옆을 보았다. 그리고 김민국은 이것이 자신이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란 걸 알았다. 이를 악물며 통로의 구석을 향해 굴렀다.


투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


일순간 일어난 사태에 우두머리의 눈이 커졌다. 그리곤 곧 빗발치는 총알 세례에 정신없이 뒤로 밀려났다.


“캬아아악!”


두 발 먹이의 가시가 유난히 따가웠다.


이미 너무 많은 공격을 받은 데다 공간 터뜨리기까지 사용했다. 체력을 회복하지 못해 가죽이 약해지고, 튼튼한 방패 노릇을 하던 팔조차 하나밖에 없는 상황.


원통하고 분했지만, 우두머리의 본능은 살길을 택했다.


우두머리는 곧 고개를 돌려 피할 곳을 찾아보다 김민국이 나왔던 지휘통제실로 뛰어들었다.


“놈이 도망갑니다!”


경비 대원 중 누군가가 외쳤다. 하지만 이들을 데리고 올라온 경비 3팀장은 당장은 놈을 쫓을 겨를이 없었다.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김민국이 먼저였다.


차대성이 죽었고, 경비대장도 김민국이 제거했다고 언질을 받은 후였다. 이제 요새의 최고권력자는 김민국이다.


“치안대장님! 괜찮으십니까?”


그는 급히 김민국에게 다가가 부축했다.


“으윽. 3팀장이로군. 정말 고맙네. 신세를 졌어.”


김민국은 어깨에 박혀있는 괴물의 손을 빼내며 3팀장에게 말했다.


3팀장은 김민국이 신세를 졌다며 고마워하자 얼굴이 밝아졌다. 최고권력자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은 것 같았다. 김민국만 구한다면 이 난리가 끝난 후에 경비대장은 자신의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


“피... 피가 납니다! 어서 의무실로!”


3팀장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복도가 온통 피로 범벅이었지만, 3팀장은 그런 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김민국은 그런 3팀장을 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미 요새는 끝났다.


저 괴물은 회복한 뒤에 곧 다시 올 것이고, 뚫린 구멍으로 뮤턴트들까지 들어온 마당인데, 자리 욕심이 가득한 3팀장을 보니 웃음이 목구멍을 간질거린다.


하지만 김민국은 내색하지 않고 경비 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3팀장. 놈은 이미 큰 피해를 입었네. 얼마 지나지 않아 물러갈 거야. 그러니 2층에 전 병력을 집결시켜 내려오는 것만 막아. 그리고 오늘 일은 반드시 기억하겠네.”


김민국은 차대성의 거만한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 그리고 3팀장의 공을 추켜세웠다. 이에 3팀장이 들뜬 표정으로 맡겨만 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1층으로 내려가자 시민체육관 정문에 몰려들어 아우성치는 주민들이 보였다. 2층에 있던 사람들까지 내려와 발 디딜 틈마저 없을 만큼 혼잡했다.


주민들은 악다구니를 쓰며 문을 열라고 경비 대원들에게 윽박지르고 있었다.


“야 이 시발, 우릴 다 죽일 셈이야!”

“지금 나가면 위험합니다. 아직 밖에 뮤턴트가 있어요!”

“무슨 개소리야! 지금 3층에 구멍 나서 다 들어왔는데! 누굴 바보로 알아?”

“3층은 곧 폐쇄할 겁니다. 모두 진정 좀 하세요!”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의 경비 대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이어 소리치는 어떤 여자의 말에 주민들은 더욱 난폭해졌다.


“밖에 누가 와서 뮤턴트들 다 잡고 있는 거 우리가 모를 줄 알아요? 어서 좀 열어 줘요!”

“맞아! 내가 다 봤어!”

“지금 도망가야 한다구!”

“밀어! 밀어붙여!”

“제발! 제발 진정 좀 하세요!”


경비 대원이 크게 소리 질렀지만, 이미 군중심리에 장악당한 주민들은 어서 여길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놈들이 내려오기 전에 밖으로 나가 도망쳐야 한다. 이젠 여기가 더 위험하다.


김민국은 그 모습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 도망가는 사람이 많을수록 탈출은 더 쉬울 터, 그는 의무실의 의자에 앉아 유연아가 붕대를 다 묶길 기다리며, 어서 빨리 주민들이 문을 열고 나가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런 그의 바람은 1분도 되지 않아 이루어졌다.


다시 총소리가 울리기 시작하고, 이어지는 비명들이 건물 안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아아아악!”

“도망쳐!”

“끄아아아아아-!”

“사... 살려줘어어어어-!”


아우성치던 주민들과 경비 대원들의 시선이 모두 위로 향했다. 폭풍 전의 고요처럼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윽고 계단에서 피투성이의 경비 대원 한 명이 굴러떨어지고, 그 뒤로 회색빛의 괴물이 걸어 나왔다.


퍼석-!


괴물이 굴러떨어진 경비 대원의 머리를 밟아 터뜨렸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며 뭔가를 찾았다.


“크르르르르......”


모두의 눈이 괴물에게 향했다.


한 팔은 없었으나, 체력은 회복한 것인지 우람한 근육들이 꿈틀거리고, 손톱마저 다시 자라 있었다.


“괴.... 괴물.”


누군가의 중얼거림을 시작으로 사방에서 고함과 비명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꺄아아악!”

“으아아아아! 도망쳐!!!”

“흐어어엉-”


울부짖는 사람들과 주저앉아 우는 사람들, 급히 정문의 빗장을 풀기 위해 발악하는 자들이 뒤섞이며 건물 안은 혼란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김민국 역시 급히 일어섰다.


김민국은 놈이 두리번거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 괴물은 지금 자신을 찾고 있다.


심장이 펄떡거렸다. 다시 마주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바람칼날은 앞으로 한 시간은 지나야 뽑을 수 있다. 지금은 걸리면 죽음뿐이다.


-끼이이이익


그때, 혼란으로 가득한 와중에도 선명하게 귀를 파고드는 소리가 있었다.


낡은 경첩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열린 문틈으로 산등성이 위까지 내려앉은 태양이 빛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두머리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찾았다!


우두머리의 눈이 복수심으로 불타올랐다.


한 팔을 가져간 먹이. 그야말로 지금까지 사냥한 어떤 사냥감보다 강한 상대다. 하지만 그건 약해졌을 때의 얘기.


완전히 회복한 우두머리는 결코 하얀빛이 자신의 몸을 자르지 못하리란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부상당한 지금이야말로 숨통을 끊을 기회였다. 사냥꾼의 본능이 지금 잡아야 한다고 속삭였다.



@


“으아아아아아아!”

“다.. 달려!”

“영자야 이리와!”


팔다리가 다 터져나가 바닥에서 꿈틀대는 뮤턴트를 밟고 대가리에 산탄총을 겨누던 베르커스는 대피소의 정문이 열리자 고개를 들었다.


“.......?!”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


엄청난 인파가 필사적으로 달려 나오고 있었다. 죽기 살기로 뛰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곤 베르커스는 산탄총을 들어 다시 총알을 채워 넣었다.


저렇게 몰려나온다는 것은 곧 요새를 이리 만든 빌어먹을 놈이 온다는 뜻일 터, 놈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주변을 돌아보며 동료를 찾았다.


저쪽 구석에서 장호가 뮤턴트의 뒷목을 가르는 것이 보였다. 저놈은 이 상황에서도 착실히 코어를 챙기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참 대단한 놈이다.


그리고 뒤에서는 이산이 지붕을 밟고 넘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베르커스는 든든함을 느꼈다.


뮤턴트의 절반은 이산이 처리한 것이다. 확실하게 아군을 지원하는 저격수란 소규모 전장에서는 판도를 바꿀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팀에 이산과 같은 저격수가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메인 디쉬를 요리할 녀석도 이산이었다.


자신과 장호가 괴물을 잠깐이나마 묶어두고, 이산이 놈의 대가리를 날려버린다는 게 작전의 요지.


철갑탄이 놈의 머리통을 꿰뚫어야 한다는 다분히 운에 맡기는 작전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놈이 대피소로 들어간 순간부터 전장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건 예상외군.”


사람들이 모두 탈출을 하고 있었다. 벌써 후문 쪽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마저 보인다.


이에 베르커스는 작전을 변경할 필요를 느꼈다.


그의 눈이 주변을 훑었다.


그리고 곧, 재수 없는 면상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 나오는 게 보였다.


“역시 살아있었군. 하기야 김민국, 네놈이 쉽게 죽을 놈은 아니지.”


베르커스는 작전을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의 탈출을 돕고, 김민국을 살린다. 거기까지가 지금 해야 할 일이었다.


작가의말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egqkr2006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ㅠ_ㅜ


그리고....

우리 민국이가 현재 성장통을 겪고 있습니다. 좀 더 비열하고 야비한 악당이 되기 위해 열심히 정진하고 있어요. 모두 격려 좀 해주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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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2) +5 16.12.02 1,139 61 9쪽
33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6 16.12.01 1,267 64 10쪽
32 Chapter 4. 핏빛 황혼 (12) +3 16.11.21 1,672 72 13쪽
31 Chapter 4. 핏빛 황혼 (11) +9 16.11.19 1,801 79 8쪽
30 Chapter 4. 핏빛 황혼 (10) +6 16.11.18 1,628 67 8쪽
29 Chapter 4. 핏빛 황혼 (9) +4 16.11.17 1,661 72 10쪽
» Chapter 4. 핏빛 황혼 (8) +3 16.11.16 1,688 76 11쪽
27 Chapter 4. 핏빛 황혼 (7) +3 16.11.15 1,709 71 8쪽
26 Chapter 4. 핏빛 황혼 (6) +5 16.11.14 1,670 83 13쪽
25 Chapter 4. 핏빛 황혼 (5) +6 16.11.12 1,900 85 12쪽
24 Chapter 4. 핏빛 황혼 (4) +7 16.11.11 1,835 69 9쪽
23 Chapter 4. 핏빛 황혼 (3) +6 16.11.10 2,045 85 8쪽
22 Chapter 4. 핏빛 황혼 (2) +11 16.11.09 2,101 73 11쪽
21 Chapter 4. 핏빛 황혼 +7 16.11.08 2,151 74 7쪽
20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6) +5 16.11.07 2,382 84 11쪽
19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5 16.11.06 2,429 77 11쪽
18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2 16.11.05 2,426 83 12쪽
17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5 16.11.04 2,371 80 17쪽
16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2) +10 16.11.04 2,403 97 19쪽
15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1 16.11.03 2,673 83 14쪽
14 Chapter 2. 안개 속으로 (7) +4 16.11.03 2,372 93 15쪽
13 Chapter 2. 안개 속으로 (6) +3 16.11.02 2,367 96 14쪽
12 Chapter 2. 안개 속으로 (5) +1 16.11.01 2,500 88 10쪽
11 Chapter 2. 안개 속으로 (4) +1 16.10.31 2,494 76 10쪽
10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2 16.10.30 2,497 91 10쪽
9 Chapter 2. 안개 속으로 (2) +1 16.10.29 2,816 89 13쪽
8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16.10.28 3,152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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