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port Liarta - 17장 깨어진 우정 #01
제 17장 깨어진 우정 #01
밤이 되었다. 초겨울의 밤은 꽤나 쌀쌀했다. 오늘따라 옷을 얇게 입고나왔는데 실수인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외투라도 갖고 나올걸, 아란은 생각한다. 아란은 리리스를 데려다 주기 위해 리리스와 함께 소녀의 집 앞까지 왔다.
"그럼, 갈게."
"응."
무덤덤한 리리스의 인사에 아란도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끼이익..
낮은 울타리 문을 밀고 작은 정원을 지나서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리리스의 뒷모습을 보는 아란은 상당히 마음이 착잡해진다. 요즘의 리리스의 저러한 무심한 태도와 오늘 이얀과 함께 있던 그녀를 생각하면 밑도 끝도 없이 생각이 복잡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고민해보았다. 모르겠다. 답은 나오지 않는다.
'하아-.'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터덜터덜 집을 향해 걷는다. 예전의 리리스는 저렇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인 걸까. 오늘도 아란은 리리스에게 괜스레 살갑게 대하려고 무진장 노력했었다. 일부러 과장된 행동을 보여주기도 하고, 리리스의 작은 반응에도 기쁜 것처럼 대했다. 하지만, 소녀는 냉랭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아란의 노력들을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소녀의 말수는 줄어들었고, 유독 짜증낼 때에만 시끄러워졌다. 리리스가 왜 이러는지 아란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답답했다. 그러다보니, 오늘 이얀과 함께 있던 리리스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그렇게까지 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밝게 웃음 지으며 이얀과 대화를 나누는 리리스를 보고 있자니, 너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자기가 아닌 이얀이 리리스의 연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아란은 그렇게 고민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였다.
"여어~ 이게 누구야~."
누군가가 앞에서 아란에게 말을 걸었다. 아란은 한참 고민 중에 자신을 부르는 듯 한 소리가 들리자 의아해하며 고개를 든다. 기억과는 조금 달랐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듯 한 목소리였다. 아란은 그를 쳐다본다.
"엇!?"
그리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앞에 나타난 이는 아란도 익히 잘 아는 얼굴이었다. 새파란 초승달 아래, 그의 금발과 하얀 코트가 차가운 겨울바람에 휘날린다. 큰 키가 달빛 아래에서 돋보이는 소년이었다. 허리에는 검은 목도를 차고 있다. 그랬다. 그는 바로 아란의 '친우'였던 이얀이었다.
"이, 이얀…?"
아란의 목소리가 떨렸다.
"후후, 오랜만이지? 아란? 내. 친. 구. 응?"
이얀의 어조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반기는 것치곤 조금 달랐지만, 아란은 눈치 채지 못했다. 아란은 지금 이얀과 마주친 것이 굉장히 당혹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얀과 언젠가 마주치게 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란은 자신이 이얀을 찾아갈 생각만 했지, 이얀이 먼저 자신을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으, 응."
"하! 그 동안 잘 지냈어? 나 없는 동안에 말이야."
"……."
아란은 이얀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이얀을 직접 마주하게 되자, 옛날 일에 대한 미안함, 간직하고 있던 우정, 외모에 대한 자격지심, 리리스에 대한 질투심 등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던 여러 가지 해묵은 감정들이 얽히고 섥혀서 아란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얀은 더 키도 커지고 멋있어진 것 같았다. 웬만한 마을 청년들보다 훤칠해졌다. 더 검술도 갈고 닦았으리라.
"어이, 왜 대답을 못해? 내가 어색해지잖아. 혹시, 너무 오랜만에 봐서 내 얼굴을 잊어버리기라도 했나?"
"아… 아니, 이얀. 오, 오랜만이네. 그래, 반가워."
아란이 껄끄러워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챈 이얀, 그러나 괘념치 않는다. 오히려 비릿한 웃음을 흘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 반가워야지. 그렇지 않으면, 친구가 아니니까. 그렇지? 아니면, 혹시 내가 꺼려지기 라도 하는 건가?"
"아, 아냐. 그런 건…."
"뭐가 아냐. 솔직히 말해봐~ 이얀 네가 갑자기 나타난 게 신경 쓰여 죽겠다고…."
이얀이 하는 말이 아란의 귀에 비꼬는 듯이 들렸다. 아니, 실제로 비꼬고 있다.
"이, 이얀!"
"허, 이것 봐라! 사실인가보네. 진짜 내가 신경 쓰여? 껄끄러워 미치겠지? 찔리는 게 있으니까. 응?"
"아니야. 그, 그런 거…."
이얀의 집요한 추궁하는 듯 한 말투에 정곡을 찔린 아란. 솔직히, 아란은 이얀의 말이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말투는 귀에 엄청 거슬렸지만, 그게 아란의 지금 심정이었으니까. 그렇게 어물거리는 아란을 향해 이얀이 한걸음씩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거짓말, 네 녀석, 거짓말을 아주 능숙하게 하는구만? 찔리는 게 없다고? 내가 가장 큰 예를 한 가지 들어볼까?"
"이, 이봐. 이얀. 말이 너무 심한 거…!?"
"흥! 심하다고? 예전에 날 병신취급 한 주제에, 그 잘난 파란광대 녀석한테는 알랑방귀나 뀌면서 검술을 훔쳐 배운 주제에 뭐라구? 심해?"
"……!!"
"그, 그건…."
아란은 이얀의 입에서 떨어진 폭탄발언에 굉장히 놀랐다. 시리우스와의 일을 어떻게 이얀이 알고 있단 말인가? 게다가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듯했다.
"하.하. 웃기는군.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영주 성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이라고. 그런 소식 따위 내 귀에 안 들어오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오해야 이얀!"
"아, 뭐 됐어. 다 알고 있으니까.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돼. 나 같은 허접한 녀석에게는 배울 게 없으니까, 더 좋은 스승을 찾아간 거란 말이지?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그게 당연한 거고, 그럼, 어디…."
눈을 희번덕거리며 아란을 쏘아보는 이얀. 지금 이얀은 아란이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을 분위기였다. 이얀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은 목검을 뽑았다.
"…그 잘난 스승에게 배운 실력 좀 감상해볼까?"
"이, 이러지마, 이얀. 그건 사실…."
아란은 이얀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금발소년의 마음을 돌려보려 했지만, 모든 게 허사였다. 이얀은 지금 광기까지 보이는 듯 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란은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이얀은 아란의 허리에 꽂혀 있던 하얀 목검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검을 뽑아. 아란. 안 그럼, 그냥은 끝나지 않을 거야. 아무리 목검이라도 한두 대 부러져나가는 건 일도 아니니까."
진심이다. 이얀은 진심으로 아란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아란은 순간 오싹한 느낌이 전신을 훑는 것 같이 느껴졌다. 살기? 아란은 그 감각이 그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란은 주춤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뭣보다 맘에 안 드는 건. 너 따위 녀석하고 리리스가 놀아나고 있다는 거야!!"
"이, 이얀…!?"
아란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이얀은 그대로 아란을 향해 치고 들어왔다. 이얀의 하얀 코트가 달빛에 반사되어 하얗게 번들거렸다.
-타다닥! 부웅!
이얀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바닥을 박차고 달려와 목검을 휘둘렀다. 아란은 이얀의 급작스런 기습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허리춤의 목검을 뽑았다.
-콰가각!
둘의 목검이 부딪혔다. 아란은 가까스로 이얀의 기습공격은 막았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자세가 완전하지 않은 점에서 막아서 그런지 뒤로 주루룩 밀려나갔다.
"큭!!"
-팍!
이얀이 맞댄 목검을 밀어치며 거리를 벌린다. 아란은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가운데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한번 부딪혔을 뿐이지만, 자신과 이얀과의 실력 차가 현저히 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얀은 예전과는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
"호오, 제법인걸 아란. 그 비실비실 거리는 몸으로 한방에 나가떨어질 줄 알았더니. 한번은 버티는걸. 역시 스승부터 틀리다는 건가? 나와는?"
그렇게 이죽거리는 이얀, 아란은 몸을 추스르면서 힘겹게 입을 연다.
"이, 이러지마 이얀. 오랜만에 만나서 싸울 필욘 없잖아."
"뭐? 싸움? 푸후, 웃기는군! 이건 싸움이 아냐!"
-타닥!
이얀은 다시 한 번 아란을 향해 돌진한다. 이얀의 목검이 거세게 휘둘러진다.
"내가 너에게 주는 시험이지."
이얀의 눈빛이 번득였다. 아란은 급한 대로 자세를 잡고 이얀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아란이 오래전부터 연습해왔던, 방어검술의 첫 번째 기술이 펼쳐진다.
-슈욱 팍!
막았다. 깔끔하게, 하지만 이얀의 공격은 끝난 게 아니었다.
-딱! 딱! 따닥!
이어지는 이얀의 공격들, 하나하나 중검의 묘를 살린 묵직하게 힘이 실린 일 검들 이었다. 아란은 방어검술을 이용해서 하나하나 간신히 흘리거나 막았다. 한번 한번이 아슬아슬하게 쓰러질듯하다가 자세를 잡는다. 힘겹게 보이기는 했지만, 어찌어찌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자, 공격하던 이얀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분명, 아란의 실력은 자신보다 한참 아래였다. 절대 못 막을 것이라 장담하고 몰아붙였다. 그런데, 은근슬쩍 잘 막는다?
예전에도 이랬었다. 아란은 자신의 처음 공격 몇 번은 어떻게 어떻게 막았었다. 그러다, 얼마 못 가 자기 스텝에 자기가 꼬여, 자멸하고 말았지만…. 이얀은 그걸 떠올리며 세차게 몰아친다. 얼마 못 가 자기 스스로 쓰러지는 아란을 비웃어주기 위해….
-따다닥! 따닥! 딱! 파박!
이얀의 검이 매섭게 아란을 파고들었다. 이얀의 검이 아란을 노릴 때마다 막아내는 아란은 자세가 휘청휘청 거렸다. 그러나 이번의 아란은 예전과 틀렸다. 허접했던 예전의 실력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뭔가 체계가 잡힌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점점 더 아란의 기술이 정교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반격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방어하는 차원에서는 고급기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기술이었다. 역시 스승이 좋은 건가. 이젠 자멸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격도 않는다. 그게 이얀의 심기를 긁었다.
"흥! 뭐야! 나 같은 건 공격할 가치도 없다 이건가! 엉!? 아란!"
"아, 아냐! 이얀, 난 너와 싸우고 싶지 않아!!"
-까각!
아란은 이얀의 공세를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외친다. 아란의 지금 심정은 죽을 맛이었다. 싸우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는 특히나!
-파바박!
이얀이 물러선다. 그리고선 아란을 비웃었다.
"푸훗! 뭐? 싸우고 싶지 않다고?"
-타닥!
재차 아란을 향해 짓쳐드는 이얀. 아까전보다 더욱 거세게 목검을 휘두른다.
-콰가각!
아란과 이얀의 목검이 중간에서 부딪혔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힘 싸움. 키가 큰 이얀이 힘에서 우세하기는 했지만, 아란의 안정된 방어검술의 자세는 그런 차이를 상쇄 시켜주고 있었다. -부들부들 서로의 검을 쥔 두 손이 떨렸다. 아란과 이얀이 서로의 두 눈을 노려본다. 그 호각지세의 힘겨루기에서 이얀이 히죽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싸우고 싶지 않다면, 싸우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해줄까? 아란?"
"무, 무슨…?"
이얀의 힘이 점점 더 거세어진다. 뒤로 밀리는 아란.
"큭!"
자세가 기울어진 아란. 이얀이 그런 아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리리스말야."
아란은 리리스의 얘기가 나오자 흠칫하며 긴장한다. 리리스는 이얀에게도 아란에게도 민감한 사안이었다. 무슨 이야기일지 긴장한다.
"……."
"…내가 예전에 한번 '먹었어.'"
-쿠궁!
"뭐!?"
그 말에 황당해진 아란은 이게 미쳤나 싶어서 확 밀쳐버린다.
-파박!
이얀은 기분 나쁜 웃음을 띤 채 히죽거리며 물러선다.
"흐흐흣, 왜? 안 믿겨?"
"웃기지마! 뭔 개소리야!? 갑자기!!"
아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외친다. 가만가만 있자니 이얀의 행동과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 하지만, 이얀은 유들유들한 미소를 지으면서 뻔뻔스럽게 말한다.
"이런! 이런! 아란, 설마 너 리리스의 그 순진한척하는 얼굴에 속은 거야?"
"뭐!?"
"아하! 이런 아무것도 모르는 눈빛인데?"
"뭔 소리야! 이 자식아!"
"설마, 리리스가 너랑 진짜 사귀고 있는 줄 착각하는 거 아냐 너?"
아란은 어이가 없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이얀이 하는 말이 상당히 아란의 귀를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
"아, 정말이군. 너 구제불능이구나? 리리스 정도 되는 애가 설마 너 정도의 녀석하고 놀아나겠냐? 아니, 그 계집애가 대단한 건가? 홀라당 구워삶아 놨구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무슨 소리야. 다시 한 번 말해봐."
말하는 아란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못 들었어? 그 계집애 원래 나랑 사귀던 애라는 거다, 그리고 넌 내가 없는 그 사이에 낀 그 계집애의 여흥 거리일 뿐이고."
"헛소리!"
"하하하! 이것 참 걸작이군. 진실을 말해줄까? 그 계집애에게 넌 그냥 내가 없을 때 심심풀이의 대타일 뿐이었다고! 요즘 그 녀석과 사이가 요원해졌지? 당연하지! 내가 왔는데!! 솔직히 생각을 해봐. 그렇게 예쁘고 콧대 높은 계집애가 왜 너같이 못생기고 키 작고 재능 없는 녀석이랑 진심으로 사귀겠어!?"
"거, 거짓말!!"
"아니야! 너도 봤잖아! 그 녀석의 손가락의 '반지'를… 내가 준거말야!!"
"아냐! 거짓말이야 전부!!"
아란은 이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확신은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얀의 말이 전부자신의 고민을 정통으로 관통하고 있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믿고 싶지 않았다. 전부….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아니라고 생각할수록 이얀과 함께 있던 리리스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손가락의 반지도….
'소중한 거란 말야! 아무리 아란이라도 이건 안 돼!'
'소중한 것' 아란은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들 이었다.
"참, 소중하게 생각하더라고 그 반지 말야. 내가 무사수행 갔다 올 때까지 잘 보관하고 있겠다고 하더라고. 킥킥."
"닥쳐!!"
아란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이얀은 아란을 도발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못 견디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키득거린다.
"하하! 화났어? 뭐 괜찮아. 그동안, 리리스는 너한테 맡기고 갈테니까. 나 대신 좀 부탁할게. 대.용.품.씨. 하하핫!"
"…이 개자식이!!"
아란은 드디어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눈이 뒤집힌 아란은 목검을 단단히 쥐고 이얀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아~!!!!"
-파박!
"어이쿠! 단단히도 화가 나셨네? 그래 이래야지!!"
아란이 달려들자 이얀은 바라는 바인 듯, 목검을 쥐고 가볍게 흔든다.
-따닥! 따다닥!
순식간에 수차례의 공방이 지나갔다. 아란은 이성을 잃고 매섭게 이얀을 향해 목검을 휘두른다. 그러나 이얀은 너무도 가볍게 척척 막아낸다. 그리고 이얀의 아란의 허점을 노리는 한수.
-빡!
"크악!"
아란은 이얀의 가슴으로 찌른 한방에 나가떨어진다. 너무 쉽다. 이얀이 느끼기로 아란은 체계가 잡힌 방어와는 다르게 공격은 너무도 허접했다. 날카로운 맛은 전혀 없다. 단지, 동네 왈패들이 연장을 휘두르는 것과 별반 차이 없었다. 거기다, 흥분한 상태에서 펼친 검술이었으니 제대로 된 일격이 나올 리가 없다.
"뭐냐. 넌? 지금 나랑 장난 하냐? 이따위 병신 같은 실력으로 나한테 덤빈 거야?"
"크으윽!"
아란은 분한 눈초리로 일어섰다. 한 손으로는 맞은 가슴께를 부여잡고 있는 채다. 맞은 곳이 너무나도 아팠다. 그래서 이얀의 비아냥거림에 대꾸할 수조차 없다. 아란이 배운 것은 '방어검술'이지 공격을 할 수 있는 검술이 아니었다. '베이에트'인 아란은 그런 건 배울 수 없었고, 설사 배운다 해도 쓰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란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방어'뿐인 것이다. 그걸 무시하고 달려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다시 와봐. 설마 한방에 쓰러지는 거냐?"
"이, 이 자식!!"
실실거리는 이얀에 대한 극심한 분노에 아란의 두 눈은 활활 타올랐지만, 아란은 가슴의 통증이 너무 심해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었다.
"허어~ 그래!? 안 오면 내가 가지 뭐~"
이얀은 별거 아닌 듯 그렇게 말하고, 비틀거리는 아란을 향해 목검을 쥐고 치고 들어갔다.
---------------------------------------------------------------------------<계속>
음,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두 소년의 격돌.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요? 진정한 의미의 라이벌전의 서막?
앞글에서 좌정관천님께서 충고해 주신 내용 감사합니다.^^ 이얀은 아란의 라이벌이 맞습니다. 또, 그 밑의 '베이에트'에 관한 지적,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베이에트는 다소 억지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설정입니다. 하지만, 아란의 체질은 앞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연결고리랍니다. 설정에서도 밝혀놓았듯이, '베이에트'의 체질을 가진 사람은 천재적인 재능을 한 가지씩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리고 그걸 개발하느냐 못하느냐는 전적으로 그 자신에게 달렸지요. 그럼 과연, 아란이 가지고 있는 천부적인 재능은 무엇일까요? 앞으로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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