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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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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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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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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DUMMY

@


계룡산을 둘러 지나가는 도로변, 낡은 농가.


시멘트로 만든 담장과 기와 위로 덩굴이 가득하고 마당 안쪽엔 풀이 빽빽이 들어차, 언뜻 보면 집이었는지도 모를 만큼 오랜 시간 방치된 농가에 일행은 픽업트럭을 세웠다.


그리고 비교적 깔끔한 안방이었을 방안에 앉아 늦은 저녁을 먹었다.


물론 일행이 들어섰을 때, 집주인으로 보이는 노부부 좀비가 반겨줬지만, 너무도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데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기에 일행은 간단히 진짜 죽음을 선물해 주곤, 땅을 얕게 파 묻어주었다. 근처에 시체를 두고 자는 것도 내키지 않았고, 숙박료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변을 정리한 일행은 곧 개조버너 두 개를 중앙에 켜 두고 모여 앉아,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유연아를 바라보았다.


이미 대략적인 얘기를 들은 장호와 베르커스도 자세한 이유는 듣지 못했기 때문에 궁금한 표정이었다.


그런 일행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유연아는 굳은 얼굴로 버너의 불빛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먼저 물어볼 게 있어요.”


고개를 든 그녀가 일행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글렌님에게 들으니 모두 신인류이신 것 같은데, 혹시 여러분들 중에 냄새를 맡아 본 적 있으신 분, 계신가요?”


유연아는 혹시라도 이들 중에 냄새를 맡는 자가 있을까 두려워 흔들리는 눈빛으로 일행을 살폈다.


지금까지는 담담한 표정이더니 막상 물으려니 목소리가 떨려 나온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표정에 이산은 그녀가 냄새라는 걸 무척 두려워한다는 것과 그것이 결코 좋지는 않은, 불길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더구나 신인류라는 것도, 냄새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묻기부터 하니 살짝 짜증이 난다.


먼저 설명부터 해 줘야 할 것 아닌가. 그것 때문에 목적지마저 정해지지 않았건만.


처음 보는 여자한테 휘둘리는 것 같아 기분도 별로 좋지 않은데, 앞뒤 다 자르고 말을 하니 이산은 자기도 모르게 퉁명스레 말했다.


“먼저 냄새라는 게 뭔지 설명 좀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신인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은데, 내 생각이 맞나? 다짜고짜 냄새나냐고 물으니 어떻게 대답해 줘야 할지 모르겠네. 킁킁, 지금도 통조림 냄새나는데, 이거 말하는 건가?”


이산이 빈정거리자 유연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곧 아미를 찡그리며 이산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너무 서두른 것 같았다. 하지만 저 남자는 뭔데 반말에다 화를 내는 걸까. 지금 그 정도까지 자신이 실수한 것 같진 않은데 말이다.


장호와 베르커스도 묘한 표정으로 이산을 쳐다봤다. 약간 똘끼가 있긴 해도 예의는 있는 놈인데, 갑자기 저러니 어리둥절했다.


특히, 장호는 이산이 원래 여자한테 까칠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정도가 좀 심한 것 같아 살짝 팔꿈치로 이산을 밀었다.


“야, 너 왜 그래?”

“왜요? 제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연아씨한테.....”

“아뇨. 죄송해요. 제가 너무 서둘렀네요. 먼저 궁금한 걸 풀어드렸어야 했는데.”


장호의 말을 끊으며 말한 유연아는 새침한 표정을 짓고는 허리를 바로 세웠다. 상대가 반말로 그것도 초면에 툭 쏘아붙이자 그녀는 오기가 생기는 걸 느꼈다.


유연아는 자기 또래의 저 남자가 왜 저러는지는 몰랐지만, 콧방귀를 한 번 뀌어주고는 곧 김민국의 보고서에 있던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워낙 기억력이 탁월한 그녀라 몇 번 힐끗 본 것만으로도 보고서의 내용은 머릿속에 통째로 옮겨와 있었다.


유연아는 차분하고 조리 있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일행의 얼굴은 굳어져 갔다.


이능이 발현된 자를 신인류로 지칭하는 것부터 그들 중에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자는 다른 신인류의 이능을 빼앗아 올 수 있다는 것까지. 그리고 그 방식은 무려 섭식(攝食), 즉 식인종처럼 잡아먹는 것으로 할 수 있다는 말에는 잔뜩 얼굴을 구겼다.


게다가 이미 상당수의 신인류가 있었으며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대전요새와 용인요새로 갔다가 권력자들의 영양제가 돼버렸다는 얘기에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녀가 말하는 요지는 간단했다.


3대 요새 중 이미 두 곳은 이능력자들의 무덤이 되어버렸고, 남은 한 곳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거라는 것.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먹기 위해 전쟁을 준비 중이라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냄새 억제제는 생존을 위한 필수 아이템임을 말했다.


“그래서 제가 대전은 가면 안 된다고 한 거예요. 그리고 좀비들 때문이라도 냄새 억제제는 꼭 필요하죠.”

“흐음.....”

“.......”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이능을 발현하여 이제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좀 더 쉽게 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건 오히려 안식처인 요새(Fortress)에 발을 들일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셈이다.


더구나 전쟁이라니. 전쟁이 일어나면 모두 다 죽어버리는 결과는 기대하기 힘들 터이니 결국, 어딘가가 이 땅을 장악하게 된다는 의미이고, 그렇게 된다면 일행이 설 자리는 더욱 없어진다.


차라리 일반인이었다면 한반도에 새로운 지도체계가 생겨나는 게 좋은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


이산은 거기까지 생각하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의문에 유연아를 보았다.


계룡요새에서 나올 적에 장호와 베르커스는 천안으로 간다는 얘길 했었다.


“좋아.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만약 그쪽 말이 다 사실이라면 정말 개 같은 상황이 된 거네. 근데 말이야. 천안은 왜 가야 하지? 아까 장호형이 얼핏 거기서 약을 구할 수 있다고 한 것 같은데 거기 가면 정말 약을 구할 수 있나? 그리고 또 하나, 만약 천안에 약이 있다면 왜 아직까지 거긴 안전한 거지? 그걸 내버려 둘리가 없잖아?”


이산이 묻자 장호와 베르커스도 유연아를 보았다. 정말 중요한 문제고, 이 물음에 대한 답변에 따라 그녀의 말을 신뢰할지 여부도 판단할 수 있었다.


이능에 대한 말들을 오늘에서야 들어본 일행이다.


특별히 그녀를 의심할 만한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말을 믿어줄 이유도 없었다.


일행의 눈초리를 느끼곤 유연아는 가슴이 답답해져 왔지만, 차분히 말을 이었다. 베르커스는 이전에 인사나 하던 사이였고, 이산과 장호는 만난 지 겨우 몇 시간이었다.


“아마 여러분도 들어보신 적은 있을 거예요. 꽤 유명한 사람이니까요. 혹시 임무환 박사라고 아시나요?”

“매드 닥터?”


베르커스가 눈에 이채를 띄며 반문했다.


“네. 알고 계시네요. 우리가 찾아갈 사람이 바로 그 자예요.”

“그가 생체실험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능에 관련된 연구였는지는 몰랐군. 그가 냄새 억제제를 만든 것인가?”

“저도 자세히는 알지 못해요. 그저 치안대장님.... 아니, 김민국 그자가 그에게 접촉하려 했다가 실패한 것만 알죠.”

“김민국이? 흠, 그런데 왜 실패했지?”

“그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제시했거든요.”


유연아의 대답에 장호가 돈 얘기가 나오자 솔깃한지 가까이 다가섰다.


“얼만데? 얼마 길래 치안대장 씩이나 해 먹던 놈이 못 구한 거요?”


현재의 사회구조라 할 수 있는 요새는 온갖 비리가 판치는 터라, 장호는 그가 못 구했다는 얘기에 상당히 큰 액수일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유연아의 대답은 그는 물론 일행 전체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한 달 치 30알에 천 골드예요.”

“뭐요? 천 골드?”

“뭐? 천?”

“.......”


아니, 그 새끼가 미쳤나.


이산은 말도 안 되는 액수에 욕부터 나왔다.


30개에 천 골드면 한 개에는 무려 33골드가 넘는다. 좀비 한 마리 가격이 10실버고, 100Mc 짜리 뮤턴트가 10골드밖에 안 하는데, 이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었다.


“아니, 그러면 가봤자 소용없잖아? 지금 가진 게 300Mc 짜리 코어 하나랑 아까 그 괴물 놈 코어 하나, 그리고 자잘한 것들 몇 개인데, 이러면 한 사람당 한 달 치도 못 구하겠는데요?”

“그러게. 한 달 그냥 밖에서 살고 말지. 알거지 될 일 있나. 어차피 다른 작은 요새는 아직 괜찮을 테니 그리로 가는 게......”

“동감이다.”


이산의 말에 장호와 베르커스가 고개를 저으며 이건 좀 아니라는 듯 혀를 찼다.


하지만 유연아는 이미 이 문제는 예상했었던 듯, 품에 안고 있던 우유병을 앞으로 내놓았다.


남색으로 칠해진 플라스틱 우유병으로 일행의 시선이 쏠렸다.


“가격은 이거면 해결될 거예요. 돈으로는 그렇게 비싸지만, 대신 임무환 박사는 강력한 괴물의 사체(死體)를 구하려고 안달 난 사람이거든요. 실제로 김민국도 돈으로 구하는 생각은 바로 접었죠.”


일행이 이건 뭐냐는 듯 쳐다보자 유연아는 담담히 말했다.


“이건 아까 그 괴물의 척수 일부와 뼛조각, 그리고 눈알을 알코올에 담아 둔 거예요. 제 생각이지만, 이거면 한 달 치가 아니라 몇 달 치는 충분할 겁니다. 그리고.......”


유연아는 잠시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오해하진 마세요. 저 이런 거 수집하는 취미는 없어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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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4) +3 16.12.05 1,009 47 9쪽
35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3) +3 16.12.03 1,138 60 8쪽
3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2) +5 16.12.02 1,139 61 9쪽
»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6 16.12.01 1,267 64 10쪽
32 Chapter 4. 핏빛 황혼 (12) +3 16.11.21 1,672 72 13쪽
31 Chapter 4. 핏빛 황혼 (11) +9 16.11.19 1,801 79 8쪽
30 Chapter 4. 핏빛 황혼 (10) +6 16.11.18 1,628 67 8쪽
29 Chapter 4. 핏빛 황혼 (9) +4 16.11.17 1,661 72 10쪽
28 Chapter 4. 핏빛 황혼 (8) +3 16.11.16 1,687 76 11쪽
27 Chapter 4. 핏빛 황혼 (7) +3 16.11.15 1,709 71 8쪽
26 Chapter 4. 핏빛 황혼 (6) +5 16.11.14 1,670 83 13쪽
25 Chapter 4. 핏빛 황혼 (5) +6 16.11.12 1,900 85 12쪽
24 Chapter 4. 핏빛 황혼 (4) +7 16.11.11 1,835 69 9쪽
23 Chapter 4. 핏빛 황혼 (3) +6 16.11.10 2,044 85 8쪽
22 Chapter 4. 핏빛 황혼 (2) +11 16.11.09 2,101 73 11쪽
21 Chapter 4. 핏빛 황혼 +7 16.11.08 2,151 74 7쪽
20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6) +5 16.11.07 2,382 84 11쪽
19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5 16.11.06 2,429 77 11쪽
18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2 16.11.05 2,426 83 12쪽
17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5 16.11.04 2,371 80 17쪽
16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2) +10 16.11.04 2,403 97 19쪽
15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1 16.11.03 2,673 83 14쪽
14 Chapter 2. 안개 속으로 (7) +4 16.11.03 2,371 93 15쪽
13 Chapter 2. 안개 속으로 (6) +3 16.11.02 2,367 96 14쪽
12 Chapter 2. 안개 속으로 (5) +1 16.11.01 2,500 88 10쪽
11 Chapter 2. 안개 속으로 (4) +1 16.10.31 2,494 76 10쪽
10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2 16.10.30 2,497 91 10쪽
9 Chapter 2. 안개 속으로 (2) +1 16.10.29 2,816 89 13쪽
8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16.10.28 3,152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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