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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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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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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3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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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14장 예비성년식 #01

DUMMY

제 14장 예비성년식 #01


아주 깊은 숲속이었다. 빽빽이 솟은 커다란 나무들은 울창했고, 햇빛을 완전히 가려 숲속을 온통 어둡게 만들었다. 적막한 숲이었다. 새소리는커녕 풀벌레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저 스산한 바람소리만이 어두운 숲속을 스치고 있었다. 마치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비워진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숲속을 검은 로브의 마도사가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한치 앞도 볼 수없는, 빛이 없는 곳이었지만, 마도사는 손위로 묵빛 마법구를 띄운 채, 그 은은한 빛에 의지하며 한걸음씩 전진했다. 수풀을 거닐 때마다 -사박사박 하는 풀 밟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그때였다. 마도사는 대기를 가르는 수상한 기척을 느꼈다. 마도사는 반사적으로 마법구를 든 손을 기척 쪽으로 돌렸다.

-우우웅 채앵!

금속과 금속이 마주치는 소리가 울렸다. 마도사의 묵빛 마법구가 순간적으로 얇게 펼쳐지며 날아온 무언가를 튕겨냈다. 펼쳐진 막에 투명한 파문이 진동한다. 마도사를 향해 살기를 띄고 날아온 그것은 한 개의 화살이었다. 마도사는 예상했다는 말투로 중얼거린다.

"역시, 가디언이 있었군. 숫자는, 하나인가?"

마도사의 말을 들었는지, 어둠에 싸인 숲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렸다.

"거기까지입니다! 인간의 마도사여! 신성한 이곳에서 더 이상의 횡포는 용서치 않겠습니다!"

소리가 울창한 나무들 때문에 반사되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 한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여자 목소리였다.

"길을 잘못 들어오신 거라면 돌아가십시오. 저는 무고한 살생을 원치 않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딘가에서 숨어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저격하기 좋은 위치에서 이쪽을 노리고 있으리라, 마도사는 그 정중한 협박에 코웃음을 친다.

"훗, 횡포라…, 그럼 입구의 움직이는 장승들이 뭔가를 지키고 있는 게 맞았군. 역시 이곳에 있다는 성물이 진짜였나."

마도사가 '성물'을 언급하자, 보이지 않는 이의 목소리가 적의를 들어냈다.

"역시, 성물을 노리고 이 '신성한 숲'을 침범하신 거로군요. 입구를 지키고 있던 엔트님들이 쓰러졌을 때, 혹시나 하고 생각했었지만…. 그렇다면 이젠 도저히 그냥은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성물을 노린 죄 목숨으로 갚으십시오!!"

-슝! 슝! 슈슝!

말이 끝나자마자, 화살 세 대가 날아왔다. 인간의 시력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없는 쾌속한 속도였다. 그러나 마도사는 당황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천천히 춤을 추듯 빙글 하고 한 바퀴 돌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마도사의 그림자가 물결치며 삐죽삐죽한 가시들이 솟아나며 화살 세대를 모두 쳐냈다.

-깡! 까강! 깡!

"흥! 건방지게 이따위의 공격으로 나의 목숨을 운운 한 것인가."

마도사는 성난 목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감히 자신에게 이를 드러낸 상대를 응징하기로 했다.

"오르보스!! 베르덴!!"

-구구궁..

마도사의 외침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부복한 검은 기사 둘이 나타났다. 새카만 묵빛갑주로 온몸을 감싼 그들에게서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싹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 이었다. 마도사는 나타난 그들에게 명령했다.

"명한다!! 감히 나에게 적대하는 자를 응징하라!!"

"예스 마이 로드!"

검은 기사 둘은 웅웅 울리는 듯 한 목소리로 복명하고 일어섰다. 검은 기사들의 묵빛전신갑주가 기괴한 소리를 낸다.

-철커덩!

-슝! 슝!

두 검은 기사가 일어나 서자마자, 어둠을 뚫고 화살 두발이 날아왔다.

-채쟁!

그러나, 두 기사는 어느 샌가 꺼내든 묵빛 검을 휘두르며 자연스럽게 화살을 쳐냈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나무위에서 위장하여 마도사를 노리고 있던 그녀는 적지 않게 놀랐다. 저 두 기사들은 그녀가 알기로는 최강의 마물인, '죽음의 기사'들이었다. 그들이 풍기는 죽음의 기운에 주위의 숲이 빠르게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느낀 그녀는 그들이 움직이기 전에 재빠르게 화살에 성물의 힘을 가득 담아 한차례 쏘았었다.

성물의 성스러운 기운은 마물들에 대해 상극이었기 때문에, 마물 중에도 불사의 군단에 속한 죽음의 기사는 당연히 스치기만 해도 큰 타격을 입고 쓰러져야 했다. 그래, 그래야만했다. 그러나 경악스럽게도 그들은 너무도 간단히 그 화살들을 튕겨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어느 샌가 다가온 두 기사의 검이 그녀를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헛!'

이렇게 빠르게 이쪽의 위치를 간파당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지 그녀는 급하게 그 나무위에서 뛰어내렸다.

-콰광!

굉음과 함께 그녀의 자리가 있던 나무가 박살이나며 쓰러졌다. 다른 나무들 사이를 삼각차기로 내려온 그녀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자세를 취하며 활을 뻗어, 자신에게로 달려들고 있는 두 기사를 향해 화살을 조준했다. 그녀의 활 위에 두발의 화살이 동시에 걸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융! 피융!

-깡! 까강!

그러나, 검은 기사들은 어디서 났는지 팔에 든 묵빛방패를 휘두르며 날아온 화살을 쳐냈다. 이번에도 성물의 힘을 잔뜩 실어 쏘았건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에 전혀 타격을 받지않는듯, 두 기사는 기세를 늦추지 않고 그녀 쪽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칫!'

검은 기사들이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그녀를 향해 돌진해 들어왔다. 두 기사의 검이 내리쳐지는 순간, 그녀는 급하게 백텀블링을하며 순식간에 간격을 넓혔다. 그리고 착지하며 믿을 수없는 속도로 2발씩 세 번을 쏜다. 마술 같은 연사.

-까가강! 까가강!

하지만, 얄밉게도 검은 기사들은 방패를 들어 너무나도 쉽게 화살을 막는다. 그녀로써는 애간장이 타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찰나의 시간은 벌 수 있었다. 그 틈에 그녀는 죽음의 기사들에게서 거리를 벌려 나무 뒤로 숨었다.

그녀는 지금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너무도 비효율적인 전투가 믿겨지지 않았다.

원래라면 화살 한두 발에 그들은 굴복했어야 했다. 아무리 불사의 군단이라 하더라도, 성물의 힘을 중화시키는 재주 따위를 가지고 있을 리 만무했다. 원래 성물의 힘은 닿기만 해도, 그들의 어둠을 파괴할 수 있을만한 위력이 있었다.

그러나, 통하지 않는다. 그녀가 저들의 비밀을 풀지 않는 이상, 두 검은 기사를 이기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그때, 그녀를 가려주고 있던 나무가 굉음을 울리며 폭발하듯이 부서져나갔다.

-콰광!!

"꺄악!"

그녀는 짧은 비명을 지르면서 나무그늘에서 벗어났다. 그녀가 기척을 죽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검은 기사는 너무나도 그녀를 수월하게 찾아낸다. 마치, 이 어둠속을 다 볼 수 있다는 듯이…….

몸을 날리는 그녀 앞에 한명의 검은 기사가 나타나 검을 휘두른다.

-쩡!

그녀는 급한 마음에 활대를 들어 죽음의 기사의 묵빛 검을 막아냈다.

-카가각!

검은 기사의 엄청난 괴력에 그녀는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그리고 그때 뒤에서 휘둘러지는 또 다른 기사의 검.

-파박!

그녀는 간신히 정면의 기사의 검을 흘려버리고는, 옆으로 뒹굴면서 아슬아슬하게 뒤의 공격을 피했다.

-털썩 데굴데굴.

당나귀가 진흙탕을 뒹굴듯이 추하게 땅바닥을 구르는 그녀. 젖은 진흙이 그녀의 옷에 달라붙는다. 기사들의 간단한 합동 공격이었지만, 그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의 선전도 여기까지였다.

-콰과곽!

두 검은 기사들을 피해 일어서려던 그녀는 갑자기 땅바닥에서 솟아나온 거대한 뼈의 덫에 정통으로 먹혀버렸다.

"크윽!"

-절그럭.

뼈의 덫에 온몸이 묶여버린 그녀, 설상가상으로 활까지 놓쳐 버렸다. 그녀는 뼈의 덫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촘촘하게 솟아오른 뼈의 덫은 그녀가 움직일 수 있는 틈을 조금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묶여있는 그녀의 목에 두 기사의 검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반항을 멈추었다. 그러자, 그제야 그녀의 신기한 외모가 드러났다. 백금 발에 아름다운 얼굴, 그러나 특이하게도 그녀는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뾰족한 귀를 가지고 있었다.

무장 해제된 그녀의 앞으로 뼈의 덫을 만들어 낸 걸로 추정되어지는 검은 로브의 마도사가 다가왔다. 그리고 특이한 그녀의 외모를 보고 입을 열었다.

"반요정인가? 이것 참 신기한 일이군. 반요정 일족은 오래전에 멸족했다고 들었는데 말이지."

반요정. 하프엘프라고도 알려져 있는 이 일족은, 고대요정인 엘프족과 인간의 혼혈족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오래전 마물과의 세력다툼에서 지리멸렬하였는데, 우연찮게도 남아있는 이들이 극소수나마 존재하고 있었나보다. 마도사는 반요정을 처음 봤다는 듯, 신기하다는 말투로 말하며 그녀가 떨어뜨린 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이 성물인가?"

마도사가 활을 집어 들자, 금발의 반요정은 적의를 드러낸 눈빛으로 마도사를 쏘아보며 말한다.

"성물을 어쩔 셈이죠?"

"글쎄…. 어쩔까……?"

마도사는 반요정을 흘겨보며 말끝을 흐린다.

"혹시라도 파괴하려는 생각을 품고 있다면, 꿈 깨시죠. '에르메키아'가 파괴되는 순간의 성력 폭발은 이 숲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성력에 상극이 되는 어둠의 마력을 다루는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걸요?"

반요정의 협박어린 충고에도 마도사는 활을 이리저리 돌려보느라, 꿈쩍하지 않는다.

"에르메키아? 이것의 이름인가…. 신의 활치고는 거창하지도 않군. 확실히 방대한 성력을 지닌 활임에는 분명하나……. '그것'을 봉인할 만한 그릇은 못되는군."

"무, 무슨 말이죠?"

"성물임에는 분명하나, 내가 필요로 하는 녀석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샜군."

마도사가 성물에게 흥미를 잃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성물을 지키고 사용하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성물을 별것 아니라고 취급하는 마도사의 태도에 은근히 기분이 나빠졌다.

"무슨 소리를, 성물은 약하지 않습니다!"

"네 말대로 성물이 약하지는 않다. 내가 원하는 녀석이 아닌 것일 뿐…."

은근한 목소리로 반요정의 말에 반박하는 마도사, 그러다 그녀 쪽으로 눈을 돌리며 말을 잇는다.

"허나, 사용하는 녀석이 적임자가 아닌 것은 치명적이군. 이렇게 간단히 성물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으니……."

마도사의 거침없는 언행에, 그녀는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만약, 적임자가 이 '에르메키아'를 들었다면, 나의 두 기사는 '에르메키아'는 가져왔으되, 극심한 부상을 입었겠지."

"……."

"네가 쏴대는 미약한 성력 따윈 압도적인 마력으로 찍어 누르면 될 터……."

"……."

마도사의 말에서, 그녀는 아까전의 전투때, 어째서 검은 기사들이 성력이 담긴 화살에도 멀쩡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그녀의 화살에 담긴 성력에 비해 검은 기사들이 내뿜는 마력이 압도적으로 강했기 때문이었다.

성물의 힘을 암흑의 마력과 비슷한 양만큼 끌어낼 수만 있었다면, 그녀는 두 기사를 간단히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는 성물 '에르메키아'에 대한 적임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성물을 빼앗겨 버렸다. 그렇게 그녀는 자책했다.

"흥, 이제 좀 주제 파악이 되었나? 결국,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지 못한 성물은 성스러운 쓰레기일 뿐이라는 거지. 재미없군."

그러면서 마도사는 들고 있던 '에르메키아'를 바닥에 -툭 던진다. '성물을 버렸다.' 그녀는 마도사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굉장히 황당해했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마도사의 손짓한번에 검은 기사들이 그녀의 목에서 검을 치운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옥죄던 뼈의 덫이 -철커덕 하고 사라졌다.

그녀는 수풀위로 -철퍼덕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무, 무슨……."

반요정은 마도사와 땅에 떨어진 '에르메키아'를 번갈아보며 어이없다는 듯 한 표정을 짓고선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주도록. 나는 효용성 없는 물건은 원하지 않는다."

마도사는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 반요정을 뒤로한 채 말했다. 원하지 않으니 돌려준단다. 여신의 활이자, 성물로 세상에서 탐내지 않는 자가 없는 이 활을 직접보고도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고? 반요정은 마도사의 대범한 행동에 기가 질렸다. 그래서 반박할 엄두도 내지못한채 황당한 표정으로 주저앉아있었다.

"그렇다면, 다음은, 지저미궁의 '현자의 돌'인가. 이동한다!!"

"예스, 마이 로드!!"

마도사의 명령에 경례를 붙이고 뒤따르는 검은 기사들, 반요정은 황망한 표정으로 성물 '에르메키아'를 '버리고'가는, 그들의 퇴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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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La~port Liarta - 13장 전야제 #01 +14 08.04.28 2,154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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